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키움과 삼성이 각각 구원투수 김태훈(1992년생)과 내야수 이원석(1986년생) 및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맞바꾸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며칠 전 3연전 기간에 양측 실무진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삼성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고, 이후 25일 실행위원회에서 그림이 구체화된 이후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고.

 

 

1. 각 팀의 사정

삼성은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이 4.70(8위)일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오승환이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으나 새 마무리로 낙점된 신예 이승현도 21일 KIA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우규민 역시 8경기에서 ERA 5.68로 아직 안정을 찾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필승조를 맡아줄 불펜이 절실한 상황이다.

 

키움은 비시즌 이형종을 보강하긴 했으나 타선의 중심이 여전히 좌타에 쏠려있고, 팀 타격 스탯이 .247 .675(각각 9, 8위)로 하위권에 처져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스탯티즈 기준) 1루수 자리에서의 타격 스탯은 .141 .238 .207로 최악 수준이다. 따라서 오른손 내야수를 보강하는 게 시급한 과제였다.

 

 

2. 프로필

1986년생 우타 내야수인 이원석은 통산 .264 .335 .400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로, 보상선수 이적 신화(롯데에서 두산)에 이어 FA 이적 신화(두산에서 삼성)까지 쓴 것으로 유명한 선수다. 현재 스탯은 .362 .486 .483으로, 타율 4위와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이 기세가 시즌 내내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당장 잘 치는 타자를 데려온 것만 해도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두산 이적 후에는 쭉 3루를 봐왔지만 상당히 수비범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키움에서는 1루로 기용하면 될 것이다. 물론 이원석에게도 약간의 약점은 있는데, 나이의 여파인지 원래 2009년 이후 굉장히 균형잡혀있던 스플릿 성적이 최근에는 우투수 상대로 많이 안 좋아졌다. (2017년 이후 우투수 상대 1807타석 .256 .340 .416 / 좌투수 상대 672타석 .293 .368 .477 / 잠수함 상대 332타석 .266 .337 .406) 그러나 나이를 감안해도 올해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을 불태워야 하는 입장의 키움에는 꼭 필요한 타자임이 분명하다.

 

1992년생 우완 투수인 김태훈은 2012년 2차 9라운드에 지명된 고졸 투수로, 통산 263경기에 등판해 ERA 4.59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성적은 8경기 5.87로 좋지 않지만 2019-2021 3년간 연 70이닝 가까이 소화하며 3-4점대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시즌을 마무리 투수로 출발하기도 했다. 통산 353이닝에서 175사사구를 허용했을 정도로 불안한 제구는 단점이나, 대신 좌타를 상대할 확실한 무기(스플리터)가 있는 투심 투수라는 점이 새로 홈구장이 될 라이온즈파크에 잘 들어맞는다. 필승조 투수로는 약간의 불안함이 있긴 하나 이승현(좌완)의 경험치를 쌓을 시간을 끌어주는 투수로는 충분히 괜찮은 투수고, 대체선발 및 롱릴리프에서 마무리까지 불펜의 모든 보직을 경험해봤다는 점도 삼성 불펜진에 힘을 더해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3. 개인적인 생각

이 팀 타선이 보강이 필요한 것은 맞았으나, 받아올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고 판단해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큰 카드를 데려왔다. 필승조 경험이 있는 불펜 투수는 대체로 내주기 쉬운 자원이기 때문에 트레이드한다면 그 대상이 김태훈이나 양현일 것은 예상했으나, 이원석을 3라운드 지명권까지 붙여서 데려올 수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삼성이 불펜 사정을 심각하게 생각해서 다소 조급한 트레이드를 했다는 느낌인데... 키움으로서는 손해볼 건 없으니 트레이드 자체는 괜찮으나, 또 한 명의 소중한 선수가 팀을 떠난다는 사실은 다소 아쉽다.

 

이로써 주효상의 반대급부로 가져온 2라운드 1장과 김태훈의 반대급부로 가져온 3라운드 1장을 더해 올해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이내에 지명권 5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신인을 많이 뽑을 수도 있지만, 여름에 불펜이나 또다른 타선 보강을 위해 이 신인지명권을 과감하게 넘겨주는 추가 트레이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어느 방향이든 팀이 빠르게 전력보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인 것은 만족스럽고, 이런 결단력을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기 바란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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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0423

vs SSG (문학)

1:3 패 / 2:3 패 / 7:9 패

1차전 후라도 / 김광현

2차전 최원태 / 맥카티

3차전 이승호 / 오원석

 

 

1. 무능

창단 첫 시즌을 제외하고 그 동안 한번도 당하지 않았던 인천 3연전 피스윕을 오천 며칠 만에 달성했다. 과연 명장! 작년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가서야 정신을 차린 홍원기~' 하는 평을 했는데 재계약을 보장받고 나니 3년차 시즌 4월에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어 심히 절망적이다. 금요일에는 불펜을 못 믿으니 이미 구속이 떨어진 후라도를 7회에 올렸다가 경기에서의 패배를 사실상 확정지었고, 토요일에는 이미 한유섬에게 안타를 맞았던 양현을 8회 2:2 동점에 올렸다가 결국 에레디아-한유섬에게 넉아웃당하지 않았나. (최지훈이 출루한 다음 최정의 라이너를 전병우가 잡는 행운이 뒤따랐음에도 투수를 바꾸지 않았다!) 롱릴리프로 쓰던 양현을 갑자기 8회에 올리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좌타 상대 성적은 보면서 경기를 운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양현 2021시즌 우타 상대 138타석 .261 .675 / 좌타 상대 .400 1.025, 2022시즌 우타 상대 96타석 .226 .615 / 좌타 상대 68타석 .333 .850) 체인지업이 훌륭해서 좌타자와 대결해도 일정 수준의 억제력을 가진 김동혁과 달리, 양현은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의 한계를 이미 드러낸 투수다.

 

어차피 이길 상황이 나오지 않으니 마무리가 아웃카운트 4~5개를 잡아도 상관없건만 삼성전에도 토요일에도 김재웅을 8회에 올리지 않다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지 일요일에는 8회말에 김재웅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운빨마저도 감독을 버려 김재웅이 안타 3개로 3실점하는 참사마저 발생했다. 그래도 위안거리라면 김재웅이 세이브 상황에서 무너진 게 아니라는 것?

 

몇 가지 구체적으로 로스터 운영 및 경기 운영을 지적해보자면... 첫째, 김수환을 시리즈 도중 말소한 건 이해가 가지만 김준완을 올릴 이유는 없었다. (퓨처스 1경기 4타수 2안타 쳤다고 명분이 된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박준태가 항명이나 품위손상행위 같은 경기 외적 사고를 치거나 부상인 게 아니라면, 김준완이 박준태보다 우선시될 근거는 하나도 없다. (심지어 예진원조차도 김준완보다는 먼저 기회를 받아야 한다)

 

둘째, 이지영(.619)이나 김태진(.598)처럼 단타 생산 외에 타석에서 특별히 기대치가 없는 선수들을 7번 위로 올려보낼 필요도 없다. 아마 김태진의 득점권 타율(.364)을 보고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왜 김태진처럼 컨택 1툴인 선수가 중심타선에 가깝게 붙어서 안 그래도 빈약한 팀의 공격력을 더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는가. 두 선수는 8,9번에 붙여놓고 연속 안타를 기대하는 게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 김준완은 현 외야 로스터에서 선발로 내보내지 않는 게 낫다. 현재 외야 구성은 이용규-이정후-이형종을 기본으로 하고, 만약 세 선수 중 한 명이 지명타자로 빠진다면 당연히 임병욱이 선발로 나와야 한다. 임병욱이 기대치에 비해 못 큰 노망주인 건 맞지만 주루나 수비에서 김준완보다 훨씬 낫고, 적어도 뜬금없는 장타라도 뽑을 수 있는 Raw Power는 있는 타자다.

 

넷째, 이정후를 이제 3번에 고정해놓지 않아도 된다. 현재 이정후의 성적(.197 .693)은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차마 1군에서 뺄 수 없는 선수이므로 (대체선수가 있다면 잠시 2군이라도 다녀오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5번쯤으로 내려서 상위타선을 출루율이 높고 어느 정도의 타율이 나오는 이용규가 1번, 팀 최고의 기동력을 자랑하면서 타격이 우수한 김혜성이 2번, 현재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러셀이 3번... 이런 식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이형종이 4번, 김휘집이 6번, 박주홍이 7번, 임병욱이 8번, 이지영이 9번을 치면 현재 타선에서 어떻게든 꾸릴 수 있는 베스트 라인업이다. 물론 이정후가 화요일부터라도 살아나준다면 3번에서 바꾸지 않아도 된다. (그런 흑마법을 바라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2. 타선

득점권 7할(!)을 마침내 찍은 러셀과 여전히 1번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김혜성을 제외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주 6경기에서 뽑은 25점은 썩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간 1승 5패를 거둘 만한 타격은 아니었는데, 불펜과 타선의 엇박자가 심각하다.

 

특히 이제 79타석까지 들어선 이정후의 컨디션이 아주 심각하다. 혹자는 기사를 통해 '타구속도가 여전히 높다' 'BABIP이 통산에 비해 낮아 불운이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통산 BABIP가 .355, 작년이 .339인데 올해 BABIP .182이다) 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으나, 실상은 그냥 타구질이 안 좋기 때문에 BABIP도 낮은 것이다. 이전에는 그래도 손목이 덮이면서 땅볼이 되는 타구라도 간혹 코스 안타가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SSG 3연전에서는 김광현에게 친 뜬금포 솔로 홈런과 (파워가 늘었다는 건 확실히 알겠더라) 일요일 슬라이더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받아친 안타 하나 외에는 그런 행운조차 따르지 않았다. (SSG전 13타석 11타수 2안타, 2볼넷)

 

잠시 이정후의 직구 상대 성적을 보자. 차례대로 타구속도-타율-장타율이다. (2itracking 기준) 작년에는 143.1km/h, .381, .659였는데 올해 137.4km/h, .192, .385다. 직구 상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하니 변화구를 노리게 되고, 그 와중에 간혹 저번 3연전 안타처럼 정타가 되는 공도 있으나 대부분 헛스윙 혹은 먹힌 좌익수 플라이나 제대로 안 맞은 2땅으로 끝나게 되니 슬라이더 상대 성적 역시 좋지 않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이정후의 부진 원인이 개막 초의 허리 통증 후유증인지 바꾼 타격폼 때문인지 특정 원인을 확신할 수는 없다. 타격폼이 문제였다면 그 동안 계속 타격폼을 소소하게 바꿔왔는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왜냐, WBC나 시범경기에서 잘 쳤던 것은 어떻게 설명하냐는 반론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잘 하던 선수가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줬다가 성적이 폭락했다면 이전 시즌과 바뀐 점에 절로 주목이 가기 마련이다. 현재 이정후는 타격폼을 도로 바궜는데도 여전히 성적이 좋지 않다. 그럼 두 가지 정도 추측을 해볼 수 있겠는데... 하나는 새로운 폼에 적응하기도 전에 너무 성급하게 타격폼을 돌려놨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타격폼을 바꿨기 때문에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져 원래 폼으로 돌아갔어도 이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팀에서 가장 중요했던 선수이자 언제나 상수로 여겼던 선수가 부진해서 다소 글이 길어졌는데... 빨리 부진에서 탈출하길 기원한다.

 

다른 선수로 화제를 전환해보자면, 저번에 러셀의 타격 데이터가 2020시즌과 별다를 게 없고 직구 상대 성적이 안 좋아서 언제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을 했는데 3연전에서 맥카티의 직구(144)와 오원석(141, 141) 및 노경은(144)의 직구를 상대로 무쌍을 찍어서 굉장히 무안하게 되었다. 최민준의 커브 상대로도 안타가 나왔고, 언급한 모든 케이스가 간결한 스윙으로 중앙-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내는 모범적인 안타라서 트집을 잡을 수도 없다. 잘할 때 최대한 많은 타석에 설 수 있게 2-3번에서 기용해보면 어떨까.

 

이형종은 3연전에서 첫 경기 삼삼삼병, 세 번째 경기 6타수 1안타에 경기를 끝장내는 1사 만루에서의 병살타로 민심을 상당히 잃었는데, 나도 영입할 때 5-6번에 제일 어울리는 타자라고 평하긴 했지만 2번은 아니라거나, 저번 주의 부진한 성적으로 '팀배팅을 안한다' '탐욕스윙'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다소 조급해보인다. 당장 2주 전에 두산-KIA전 5경기에서 매번 안타와 장타를 뽑을 때도 타순은 2번이 아니었던가. 현재 이형종은 직구와 슬라이더 상대 타격은 괜찮기 때문에 타순 고정만 된다면 오프스피드 구종을 상대로 한 약점을 감수하고 계속 쓸 만 하다. 중요한 점은 2번이냐 5번 6번이냐가 아니라 일관성있는 타순이 아닐까.

 

 

3. 5선발과 불펜

문성현이 팔꿈치 통증으로 말소되었고, 5선발로 부진한 피칭을 보인 이승호 역시 1군에서 내려갔다. 문성현은 2019시즌에도 어깨부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운 적이 있고, 2020시즌에도 불펜데이 선발이나 멀티이닝으로 구르다가 팔꿈치 통증이 온 적이 있으며 작년에도 팔꿈치 부상으로 8월 말 말소되어 그대로 시즌을 끝낸 경력이 있다. 전지훈련 때도 자리를 비웠으니 사실상 제대하고는 거의 매년 부상으로 풀시즌을 치르지 못했는데, 이번의 부상이 얼마나 심각할지는 모르지만 풀타임 전력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확실해진 셈이다.

 

이승호는 매년 기대가 컸던 투수고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호투하면서 올해 다시 선발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이 있었으나... 시범경기에 이어 정규시즌 첫 경기에도 부진했으니 큰 반전을 바라기는 어렵다. 팀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올 시즌이 끝나면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대체선발은 별다른 반전이 없다면 정찬헌, 약간의 변화를 준다면 주승우일 텐데 그나마 주말 3연전이 LG나 NC전이 아닌 롯데전이라 정찬헌의 콜업을 예상한다.

 

조상우나 김성민도 시즌 중 제대가 아니라 올해 충원되는 전력이 더 없는데, 안 그래도 허약한 불펜에 또 이탈하는 선수가 생기니 염려가 된다. 김동혁과 김재웅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빨리 나오면 좋겠다.

 

 

4. 타자 트레이드?

타자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곳에서 보이던데, 1군에서 OPS .700 이상이라도 쳐줄 타자를 후보로 보유하고 있는 팀이 그렇게 많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그나마 외야수가 풍족한 팀이 롯데와 KIA인데, 롯데는 렉스-안권수-황성빈-김민석으로 시즌을 달릴 게 확실하고 KIA는 나성범의 부상으로 이 외야수 저 외야수 돌려가면서 구멍을 메워야 하는 입장이다. 8주 공백이 예상된다는 나성범이 복귀하고 최원준(6월 14일)이 제대해야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 팀은 (정말 무슨 자신감인지 모를) 윈나우를 천명했으므로 내줄 수 있는 카드는 불펜투수 혹은 유망주와 지명권(아마도 2라운드)인데, 아무리 다른 팀 로스터를 둘러봐도 1군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었고 상대 팀이 안 내주진 않을 듯한 선수는... 두산 강진성과 NC 정진기, 권희동 딱 셋이다. (SSG 이정범에도 눈길이 가긴 하는데, 1군 경험이 많지 않고 SSG는 자기들이 꽂힌 구석이 있으면 선수를 오래 묵혀두는 특성-어느 팀이 안 그렇겠냐만-이 있으며 외야 고령화가 심각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거 같지 않다)

 

결국 당장은 타자를 데려와서 전력 보강을 하는 옵션도 어려운 셈이다. 나는 최상위급 유망주라도 팀 사정과 카드만 맞다면 팔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딱히 그런 도박을 할 만한 후보군도 없다. 위에 있는 선수들 받자고 장재영이나 박찬혁급을 내던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감독이 정신을 차리거나 선수들이 더 잘 해서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선수들이면 몰라도 감독에게 그걸 기대하긴 힘들어보이고... 차라리 작년 한국시리즈를 계기로 사람이 달라진 최원태가 본인이 선발 등판하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감독대행을 하면 어떨까? 홍원기는 뒷전으로 물러나서 총감독 겸 심리상담사(아니 상담심리사였던가?) 역할을 계속하는 걸로 교통정리하고.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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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키움 히어로즈

0418~0420

vs 삼성 (고척)

6:4 패 / 9:5 패 / 1:6 승

1차전 백정현 / 장재영

2차전 이재희 / 안우진

3차전 뷰캐넌 / 요키시

 

 

1. 투수진

장재영의 두 번째 등판은 2.1이닝 4안타 5볼넷 6실점으로 마무리. 지난 경기는 그래도 어느 정도 버텨줬으나, 직구 아니면 슬라이더밖에 없는 단조로운 볼배합과 이전 경기보다도 심각했던 제구로 공이 가운데 들어갈 때마다 장타를 뻥뻥 얻어맞았고, 결국 경기가 끝나고 1군에서 말소되는 신세가 되었다. 장재영의 공이 깃털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으나, 구속이 이전보다 낮은 점을 제외하면 (3년간 150.2km/h → 151.3km/h → 149.3km/h) 장재영이 얻어맞는 것을 딱히 구위가 나빠서라고 볼 근거는 없다. (안우진 직구 상하 무브먼트 32.1 / 좌우 -11.0, 장재영 33.8 / -10.1) 원인은 지극히 당연하다. 상대 선수들이 노림수를 쉽게 가져가서 가운데에 있는 직구 하나만 보고 칠 수 있게 해주는 장재영의 투구 패턴이다. 제구를 잡겠다고 구속을 줄이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제구가 다소 좋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존 비슷하게만 가면 상대 타자들이 헛스윙을 한다는 점을 깨닫고, 구속을 높게 유지하면서 던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5선발이 구멍이 났으니 대체선발이 있어야 하는데... 이승호 (16일 1차전 3이닝 53구, 20일 1이닝 9구) 이명종 (16일 2차전 3이닝 53구, 20일 3이닝 41구), 주승우 (18일 5이닝 70구), 정찬헌 (19일 2이닝 20구) 중에 아직 준비가 된 선수는 없어보인다. 일요일에 이 선수들 중 누가 올라오든 3이닝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우진은 4번째 경기도 6이닝 2실점 10K를 했기 때문에 딱히 언급할 이유가 없다. 다만 수요일 경기에서 당연히 이겨야 하는 선발 맞대결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1경기를 날려버렸다는 게 아쉬운 부분. 수요일 8회를 날린 김태훈이 필승조를 맡기기에는 제구 불안이 심각해 안심이 되는 투수가 아닌 건 맞지만, 그렇다고 임창민이나 하영민, 문성현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결국 스터프가 좋은 투수를 키워내기 전까지는 공포에 떨면서 8회를 관람하는 것 외에 해결책이 없어보인다. 언급한 4명의 불펜투수가 모두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 태생적으로 약점이 있기 때문에 좌완 불펜의 확충이 필요한데, 수요일 경기에서 드러났듯이 이영준도 예전보다는 구위 하락이 심각하고 또 이승호는 쉽게 불펜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요키시는 2경기 연속 QS로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연패를 잘 끊어줬다.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다소 처지더라도 K/BB가 압도적인 요키시가 로테이션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팀에 보탬이 될 것이다.

 

 

2. 타선

이정후가 시즌 66타석까지 .200 .679를 치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19시즌이나 2021시즌에도 개막하고 한 달 가량 감을 찾지 못했던 전례가 있으나, 그때와 비교하더라도 타율이 심각한 것이 염려되는 포인트다. (데뷔 이후 컨택%도 가장 낮다. 84%대의 컨택이 '좋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평소의 이정후가 얼마나 괴물인지 체감할 수 있지만...) 물론 2019시즌의 부진은 약 70타석 중반대까지, 2021시즌의 부진은 110타석까지 지속되었으니 아직 지켜볼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타구 데이터상으로 2021년 4월의 이정후와 지금의 이정후는 크게 차이가 없고, 오히려 지금이 더 나은 측면도 있다. 정말 어려운 이야기지만 타격폼도 원 상태로 돌려놨으니, 상대 투수들의 바깥쪽 유인구에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대응한다면 자연스럽게 성적 역시 따라올 거라 믿는다.

 

'타율은 쓰레기'라는 현대야구의 명제에 충실한 야구를 하고 있는 김휘집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포인트는 개막 후 45타석에서 벌써 9개의 볼넷을 얻어냈다는 것과 (작년의 2배다) Z-Swing%은 늘고 (66.4% → 70.7%) O-Swing%는 감소했다는 것이다. (27.9% → 22.5%) 좋은 타자는 대체로 존 안의 공을 더 적극적으로 타격해서 스탯을 올리고, 존 바깥의 공은 참으면서 걸어나간다. 본인의 말로는 평생 안 고쳐지던 게 한번에 고쳐질 정도로 타석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 (하체 스탠스라고 한다) 장타를 의식하지 않고 타격하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고. 김휘집은 어느 정도 펀치력이 있기 때문에 좌중간으로 공을 가볍게 보낸다는 마음으로 타격을 해도 충분히 2루타 이상을 뽑아낼 수 있다. 본인이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존 안에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만 타격한다면 (지금 타격해서 결과를 낸 공들도 대부분 130km/h 후반대 직구 아니면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였다) 계속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

 

한편 이정후가 부진한 타선은 김혜성(.343 .844)이 밥상을 차리면 이형종(.267 .786)과 러셀(.340 .796)이 받아먹고 가끔 김휘집이 숟가락을 들이대는 식으로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내고 있으나... 이런 구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외국인 타자인 러셀이 계륵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어 참으로 아쉽다.

 

화요일 1회 이재현 타구를 놓친 데서 볼 수 있듯이 러셀의 수비범위는 3년 전보다 더 좁아졌고, 아무리 생각해도 벌크업이 아니라 살크업이 의심되는 체구는 주루와 수비에서 슬라이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자기 수비범위 내로 공이 들어오면 공 빼는 속도는 탁월하다는 걸까...) 여러 번 얘기했지만 실책이 다소 많아도 커버할 수 있는 수비범위가 넓은 유격수가 좋은 선수인데, 현재의 러셀은 확연히 그 반대다. 타석에서도 지금의 쾌조를 이어가리라 자신할 수 없다. 득점권 타율 .667로 기세가 좋긴 하지만, 올 시즌 러셀의 타구 속도는 133.4km/h로 2020시즌과 비슷하며 (2itracking 기준) 직구 상대 타율은 .167로 2020시즌에 비해도 확연히 낮다. 변화구 대처가 괜찮아서 어설프게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나 커브는 대부분 안타로 연결한다는 건 장점이지만, 시즌 내내 지금 수준의 고타율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업그레이드된 김태진 이상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2020시즌에도 러셀은 3할 타율을 딱 한 달 (110+타석) 유지했고, 거품이 빠지자마자 유땅과 우익수 뜬공을 마구 양산하며 처참하게 망했다.

 

반면 이형종은 안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형종을 처음 영입할 때는 타석에서 도움은 되겠지만 괜찮은 성적을 낼 거란 확신은 없었는데, 팀에 필요한 2루타를 많이 공급해주면서 존 안에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아 직구(.286)와 슬라이더(.444) (2itracking 기준) 상대로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극초반의 스몰 샘플이긴 하나 자신의 커리어와는 달리 우투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점(50타석 .310 .920) 등이 좋다. 타구 트래킹 데이터로도 결코 나쁘지 않다.

 

이형종 최근 4년 타구 데이터 (출처: 2itracking)

이형종이 풀타임 출장하면서 2021시즌(wRC+ 105)보다 좋은 성적을 내준다면 성공적인 영입이다. 만34세의 나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우익수 수비, 계약 후반에 연봉을 몰아놓은 계약 구조... 걸리는 지점도 있으나, 일단 지금은 즐겨도 된다.

 

 

3. 기타

김혜성이 교체되어 나갔다는 소식을 보고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큰 부상은 아니라는 게 안심이나 팀 타격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만큼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다행히 목요일 경기는 교체되어 들어온 김태진과 전병우가 멋진 수비(직선타 캐치 후 주자 귀루 저지 / 1루 직선타 방어 및 어려운 송구 포구) 그리고 타석에서의 활약 (멀티히트 / 홈런)을 보여주면서 제 몫을 했으나, 오늘 경기부터는 어떨지 걱정이 앞선다. 임병욱과 박주홍이 좀더 분발해주길 바란다. 임병욱은 현재 직구 컨택 비율이 50%를 간신히 넘길 정도로(스탯티즈 기준 53.6%) 형편없는데, 이런 허접한 컨택 능력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홍원기 감독은 수요일 경기처럼 2번 김동헌 DH 같은 타선으로 실험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어째 3년차에 들어가서도 '운' 하나 외에는 나아진 점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매니징 능력이다. 화요일 경기야 김동헌과 송재선이 동시에 선발이라는 데서부터 연승을 이어갈 의지가 없어보였으나, 아무리 타격 재능이 있어보여도 신인 타자를 2번으로 내보내는 것은 감독이 할 일이 아니다. 김동헌의 표면상 성적은 좋으나 경기 후반에 쌓은 타격 스탯이 많았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재 김동헌이 선발 6경기에서 쌓은 타격 스탯은 15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KIA전 윤영철 상대 사구

수요일 김동헌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면서 상대 포수인 강민호가 '일부러 들이댔다'고 격렬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보였다. 팀의 미래로 기대하고 있는 선수에게 가급적 지적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미 KIA전 윤영철 사구 때부터 심판이 굳이 1루심과 2루심을 불러서 물어볼 정도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구 장면을 옆에서 잡은 구도는 글을 쓰면서 지금 봤는데, 이게 삼성전보다 더 고의성이 짙어보인다) 어쩌다 한 번이면 실수일 수 있겠으나 두 번은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다. 타석 영상을 돌려봐도 몸의 다른 부분은 움직이지 않고 팔꿈치만 앞으로 쓱 나가서 맞았는데, 아무리 팬이라도 이걸 '고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건 마치 안우진이 좌완 투수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김동헌은 타격에 재능이 있어보이고, 또 몸을 닫아놓고 치는 스타일이라 필연적으로 프로 커리어에서 사구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의 출루 하나가 급하다고 굳이 커리어 내내 달고 다닐 힛바이피치를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고, 또 현재 나쁜 쪽으로 이미지가 찍히면 상대팀에서 진짜 맞히려는 의도로 보복구가 날아오거나 정작 나중에 진짜로 몸에 공을 맞아도 심판이 안 맞았다고 판정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KBO 심판들이 '공을 피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잘 재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부상 예방 관점에서도 현명하지 못한 일인데, 팔꿈치나 등에 공 하나 잘못 맞는 순간 프로 선수는 바로 1~2개월짜리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김동헌이 부상당하면 본인에게도 손해고, 팀에도 손해다.

 

홍원기 감독은 '의도하지 않은 플레이지만, 변화는 필요하다' '일부러 맞으러 가는 선수는 없다. 따로 말하진 않았고, 타격 코치를 통해 전달하겠다' 느낌의 인터뷰를 했는데, 팀 구성원을 감싸면서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니 감독으로서 훌륭한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김동헌 본인도 조속히 이를 해결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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