안우진을 1차전에 쓴 판단이 전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우진-폰트 매치업에서 정규시즌 3번 맞붙어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던 점, 요키시의 불안한 가을야구 피칭, 폰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더 익숙하고 가을에 공략해본 경험도 있는 1차전 선발 김광현 등등... 다만 안우진의 물집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걸 코칭스태프가 알고 있었다면 정찬헌-한현희를 4선발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투입하는 게 맞았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거나, 다른 문제가 있어서 엔트리에 넣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안우진은 정규시즌에 관리를 잘해줬다' 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내려갔다면,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 맞다.
김광현의 실투가 몇 있어 분명히 더 일찍 내릴 수 있었는데도 많은 이닝을 준 것은 아쉬움이 남으나, 상대의 연속되는 수비실책에 힘입어 착실히 득점을 만들었고, 안우진의 조기강판에도 불구하고 양현이 뒤이어서 잘 막아주면서 결국 최소실점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전병우의 감동적인 역전 투런 홈런은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뒤이어서 모리만도가 나와서 많은 투구를 하면서 3차전에 등판하지 못하게 된 것도 키움에게 유리한 측면이다. 김강민의 동점 솔로 홈런은 끔찍했으나 뒤이어서 다시 전병우가 역전 적시타를 치면서 잊지 못할 하루를 만들었고, 김재웅이 김강민의 두 번째 타석을 극복하면서 결국 첫 경기를 잡게 되었다.
3. 2차전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3회 폰트를 공략할 절호의 찬스에서 무사 만루 이용규의 병살타-이정후의 플라이로 1득점에 그친 것이 매우 아쉽다. 이어서 최지훈과 한유섬에게 각각 투런과 솔로를 맞으며 1-6까지 점수 차이가 벌어져 사실상 경기를 쉽게쉽게 내주고 말았는데, 그래도 야수진의 실책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친 건 좋게 평가하고 싶다.
요약하라면 패인은 네 가지인데, (1) 앞서 말한 무사 만루 무득점 (2) 1회 애플러의 제구가 흔들리며 3점을 먼저 내준 것 (3) 6회 2-3-4번인 김웅빈-이정후-김혜성의 7구 삼자범퇴 (4) 7회초 1사 1,2루 찬스에서 어떠한 대타도 내지 않고 김휘집을 밀어붙인 것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특히 5회까지 폰트의 투구수를 보면 6회에 조금만 더 공을 보거나 안타 하나만 쳤어도 7회에 등판하지 못했을 텐데, 상위타선이라는 선수들이 폰트의 수고를 너무 쉽게 덜어줘 SSG의 약점인 불펜이 최소한으로 나오는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4. 남은 시리즈
요키시-오원석의 매치업이 성사되었는데, 오원석은 정규시즌 7경기 24.1이닝 ERA 8.14 / .300 .349 .520으로 이 팀에 매우 약한 투수였다. 오늘 꼭 오원석을 잡아내야 남은 시리즈에 희망이 있다. 4차전 선발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고척에서의 두 경기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따라 5차전 애플러-6차전 안우진, 혹은 5차전 안우진-6차전 애플러를 선발로 내세우면서 대응할 수 있을 듯 하다.
초반에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계속 실투를 던지며 연속 3안타로 먼저 실점했지만, 그 이후에는 2-3회를 6타자로 처리하며 6이닝 동안 단 1실점으로 틀어막는 효율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볼넷 없이 피안타 7개, 탈삼진 2개, 투구수는 81구. 3일 휴식에도 불구하고 최소실점과 많은 이닝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며 4차전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1회 3연속 안타도 장타는 없었고, 3회 김현수의 병살타 그리고 4회 2사 1,2루에서 유강남의 3루수 땅볼로 위기를 넘겼다.
3. 홍원기
의문의 성장형 운장. 2번 박준태, 선발 애플러, 7회 대타 이용규, 불펜 투입 시점이 모두 들어맞았다. 6회말 김휘집에게 번트를 시킨 것은 다소 의아한 선택이었지만, 그 동안 엉망이었던 불펜투수 등판시점 판단이 3차전부터는 제대로 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홍원기 감독의 운영능력에 대해서는 작년 정규시즌, 포스트시즌, 그리고 올해 정규시즌까지 줄곧 의문을 갖고 있었으나, 막판이라도 이렇게 정상적인 수싸움을 하고 있으니 안심이 된다.
4. 초반 득점
켈리는 6안타 3사사구로 당초 예상대로 3일 쉬고 나온 여파가 있었으나, 1차전과는 달리 좌타자에게도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2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뽑는 능력. 1회 1사 1,3루에서 김혜성의 행운의 좌익선상 적시타로 동점을 뽑아낸 키움은 3회 투아웃 켈리의 4구 행잉슬라이더를 푸이그가 중앙담장을 넘기는 타구로 만들어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경기는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는데, 5회 홍창기 타석에서 2루수 김혜성의 약간 빠진 송구를 1루수 김태진이 멋지게 받아내며 아웃을 잡는 명장면도 있었다. 원래는 세이프 판정이 내려졌으나, 판독 과정에서 김태진의 발은 김혜성의 송구를 받고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어 판정이 아웃으로 뒤집혔다. 6회말 바뀐 투수 김진성을 상대로 이지영이 선두타자로 나서 좌익수 앞 안타를 치고 출루했으나, 김휘집의 포수 파울플라이(번트) 송성문의 유격수 플라이가 이어지며 추가득점에는 실패했다. (이날 송성문은 첫 두 타석에서 모두 초구를 치고 죽었는데, 켈리처럼 빨리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 투수를 상대로 자신이 딱히 노리지도 않은 공에 휘둘러댄 건 정말 반성해야 한다.) 마지막 김준완 타석에는 이지영이 단독 도루를 시도하며 분위기를 바꾸려했으나 김준완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5. 추가점
7회에는 최원태가 올라왔고, 최원태가 문성주-이상호-이형종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키움의 공격 차례가 돌아왔다. 바뀐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박준태의 대타로 나선 이용규가 볼넷을, 이어서 이정후가 투수 땅볼 실책으로 출루를 얻어내며 무사 1,2루. 김혜성이 1루수 땅볼로 선행주자를 아웃시켰으나 뒤이어 나선 푸이그가 마침내 정우영에게서 유격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뽑아내며 3점째를, 다시 바뀐 투수 고우석을 상대로 김태진이 좌전 적시타를 쳐내며 4점째를 얻어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회초 최원태가 1사 1,3루 위기에 몰리자 내린 것은 아주 정확한 교체였다. 최원태는 통산 34타수 17안타(.500)로 채은성에게 무척 약했고, 채은성의 타격감이 어느 때보다도 올라와있었던 상황에서 둘을 맞부딪치게 하는 건 좋지 않았다. 다만 이때 김재웅이 아닌 김동혁 등판은 의외였는데, 김동혁이 바깥쪽 아래 코너에 직구를 꽂아넣어 채은성을 6-4-3 병살타로 잡아내며 감독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입증해냈다. 9회 LG는 1사 이후 문보경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갔으나 뒤이어 나온 문성주-김민성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에서 패배했다.
6. 무엇이 달랐는가
유튜브 '야구부장' 채널에서 LG는 내심 키움이 올라오길 바랐다는 이야기도 봤는데, 팬인 내가 봐도 키움보다는 종합적인 전력의 짜임새에서 KT가 앞서보였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게다가 맞대결 전적도 10승 6패로 최종전 직전 8승 7패였던 KT보다 키움 상대로 더 좋은 기억이 많기도 하고.
그러나 다음 기사를 보자.
<PO는 준비에서 갈렸다. LG는 축제였고, 키움은 전쟁이었다. 포스트시즌은 축제가 맞다. 한 경기 패배가 엄청난 피로감을 안겨주므로 즐겨야 한다. 극한의 긴장감을 즐기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경기에 앞서 치르는 훈련 내용에 양 팀의 다른 준비 과정이 엿보였다. SSG가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이다.
지난 24일 PO 1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LG의 훈련 분위기는 매우 경쾌했다. 타자들은 홈런더비 하듯 장타를 뿜어댔고, 야수들도 놀이하듯 펑고를 받았다. 자신감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지만, 상기된 인상도 엿보였다. 준PO 때부터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컨셉으로 훈련한 키움과는 달랐다. 2차전을 앞두고는 잠실구장 분위기가 더 밝아졌다.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덕(?)에 목소리를 높여 대화해야 할 정도로 음악 소리가 커졌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홈런더비가 펼쳐졌다.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LG의 밝은 분위기는 PO 기간 내내 이어졌다. 3차전 역전패로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는 돌아오는 법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반면 키움은 큰 스윙을 경계했다. 이용규 이정후 등은 큰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타격훈련의 중점은 ‘감각과 타이밍’에 맞춰져 있었다. 준PO 때부터 스윙 폭을 좁히고 팀배팅 위주로 전환한 게 눈에 띄었는데, PO에서는 조금 더 세밀하게 다듬었다. 훈련 때 배팅볼과 피칭머신을 번갈아가며 대응했는데 “피칭머신은 상대 선발 투수의 결정구를 가정해 눈과 몸의 감각을 익히기 위한 용도”라는 설명이 따랐다. 전력 열세를 훈련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포스트시즌은 장타에 의한 다득점을 쉽게 볼 수 없다. 볼넷도 많지 않다. 가뭄에 콩나듯 생긴 기회를 살려 득점으로 연결해야만 한다. 준PO는 투수 체력으로 갈린 싸움이지만, PO는 디테일의 차이로 희비가 나뉘었다.>
'3구 안에 친다' 는 전략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한 김준완, 가을야구라는 무대에 입장하자 '용규놀이' 대신 초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이용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키움 타자들은 대체로 짧게짧게 자신이 칠 수 있는 공을 중앙으로 보내는 데 집중했고, 이지영-박준태-김태진 같은 다른 선수들도 동일한 접근법을 택해 소득을 얻었다. 반면 LG 타자들은 1차전 키움의 4실책에 힘입은 6득점을 제외하면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적시타를 만들어내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상위팀의 유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홈에서 1승 1패의 결과를 거두자 여유를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류지현 감독은 마지막 등판 이후 한 달 동안 실전피칭이 없었던 플럿코를 2차전에 빠르게 강판하는 데 실패했고, 급기야 경기 종료 후에는 빨리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한국시리즈로 올라가야 하는 입장에서 '5차전'을 언급하며 메시지 관리에도 소홀했다. 3차전이 끝난 후 '해줘야 할 선수들이 못해줬다' 4차전 종료 후 '큰 경기 부담감'을 이야기한 것도 감독으로서 적절한 인터뷰 스킬은 아니었다. 선수들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4차전 첫 번째 대타로 이상호를 내세운 게 맞았는지, 정우영을 좌타라인 상대로 계속 끌고 가는 게 맞았는지, 고우석의 투입이 너무 늦지 않았는지 말하는 것이 먼저 아니었을까.
가을야구를 잘 준비한 키움의 제1공신으로는 주장 이용규와 그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겠다. 이용규는 정규시즌에는 작년과는 다르게 최악의 성적을 보였으나 (326타석 .199 .326 .221) 준플레이오프에서는 5경기 16타석에서 11타수 4안타, 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 12타석 9타수 2안타에 더해 희생번트 5개를 성공하며 공격의 첨병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그라운드에서만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풀어지기 쉬운 상황에서 자극하는 역할도 하고, 후배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격려하기도 하며 경기 외적으로도 주장의 소임을 100% 다하고 있다는 게 팬으로서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7. 한국시리즈
2014-2019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다. 리그 최고의 선발과 셋업-마무리, 그리고 200안타 2루수-40홈런 유격수-MVP 1루수를 필두로 한 화려한 타선의 2014 넥센도 실패했고, 불펜 전원 필승조와 균형 잡힌 최고 타선의 2019 키움도 실패한 도전이다. 그때보다도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쉬울 리 없는 미션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한다면 결과는 뒤로 밀어두고 만족할 수 있다. (4-0은 제발 당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상대 선발인 김광현-폰트-모리만도는 리그 최강의 원투쓰리고, 주전 포수와 감독의 불펜운영능력에 약점이 있다 하나 경험이 풍부하고 공격력과 수비력이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 포진한 야수진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이들의 대관식이 절대 쉽지 않으리란 걸 체감하게 해주자. 영웅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윤식이 직구-슬라이더-체인지업을 잘 활용하며 키움 타자들을 농락했다. 잘 던질 거라는 예감은 있었는데 안우진이 2점을 내주는 동안 한 점도 실점하지 않고 내려갈 줄은 몰랐다. (이후 진해수의 승계주자실점으로 1실점) 안우진도 2회 오지환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은 이후 LG 3타자가 연속으로 초구 직구를 공략하니까 패턴을 바꿔서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갔는데, 이게 성공적으로 먹혀 경기 후반 역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너무 비슷한 패턴을 고수하다가 허도환에게 멀티히트를 맞은 부분은 점검이 필요할 듯.
LG의 선취점은 푸이그의 다이빙실패로 인한 오지환의 2루타에 이어, 문보경의 페이크번트슬래시 작전 성공으로 나왔다. 유격수가 정위치였다면 잡을 수 있었겠지만, 애매하게 우측으로 가 있던 탓에 문보경의 타구를 잡는 데 실패... 시프트야 항상 선택의 문제니까 이는 어쩔 수 없고, 3회 시리즈 내내 기세를 올리고 있어 언젠가는 한번 맞을 거 같았던 채은성에게 결국은 맞았다. 그래도 솔로홈런만 허용한 것은 긍정적이었다. 여기서 2점 이상을 실점했다면 매우 힘들 수 있었다.
3. 균열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지만, 6회말 2사 3루에 이정후 타석에서 김윤식을 진해수로 교체한 건 괜찮은 결정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허리 문제를 언급했는데, 허리가 아프지 않더라도 포스트시즌 첫 선발등판인 투수가 상대 중심타선과 세 번째로 맞붙는 건 부담이 크다. 게다가 진해수는 이정후를 상대로 통산 성적 2-2-2를 기록하고 있는 천적이다. 물론 선발투수가 찜찜하게 주자를 남기고 내려가기보다는 이닝을 마무리하고 내려가는 게 좋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지만, 아무튼 시점으로 보나 뒤이어 올라온 구원투수로 보나 나무랄 데 없는 판단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믿었던 진해수가 몸에 맞는 공으로 이정후를 내보내면서, 갑자기 진해수-김혜성이라는 상대전적 5할 이상의 까다로운 매치업이 성립해버렸다. 류지현이 조금만 더 독한 감독이었다면 여기서 두 번째 좌완 투수를 내보냈을 것인데, 이미 좌타자를 좌완 투수가 상대하는 상황이라 순간 망설였을 수도, 어쩌면 안심했을 수도 있겠다. 아니나다를까 김혜성은 진해수의 몰리는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선상으로 2루타를 때리면서 경기에 균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푸이그 저격용으로 올라온 정우영이 3루 느린 땅볼을 허용해 동점을 만든 것은 정말 운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강한 자는 운이 찾아올 때 잡아야 하는 법이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휘두르는 김태진의 스타일이 이번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순식간에 2:3 역전.
4. 7회
어제 경기에서 홍원기 감독의 판단들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지만 (오히려 정규시즌과 비교해도 좋은 편이었다) 7회초 이승호 등판은 상대 타순이 하위타선임을 감안해도 적절한 판단은 아니었다. 이승호의 공은 서건창에게는 치기 좋은 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렸으며, 번트를 내줘야 하는 허도환의 타석에서는 좀처럼 존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흩어졌다.
허도환의 고의적인 번트헛스윙과 서건창의 2루 도루가 어우러져 득점권에 주자가 갔을 때 아... 동점이겠군 하고 절망했는데, 역시 동점 이상 점수를 내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승호가 허도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이후에 등판한 김동혁은 중간에 유인구 폭투가 더해져 승계주자를 모두 들여보내긴 했으나 2땅-투땅-투땅으로 이닝을 잘 마무리했다. 물론 동점까지만 내주는 게 베스트라고 봤지만, 본인의 폭투로 무사 2,3루가 된 상황에서 1점으로 틀어막는 건 어려운 미션이었다. 박해민이 이 날 타격감이 좋지 않았고 번트도 계속 실패했던 게 다행. 채은성 앞에서 끊은 거만 해도 충분히 제 몫을 다했다고 하겠다.
이어서 7회말 투아웃 이후 김준완이 투수실책성 내야안타로 출루. 김준완이 좋은 타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더해져 어떤 운이 따르는 거 같기도 하다. 여기서 임지열을 대타로 내자 LG도 이정용을 등판시키면서 맞불을 놨는데, 결과적으로 대타 임지열의 초구 역전 투런과 이정후의 초구 백투백이 더해져 다시 분위기는 키움 쪽으로. 임지열에게 초구 직구를 선택한 건 완벽한 미스였고, 이정후에게 간 공은 빼라고 했는데도 몰린 것이니 투수 본인의 실수가 크다. 이정용이 훌륭한 불펜투수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투수가 있는 LG 불펜진에서 상대적으로 그나마 공략하기 쉬운 선수이기도 한데, 놓치지 않고 잘 뒤집었다.
5. 8-9회
김동혁이 채은성-오지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김재웅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 동안 9회에만 등판하던 김재웅을 이때 내보낸 건 이번 가을 최고로 뛰어난 판단이었다. 반면 무사 1,2루에서 정규시즌이나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타격 성적이 좋으면서도 번트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문보경에게 번트를 지시한 류지현 감독의 판단은 99% 실책. 덕분에 김재웅은 날았고, 투수 플라이에 이은 2루 주자 아웃으로 LG의 신바람도 꺼졌다. 야구팬 누구나 'The Flip'이라고 하면 2001년 ALDS 3차전 데릭 지터의 제레미 지암비를 잡는 중계플레이를 떠올리고, 'The Steal'이라고 하면 2004년 ALCS 4차전 리버스 스윕의 시작이 된 9회 데이브 로버츠(현 다저스 감독 맞다)의 도루를 떠올리듯이, 이제 히어로즈 팬들이라면 'The Catch'를 말하는 순간 어제 김재웅의 다이빙캐치를 떠올리게 되리라.
최원태가 9회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김재웅이 8회를 단 4구로 처리해 9회에도 등판했는데, 9회 1사 김휘집의 평범한 땅볼 실책은 그 동안 히어로즈의 가을을 뒤엎었던 유격수 악몽을 다시 불러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김민성의 초구 타격에 이은 강한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잘 처리했으니, 김휘집에게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고 싶다.
6. 4차전
같은 3일 휴식 후 등판이나 체력적으로 애플러에게 더 유리한 경기일 것이다. 켈리가 1-4차전에 모두 나오는 게 류지현 감독의 입장에선 최선일 수 있으나, 1차전 켈리의 구위를 감안하면 4차전에서 잘 던지지란 보장은 없고, 설령 잘 던진다고 하더라도 이 팀 타자들이 경기 후반에 분명히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2승을 먼저 한 이상 이제 목표는 졌잘싸가 아니라 인천행이다. 끝내야 할 때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것이 이 팀의 고질병이긴 하지만, LG도 지난 10년간 1승 2패에 몰린 5전 3선승제 포스트시즌에서 이를 극복하고 시리즈를 5차전으로 가져간 적은 한번도 없다. 지난 세월의 관성을 깨는 자가 왕좌에 도전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