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3월 7일 출국, 3월 30일 귀국

장소: 뮌헨 - (퓌센) (다하우) - 뉘른베르크 - 쾰른 - 함부르크 - (뤼베크) (문스터) - 드레스덴 - (라이프치히) - 베를린 (포츠담)

각종 문의: 본 포스팅 덧글 또는 트위터 @Peria1024로 질문하실 시 아는 범위 내에서 친절히 알려드림


나는 항상 독일에 가보고 싶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그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인 여정 위주로 적겠지만 후에 독일 가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소소한 정보도 생각나는 대로 첨부할 예정이다.

 

9일차 (3월 15일) - 쾰른 (엘데 하우스, 4711 하우스, 캐테 콜비츠 미술관, 초콜릿 박물관)

 

 

이 도시를 뜨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중앙역으로 가니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지구온난화를 주의하자는 취지의 시위 같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중앙역 앞에 모여있었는데 중앙역에서 꽤 멀리 가서도 계속 중앙역 방향으로 합류하는 무리들이 다수 보였다. 현장학습 같은 개념인가? 유럽 선진국은 금요일 아침부터 청소년에게 시위를 가르친단 말인가? 행복한 빨갱이 국가다.
피같은 6유로를 들여서 짐을 또 맡기고, 함부르크 가는 시간을 감안해 오후 4시으로 ICE 자리를 하나 예약해뒀다. 예약비는 4.5유로. 금요일 오후라 사람이 많은데 4시간 걸리는 ICE에 좌석이 없으면 어떡하나... 아주 좋은 선택이었음을 자화자찬하는 바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10시부터 문을 열어서 8시 반에 나온 나는 할 일이 없었다. 9시쯤부터 멍때리면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잠깐 U-반 어느 역 플랫폼에도 앉아있다가... 다시 비맞으면서 뽈뽈뽈뽈 돌아다니다가... 이 사진도 그러다 찍은 것이다. 시립 박물관이라는데 관심이 없어서 안 갔다.

 

 

이 곳은 엘데 하우스로, 나치 집권기에 독일 비밀경찰인 게슈타포의 쾰른 본부 건물로 쓰인 곳이다. 다들 알다시피 게슈타포는 유대인이나 사상범을 마구 잡아들인 나쁜 놈들이다... 원래 건물의 소유주가 레오폴트 다멘(Leopold Dahmen)이었기 때문의 그의 이니셜 LD를 따 '엘데 하우스'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시립박물관 바로 건너편에 있다. 하지만 이 때는 안 열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

 

개장시간: 화~금 10시에서 18시, 토/일/공휴일 11시에서 18시. 매달 첫 번째 목요일 22시까지.

입장료: 4.5유로 / 학생 등 할인은 2유로.

 

 

한참 내려와서 노이마르크트 광장 쪽으로 왔다.

 

 

이름도 모르는 독일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구경했다. 와! 얼음과 불의 노래!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독일어라서 못 읽는다...

 

 

쾰른 2일차의 첫 관광지는 캐테 콜비츠 미술관. 독일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캐테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 1867~1945)는 노동자와 빈민의 삶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보다시피 무슨 쇼핑몰 같은 건물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접근성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개장시간: 화요일 10시에서 20시, 수-일과 공휴일은 10시에서 17시.매달 첫 번째 목요일은 10시에서 22시까지 개장. (K

ölntag이라고 부르는 날인데 우리나라의 '문화가 있는 날' 비슷한 것인 모양임)

입장료: 5유로 / 학생 등 기타 할인은 3유로

 

안내데스크에서 직원이 친절하게 맞아주고, 케테 콜비츠의 삶과 관련된 소책자를 주었다. 당연히 영어지만... 전시관은 영어가 거의 없지만 이거만 읽어봐도 케테 콜비츠가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었다. 미술관 관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

 

 

 

 

 

몰랐는데 독일 박물관에는 이런 걸 가끔 사람들이 들고 다닌다. 간이의자였는데 작품을 오래 감상하고 싶으면 저걸 들고 작품 앞에 하염없이 앉아있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나는 훑어보는 걸 좋아하는 쪽이라 사용하진 않았지만.

 

배고파서 대충 샌드위치를 주워먹고 4711 하우스로 향했다. 4711 하우스는 쾰른의 특산품인 향수 오 드 콜로뉴(Eau de Cologne)의 본사 건물인데, 그래도 외국에 왔는데 기념품을 좀 사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맘으로 갔다. 나폴레옹이 쾰른을 점령했을 때 4711번지였던 건물이라 '4711 하우스' 라고.


 

참고로 오 드 콜로뉴는 이렇게 생겼으며... 약간 민트향? 비슷한 시원하고 청량한 향이다. 부친에겐 데오드란트, 모친에겐 향수를 선물로 드렸는데 두분 다 별로 맘에 안 들어하는 거 같아서 데오드란트는 걍 내가 쓰고 있다-_-;;

 

기념품을 사고 아까 못 본 엘데 하우스 쪽으로 향했다. 문제는 여긴 더 본격적으로 독일어가 많아서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도 게슈타포 본부의 으스스함은 잘 전달되어왔다.

 

 

엘데 하우스 자체보다도 1층에 이런 전시가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나치 정권 하에서 행해진 국가의 사법 폭력에 관한 전시였는데... 상설인지는 모르겠다.

 

 

반체제 인사, 정치범들이 사형 / 투옥당한 기록과 그들의 간략한 생애가 전시되어있다.

 

 

백장미단은 한스 숄, 조피 숄 남매를 주축으로 뮌헨 대학교 학생들이 결성한 비폭력 저항 그룹으로, 전단을 뿌리며 나치를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 숄 남매와 프롭스트 (좌측 3인) 는 1943년 2월, 알렉산더 슈모렐, 빌리 그라프, 그리고 이들을 지도한 쿠르트 후버 교수 등은 그 해 여름에 사형을 당했다.

 

 

어쩌다보니 내부를 찍은 사진이 두 장밖에 없다.

 

 

 

원래는 대성당 쪽으로 돌아가서 로마 게르만 박물관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닫혀있어서 구경 못 했다 -_-;; 아쉬워서 사진이라도 남긴다.

 

 

쾰른의 구 시청사. 1152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다른 곳 가는 김에 구경해봤다...

 

 

걸으면서 맥주도 한 캔 까마셨다.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여긴 독일이니까..

 

강변을 따라 좀 걸어갔다. 목적지인 초콜릿 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놀랍게도 공공 와이파이가 됐다. 독일 도시는 우리나라처럼 와이파이가 맘대로 되는 수준은 아니라던데 쾰른은 이 정도란 말인가...? 인간의 기술력이란 역시 무섭다.

 

가는 길 내내 미스트로 흩뿌리듯 비가 왔다. 비라고 부르기도 미안한 수준이다... 독일은 피부 건성인 사람들에겐 참 좋은 나라일 것이다. 항상 보습이 잘된다. 국민복지를 충실히 하는 선진국답게 날씨도 선진이란 말인가?

 

 

쾰른의 초콜릿 박물관(Schokoladenmuseum)은 독일의 기업가 한스 임호프(Hans Imhoff)가 1993년 설립한 박물관으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과 그 기계 그리고 초콜릿의 역사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당연히 직접 초콜릿을 시식할 수도, 생산된 초콜릿을 사갈 수도 있다. 원래는 임호프의 회사인 슈톨베르크가 초콜릿을 생산했지만 이후 새로운 파트너로 린트(Lindt)사가 선정되어 박물관 내부의 공장에서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고.
여기는 좀 입장료가 센 편이다. 성인은 12.5유로(주말 13.5유로) 대학생은 9유로(주말 10유로) 16세 이하의 청소년은 7.5유로(주말 8유로)라는 실로 무시무시한 가격이다. 10시부터 18시가 개장시간이며 (마지막 입장 17시) 1~3월과 11월의 월요일에는 열지 않으니 참고하자.
박물관 쪽으로 향하는데 중년, 청년 독일 여성 2인조가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동양인 청년의 미모에 반해 식사라도 대접하려는 특별한 인연의 시작... 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일은 없고 머릿속에 비상벨이 윙윙 울리는데 이분들이 웨얼아유프롬? 아유차이니즈? 를 시전했다.
아 썅... 한국인인데!! 대답을 듣더니 이들이 자기 가방을 뒤적뒤적했다. 아니 뭐 한국 사람에게 줄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신라면? 그런데 내 손에 놓여진 것은...

 

 

아... 그렇다 이들은 여호와의 증인 전도 2인조였다. 우리나라에도 여호와의 증인이 길거리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독일은 진짜 차원이 달랐다 웬만큼 큰 역에는 무조건 여증 신도들이 전도를 하고 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 법이니 나중에 자세히 알아볼게! 화이팅! 하고 헤어졌다 뻐킹.

 

 

이게 다 1층 로비 가게에서 파는 초콜릿들이다. 장난 아니제? 사가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지만 여행이 2주 이상 남은 시점에서 이걸 샀다간 한국에 갈 때 초콜릿 액체만 잔뜩 들고 가게 될 거 같아서 샀다. 하지만 다음엔 꼭 쾰른 근처에서 나오는... 슈투트가르트나 뒤셀도르프 공항을 기점으로 해서 한국에 전부 들고 올 것이다.

 

 

티켓을 사면 이렇게 초콜릿을 하나 준다.

 

 

카카오 열매 채취와 수입 과정, 가공, 초콜릿을 만드는 기계까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저것은... 초콜릿 분수다.

 

 

웨하스에 시식해보라고 찍어준다. 초콜릿이니 당연히 맛있다.

 

 

마야와 아스텍 시대의 초콜릿부터 중세-근대 유럽, 그리고 전쟁 때 비상식량으로 활용되었던 것까지 초콜릿의 역사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그나마 쾰른에서 영어가 좀 먹히는 곳이다...

 

 

 

박물관을 나와서 중앙역 쪽으로 향했다. 낮에 본 빌헬름 황제 기마상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역 안에 돔 쾰쉬를 파는 주점이 있길래 앉아서 마셨다.

 

 

시간이 애매하게 뜨길래 식사도 해결할 겸 해서 피자헛에 갔다... 점심-저녁으로 먹을 생각 한 거라 많이 시켰다. 그리고 미련하게 또 소화제 먹었다. 콜라 마시면 좀 자주 체한다 요새...

 

 

냠냠 먹고 ICE에 탑승했다. 이제 함부르크로 떠날 시간이다!

 

 

금요일 오후라서 붐빌 줄 알고 예약을 했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독일 기차는 좌석 지정 제도가 기본이 아니고, 따로 돈을 더 줘야 한다. 탔는데 어느 자리에 예약자가 올지 모르겠다! 하면 이렇게 윗 칸을 쳐다보면 예약한 사람이 어디까지 앉아서 갈지가 나와있다. 나는 107번 자리에 쾰른에서 함부르크까지 예약을 했기 때문에, 뒤셀도르프에서 탄 사람은 서 있거나 쾰른까지 107번 자리에 앉아서 편히 오거나 하나를 고르면 되는 것이다. 아무 표시도 없는 자리는 예약석이 아니니 걍 낼름 앉으면 된다.

 

 

화장실도 찍어보았다...

 

 

날씨가 우중충하다. 뭐 독일에서 일주일 정도는 더 봐야 하는 풍경이다.

 

 

함부르크 중앙역에 내렸다.

 

 

내가 묵을 숙소는 역 옆의 '제너레이터 호스텔' 인데 진짜 바로 옆이다... 이동할 때는 되게 편리했다.

 

 

6인실을 썼는데 방 안에 이만한 샤워 부스가 있고 그 옆에 똑같은 크기의 화장실이 있다... 당연히 쾌적하게 씻을 환경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독일에서 지낸 숙소 중엔 최-악) 복도에 있는 샤워실을 이용하면 샤워기도 고정식이 아니고.. 조금 낫다. 함부르크에서 꽤 오래 머물렀는데 첫날 하루만 여기서 씻고 그 다음 날부터 계속 복도에서 씻었다. 뮌헨에서부터 의문이지만... 유럽 놈들은 샤워를 매일 하지 않는 것인가? 어째 갈 때마다 비어있더라. 누가 씻은 흔적은 있었지만...

 

호스텔 자체는 널찍한 바도 있고 세탁기 건조기 당구대 조그만 컴퓨터 등등... 편의시설이 많아서 괜찮았다.

 

 

야식으로 중앙역 앞에 나와서 누들박스를 먹었다. 나는 양이 좀 작은 편이라 klein을 먹어도 한 끼로 괜찮았고, Gross를 먹으면 꽤 오래 배불렀다. 걍 길거리 패스트푸드일 뿐인데 은근히 맛있더라... 한국에서도 팔면 사먹고 싶다. 가게 메뉴판 위의 'You'll Never Wok Alone'이 재밌어서 찍었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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