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3월 7일 출국, 3월 30일 귀국
장소: 뮌헨 - (퓌센) (다하우) - 뉘른베르크 - 쾰른 - 함부르크 - (뤼베크) (문스터) - 드레스덴 - (라이프치히) - 베를린 (포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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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독일에 가보고 싶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그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인 여정 위주로 적겠지만 후에 독일 가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소소한 정보도 생각나는 대로 첨부할 예정이다.
4일차 (3월 10일) - 뮌헨 (다하우 강제수용소, 알테 피나코테크, 나치 기록박물관, 아잉어 주점)
4일차의 날이 밝았다.
아니 사실 안 밝았다. 드럽게 칙칙한 날씨였다. 우측은 뮌헨 중앙역 구내식당에서 파는 피자. 한 조각이었지만 꽤 커서 나같이 양이 안 많은 사람은 먹을 만 했다. 콜라까지 6.85유로.
다하우는 S2로 40분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역이 작고 내리면 우측처럼 어디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 나와있다.
앗! 뮌헨에서 와이파이가 되는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 (숙소가 아니면 마리아 광장 정도? 생각해보니 노이슈반슈타인 들어가는 입구 직전에도 ) 그런데 다하우는 신기하게도 버스 안에서 와이파이가 됐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들어가면 안내소가 나온다. KZ는 Konzentrationslager(강제 수용소)의 약자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12월 24일을 제외하고 매일 9시에서 17시까지 개방이며, 입장료는 없다. 오디오가이드를 빌리고 싶다면 4유로가 필요하지만, 직원이 "영어 할 줄 알면 필요없을 텐데!" 라면서 나한테 안 빌려준 걸로 봐선... 읽을 줄 알면 굳이 필요없나보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2시간 반짜리 가이드 투어(영어의 경우 매일 11, 13시)가 3.5유로에 제공된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는 1933년 6월 세워진 최초의 수용소다. 따라서 이 수용소는 나치 독일 시기 모든 강제 수용소의 원형인 셈이다. 나치의 입맛에 맞게 정치범과 유태인 등을 강제로 수감하는 장소로 쓰이다가, 1945년 4월에서야 미군 제42사단에 의해 해방되었다. 현재 수용소는 예전 수용소의 일부 구역에 한정되어있다. '일부' 도 엄청 크다. 꼼꼼하게 보지 않았는데도 2시간 정도 걸렸으니까.
안내소에서도 조금 더 걸어들어가야 한다. 추적추적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재밌는 건 지나가는 사람의 1/3은 우산을 쓰고, 1/3은 비옷을 입고, 1/3은 그냥 비를 맞으면서 걸어갔다는 것.
수용소의 입구와 (유명한 표어 'Arbeit macht frei' /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가 입구에 걸려있다) 수감자들의 숙소 전경. 복도가 끝도 없이 이어져있고 좁은 방이 좌우로 있다.
건물 중간에는 게슈타포 비밀경찰들과 수용소의 관리자들, 그리고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희생자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내부 사진을 한번 찍어보았다. 본관(?)인 박물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국가사회주의의 발호부터 상세히 설명되어있다.
금연(Rauchen verboten)이라고 적혀있는데, 이런 장소에서 담배를 꺼내는 사람이 있었을까? 혹시 요새 써넣은 문구인가...
생존자들의 증언과 당시 사진도 이런 식으로 전시되어있다.
나치가 수용소에 잡아넣은 사람들의 특성을 알려주는 건데... 사회민주당원, 반체제 인사, 정치범, 성직자, 유대인, 집시, 동성애자, 심지어 여호와의 증인(!!)까지 있었다고 한다. 위의 'Bibelforscher'는 '성경 연구생' 이란 뜻으로 당시 여증 신도를 독일에서 지칭하는 단어였다고. 처음엔 왜 여증 신도를 잡아갔는지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이들을 당시 군국주의 국가였던 나치 독일이 탄압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전쟁이 터지며 체코와 폴란드인들, 그리고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파로 참전한 사람들도 이 곳에 끌려왔다고.
다하우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 중에는 놀랍게도 오스트리아 황태자였던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두 아들 막시밀리안과 에른스트도 있었다고 하다. 이들은 다행히 수용소에서 죽지 않고 무사히 풀려났다고.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인 의사 빅토르 프랑클과 유명한 만화 <쥐>의 저자 아트 슈피겔만의 부친 블라덱 슈피겔만도 이 곳에 있었다고.
수용소가 딸랑 한두 개만 있는 게 아니고, 이런 식으로 보조 캠프가 주변에 곳곳이 흩어져있었다고 한다. 아마 사람들을 잡아가두고 분류하는 기초 작업(?)을 여기서 수행했겠지? 씁쓸한 지도였다.
기타 여러 가지 읽은 것들... 초기에는 수용소에서 사망한 사람의 유품을 유족에게 보내주기도 했다는데, 나중에는 그냥 수용소에서 먹튀했다고. (같은 독일인이라도)
정치범이나 기술직들은 특별 대우를 받기도 했다는데, 이들은 대체로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조그마한 권한을 잘 활용했지만 간혹 SS를 대신해 죄수를 살해하는 짓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나와서 바깥사진을 좀 찍어보았다. 수감자들은 여기서 아침저녁으로 매일 점호를 받았는데, 인원이 안 맞거나 규칙 위반 사항이 있다거나 하면 점호가 무한정 길어지고 구타를 당하는 일도 예사였다고.
수용소 인원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해자와 전기철조망, 감시탑으로 곳곳을 감시했다고 한다.
이게 정확히 뭐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유대인 희생을 추모하는 시설물이었던 거 같다.
다하우의 가스실. 절멸수용소(아우슈비츠 같은)와 달리 들어오는 모두를 바로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스실을 크게 운영하진 않은 모양이다. 수감자들의 사인을 보니 대체로 '탈출을 시도했다가 총살' 당하거나, '자살' 하거나, 질병으로 죽은 경우가 많았다.
다하우 수용소가 해방된 날의 사진.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는 수용소 구역은 A뿐이다. 나머지는 아마 밀어버린 거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오후 2시가 조금 안 되어 다하우 관광을 끝냈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수용소에 내내 있다보니 머리도 아프고 입맛이 싹 사라져서 그냥 건너뛰고 곧바로 박물관에 가기로.
뮌헨 공대 사진. 알테 피나코테크 쪽으로 가다 들렀다.
나는 사실 미술에 큰 관심이 있는 쪽은 아니다. 하지만 뮌헨의 알테 피나코테크(구 박물관) 그리고 노이에 피나코테크(신 박물관)는 유명한 작품이 많다고 해서 한번 들러보고 싶었다. 19세기 인상주의! 와우! 그 정도는 나도 알지. 왼쪽은 알테, 오른쪽은 노이에 사진이다. 바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다. 그럼 노이에 피나코테크부터 먼저 관람을...
'Closed for several years' ???????????? 이런... 미리 정보를 안 찾아보고 왔는데 완전 당했다. 향후 몇 년은 노이에 피나코테크를 안 가도 되는 것이다! 젠장.
그래서 알테 피나코테크를 갔다. 원래 입장료는 7유로(할인 5유로)지만, 이날은 일요일이라 뮌헨의 모든 미술관이 입장료 단돈 1유로! 아무리 예술알못이라도 이 정도면 갈 만 하다.
그리고 처참히 패배하였다. 세상에 아는 작가가 루벤스랑 뒤러밖에 없네... 주로 16세기 그림을 전시해놓은 곳이라 당연할지도. 뭐 아무튼 구경 잘 했다. 1유로니까 괜찮아.
그리고 중앙역 근처로 가기 위해 열심히 또 걸었다. 여기가 카롤리네 광장이었나.
오, 그런데 겉으로 보면 되게 우스꽝스러운 박스같이 생긴 건물이. 뭔가 하고 가까이 가보니 2015년에 개관한 뮌헨의 나치기록박물관이다. (괴테 인스티튜트에 실려있는 소개글 링크) 뮌헨은 1차 대전 이후 나치즘의 본산이자 중심지였고, 그에 걸맞게(?) 나치 청산 작업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이 주변은 나치당의 중앙 당사와 행정 관저 등이 들어선 곳이었다고. 아무튼 들어가보자.
뮌헨 나치기록박물관 (NS-Dokuzentrum)
-화요일부터 일요일, 10시부터 19시까지 개관 (한국에 와서 생각해보니, 독일에서 19시까지 여는 곳은 흔치 않았는데 좀 놀랍다.)
-월요일 휴관(공휴일이면 개관)
-입장료 5유로(학생이나 기타 등등~ 2.5유로, 18세 이하는 무료)
-오디오가이드 (독일어, 영어)
거창하게 말했지만 찍은 사진이 얼마 없다. 여기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몰라서... 원래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곳이 많다고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더 다니면서 경험해본 결과, 보통 '플래시 터뜨리지 말고' 가 기본이더라. 확실히 찍지 말라고 한 곳은 퓌센뿐이었다.
구조가 다소 독특했는데, 로비에서 차례차례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바로 맨 위층인 4층으로 올라간 후 거기서 관람하면서 3층, 2층... 순으로 내려오게 되어있다.
국가사회주의가 뮌헨을 중심으로 시작되기부터, 그 광기가 독일 전역을 차례로 덮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학살과 전후 나치의 청산 등이 전시 내용이다. 유태인 대상의 불공정한 법률, 나치에게 저항한 사람들 등도 다루고 있다. 전시관 곳곳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같은 문구가 있어서 무슨 얘긴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인근 학교의 청소년들과 협업하여 전 인류의 평등과 평화를 위한 글과 그림을 놓아둔 모양이었다. 일시적 캠페인이니 지금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곳에 대한 더 좋은 소개글이 있어서 링크해본다. (링크) 한국에는 뉘른베르크의 나치전당대회장이 더 유명해서 뮌헨의 나치기록박물관을 다룬 자료가 드문 거 같다. 하지만 뮌헨을 간다면 꼭 가볼 가치가 있다. 당초 계획에 없이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어쩌다 들어간 곳이지만, 뮌헨 여행 중에 가장 볼 게 많고 마음깊이 와닿는 장소였다.
그리스로마시대의 조각들을 전시해놓은 글륍토테크(Glyptothek)다. 공사 중이라 2020년 10월까지 폐쇄한다고 한다. 왜케 내가 가는 곳마다 안 여는 곳이 많지...-_-? 배가 고파서 더 이상의 기동은 무리. 이제 뭘 먹으러 가보자.
저녁이 되어가니 슬슬 날씨가 좀 괜찮아졌다. 6시 좀 안 됐을 때긴 하지만.
'한 번 사자는 영원한 사자' 1860 뮌헨의 상징은 사자인가 봄? 기념품 가게인데... 바이에른 뮌헨 굿즈 파는 곳은 곳곳에 있는데, 1860 뮌헨 굿즈 파는 곳은 여기 한 군데밖에 못 봤다. 물론 더 있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되게 골목에 있었다. 두 구단의 위상 차이가 느껴져서 조금 슬펐다 ㅠ_ㅠ
유명한 호프브로이 하우스. 한국에서도 이렇게 사람 바글바글 많은 곳 싫어하는데 하물며 외국에서야... 당장 고개를 돌렸다. 금방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지도 않았다-_-;;
바로 건너편에 아잉어 주점(Wirtshaus)이 있어서 조금 고민하다 여길 들어가봤다. 여기도 괜찮다고 들었거든. 조명이 약간 침침(..) 해서 영업 준비 중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메뉴판을 찍어보았다. 이제 보니 화질구지네... 슈바인학센 (위에서 2번째) 시켰는데 다 못 먹을까봐 겁 나서 반(18.9유로)을 시켰다. 아주 좋은 선택이었는데 그 반도 나한테는 꽤 많았다-_- 맥주 2잔까지 해서 28.x유로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걍 29유로 결제했다. 후에 다른 곳을 돌아다니면서 깨달았지만 뮌헨은 참 물가가 비싸다.
먼저 시켜서 나온 아잉어 맥주. 둥켈과 헤페바이스 두 종류를 마셨는데 맛이 훌륭했다. 독일이 맥주로 유명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마신 거나 독일에 가서 마신 거나 딱히 성에 차는 게 없었는데 (특히 뢰벤브로이. 야 맛이 그게 뭐야 -_-) 아잉어는 정말 좋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음식 사진을 잘 못 찍는다... 비주얼은 이렇지만 맛은 괜찮았다. 겉이 꽤 질기고 바삭바삭해서 뜯어먹기가 조금 힘들었다.
첫 잔은 둥켈, 두 번째는 헤페바이스. 내가 다 먹을 때쯤 손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자리가 거의 다 차기 시작했다. 독일에 가서는 항상 저녁을 빨리 먹고 저녁식사 시간에는 산책을 하든가, 숙소에 드러누워서 쉬고 밤에 산책하든가 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내가 식사할 때는 앞에 미국, 러시아, 스코틀랜드에서 온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전부 따로따로) 스코틀랜드에서 온 노년 여성이 미국인 둘을 보고 "트럼프 좋아해? 혹시 네가 뽑았니?" 하고 자꾸 트럼프로 농을 걸어서 웃겼다. 나랑 숙소를 같이 쓴 이탈리아 청년도 매번 그 얘기를 했는데, 유럽인들 농담거리로는 이게 아주 재밌는 모양이다. 곧 거기에 영국도 추가되겠지. 유럽이 아닌 영국...
예의상(?) 호프브로이하우스 병맥주를 하나 살까 했는데 말았다. 다시 마리아 광장을 거쳐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 하루 종일 나치와 관련된 전시를 보느라 좀 힘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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