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 쪽은 아니다. 오히려 미리 절망하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그런 쪽에 더 가까운 인간이다. 사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한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고민도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런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고민하던 것들의 근원이 결국 그것이었기에.


 그렇다면 뭘로 위로해야 할까. 보통 '위로' 라고 하면 '아무 것도 아닌 나' -> '뭔가 특별한 나' 라는 도식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거기 제일 잘 어울려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프롬의 <불꽃놀이> 다. 작년 한 해 되게 힘든 순간마다 '우우우 모두가 기다려왔던 마지막 불꽃 그대라네 / 우우우 모두가 기다려왔던 피날레 그대란 불꽃' 라는 가사를 들으며 셀프-힐링을 했다.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의 피날레, 불꽃놀이라는 비유 꽤나 멋있다.

(여담인데, 나는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지 이 앨범을 살 생각이 없었고 프롬이라는 가수 자체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노래를 듣고 바로 앨범을 샀다.)


 그런데 다른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울어본 적은 있어도 노래를 들으면서 울어본 적은 없었는데, 최근 그런 경험을 했다. 강아솔의 <그대에게> 를 들으면서 집에 올 때였다. 한두 번 들은 노래도 아니었는데, 그날 따라 유독 심신이 지치고 피곤한 탓이었을까.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 사랑할 수 있다오' 하는 가사가 나오는데 눈물이 줄줄 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대 대단치 않아도'... 그래,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 꼭 특별한 존재여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왜 누군가에게 특별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다시 여름이 오고 있다. 사실 두 노래 다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에 더 어울리는 노래다. 하지만 지금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위로의 방법이든, 마음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불꽃놀이> by 프롬 (음악 링크)


반짝반짝 빛나게 될거야
그대가 어디있든
아슬아슬 지쳐보이지만 그대는 불꽃이니까
발걸음에 베인 그 향기를 감출 수 없으니
괜히 슬프거나 그러지마 그대는 하이라이트니 
온 하늘을 덮는 불꽃 그대
모두가 그대를 보네
어디서든 그대를 보네 
마지막 불꽃 그대라네
우우우 모두가 기다려왔던 마지막 불꽃 그대라네
우우우 모두가 기다려왔던 피날레 그대란 불꽃

반짝반짝 빛나게 될거야 
지금 어떤 색이든 
아슬아슬 비껴 나 있지만 그대는 불꽃이니까
말투 안에 베인 그 웃음을 감출 수 없으니
괜히 우울하고 그러지마 그대는 하이라이트니
온 하늘을 덮는 불꽃 그대
모두가 그대를 보네
어디서든 그대를 보네 
마지막 불꽃 그대라네
우우우 모두가 기다려왔던 마지막 불꽃 그대라네
우우우 모두가 기다려왔던 피날레 그대란 불꽃



<그대에게> by 강아솔 (음악 링크)


그럴 수없이 사랑하는 나의 벗 그대여
오늘 이 노래로 나 그대를 위로하려하오
하루하루 세상에 짓눌려 얼굴 마주보지 못해도
나 항상 그대 마음 마주보고 있다오

겨를없이 여기까지 오느라
손 한 뼘의 곁도 내어주지 못해
불안한 그대여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

그럴 수없이 사랑하는 나의 벗 그대여
오늘 이 노래로 나 그대를 위로하려하오
하루하루 세상에 짓눌려 더뎌져가는 우리지만
나 그대 허다한 마음 다 받아줄 수 있다오

기다려주는 이는 없다며
그 어디에도 머물지 못한 채 지쳐버린 그대여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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