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놀기/2015 KBO

[Emily Baseball] 0721~0722 후반기 시작, 최악의 선택

김에밀 2015. 7. 24. 03:01

*[Emily Baseball]은 한 주간의 넥센 야구 이야기를 해보고, 간단하게 다른 팀의 경기나 한국프로야구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을 언급하는 코너다. 닉네임과 [Weekly Baseball]을 활용하여 지어본 이름이다.



0721~0723

넥센 vs LG (잠실)

4:1 승 / 3:5 패 / 우천취소

1차전 밴헤켄 / 우규민

2차전 문성현 / 루카스

3차전 피어밴드 / 류제국



LG전 감상


(1) 1차전에서는 밴헤켄의 호투가 아주 좋았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운영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밴헤켄이 7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았고, 조상우가 8회에 올라왔다. 물론 조상우가 이미 퍼진 상태라서 볼질을 하다가 내려갔고, 이진영의 병살타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했다. 9회초 유재신의 2타점 적시타는 다소 의외였지만, 적어도 추격조 투수들을 상대로는 그 타격 실력이 크게 흠이 될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150721H2714_20150722122328.jpg


(2) 임병욱이 오랜만에 1군에 올라와 2번 좌익수로 선발출장했다. (1회말 수비에 바로 우익수로 옮기긴 했지만.) 4회말 정의윤의 아슬아슬한 텍사스성 타구를 철푸덕 하면서 잡아내는 수비는 인상적이었다. 사실 넘어지는 모양새를 봐서는 호수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1군 루키로서 그런 공을 잡아내 투수를 도왔다는 것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내야안타를 치긴 했지만 타격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전보다는 좀 나아진 거 같기도 하고.


(3) 안 좋았던 것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임병욱의 2번 출장이다. 세이버메트릭스 공부했다는 감독이 2번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게 아닌가 싶은데, 2번이 왜 루키들 올라와서 쉬어가는 타순이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아직은 하위타선에 배치되어야 할 선수가 아닐까?


조상우 얘기는 굳이 하지 않겠다. 자업자득이니까...


004.JPG_20150722215143.jpg


(4) 문성현이 등판한 2차전으로 건너가보자. '생각보다는' 잘 던졌다. 불펜은 김영민과 한현희가 등판해 마무리.


(5) 8회초 무사 1,2루 찬스 때 스나이더가 아닌 박헌도 대타를 낸 것... 좌투수 상대 대타니까 언뜻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박헌도의 요새 성적을 보자.


7월 7일 - 1타수 1안타

7월 8일 - 4타수 1안타 (2루타 1), 삼진 1

7월 9일 - 1타수 무안타

7월 10일 - 1타수 무안타, 삼진 1

7월 11일 - 1타수 무안타, 삼진 1

7월 14일 - 2타수 무안타, 삼진 2

7월 16일 - 1타수 무안타

7월 21일 - 볼넷 1


최근 여러 번 대타로 나왔지만 심각할 정도로 타격이 안 되고 있다. LG 클로저인 봉중근을 상대로 안타를 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라리 스나이더에게 진루타나 희생삼진 (..) 을 바라는 쪽이 더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결과론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요새 박헌도 대타 작전이 족족 실패했던 것을 생각하면 딱히 좋은 작전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6) 문성현이 후반기 선발로 들어간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성현이 밀고 들어간 자리가 3선발 한현희라는 게 문제다. 한현희를 불펜으로 돌렸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올 시즌 전에 염경엽 감독이 구상했던 모든 계획이 백지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1위와의 게임차는 3.5경기차. 염경엽이 불펜을 아끼고 무리한 작전을 내지 않았다면 넥센은 지금쯤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정상적 운영을 해서 4위라면 화를 낼 필요가 없지만, 조상우가 2군으로 이탈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면서 4위라는 것은...


현실이 이런데도 감독은 '하고 싶지 않았던 불펜야구를 하게 되었네' '강한 셋업맨을 만들기 위해 한현희를 선발로 썼네'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올 시즌 들었던 소리 중에 가장 혈압 오르는 소리다. 불펜야구 하기 싫으면 한현희 계속 선발로 쓰면 된다. 무슨 헛소리인가. 자기가 잘못해놓고 왜 유체이탈을 하고 있는가? 모지리들 모아서 토종9선발 꾸려놓고 선발진에서 로또 터지기를 기대하는 야구를 여태껏 해왔는데 선발야구가 될 리가 있나?


한현희를 불펜으로 돌리자는 주장도 우습다. 5-6이닝씩 꾸준히 먹어주는 토종 선발투수가 넥센 창단 이래로 그렇게 흔한 존재였나? 한현희 올해 성적 좋은 편은 아니지만, 애초에 선발 전환 첫 해부터 훌륭한 피칭을 할 거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작년 강윤구가 매번 1이닝 2이닝 만에 뒤엎고 나오는 꼴을 봤다면 결코 선발의 가치를 쉽게 여기지 않을 텐데, 다들 자꾸 올해가 휴식일 없는 144경기 체제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한현희가 한두 해 불펜으로 잘 나간다면 포스트시즌에 도달할 수 있지만, 3선발로 정착만 해준다면 향후 얼마든지 대권도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작년에 따라잡지 못한 반 경기차는 결국 선발의 역량 차이이기도 하다. 밴헤켄-소사 다음 포스트시즌 3선발이 정규시즌 2승 6점대 투수 오재영이었던 것이 이 팀의 한계다. 그걸 깨버릴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한 해 가을야구 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에 미쳐 제대로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깟 홀드왕 아무리 많이 해봤자 정규시즌 10승 선발의 가치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강윤구 문성현 김영민에게 몇 년의 기회를 준 팀이다. 왜 한현희에게는 반 시즌밖에 주지 못하나?


포스트시즌에 가야 생존하는 팀이라는 이야기도 맞다. 하지만 지금 이런 식으로 운영했는데도 3.5경기차 4위면, 제대로 운영했으면 더 잘할 수 있었다. 애초에 포스트시즌 선이 간당간당하게 만든 감독은 염경엽이다. 한현희 불펜 전환을 지지하는 것은 감독의 이러한 실패에 눈을 감고 맹목적인 지지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투수가 없다... 라는 주장도 들린다. 없기는 개뿔이. 작년에 불펜에서 6점대 찍었던 나이 40 투수가 1군에서 선발 전환해서 7이닝 무실점을 하질 않나 (송신영) 폐급으로 평가받던 9라운더 투수 구속 올려서 1군에 보내주었고 (김동준) 감독이 직접 셋업감이네 운운한 우완 군필이 있으며 (김정훈) 탈삼진 능력 하나는 끝내주는, 올 6월 팔 각도를 올리며 드디어 각성했던 잠수함과 (김대우) 제대로 긁히는 날엔 150km 중반대의 강속구와 130km대의 낙차 큰 슬라이더로 타자를 다 잡아내는 우완 정통파 (김영민) 도 있다. 이런 투수들을 가지고 개점휴업, 대패조, 추격조로 쓰니까 야구가 안 되는 것이다. 투수가 없으면 키울 생각을 해야지, 김영민 셋업으로 키운다는 얘기는 어느 감독이 했더라? 내년에 이보근, 김상수 와도 투수 없다는 소리 꼭 반복해라.

(이장석이 꾸준히 불펜 투수를 유출해왔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타당하다. 구단주가 불펜 자원을 보충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근데 불펜 투수는 야구에서 제일 키우기 쉽다. 3년 동안 제대로 된 불펜 투수 하나 못 만들면 그게 감독인가? 3년차면 김시진 끌어댈 변명도 이제 구차해질 시점이다.)


염경엽의 젊은 선수 다 끌어다가 불펜에서 소모하는 김경문 하위호환식 야구는 궁극적으로 지양해야 할 야구다. 경질이라는 단어가 새삼 가볍게만 들리지는 않는 요즘이다.




끝으로, 감독의 맹목적 지지자들이 매번 부르는 18번 레퍼토리들을 비판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트위터에도 적었지만, 감독을 눈 감고 빠질하는 것은 선수를 눈 감고 빠질하는 것보다 더욱 악질적이다. 선수는 못해봐야 몇 경기 말아먹고 2군 가면 그만이지만, 감독이 못하면 한 시즌 전체 나아가 팀의 미래를 말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의 크기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Q1. 염경엽 자르면 대안 누구 있나?

A1. 김시진 자를 때는 대안 있어서 잘랐나?


Q2. 니가 감독 할 거냐? 왜 이리 말이 많냐?

A2. 넥센 히어로즈를 지지하고 거기에 돈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이런 질문에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 아시바 근데 왜 적었지


Q3. 대안을 제시해봐라 그럼

A3. 내가 그걸 왜 하냐? 그건 염경엽이 하라고 매년 3억 5천을 주는 거다. 꼬우면 나한테 3억 5천 주면 넥센 감독 도전해보겠다.


Q4. 믿고 기다리는 게 진정한 팬의 자세 아니냐?

A4.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믿고 기다리는' 건 열심히 하는 '선수' 한테 해당하는 얘기고 감독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는 못해도 한두 번 우쭈쭈해줄 수 있지만, 감독은 못하면 대차게 까여야 한다.


Q5. 이래도 까고 저래도 깔 거면서 왜 말이 많냐?

A5. 애초에 첫 단추를 두 번째 구멍에 끼웠는데 그 다음 단추를 같은 높이에 열심히 끼워봐야 뭔 소용이냐? 생각 있으면 첫 단추나 다시 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