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3월 7일 출국, 3월 30일 귀국
장소: 뮌헨 - (퓌센) (다하우) - 뉘른베르크 - 쾰른 - 함부르크 - (뤼베크) (문스터) - 드레스덴 - (라이프치히) - 베를린 (포츠담)
각종 문의: 본 포스팅 덧글 또는 트위터 @Peria1024로 질문하실 시 아는 범위 내에서 친절히 알려드림
나는 항상 독일에 가보고 싶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그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인 여정 위주로 적겠지만 후에 독일 가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소소한 정보도 생각나는 대로 첨부할 예정이다.
5일차 (3월 11일) - 뮌헨 (레지덴츠 궁전, 영국 정원)
질퍽한 진눈깨비가 내렸다. 여행객에겐 참 좋은 날씨라 미쳐버릴 거 같다. 너무 맘에 든다. 여기서 영원히 살고 싶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독일은 공병환급제도, 줄여서 판트Pfand가 되게 잘 되어있는데... 시내 슈퍼마켓에 가면 이런 식으로 공병을 넣는 기계가 있다. 플라스틱 물병을 모아가면 1병에 0.25센트를 환급해준다. 4~5병쯤 기계에 넣으면 물이 한 병 생기니까 쏠쏠한 셈. 가방에 병을 잔뜩 모아오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오데온 광장(Odeonsplatz)역이다. 중앙역에서 걷기는 조금 귀찮은 정도의 거린데, U-반을 타면 금방 온다.
노란 건물이 테아티너 교회(Theatinerkirche)이며, 중앙에 있는 조그만 구조물은 용장기념관(Feldherrnhalle)이다. 뮌헨 폭동에 가담했다가 죽은 동료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히틀러가 세운 기념관인데, 나치 시대에는 이 건물에 항상 친위대가 있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경례를 해야 했다고.
가까이서 보면 이렇다. 이제 바로 옆에 있는 레지덴츠 궁전으로 가보자.
입구를 못 찾아서 15분 가량 헤맸다. 공사하는 곳이 워낙 많아서 처음엔 여기도 공사해서 안 열었구나! 하고 절망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_-;;
티켓 파는 곳에 기념품가게가 바로 붙어있다.
레지덴츠 궁전은 1월 1일, 사순절 직전 화요일(보통 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걸린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12월 31일 쉰다. 박물관과 보물관은 동계에는 10시부터 17시, 하계에는 9시부터 18시까지 개방하며 마지막 입장 시간은 폐장 1시간 전. 퀴빌리에 극장은 일일이 적기 좀 복잡하니 그냥 사이트 참고하시길. (링크)
티켓은 박물관(7유로/할인 6유로) 보물관(7유로/할인 6유로) 박물관+보물관 콤비티켓(11유로/할인 9유로) 퀴빌리에 극장(3.5유로/할인 2.5유로) 박물관+보물관+극장 콤비티켓(13유로/할인 10.5유로)으로 나뉘어있다. 18세 이하는 무료.
나는 박물관+보물관 콤비티켓을 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별히 왕가의 보물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박물관만 보면 된다는 것. 7유로 주고 들어가면 박물관은 이 돈 주고 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겠지만, 보물관은 이 돈 주고 보긴 아깝단 생각부터 들 듯. 별 생각 없이 가는 사람들은 박물관만 보거나 박물관+보물관 콤비티켓을 사는 게 낫겠다.
입구의 복도부터 쭉.
왕가에서 소장한 고대 조각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안티크바리움(Antiquarium)이다. 조각상의 주인공들은 역대 로마 황제와 그 일가 혹은 부하인 것 같았다.
실제로 보면 더 좋은 공간인데, 사진으로 여기가 이렇게 좋습니다! 하고 얘기하기가 참 어렵다. 넓은 복도를 걷고 있다 보면 19-20세기 바이에른 왕들은 어떤 생각으로 여길 둘러봤을까- 궁금.
손님방도 있고, 침실도 있고... 그렇다.
왕가의 도자기.
안에는 교회도 있고.
맨 마지막 사진은 접견실? 에 해당하는 공간이었던 걸로 기억.
좀더 작은 예배당이 있다.
기도실.
왕가에서 사용했다는 물건들을 전시했는데 정말 정신없이 반짝거린다. 이건 상설전시인지 특별전시인지 잘 모르겠다.
비텔스바흐 가문의 선조들의 초상화를 걸어놓은 갤러리다. 번쩍번쩍 웅장한 곳. 레지던츠 궁전 박물관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장소.
유명한 샤를마뉴(카를 대제)의 초상화도 여기에 있다.
레지덴츠 궁전 구경은 여기서 끝. 11시쯤 들어가서 12시 반쯤 나왔으니 1시간 반이 걸렸다. 박물관 보는 데 그만큼 걸렸고, 보물관은 5분 만에 생략 -_-; 딱히 기억에 남을 게 없어서 사진도 안 찍었다.
그런데 데스크에 맡겨놓은 가방이 온통 커피범벅. 뭐가 뚝뚝 흘러서 직원이 "너 가방 안에 커피 있니?" 했는데 평소에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가 왜 나와... 일단 열심히 닦고 나중에 내 가방이 있던 자릴 보니 누군가의 가방에서 커피가 터진 거 같았다. 썅.... 가방에서 커피 냄새가 너무 나고 젖은 게 많아서 일단 숙소로. 예정에도 없는 빨래를 돌리고 혼자서 욕을 하면서 불닭 하나 먹으며 분을 풀었다.
뮌헨에 있는 마지막 날인데 마냥 뚱하게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맥주 구경도 하고, 쾨니히필스너 하나 사마시고 커리부어스트도 먹었다. 배 좀 채우고 든든해져서 아까 못 본 오데온 광장 주변을 다시 살펴보기로.
이미 시간이 5시가 넘어가는 시점이라 뭐 대단한 건 없었고, 그냥 레지덴츠 궁전 뒤에 딸린 왕궁 정원(Hofgarten)을 구경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사람이 없었다. 당연하다. 나같아도 눈 오고 해 없고 바닥 축축한 날씨에 굳이 여기 안 오겠다... 1617년 바이에른 공국 대공 막시밀리안 1세가 만든 정원이라고 한다.
조금 걸어서 근처의 영국 정원(Englischer Garten)으로 이동했다. 선제후 카를 테오도르가 1790년 이자르 강 주변 습지에 조성한 시민 공원이라고. 배도 아프고 해서 다 둘러볼 생각은 없었고 딱 하나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바로 이 곳! 아이스바흐벨레(Eisbachwelle)다. 서핑명소로 유명함. 날이 안 좋았는데 이 날도 의지의 뮌헨인들은 보드를 가지고 와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맥주 마시면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디나 자물쇠 잠가두는 건 다 똑같구나...
참 대단한 열정들이다. 많이 춥겠지?
근처 데엠에서 면도기랑 바디워시를 사고 (바디워시도 뚜껑이 잘 안 닫히다가 결국 터져서 다 흐름-_-) 밥을 먹으러 왔다.
와! 발레아! 한 개에 95센트! 이건 지금도 잘 쓰고 있다. Dusche가 샤워란 뜻이니까 독일 가서 물건 사실 분들은 참고하면 되겠다.
호텔 밑에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웨이터도 잘 차려입고 제법 가격대가 있어보였다. 혼자 온 손님도 몇 있긴 했지만 대부분 가족 단위.
슈니첼을 시켰다. 샐러드랑 감자가 사이드메뉴였는데 양이 눈물나게 많았다. 내가 점심에 잘 먹고 이거저거 주워먹고 다닌 거 감안해도 너무 많더라ㅠ_ㅠ 감자 반은 남긴 듯. 야채는 열심히 먹었다. 평소에 잘 안 먹는 편이라.. 그리고 잘한 일이었다. 일부러 사먹지 않는 한 독일에서 야채 먹기 좀 어렵다 (..) 영국 요리 많이들 욕하는데 내가 보기엔 독일도 만만찮다.
사찍못이 또... 그런데 맛은 괜찮았다. 야채랑 감자가 나오는 슈니첼에 맥주까지 더해서 23.3유로.
뮌헨에서의 마지막 밤이 끝났다. 그 동안 내 방에는 홍콩, 이탈리아, 한국, 러시아에서 온 남녀노소가 들락날락했으며... 별로 대단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사실 말 거의 안했다) 한국인 여행객은 남자였는데 아마 분데스리가 경기를 보고 온 모양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는 밀라노 근처의 어디 소도시가 고향인데, 지금은 뮌헨에서 살고 구직을 위해 호스텔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중이라고. 미국인들만 만나면 "트럼프가 니네 대통령이라며?" 하고 놀린다길래 나도 장난으로 "베를루스코니가 아직도 총리야?" 했는데 질색을 하더라. 남 놀리면 벌받는다 야. 스시를 좋아한다고 했고 뮌헨 중식당 가서 바퀴벌레 나온 얘기도 하고... 그랬다. 한국 음식은 아직 먹어본 적 없다길래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중 하나를 시식할 기회를 주었다. 신라면을 골라갔는데 잘 먹었을까?
혼자 여행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입국도 잘 했고 물건도 잘 사고 밥도 잘 먹고 볼 거 잘 보고 일정대로 잘 풀려서 자신감도 좀 붙고 안도감이 많이 들었다. 여기서 살거나 공부하면 모를까 돈 쓰러 간 입장에서는 크게 걱정할 게 없는 것이다. 영어도 잘 통하는 동네고. (나중에 독일어 공부 더 열심히 할 걸! 하고 후회하긴 했는데, 허접하게나마 독일어를 알아서 구글번역기 돌리는 시간을 확 줄였으니 이득이라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아무튼 다시 공부를 하긴 해야...)
뮌헨은 중세도 있고 현대도 있어서 참 맘에 드는 동네였다. 단점은 밥값이 비싸다는 것... 이후에도 독일 여러 도시 다녔지만 뮌헨만한 곳은 없었는데 (베를린이 제일 별로더라...) 밥은 오히려 뮌헨을 벗어나니까 먹을 만 했다. 뮌헨보단 다 싸서 (....)
뮌헨 얘긴 여기까지. 다음은 뉘른베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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