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리뷰 (8) - SK 와이번스
성적
팀타율 .281 (7위) -> .262 (7위)
팀출루율 .356 (3위) -> .334 (6위)
팀장타율 .473 (2위) -> .384 (6위)
팀홈런 233 (1위) -> 117 (3위)
팀도루 108 (3위) -> 118 (1위)
팀득점 829 (3위) -> 655 (4위)
팀ERA 4.69 (1위) -> 3.48 (1위)
선발ERA 4.17 (1위) -> 3.39 (1위)
구원ERA 5.49 (7위) -> 3.69 (3위)
선발QS 60 (4위) -> 78 (2위)
승계주자실점률 31.4% (1위) -> 38.0% (9위)
수비효율DER .658 (2위) -> .676 (4위)
실책 116 (9위) -> 87 (2위)
정규시즌 14.5경기를 뒤집고 우승한 작년의 SK는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야심차게 출발한 염경엽 의 SK호는 처참하게 침몰하며 첫 항해를 마무리했다. 정규시즌 80승에 선착하고도 우승하지 못한 팀은 SK가 처음이다. 여기에 플레이오프 5전 5승이었던 SK는 6번째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게 처음으로 스윕당하며 플레이오프 최초 패배와 팀 최초 포스트시즌 시리즈 스윕패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달성하며 최종 성적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먼저 선발진을 보자면 새로운 전성기를 연 김광현(17승 6패 2.51)과 2년차에 완벽히 적응한 산체스(17승 5패 2.62)의 조합은 리그에서 가장 든든한 원투펀치였으며, 다익손(3승 2패 3.56)을 소사(9승 3패 3.82)로 교체한 것도 적절했다. 물론 소사의 피홈런 허용은 불안했지만, 다익손이 롯데에서도 별다른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 걸 고려한다면 다익손으로 풀시즌을 끌고 갔을 경우 불펜진에 더더욱 부하가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4-5선발인 박종훈(8승 11패 3.88)과 문승원(11승 7패 3.88)은 나란히 규정이닝을 소화하며 SK의 힘이 되었다. (가성비로 따지면 '문박논쟁' 은 문승원의 승리 아닐까?)
불펜에서는 '서태훈' 조합이 새롭게 나타났다. 하재훈(61경기 59이닝 1.98)은 시즌 후반기 구속저하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SK 프랜차이즈 최다 세이브(36)를 달성하며 뒤를 맡길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으며, 서진용(72경기 68이닝 2.38)은 프랜차이즈 역대 홀드 2위(33)를 기록하며 더 이상 어깨만 싱싱한 선수가 아님을 증명하였다. 박민호(47경기 50.1이닝 2.68)는 중간에서 궂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불펜 운용에 큰 도움이 되었고, 김태훈(71경기 69.2이닝 4.00)도 시즌 중반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작년 무리한 이닝소화의 여파를 크게 맞지 않고 한 해를 보냈다.
타선에서는 고종욱(.323 .347 .421 3홈런 56타점 31도루)이 커리어 최다 도루를 기록하며 2-5번을 오가는 활약을 했고, 최정(.292 .399 .519 29홈런 99타점)과 로맥(.276 .370 .508 29홈런 95타점)이 여전한 장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SK를 몇 년 동안 괴롭힌 센터라인 부재는 김성현(.246 .302 .300 1홈런 34타점)의 누구도 반가워하지 않는 전 경기 출장을 불러왔다. 2루수는 나주환(399이닝) 최항(280이닝) 안상현(250.2이닝) 김창평(122이닝) 등 4명이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으며, 여기에 최준우와 최경모까지 더해졌지만 누구 하나 확실한 주전이 없는 판국이었다. 시즌 초 강승호의 음주운전 사고는 이러한 난잡함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으며, KBO의 음주운전 징계가 여전히 가벼움을 팬들에게 각인시켜준 사건이기도 했다. (이전에도 말한 얘기지만, 리그 사무국 차원의 징계가 내려진 후에 구단이 임의탈퇴를 따로 거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타선의 변화는 시즌 초부터 감지되었다. 정경배에서 김무관으로 타격코치가 바뀐 이후 초반의 SK는 작년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SK는 5월까지 팀 타율 꼴찌 (.252)를 맴돌았으며, 6월에 가서야 겨우 타선이 기운을 회복했다. 한동민은 홈런의 시대에 자신이 가진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밀어친다' 는 이상한 접근법을 택했다가 홈런이 반토막도 아닌 세토막이 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으며 (.284 .367 .601 41홈런 115타점 -> .265 .375 .396 12홈런 52타점) 4년 69억 무옵션이라는 대형 계약을 따낸 이재원은 첫 시즌부터 공수 양면에서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며 퇴보의 길을 걸었다. (.329 .405 .514 17홈런 57타점 -> .268 .327 .390 12홈런 75타점) 여기에 야구 외적인 '초상집' 논란까지 더하며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비록 김무관이 물러난 이후 지표가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수석코치와 수비코치인 박경완과 박재상이 타격코치 보직을 분담하게 된 것도 문제였다.
우수한 투수진의 힘으로 5월에 이미 +18을 쌓아두었으나 작년 많은 이닝을 소화한 김태훈과 풀타임을 처음 뛰는 하재훈의 조합은 가을에 한계를 드러냈고, 마침내 8월부터 두산이 +19를 기록하는 동안 겨우 -4에 그치며 이미 가져왔던 것으로 보였던 우승을 넘겨주고 말았다. 9월 19일 벌어진 두산과의 더블헤더 2경기에서도 초장부터 기를 꺾는다는 마음으로 달려들었어야 했을 것을, '1승 1패를 노린다' 는 발언을 하며 주전 일부를 빼고 시작했다가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잡히며 상대전적 열세를 확정지었다.
1-2-3선발의 이탈로 상수였던 선발진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 SK다. 비록 이승진, 조영우, 이원준 등의 '예비군' 이 바글바글하긴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한 시즌을 맡길 만한 역량을 검증한 바가 없으며,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센터라인 역시 보강이 없다. 2020년의 SK는 2016년의 넥센처럼, 염경엽 감독의 자질을 시험하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