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rage Index는 무엇인가


Leverage Index, 줄여서 LI는 불펜투수의 등판 당시 상황 중요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사실 후술할 개념에 따르면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면 안 되지만, 그냥 이렇게 알고 있어도 무리는 없을 거 같다.)


A. 8회 10-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 1,2루에 등판한 투수

B. 8회 3-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 1,2루에 등판한 투수

C. 8회 1-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 1,2루에 등판한 투수


과연 누구의 책임이 가장 막중한가? 삼척동자라도 C가 제일 큰 부담을 짊어지고 등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떤가?


D. 7회 5-2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1사 1,3루에 등판한 투수

E. 6회 4-3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2사 3루에 등판한 투수

F. 9회 1-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 1루에 등판한 투수


슬슬 헷갈리기 시작하지 않는가?


LI를 이해하려면 이에 앞서서 기본 개념인 WPA(Winning Probability Added)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특정 상황 특정 타석에서 벌어진 퍼포먼스로 '기대 승률' 이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자세한 설명은 이 링크를 참고하시길. (http://birdsnest.tistory.com/151)


링크를 누르는 것조차 귀찮으신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넥센과 LG의 경기에서 8회초 넥센이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넥센의 기대승률을 0.4라고 가정해보자. 현재 상황은 무사에 주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고, 넥센의 5번 타자 강정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만약 강정호가 홈런을 친다면 넥센이 승리할 확률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강정호가 삼진을 당해 물러난다면 넥센이 승리할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이 개별 상황의 기대승률 변화값이 WPA며, 특정 상황의 WPA를 리그 전체 한 타석의 평균 WPA로 나눈 것이 곧 LI가 되는 것이다. 만약 LI가 2.3이라면 그 상황은 평소보다 2.3배 중요하다는 뜻이다. LI가 1이라면 곧 평균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상황이 어느 정도 중요하다는 걸까? 가령 8회말 5-2에서 무사 1,2루는? 7회초 3-6에서 2사 3루는? 궁금한 분들을 위해 LI의 개발자 Tom Tango는 직접 표를 만들어 올려두었다 (http://www.insidethebook.com/li.shtml)


그렇다면 2012년 KBO에서 가장 막중한 상황에 등판한 불펜투수, 혹은 가장 여유있는 상황에 등판한 불펜투수는 누구일까? 직접 계산해보았다. 표에서는 +/- 4점차까지만 계산을 해놓았기에, 5점 이상의 점수차가 날 경우 표에 있는 숫자 변화 추이에 따라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값을 넣었으며 (3점차에 1.4 / 4점차에 0.7 이렇게 변했으면 그 다음은 0.3 이런 식으로) 10점 이상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일 경우 역전할 가망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등판 중요도를 0으로 계산하였다. 기준은 불펜으로 30경기 혹은 30이닝 이상 등판한 투수로 한정한다.








보기 편하게 높은 순, 소속팀별로 재배열했다. 개인적으로 재밌는 점을 꼽아보라면...


1. 손승락의 LI는 2.24로 리그 최고다. 그를 제외하면 클로저 중에서도 LI 2에 근접하는 선수는 봉중근(1.95)과 프록터(1.94)가 있을 뿐이다. SK 박희수의 LI 역시 1.81로 정우람(1.77)보다 높다. 셋업맨이 클로저보다 LI가 높은 것은 다른 구단에는 없는 현상이다. 이는 김시진의 빠른 손승락 투입(8회 1,2사 등에) 그리고 이만수의 박희수 투입(위기상황에 언제든지) 성향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2. 삼성 불펜진은 전체적으로 LI가 낮은 편이다. (오승환의 1.58은 다른 클로저들과 비교해보면 꽤 낮은 수치다.) 한화 불펜진 또한 그렇다. 하지만 삼성 불펜진의 LI가 낮은 이유는 믿을 만한 선발 뒤에서 상대적으로 편한 상황에 등판할 수 있었다는 요소가 작용하는 반면, 한화 불펜진의 LI가 낮은 이유는 승리조 투수라도 패전하는 경기(=LI가 낮은) 에서 다른 투수의 뒤를 이어 등판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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