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 여기 나온 수치는 구 아이스탯(http://www.istat.co.kr) 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그 동안의 고민 중 하나가 역대 감독들의 투수운용을 숫자로 계량화하여 나타낼 방법이 없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적합한 수식 몇 가지를 찾아 이렇게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본 시리즈는 2005년 시즌부터 시작하여 2012년까지 이어지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글이 계속 업로드될 예정이다.


 일단 이번 글에서 쓸 수식 첫번째는 PAP(Pitcher Abuse Points)다. 이는 Baseball Prospectus의 Rany Jazayerli가 처음 고안한 식인데, 당초에는 101구 이상을 던질 때마다 1구에 1점, 111구 이상 던질 때마다 1구에 2점, 121구 이상 던질 때마다 1구에 3점, (중략) 그리고 151구 이상 던질 때마다 1구에 6점... 이런 식으로 선발투수가 100구 이상의 공을 던질 때 가중치의 점수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이후 Keith Woolner가 이 공식을 바꿨는데, 101구 이상 던질 때마다 100을 빼고 세제곱을 해주는 것이 변형된 식이다. 흥미가 있으신 분은 읽어보라고 링크를 걸어두겠다. [각주:1]


 원래의 식에 따르면 선발투수가 120구를 던지면 PAP가 30점이지만, 변형된 식에 따르면 PAP는 120에서 100을 빼고 세제곱... 즉 20*20*20을 하여 8000점까지 올라간다. 즉 100구 이상의 투구에 가중치를 훨씬 더 많이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불펜 운용에 관해서 쓸 식은 'Closer Fatigue' 다. 이는 Bill James가 고안한 식인데, 당초 식은 등판한 날에 (5일 전 타자수*1)+(4일 전 타자수*2)+(3일 전 타자수*3)+(2일 전 타자수*4)+(1일 전 타자수*5) 를 부여하는 형식이었지만, 타자수가 같아도 투구수는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투구수를 집어넣어 불펜 혹사 정도를 알아보고자 한다.








 일단 팀별로 PAP를 분석한 결과다. 도움이 될 것 같아 경기당 평균 투구수와 선발투수가 100구 이상 던진 경기 등도 추가해보았다. 수치를 보면 KIA와 LG가 압도적으로 선발을 오래 끌고 가는 야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삼성의 경우에는 선발을 오래 끌고 간 경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선발투수 PAP는 1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한 선수를 기준으로 측정해보았다. PAP가 가장 높은 투수는 한화의 문동환이었다. 2001년부터 해마다 5~6점대의 시원찮은 성적을 기록하던 문동환은 이 해 10승 9패 3.47의 호성적을 거두었는데, 결국 2007년을 끝으로 1군에서 사라진 것에는 선발투수로서 나이도 많으면서 (1972년생) 지나치게 오래 던진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리오스는 이 시즌 중간에 트레이드되었는데, KIA에서 18번 선발등판해 7만 가까운 PAP를 쌓은 반면 두산에서는 13번 선발등판에서 1만 7천 정도의 PAP를 적립했다. 당시 KIA/두산 감독이었던 유남호/김경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KIA의 김진우 역시 7만 4천 정도의 PAP를 쌓았는데, 리오스와 합치면 이는 KIA 팀 PAP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즉 잘하는 선수 둘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갔거나, 혹은 다른 날에 불펜을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두 선발에게 더 투구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SK의 헤수스 산체스 역시 기록적인 혹사가 돋보이는데, 문제는 이 해 산체스는 14경기에서 고작 6.17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65.1이닝을 투구하는 것에 그쳤다는 것이다. 기타 현대 미키 캘러웨이나 LG 레스 왈론드 등 외국인 투수가 상위권에 많이 포진되어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기타 언급할 만한 선수로는 130구 이상 투구를 2번이나 한 한화 송진우와 [각주:2] 100구 이상 던진 경기가 27경기 중 22경기나 되는 LG 최원호 등이 있겠다.


 대체로 김인식(한화) 김재박(현대) 유남호(KIA) 등의 감독은 믿을 만한 선수 원투펀치쯤을 굴린 것에 반해, 이순철(LG)은 선발들을 굉장히 평균적으로 많이 혹사시키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이순철 재임기간 동안 불펜투수 등판 순위 역시 LG가 1위였다는 것이다. 이순철이 또 감독을 했으면 KBO에 대재앙이 닥칠 뻔 했다.







 불펜으로 넘어가보자. 기준은 40경기 혹은 4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로 잡았다. 여기서는 현대 황두성이 압도적인 혹사 지수를 보였다. 숫자로 되어 감이 잘 안 오는 독자가 있을 텐데 설명하자면, 경기당 평균 Closer Fatigue가 90을 넘어가면 어깨가 슬슬 걱정되는 상황이다. 100을 넘어간다면 그 선수를 많이 굴렸다는 뜻이다. 황두성은 경기당 평균 128.8의 CF를 기록했다. [각주:3] 이후 황두성은 4년을 더 현대-히어로즈에서 마당쇠로 구르다가 2011 시즌 종료 후 방출되었다. 구단에서 공로패라도 하나 줬어야 할 선수인데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경기당 평균 혹사 지수가 높은 다른 선수는 한화 정병희가 있다. 정병희는 이 시즌에 고작 만 22세였는데(1983년생) 너무 많은 공을 던졌고, FA 김민재의 보상선수로 SK에 간 이후 영영 빛을 보지 못했다. 한화 감독으로서 김인식킬인식이 망친 첫번째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타 선수로는 오승환, 윤석민, 전병두, 이정민, 이재우 등이 높은 혹사 지수를 보여주었다. 전병두 하면 SK 김성근 감독 밑에서의 기록적인 투구가 주된 이미지지만, 사실 이 때부터 이미 많이 던진 것을 알 수 있다. 오승환은 한국야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10승-10홀드-10세이브를 거두고 이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렇게 몇 년만 더 던졌다면 수술경력이 있는 투수였으니 그대로 퍼졌을지도 모른다. 권오준이 올해 3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2006년부터 붙박이 마무리로 가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이재우는 2004 병풍 사건에 휘말린 바람에 2005 시즌을 마치고 공익으로 입대하여 어깨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결국 몇 년 후에 탈이 나지만...


 언급해야 하는 다른 선수로는 삼성 권오준과 한화 차명주가 있다. 권오준은 초반 계투로 뛰다가 후반 선발로 나왔는데, 이렇게 도중에 보직을 변경하는 일은 투수에게 꽤 부담을 주는 일이다. 특히 불펜에서 선발으로 가는 것이라면 더욱더. 즉 혹사 지수가 낮다고 간과해서는 안 되며, 시즌 중 보직을 바꾼 투수에게는 그 기준을 훨씬 낮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차명주를 언급한 것은 그가 원포인트릴리프였기 때문이다. 차명주는 이 시즌 77경기를 던졌는데, (1) 불펜투수들이 경기 전에 불펜투구로 몸을 푸는 것과 (2) 그렇게 몸을 풀어도 경기에 나가지 않는 때가 있다 라는 두 가지 사실을 감안해보자. 차명주 역시 혹사 지수가 낮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사례다.


 정리해보자면 유남호(KIA) 선동렬(삼성) 김인식(한화) 김경문(두산) 등이 이 시즌 불펜을 많이 써먹은 감독들이다. 김재박(현대)과의 차이라면 앞에서 언급한 감독들이 고루고루 패는 야구를 선보였다면, 김재박은 '한 놈만 패는' 투수운용을 보였다는 점이랄까. 무능한 투수코치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양상문(롯데)은 이정민을 제외한다면 꽤나 괜찮은 투수운용을 보여줬다. 2005년 롯데가 4년 간의 꼴찌 끝에 처음으로 5위를 했으니 의외로 감독 쪽에서는 능력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로이스터 다음에 양상문 거르고 양승호


  1. http://www.baseballprospectus.com/article.php?articleid=1477 [본문으로]
  2. 이 해 1번이라도 130구 이상 던진 선발투수는 송진우와 현대의 캘러웨이를 제외하면 없었다. [본문으로]
  3. 재작년에 이와 비슷한 수치를 보인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SK 전병두다. 현재 전병두는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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