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등장하는 모든 기록은 9월 23일까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시즌이 끝나간다. 아마 3위로 마감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2016시즌 개막 전에는 밴헤켄-조상우-한현희-손승락-박병호-유한준-스나이더의 집단 이탈로 꼴찌를 예상한 전문가가 많았다. (전문가 축에는 못 끼지만) 나도 그리 생각했다. 그나마 삽질하는 구단이 나와서 7위 정도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참고로 시즌 전에 예측했던 리그 순위는 NC-두산-SK-롯데-LG의 5강이었다)
2016시즌은 예상 외로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일단 10승 선발인 신재영을 발굴해냈으며, 박정음이라는 외야 유틸리티 역시 건졌다. 윤석민이 4번 타자로 성공했고 이보근-김세현의 승리 공식도 만들어냈다. 박주현과 최원태에게도 많은 경험치를 쌓게 해주었고 볼넷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9이닝당 볼넷(최소) 1위라는 성과는 예전 히어로즈였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뛰는 야구’ 역시 괜찮은 성과를 만들었다. (146도루, 리그 1위)
다만 아쉬운 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김상수는 3연투 이후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루키인 임병욱은 기대에 영 못 미친다. 이택근은 노쇠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트레이드로 데려온 채태인 역시 마찬가지다. (70타점 먹었다고 좋아하기 전에 전체적인 스탯 폭락을 보라.) 염경엽 감독의 불펜 운용 역시 조상우와 한현희의 수술을 대가로 지불한 것 치고는 그리 나아졌다고 말하기 힘들다. 김하성과 서건창은 올해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한 센터라인이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김하성은 유격수 중 1위 그리고 서건창은 정근우에 이어 2루수 중 2위를 차지했다.) 홍성갑-허정협은 2군을 폭격한 유망주지만 올해 딱히 많은 기회를 부여받진 못했다. 그나마 9월 들어서 홍성갑이 몇 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있는 편이지만. 염경엽 감독의 자랑일 '뛰는 야구' 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영. (성공률 65.5%, 리그 6위) 박병호-강정호도 뛰었던 2012시즌의 성공률만큼은 나와야 하는 것 아닐지. (당시 71.3%)
아무튼 2017시즌의 구상에 대해서 써본다. 피드백은 트위터든 덧글이든 다 환영이다.
-1 선발진은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
대충 이런 그림을 짜보았다.
선발 : 외국인-외국인-신재영
선발유력후보 : 최원태-박주현-김상수-강윤구-조상우
롱릴리프/땜빵 : 양훈-김정훈-금민철
승리조 : 김세현-이보근-한현희
추격조 : 마정길-오주원-이정훈
기타 : 박정준-박종윤-황덕균-정회찬-정용준-윤영삼-김정인 등
군대 : 하영민-김택형
화성 투수진이 멸망했지만 의외로 1군에서 가용할 만한 자원이 꽤나 있는 편이다. (잘할 거라고 하진 않았다.) 군 제대로 충원되는 전력 역시 꾸준히 있다. 2017시즌만 끝나더라도 문성현-김동준-이상민이 모두 복귀한다.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여럿 존재해 여유가 있을 때 지금 조금씩이라도 군 문제를 해결해놓아야 한다고 본다. 물론 병역을 해결할 기회로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이라는 방법이 있고, 그 때까지 버티더라도 하영민-박주현-최원태 등의 나이는 스물대여섯밖에 안 된다. 그러나 애매하게 1-2군을 왔다갔다 할 바에는 차라리 2군 풀타임이라도 뛰어서 신재영 급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해보는 게 낫다. 그래서 군대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 명은 하영민, 김택형이다. 그 이유는-
1) 김택형 : 팔꿈치 통증 전력이 있는데도 올 시즌 좌완 불펜으로 나섰다. 팔꿈치가 아픈데 매일 몸을 풀어야 하는 불펜으로 쓰겠다니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휴식을 부여하고 실전경험을 쌓게 하려면 경찰청/상무를 노려야 한다. 150km대까지 최고 구속이 나오고 각이 큰 변화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군 팀에서 충분히 탐낼 만한 자원이다. 꼭 좌완 투수가 불펜에 필요한 건 아니다. 강윤구와 오주원이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김상수가 좌타자를 제법 잘 잡는다. (우타자 상대 OPS .857 / 좌타자 상대 OPS .605)
2) 하영민 : 올해 5월에 좀 잘 던지나 했지만 너무 뜬금없이 자주 나왔고 그 결과 팔꿈치 인대 미세 파열로 그대로 시즌아웃되었다. 두 달이면 올라온다더니... 박주현-최원태보다야 분명 경험에서 앞서지만 둘의 등장으로 입지가 애매해졌다. 1군에서도 2군에서도 제대로 풀타임을 뛴 적이 없으니 차라리 이 시점에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다. 하영민이 5월처럼 6~7회를 담당하는 2셋업 내지는 롱릴리프의 역할을 맡아줘서 포텐이 터지면 괜찮겠지만, 내년에 한현희-조상우도 돌아오고 롱릴리프 할 선수야 차고 넘치는데 굳이 젊은 선수를 그런 롤로 낭비할 필요가 없다. 군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다시 박주현-최원태보다 비교우위를 갖기도 하고.
이렇게 군대에 두 명을 보내버렸는데 (미안하다) 그러면 시즌을 시작할 선수들에 대해 언급해보자. 올해 14승을 거둔 신재영이 3선발을 할 것이야 말해봐야 입이 아프다. 김상수나 강윤구 등의 이름에서 '오잉?' 이란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 둘을 선발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김상수는 상무에서 2년간 군복무를 하며 풀타임 시즌을 치뤘고 그 성과도 대단했다. 또한 올 시즌을 치르면서 좌타자에게 강하고 우타자에게 약한 리버스 스플릿 투수이며 장착하고 있는 변화구 역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야 하는 셋업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 네이버 mcnab10님의 글 : 불펜투수들에 대한 메모)
2) 강윤구는 매년 선발로 기회를 받았고 그 결과 매번 우리의 복장을 터지게 했지만 한 해 정도는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 라는 느낌으로 선발에 도전하게 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좌완 선발 하나 정도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망하면 좌완 불펜으로 이전해야지 뭐.
조상우는 6월에나 복귀가 가능할 거 같다는 기사를 언뜻 본 거 같은데 원래 올 시즌 전에도 선발 도전을 노리고 있었으니, 후반기 투입하는 선발로 양성하면 좋을 것이다. 박주현-최원태의 올 시즌 투구를 보건대 내년 시즌 그 시점까지 선발로 잘 던지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만약에 천운으로 로테이션이 잘 돌아간다면 불펜으로 들어와야 할 것이고.
양훈이나 금민철에게 이제 선발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 거 같다. 한두 경기 정도 땜빵이면 모를까. 그건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다만 김정훈은 좀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데 그것도 우선순위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시즌 전에 준비했던 선발 구상이 무너졌을 때의 로또 내지는 4~5이닝 땜빵 정도가 한계라고 본다. (어쨌든 1이닝 불펜은 안된다는 얘기다)
-2 불펜진은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
마무리는 이대로 쭉 김세현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백혈병 얘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아주 잘해주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적은 34세이브/8블론 2.73인데 마무리로 매우 준수한 성적이다. 특히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성적이 훨씬 좋다. (전반기 42경기 3.18 피안타율 .311 / 후반기 17경기 1.83 피안타율 .214) 시즌 피안타율이 2할 8푼대라는 데서 흠을 잡으려면 잡을 수도 있겠다만 작년보다 피안타율이 2푼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홈런과 볼넷을 내주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스탯이 매우 좋아졌다. (2015년 .256/.322/.427 -> 2016년 .281/.296/.351)
셋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보근도 복귀 첫 해치고는 무척 성적이 괜찮다. 별다른 부상이나 하락이 없다면 내년에도 이 정도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토미존 수술을 받고 복귀할 한현희를 더한다면 승리조 불펜은 별 걱정없이 완성이다. 다만 한현희가 무리하게 2이닝씩 구르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추격조 역시 잘 꾸려질 거 같다. 오주원-마정길이라는 베테랑 불펜들이 있고, 여기에 선발진에서 탈락하는 선수들을 더하고 2군에서 써먹어 볼 만한 선수들(황덕균-정회찬-박정준-박종윤-정용준-김정인 등)을 가비지 이닝 처리용으로 올린다면 구색이 맞춰진다. 12명이 1군이라고 치면 대충 이런 느낌일 것이다.
선발 : 외국인-외국인-신재영-박주현-최원태
불펜A : 김세현-이보근-한현희 - (+조상우?)
불펜B : 마정길-오주원-강윤구 - (+김상수?)
롱릴리프 : 김정훈
크게 욕심까지는 못 부리더라도 한 시즌을 치르기엔 괜찮은 투수진이다.
-3 야수진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우선 포수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박동원이 있어서 당분간은 걱정없다. 김재현-주효상의 군 문제를 언제 해결하나 정도가 관건인데, 둘 다 나이가 어린 편이라 (김재현 93년생, 주효상 97년생) 그것 역시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다만 김재현이 향후 1-2년 안에 병역 문제를 해결해줘야 좀 여유롭게 페넌트레이스를 운영하지 않겠나. 올해나 내년 끝나고 가면 좋겠다. 어차피 주효상도 경험을 좀 쌓아야 하기도 하고. 정 불안하다면 2017시즌 이후 2차 드래프트로 풀릴 베테랑 포수 하나쯤 노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센터라인 역시 김하성-서건창이 확실하다. 향후 과제는 이 둘의 이닝 부담을 분산하는 것이다. 김지수-김웅빈-송성문 등에게 어느 정도의 이닝을 나눠 맡겨야 한다. 장시윤도 있긴 한데 사실상 3루 백업으로 많이 출전하고 있다. (93년생이니 군대도 가야 하고... 김재현이랑 같이 가는 게 좋겠다)
문제는 1루-3루다. 김민성이 부동의 주전인 3루지만 2017시즌이 끝나면 김민성은 FA고, 잡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A급의 내야수는 분명 아니지만 김민성이 시장에 나온다면 황재균을 놓친 팀들이 탐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2018시즌부터 윤석민을 3루로 쓰기는 좀 부담스럽다. 나이가 서른 넷인데... 1루수 자리 역시 포화 상태다. 외국인이 오면 대개 1루로 가기 때문에 윤석민과 포지션이 겹친다. 근데 좌타 1루수로 채태인이 있고, 미래 플레잉타임을 보전해줘야 하는 홍성갑의 포지션도 좌익수/1루수다. 머리아픈 문제다. (장영석이나 박윤이 기회를 받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 우선은 채태인과 시즌 중 트레이드든 '17시즌 후 FA나 2차 드래프트든 시급히 이별할 것을 촉구하는 바다.
외야도 어렵다. 코어로 삼을 만한 핵심 선수는 고종욱 하나다. 어디를 갖다놔도 기본은 해주는 박정음이 있지만, 그 외에는 노땅 (이택근) 내지는 풋내기들 (임병욱-강지광-허정협-홍성갑) 등이다. 유재신이 올해 의외로 수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주전으로 쓸 건 아니지 않는가. 일단 외야 문제는 이렇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견해인데, 채태인을 내년에 쓰느냐 정리하느냐 하는 문제와 임병욱을 군대에 보내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1. 채태인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 이 경우 DH/대타 슬롯이 없으므로, 중견수 자리는 박정음-강지광-고종욱-이택근-유재신 등 다양한 자리로 땜빵해가면서 막고, 임병욱을 군대에 보낸다.
2. 채태인을 정리한다는 가정 하에 - 이 경우 그나마 DH/대타 슬롯이 생긴다. 좌익수 고종욱 / 중견수 임병욱이라는 그림을 만들고, 이택근은 최대한 DH로 추방한 다음 우익수는 강지광-허정협으로 돌려막기한다. 홍성갑(좌익/1루)에게도 좌익수와 1루수, 지명타자 출전을 병행시켜 충분한 경험치를 쌓게 해준다. (이상적인 그림은 허정협-홍성갑이 최소 200~250타석에 들어서는 것이다) 박정음은 올해처럼 외야 전 포지션 유틸로 쓰고, 중견수 임병욱의 경쟁자 내지는 제1백업으로 적극 활용한다.
임병욱이 올해 욕을 많이 먹긴 했지만 (누의공과 플레이는 병욱애비를 자처하는 내가 봐도 어이없었다) 첫 해 신인치고 .236/.308/.401, 8홈런 16도루의 성적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중견수비도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사람답게 하는 편이고. 기회를 계속 받는다면 충분히 두각을 드러낼 거라 생각한다.
강지광 역시 경기에 나올 때마다 욕을 먹지만 1군이든 2군이든 풀타임 시즌을 뛴 경험 자체가 없는 선수니만큼 아쉬운 수비 플레이 하나하나도 결국엔 미래를 위한 기회비용이다. (퓨처스까지 따진다면 허정협-홍성갑보다도 들어선 타석 수가 적다) 표본이 적어 무조건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지만, 올해 66타석에서 10볼넷/18삼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본적인 선구안은 어느 정도 장착했고 공격 면에서는 1군 투수들을 상대할 만한 재능이 충분히 있지 않나 싶다.
올해 퓨처스에서 3-4-5를 기록했으면서도 아직까지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허정협과 홍성갑도 내년에는 코어 육성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할 자원들이다. 두 선수는 2군을 이미 폭격했고 군 문제도 해결해서 더 보여줄 게 없다. 넥센에 가장 필요한 것은 중심타선을 맡아줄 선수들이고 (평균 이상의 wRC+를 기록하는 선수들은 많지만 3-4번 중심타선으로 배치하기는 다들 뭔가 아쉽다) 허정협과 홍성갑이 잘 커준다면 장기적으로 강력한 3-4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홍성갑은 장기적으로 히어로즈에서 꼭 키워야 하는 거포 스타일 1루수이기도 하고. 물론 위에 언급한 세 명은 나이와 활용 방면이 비슷하기 때문에 만약 모두 갖기 어렵다면 적극 트레이드를 시도해보는 것도 또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허정협(90년생)
15 348타석 / .337-.440-.635 19홈런 61타점 56사사구 57삼진
16 304타석 / .337-.421-.552 12홈런 56타점 40사사구 45삼진
홍성갑(92년생)
14 254타석 / .323-.383-.646 16홈런 55타점 23사사구 59삼진 13도루
15 293타석 / .278-.352-.463 12홈런 51타점 31사사구 71삼진 8도루
16 192타석 / .365-.432-.659 8홈런 39타점 21사사구 22삼진
(-여담인데, 비록 퓨처스 성적이긴 하지만 두 시즌 동안 21도루를 기록한 걸 보면 홍성갑이 의외로 도루 센스가 좋은 편이거나 준족이 아닐까? 올해 도루가 없는 것은 일부러 자제한 것으로 추측해본다.)
올해 경기도 얼마 못 봤는데 그 덕분에 야구 안 보는 시간 동안 야구 생각만 이리저리 많이 했다. 글을 쓸 기회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시즌 말미에야 하나 겨우 끄적여본다. 내년 시즌엔 좀 더 야구를 자주 볼 수 있을 테니, 이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좋은 성적과 발전되고 합리적인 운영, 기대해 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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