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찾은 것은 2013년 4월 5일이었다. 학교 행사가 있었는데, 빼먹고 엠제랑 홍대에 가서 <장윤주의 봄날> 구경을 했다. 하림, 주윤하, 또 누가 노래를 불렀더라...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저녁에 핑크문을 갔다.
그 후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2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갔고, 나 혼자 가서 맥주 한잔을 홀짝홀짝 들이키다가 온 적도 많았다. 만화 <몬스터> 를 화요일-수요일 이틀에 걸쳐서 몰아서 읽었고, 가서 기사를 쓰거나 과제를 하기도 했고, 멍하니 야구를 봤다. 집에서 티비로 보는 것만큼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바로 옆에 술이 있어서 좋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고양이를 안고 있다가 집에 오기도 했다. 노트북과 바지에서 고양이 털이 잔뜩 나왔지만 그런 건 괜찮았다. 힘이 많이 들고 우울할 때마다 고양이 끌어안고 쓰다듬쓰다듬하면서 멘탈 정리를 했다. 방구석에 들어앉아서 우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치킨도, 피자도, 감자도, 짜계치나 떡볶이도 맛있었다. 떡볶이 매웠는데-_- 진짜 맛있었다. 어제 먹은 게 근 1년간 제일 매웠다. 술 많이 마셨다. 호가든도 마셨고, 핑크문이나 봄베이 진토닉 먹기도 했고. 그리고 핑크문을 가면서 꼭 그 옆에 있는 야구 배팅장에 가서 2천원 내지는 3천원 어치를 넣고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나오면서는 주말의 뜨거운 밤을 즐기는 청춘들을 많이 봤다. 나랑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았지만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작년 생일을 핑크문에서 보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고 바로 핑크문에 직행해 밤을 샜고, 작년에도 한국시리즈 5차전이 끝나고 핑크문에 갔다. 6차전이 끝나고는 가지 않았고, 그리고 짧았던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연말도 핑크문에서 보냈다. 2년 중에 두 달 정도의 저녁은 핑크문에 있었던 거 같다. 편안한 곳이었다.
좋은 노래도 많이 들었다. 최근엔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가 많이 나왔던 거 같다. 군 입대 선물로 바이루피타 앨범을 받았는데, 기타로 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돌려들어야겠다. 김사월X김해원의 노래도 좋았고 빅베이비드라이버, 강아솔, 선우정아, 이규호 같은 음악들도 마음에 들었다.
홍대입구역 출구를 올라가면서, 그리고 합정역 출구를 내려가면서 들었던 기분들은 당분간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입대하기 전까지 김호랑이 한번 만져보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이제 달성할 수 없다. 그래도 괜찮은 추억들을 많이 얻었다. 여태 혼자서 술을 마셨으니 앞으로도 굳이 누구를 불러내지 않고 집이 아닌 곳에서 술을 잘 마실 수 있을 거 같고. (야) '어디서 술을 마실까?' 라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고를 수 있던 곳이 없어진다니 너무 아쉽다. 다음에 어디 갈지는 차차 찾아봐야겠다. 사장님 표현을 빌리자면, '핑크문 최후의 막내' 의 소감은 여기까지.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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