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3월 7일 출국, 3월 30일 귀국

장소: 뮌헨 - (퓌센) (다하우) - 뉘른베르크 - 쾰른 - 함부르크 - (뤼베크) (문스터) - 드레스덴 - (라이프치히) - 베를린 (포츠담)

각종 문의: 본 포스팅 덧글 또는 트위터 @Peria1024로 질문하실 시 아는 범위 내에서 친절히 알려드림


나는 항상 독일에 가보고 싶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그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인 여정 위주로 적겠지만 후에 독일 가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소소한 정보도 생각나는 대로 첨부할 예정이다.



여행 전 내가 독일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라인 강의 기적' 과 과거사 반성,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의 역사 등으로 한국인이라면 으레 조금 갖고 있을 법한 호감과, 수도가 베를린이고 독일어를 쓴다는 것,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이라는 것 수준의 기본 상식들.


아는 바가 없으니 가고 싶은 장소와 도시를 정한 뒤, 이에 맞추어 동선을 결정하기 위해 가이드북을 두 권 샀다. 하나는 <셀프트래블 독일> (김주희 저) 이었고 하나는 <프렌즈 독일> (유상현 저). <셀프트래블>은 숙소나 음식점 정보가 알찬 편이었고, <프렌즈 독일>은 독일 전역을 거점 도시와 주변부로 나눠놓아 여행 코스를 짜기 적합했다. 여행할 때는 후자를 들고 갔는데, 책 외에도 저자의 블로그 (링크) 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일정은 대략 3주로 잡았는데, 독일 갔다 왔다고 주변에 뻐길 수 있는 정도의 기간이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갔다 와서 큰 지장 없이 학업을 마무리할 여유 자금이 어느 정도일지를 생각하며 타협하였다. 루트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뮌헨에서 들어가 베를린으로 나오는 것으로 큰 그림을 정하니 나머지는 한결 쉬웠다. 최종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여담이지만, 처음에 짰던 코스는 프랑크푸르트 -> 로텐부르크/뉘른베르크 -> 뮌헨 -> 드레스덴 -> 베를린으로 2주였다. 도중에 수정을 많이 했는데, 프랑크푸르트랑 하노버를 빼니 그림이 괜찮게 나왔다.)


뮌헨 (4박 5일) - 뉘른베르크 (2박 3일) - 쾰른 (1박 2일) - 함부르크 (5박 6일) - 드레스덴 (3박 4일) - 베를린 (6박 7일)



비행기표는 작년 9월 ISIC 국제학생증 발급받으면서 KISES 사이트 (링크) 에서 구매했고, 폴란드항공으로 69만원이 나왔다. 갈 때는 바르샤바 공항 경유해서 뮌헨으로, 나올 때는 베를린 테겔 공항에서 바르샤바 경유해 인천으로 들어오는 경로. 당시 비행기 가격은 (30시간씩 걸리는 말도 안 되는 걸 뺀다면) 핀에어 (헬싱키 경유) 80만원 중반대-루프트한자 (뮌헨 직항 / 베를린 - 뮌헨 경유) 90만원 중반대였고, 요새는 카타르항공 (도하 경유) 기준으로 80만원 후반대-루프트한자 (뮌헨 직항) 기준으로 100만원 내외 하는 것 같다. 비행기표 가격이야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만약 중부유럽 가실 계획 있는 학생이라면 국제학생증 발급받고 (1년에 17,000원인데 가서 충분히 본전 뽑는다) 겸사겸사 폴란드항공으로 예약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이동이 많아서 철도패스를 샀다. 독일철도패스는 국내 여행사나 독일철도청 (링크) 을 통해 사도 되지만, 코레일을 통해 구입한 다음 찾으러 가도 된다. (링크) 어찌 됐든 국내에서 미리 사는 게 낫다. 해외에 나가서 사려면 독일 철도역 Reisezentrum (여행자센터 정도?) 에 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심히 귀찮기 때문이다. 어차피 패스를 개시하려면 한번은 가야 하지만... 미리미리 사자.


독일철도패스는 1등석/2등석, 성인/트윈/유스, 연속사용(Consecutive)/선택사용(Flexi)으로 나뉜다. 어느 패스든 발행한 지 11개월 안에 개시해야 하고, Consecutive는 개시한 날부터 무조건 연속으로 사용해야 하며 Flexi는 개시한 날에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로부터 1개월 동안만 유효하다. Consecutive는 5/10/15, Flexi는 3/4/5/7/10일권을 판매한다.


내가 생각하는 패스를 사야하는 사람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7일 이상 이동 / 2. 게으름 / 3. 그러면서도 패스를 안 잃어먹을 정도의 세심함은 있음


반면 패스를 안 사는 게 나은 사람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5일 이하로 이동 / 2. 시간계획을 칼같이 지킴


Flexi 5일 성인 2등석이 230유로인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독일철도청(DB) 사이트를 이용해서 (Super) Sparpreis로 더 싸게 5일치 표를 구할 수 있다. 물론 외국어로 표를 구입하는 건 귀찮은 일이고, 더군다나 특정 시간대에 기차를 타야 한다는 제약이 정해지면 여행이 힘들어지기 마련이니 이게 싫다면 패스를 살 가치가 충분하다.


위의 이야기는 Flexi 기준이다. Consecutive는 안 사서 모르겠고... 게다가 설마 독일에서 10일 이상 연속 이동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5일 연속 이동한다면 한 곳에 숙소 두고 근교 도시 왔다갔다 하는 여행자일테니 패스보다 랜더티켓을 사는 게 더 싸게 먹힌다.



패스는 이렇게 생겼다. (내가 산 패스는 Flexi 10일 2등석 유스로, 유스는 만 12세에서 27세까지 구입 가능하다.) 처음 사면 아무 숫자도 글자도 없으니 괜히 적지 말고 독일 기차역에 가서 개시하면 된다. Reisezentrum에 들어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다음 순서가 되면 창구에 가서 직원에게 개시해달라고 하면 된다. (Please validate this 뭐 그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그럼 직원이 여권을 받은 다음, 개시하는 날짜와 마지막 날짜 그리고 여권 번호를 적고 도장을 찍어준다. 그럼 모두 끝난 것이니, 밑에 Day/Mth에 날짜를 적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차를 타면 된다. (날짜를 적을 때는 검은색 혹은 파란색 펜으로 적으라고 하더라.)


패스에 날짜를 적으면 그날 당일은 기차가 공짜다. ICE, EC, IC, RB, RE 등 역에서 역으로 굴러다니는 기차는 모두 공짜고, 사설철도 (MRX니 뭐니 하는...) 역시 그렇다. 다만 트램과 버스, U반은 독일철도패스로 이용할 수 없다. (S반은 독일철도청에서 운영하는 거라 된다고 한다.)


패스를 갖고 기차를 타면 빈 자리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된다. 예약되어있는 자리라면 머리 위에 하단 사진처럼 어디에서 어디까지 예약이라고 뜨니, 요령껏 피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예약 구간 전에 내린다면 앉아도 무방하다.



당연히 검표는 꼬박꼬박 한다. 어떤 차장은 그냥 보고 돌려주기도 하고, 어떤 차장은 상단 사진처럼 숫자를 찍어주기도 했다. 일치하는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권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으니, 패스를 산 사람은 여권을 지참해야 문제없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잡설이 길었다. 이 외에 출발 전에 미리 해둔 건 다음과 같다.


1) 비상연락처 확인 (대사관 등)

2) 예매내역 인쇄 (알리안츠 아레나, 노이슈반슈타인)

3) 환전 (750유로 정도 했는데, 숙소 결제를 빼고는 대부분 현금을 사용했고 귀국 이틀 전에 다 썼다.)

4) 기타 소소한 아이템들을 준비. 비오킬을 샀는데 (약국에 가면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분량을 판다!) 유럽 여행 얘기에 꼭 빈대(bed bug)가 나오길래 혹시나 해서 사두었다. 다행히 간 숙소는 모두 깨끗해서 사용할 일은 없었다. 자물쇠를 2개 정도 샀는데 하나만 썼고, 다이소에서 파는 천원짜리 빨랫줄을 챙겨갔지만 뮌헨에서 지낸 5일을 빼고는 쓸 일이 없었다. 이때쯤 비가 많이 온다길래 비옷과 조그만 우산을 모두 챙겼는데, 우산은 이틀 정도 썼고 비옷은 안 쓰고 그냥 후드 뒤집어쓰고 비 맞았다. 그렇다면 비가 안 왔느냐? 아니 3주 여행 중에 마지막 한 주를 빼고는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_-...



유럽은 처음 가보고, 국제선 타고 나가보는 건 오랜만이라 찍어봤다.



기내는 요렇게 생겼다. 보잉 787 기종이었는데 둘 중에 어느 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자리배치가 3-3-3이었는데 일부러 가운데 3의 왼쪽 자리에 앉았다. 화장실 가는 옆자리 승객 때문에 일어날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겠지 하고 큰 그림을 그렸는데, 내가 앉은 가운데 3이 다 비어서 여유롭게 왔다. 폴란드항공 웹체크인은 36시간 전에 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귀국할 때는 36시간 전도 24시간 전도 아닌 요상한 시간에 열렸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웹체크인을 제대로 못해도 자리를 지정할 수 있으니까 자리는 미리 정해두자. 7열 (프리미엄 이코노미 뒤) 20열 (비상구) 29열 등이 좋다고 하는데, 안 가봐서 모르겠다. 나는 왕복 내내 18열이었는데, 주날개 위라서 좀 시끄러웠다.



타면 일단 땅콩 (..) 과 음료수를 준다. 물, 레드와인, 주스, 맥주 등등을 고를 수 있는데 맥주를 마셔보았다. 평범한 라거고 별로 맛있지는 않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보위 말고도 MJ/핑크/퀸/롤링 스톤스/아이언 메이든/두아리파/시아/리틀믹스/레이디 가가/자미로콰이/저스틴 비버/켈리 클라크슨/에드 시런/데이빗 게타/리암 갤러거/패닉앳더디스코 등등의 앨범이 있었다. 한국 가수는 자랑스럽게도 펜타곤과 방탄소년단이 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일본 앨범이다 ㅠㅠ



아침 먹은 지 얼마 안됐는데 바로 기내식을 줬다. 다 못 먹어도 먹어야지 어쩌겠나... 비프 or 치킨? 하고 물어본다. 두번째는 무조건 치킨이란 풍문을 들어서 비프를 골랐다. 왼쪽 하얀 건 푸딩이다. 꽤 맛있었다. 오른쪽 위엔 치즈와 햄...



첫 기내식을 주고 시간이 좀 지나면, 비행기 맨 뒤에서 신라면과 초코바를 가져올 수 있다. 당분간 먹어둘 기회가 없으니까 열심히 먹자.



두 번째 기내식. 사실 이게 더 맛있었다. 비주얼은 영 별로지만 정말이다.



10시간 동안 열심히 잠도 자고 좌석에 있는 화면으로 테트리스 게임도 하다가 바르샤바 도착. 경유를 해야 한다. transfer connection을 쭉 따라가면 된다.



EU 시민이 아니니까 ALL PASSPORTS 쪽으로... 암튼 열심히 가면



바-하! (바르샤바 하이라는 뜻) 바르샤바 프레데릭 쇼팽 국제공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공항이다. 면세점이 좀 있고 카페가 좀 있고... 그게 다다. 비행기가 뜨기까지 3시간 20분을 죽치고 앉아 기다리면 된다. 경유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터넷에 가끔 '1시간 만에 바르샤바 공항에서 경유하기~' 등의 후기를 봤는데,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



폴란드 국내는 물론 유럽 전역으로 가는 비행기를 굴리고 있다. 독일만 해도 베를린, 뮌헨, 뒤셀도르프, 슈투트가르트, 뉘른베르크, 하노버, 함부르크 등등...



시간이 좀 남아서 면세점을 구경했다. 폴란드에서 제일 유명한 보드카라는데 못 사와서 억울하다. 다음엔 꼭 산다...



작은 비행기로 갈아탔다. 이 비행기 승무원 에밀리아 클라크 닮아서 기억에 남는다...



뮌헨에 도착하니 밤이 되었다. 내려서 한참 걸어갔는데, 짐을 도착한 터미널에서 찾는 게 아니라 다른 터미널로 이동해야 하더라. 안내대로 따라가서 무슨 공항지하철(?) 같은 걸 타고 한 정거장 후에 내리니까 짐을 찾는 곳이 나왔다.



중앙역(Hauptbahnhof)까지 가는 티켓을 뽑았다. 공항에서 중앙역까지는 S1이나 S8을 타고 40분 정도 걸린다. 독일 대중교통 티켓은 펀칭을 해야 한대서 쫄았는데 이 티켓에는 펀칭을 해야 한다는 표시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잘 모르겠다' '영어 할 줄 모른다' 래서 좀 당황했다. 다행히 3번째로 물어본 부부가 관광객이어서 설명을 해줬다. 맨 위에 있는 소리는 2019년 3월 7일 23시 57분까지 유효하다는 뜻이고, 이건 그냥 타면 된다고. 나중에 알았지만 펀칭을 해야 하는 티켓이라면 화살표 모양이나 'Hier entwerten' 등의 문구가 반드시 적혀있다. 정 모르겠으면 그냥 지하철 입구 기계에 대보면 되는데, 제대로 안 들어가면 펀칭을 안해도 되는 것이다.



숙소는 <유로 유스 호스텔>이었는데, 5인 혼성 도미토리였다. 사진엔 제대로 안 나왔지만 방이 굉장히 넓은 편이었다. 방 밖에 있는 샤워기가 고정식이었다는 거 정도가 좀 불편했다. 나머지는 뭐... 중앙역이랑 가깝고, 빨래도 할 수 있고, 짐도 맡길 수 있고, 안내문도 한글로 된 걸 주어서 편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행 중 제일 편한 숙소는 여기였다. 아마 안 가본 다른 곳이랑 비교해봐도 그럴 거 같다.


정보

-오후 2시 입실, 오전 11시 퇴실

-조식(07~11시) 4.9유로

-보관함(보증금 2유로), 전자레인지/전기포트/차/설탕 무료, 와이파이, 세탁실(세제 50센트, 세탁기 3유로, 건조기 1.5유로), 수건(1.5유로), 생수병(1.5유로), 자물쇠(2유로)


내 밑에는 홍콩에서 온 아저씨가 있었는데, 토트넘 팬이라고 하더라. 내가 리버풀 팬이라니까 "하하! 이번에도 리그 우승은 못할 텐데 또 절망하겠군!" 이라고 했다. 씨발. 아무튼 피곤해서 드러누워있었는데 "뮌헨까지 와서 왜 누워있어! 일어나서 맥주 마시러 가!" 라고 하길래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왜 노트북 들고 일하러 가는지...)



중앙역과 카를 광장(Karlsplatz)역을 따라 쭉 걸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전구로 유명한 기업 오스람의 것이다. 아마 본사인가 보다.



상단에 있는 교회는 성 미카엘 교회. 뒤에 떨렁 튀어나온 두 개의 전망대는 성모 교회(Frauenkirche)의 것이다. 이때가 아마 밤 11시쯤이었는데, 거리에 사람이 정말 없었다.



마리아 광장(Marienplatz)의 풍경. 걸어다니다보니 밤 산책 즐기는 한국인 관광객도 두 명 정도 눈에 띄더라. 왼쪽에 있는 건물이 신 시청사, 하단 사진 가운데 보이는 하얀색 건물이 구 시청사다. 구 시청사 밑에는 장난감박물관이 있는데, 그렇게 큰 관심은 없어서 굳이 가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걸어오니 살짝 피곤해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중앙역에서 마리아 광장까지 걸었다가 다시 중앙역으로 오니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잠을 자고 내일을 기약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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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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