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놀기

2019 독일 여행 (11) 뤼베크

김에밀 2019. 8. 15. 21:39

날짜: 3월 7일 출국, 3월 30일 귀국

장소: 뮌헨 - (퓌센) (다하우) - 뉘른베르크 - 쾰른 - 함부르크 - (뤼베크) (문스터) - 드레스덴 - (라이프치히) - 베를린 (포츠담)

각종 문의: 본 포스팅 덧글 또는 트위터 @Peria1024로 질문하실 시 아는 범위 내에서 친절히 알려드림


나는 항상 독일에 가보고 싶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그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인 여정 위주로 적겠지만 후에 독일 가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소소한 정보도 생각나는 대로 첨부할 예정이다.


11일차 (3월 17일) - 뤼베크 (홀슈텐 문, 니더레거 초콜릿, 대성당, 성 안나 박물관, 성모 마리아 교회, 빌리 브란트 하우스, 귄터 그라스 하우스, 부덴브로크 하우스)


(사진 - 위키피디아 펌)


독일에서 열흘을 소나기 맞아가며 뽈뽈뽈뽈 돌아다녔더니 가볍게 몸살이 나고 말았다. 문제는 현재 일정이 가장 빡세다는 것... 전날인 16일에 잠깐 아는 얼굴들을 뵈러 지방 소도시에 갔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일정이므로 여행기에서 생략함) 왕복 7시간을 길에다 처박고 나니까 도저히 다음 날 피곤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외국에 왔으면 뽕을 뽑아야 하는 것을...


함부르크를 거점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세 곳 있었는데 일단 뤼베크. '한자동맹의 여왕' 으로 유명한 중세 최고의 중심 항구이자 구 시가지 전체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아름다운 곳이다. 와 여긴 꼭 가야 한다...!


다음은 문스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있는 뮌스터(Münster)가 아니다, 그냥 문스터(Munster)다... 함부르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이 조그만 도시에는 독일 전차 박물관이 있다.


마지막으로 고슬라(Goslar). 하츠(Harz) 산맥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지만 중세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별장이 있었던 '북방의 로마' 로 불리웠고, 1000년 이상 가동되었던 람멜스베르크 광산이 있으며 지역 특산품인 고제 맥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17일은 일요일, 18일은 월요일이다. 월요일엔 대부분의 박물관이 닫으므로 문스터는 월요일에 갈 수 없다. 당연히 고슬라의 람멜스베르크 광산도 월요일에는 못 본다. 그러면 화요일-수요일에 보면 되지 않느냐? 그럴 수는 없다. 나는 수요일엔 함부르크를 떠야 하고 설사 캐리어를 가지고 간다고 해도 문스터와 고슬라 모두 소도시라 교통이 불편해 다음 도시인 드레스덴으로 가려면 어마무시한 시간이 걸린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눈 뜨면 결정하기로 하고 잠이 들었다.



17일 일요일...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서 대충 10시 반까지 자빠져잤다. 쿨럭쿨럭거리면서 세수를 하고 씻은 다음 그나마 가장 가까운 도시를 보기로 하고 뤼베크행 RB를 탔다. 함부르크에서 뤼베크까지는 50분 정도가 걸리므로, 함부르크에서 머무르는 사람이라면 하루나 그 반쯤을 할애하여 뤼베크를 관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12시 45분쯤 뤼베크에 도착했다. 와-_- 오전을 다 버렸네?



뤼베크 중앙역에서 구 시가지의 입구인 홀슈텐 문(Holstentor)까지 열심히 걸었다. 뤼베크 구 시가지의 섬과 본토를 잇는 푸펜 다리다.



뤼베크를 끼고 흐르는 트라베 강의 모습이다.



뤼베크 성벽의 서쪽 성문으로 지어졌다는 홀슈텐 문이다. 내부는 뤼베크의 역사에 대해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라는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기울어져있는 거 같다면...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다. 언젠가 무너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되었다.



근처의 뤼베크 대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1173년 짓기 시작해 1230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개장시간

하절기(4~10월) 10~18시 (10월만 17시까지)

동절기(11~3월) 10~16시



대성당 착공 당시 뤼베크를 통치하던 인물은 작센 공작인 하인리히 사자공(1129~1195)이었다. 뤼베크를 중심으로 발트 해 무역을 쥐고 흔들던 사람이고, 바이에른 땅을 덤으로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부인이 잉글랜드 왕 헨리 2세와 아키텐의 엘레노르의 딸 마틸다고, 처남이 유명한 사자심왕 리처드 1세다.



내부에 있는 십자가는 '승리의 십자가Triumphkreuz' 라는 이름으로, 뤼베크 화가 베른트 노트케가 만든 것이라고.



내부 양식이 엄청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볼 게 많았다.



박물관 쪽으로 가면서 찍어본 거리.



와! 한국음식점! 내가 갔을 때는 브레이크타임이라 열려있지 않았다.



....??? 독일에서도 하이트가 팔린단 말인가? 이것이 바로 국가망신?

(여담이지만 여행 중 만난 모 독일인께서는 자기가 마셔본 세계맥주 중에 한국맥주가 가장 맛없었다는 이야기를 했음)



성 안나 박물관으로 가는 도중에...


성 안나 박물관은 원래 수도원이었지만 중세의 보물과 생활용품을 수집하며 박물관으로 바뀐 곳이다. 중세 뤼베크의 생활용품을 볼 수 있고, 조각이나 성화 등 각종 종교예술품도 구경할 수 있다. (링크)


물론 뒤집어 말하면, 종교예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면 노잼이라는 뜻도 되겠다... 나는 카톨릭 신자긴 하지만 반쯤 냉담자라서 별로 크게 흥미는 못 느꼈고, 오히려 뤼베크 사람들의 생활상을 다룬 쪽이 재밌었다.


개장시간: 화~일, 11시~17시(1~3월) 10시~17시(4~12월)

입장료: 7유로 (할인대상 3.5유로)



(저거 피 맞음)



종교 관련 작품들을 쫙 돌아보면 2층에 중세 뤼베크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끝.



나오니까 날씨가 무척 구리다. 비가 왔다 안 왔다 했는데, 대충 아이스크림 하나를 퍼먹으면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시청(Rathaus)



마치판(Marzipan)이라는 과자로 유명한 니더레거(Niederegger)가 이 곳에 있다. 마치판은 아몬드와 설탕을 갈아서 만든 건데, 초콜릿 안에 넣어서 먹는 종류가 참 많았다. 돌아가는 일정을 생각하면 선물로 사긴 어려웠고 그냥 아무 거나 하나 사서 입에 넣어봤는데, 알콜이 들어가있는 종류였는지 먹으니까 취하는 거 같았다 -_-;;



뤼베크의 성모 마리아 교회(St.Marienkirche)에 도착했다. 여기 앉아있는 동상은 교회에 내려오는 전설의 주인공인 악마인데, 교회의 건축을 시작할 때 이 곳이 술 가게가 될 줄 알고 건축을 도왔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여기는 교회였고 악마가 열받아서 이 곳을 부수려다가 다른 곳에 술 가게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듣고 맘이 풀려서 떠났다고..



실제 전쟁 중에 폭격을 맞아 떨어진 종인데, 그대로 남겨 놓았다.



이어서 간 곳은 부덴브로크하우스(Buddenbrookhaus)인데, 뤼베크에 살았던 노벨문학상 소설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의 작품 이름인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Buddenbrooks)>에서 이름을 따온 만 가문의 생가다.


개장시간: 1월에는 화~일 11시~17시, 2~3월에는 월~일 11시~17시, 4~12월에는 월~일 10~18시.

입장료: 7유로 (할인 3.5유로)


아까 깜빡하고 빼먹었는데, 뤼베크는 3일 안에 2번째 박물관에 가면 입장료가 무조건 반값이다. 그러니까 내가 '부덴브로크하우스' 를 가서 다음 '귄터 그라스 하우스' 로 갈 때 부덴브로크하우스의 입장권을 보여주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말. 해당되는 곳은 예시로 든 두 곳 말고도 성 안나 박물관, 카타리나 교회, 홀슈텐 문 박물관, 자연환경 박물관, 인형극 박물관 등등이 있음.



토마스 만의 원고와 편지 등등을 전시해놓았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배경을 재현해놓은 듯. 곳곳에 소설에 언급되는 부분과 그 페이지가 적혀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있다. 독일어라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2번째 줄 마지막에 주목.



만 일가의 가계도. 난 이런 거 보는 게 너무 재밌다...



토마스 만의 형 하인리히도 소설가였는데, <운라트 교수> 등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인지도는 동생에게 한참 밀리는 편이다. 평생 동생과 경쟁하는 사이였고, 나치 독일에 반대해 국적을 박탈당하고 남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지만 쓸쓸하게 가난과 싸우다가 생을 마감했다.



성 카타리나 교회. 갔을 때는 입장불가였다.



<양철북>을 지은 소설가로 제일 유명하지만 회화, 조각 등 다방면에 걸친 예술활동을 했던 작가 귄터 그라스의 거주지이자 활동 공간 귄터 그라스 하우스다. 그라스는 폴란드 그단스크(단치히)에서 태어나 이 곳에서 살다가 2015년 사망했다.


개장시간

1~3월: 화~일 11시~17시

4~12월: 매일 10~17시


입장료: 7유로 (할인 3.5유로)


매주 첫째 일요일 14~15시 가이드투어



1970년 바르샤바 유대인 추모비에서 무릎을 꿇은 브란트(Brandt Kniefall)를 묘사한 그림인 듯. 두 사람은 실제로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2층에는 조나단 메세(Jonathan Meese)라는 아티스트의 그림이 걸려있었는데 찾아보니 베를린-함부르크 근거로 활동하고 위키피디아에도 등록이 되어있는,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예술가인 듯...



이 사람이 북 치는 영상이 흘러나오던데 좀 무섭다 (..) 



마당에 전시된 그라스의 조각. 



팔기도 하는데 돈이 많았으면 하나 기념품으로 샀겠지만 흡.... 로또 당첨되면 다음에 뤼베크 가서 살 것이다.



뤼베크에서 태어난 유명인이 또 있으니 서독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1913~1992)다. 브란트는 사민당에 입당하고 나치의 탄압을 피해 노르웨이로 망명하며 반나치 운동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적을 박탈당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군 소속으로 독일군과 교전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적은 없음!' 이라는 해명이 이 곳에 남아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치독일군과 싸운 게 그렇게 흠은 아닐 거 같은데...



생후, 반나치 활동, 총리가 되기까지의 과정, 총리 때의 행적 등이 이곳저곳에 쓰여있다. 브란트가 한 주요연설도 남아있으므로, 독일어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목소리로 된 연설을 직접 들어볼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르샤바에서의 무릎꿇기.... 슈피겔 1면을 차지한 사진이다.



함부르크 미니어처 박물관과 연계해서 전후 독일부터 통일까지의 과정을 모형으로 표현한 특별전시가 있었다.



(뭐 대충 맥도날드 먹는 사진)

감자튀김을 먹을 때는 꼭 케첩 or 마요? 하고 물어본다. 마요를 감자에 먹다니 정말 이상한 취향이군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마요네즈랑은 맛이 좀 다르고.. 의외로 맛있었다. 독일에선 계속 감자+마요 먹었음.



함부르크로 돌아가면서 뤼베크 거리를 한번 더 찍었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 높은 건물이 없는 듯



가면서 이런 가게도 봤고...



암펠만(Ampelmann) 신호등. 구 동독 지역에서 디자인된 신호등이다. 여기서 보리라곤 기대 안했는데 (드레스덴쯤 가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이 지역은 서독과 동독의 경계였다고...



뤼베크 중앙역에도 니더레거 가게가 있다.



늦게 도착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알찬 관광을 한 기분이 드는 곳은 여기가 유일했다.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