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프로야구 wOBA / wRAA / wRC (미리 읽어두기를 권장함)




위의 글을 읽고 왔다는 전제 하에 글을 시작하겠다. 먼저 wOBA는 타자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wRAA는 리그 평균에 비해 득점에 얼마나 더 많이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지표고, wRC는 타석에 아무 것도 없을 때에 비해 팀 득점에 몇 점을 더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을 대충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수들의 이 수치를 구해보면 어떨까?


wOBA로는 썩 의미있는 수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wOBA는 '출루율' 에 Scale이 맞춰져있는 지표인데, 우리가 투수의 성적을 볼 때 피출루율을 보는 일은 잘 없기 때문이다. (보통 피안타율이나 피장타율을 볼 것이다.)


하지만 wRAA라면 어떨까? 이는 '리그 평균에 대비한' 수치니까 '리그 평균에 대비해 몇 점이나 덜 실점했는지' 를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투수의 wRC를 구한다면 '상대하는 타자들을 아무 것도 타석에 없을 때에 대비해 몇 점이나 더 득점하게 해줬는지' 를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말은 복잡한데 어째 좀 실속이 없는 것 같다만...)


그래서 아래 이렇게 표시해본다. 기준은 125타자 이상에게 투구한 선수. (wOBA를 계산할 때 Park Factor 보정을 거쳤으며, '실책으로 출루한 경우(RBOE)' 는 제외했다. 투수의 능력을 알아보는데 RBOE를 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wRAA는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이게 정확히 맞는 수치일까? 가령 류현진은 wRAA가 -22.45다. 타자라면 평균에 비해 22.45점 덜 득점했다는 의미겠지만 이게 투수에겐 '평균에 비해 22.45점 덜 내줬다' 라는 얘기일까?


류현진은 올해 2.66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올 시즌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3.83이다. 따라서 류현진과 같은 이닝을 투구한(182.2이닝) 리그 평균의 투수는 틀림없이 류현진보다 22.45점을 더 내줬을 것이다. 그게 맞을까? ... 맞다! 단 어느 정도만. 올해 류현진은 182.2이닝 동안 54점을 실점했다. 182.2이닝 동안 78점을 내준 투수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 투수의 평균자책은 3.84가 되는데, 78-54 = 24니까 대체로 일치하는 수치인 것이다. 하나 더 해보자. 오승환은 55.2이닝 동안 12점을 실점했는데(ERA 1.94) wRAA는 -15.25다. 만일 55.2이닝 동안 24점을 내준 투수가 있다면(ERA 3.88) 그 차이는 12점이 된다. 완벽하게 투수 역량을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오차범위다.


또 의문이 가는 사항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wRAA가 대체로 일관성이 있지만 간혹 통념과 역행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과, 둘째로 wRC는 위에 있는 투수들이 아래에 있는 투수들보다 높다는 것.


둘째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된다. 가령 류현진(wRC 58)과 정민혁(wRC 16)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보면, 류현진은 734타자를 상대로 182.2이닝을 던졌지만 정민혁은 131타자를 상대로 30.2이닝을 던졌다. 당연히 류현진이 내준 점수가 정민혁이 내준 점수보다 많을 것이다.


첫째는 김영민(wRAA 20.14 ERA 4.67)과 김병현(wRAA 9.63 ERA 5.66)의 차이를 보고 내가 가진 의문점이다. 이 역시 두 선수가 상대한 타자수와 던진 이닝수에 영향을 받은 수치가 아닐까 싶다. (김영민 554명 / 121이닝, 김병현 294명 / 62이닝)


일단 wRC는 투수 능력을 나타내는 데 쓸모가 없으며 wRAA는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wRC+는 어떨까? wRC+는 아마 '투수들이 상대하는 타자의 평균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정도가 될 것이다. 즉 투수 김철수의 wRC+가 100이고, 타자 이영희의 wRC+ 역시 100이라면, 김철수의 투구 능력은 상대하는 타자들을 평균적으로 이영희 수준으로 만들어준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넥센 투수진의 wRC+를 통해 한번 확인해보자.




비교대상은 다음과 같이 잡아보겠다. 나이트(wRC+ 76) 손승락(wRC+ 93) 벤헤켄(wRC+ 100) 이보근(wRC+ 117) 김병현(wRC+ 130) 심수창(wRC+ 144)


만일 다음 투수들과 비슷한 wRC+를 올린 타자들이 있다면 우리는 이 타자들의 성적과 투수들의 성적을 비교해 wRC+가 투수들에게 어느 정도 들어맞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wRC+를 저 정도로 기록한 선수를 두 명씩만 뽑아봤다.


wRC+ 76 박재상, 박진만

wRC+ 93 차일목(92) 김강민(95)

wRC+ 100 김동주, 이대수

wRC+ 117 최형우, 박한이

wRC+ 130 홍성흔(128) 김원섭(132)

wRC+ 144 이승엽(143)


그리고 이 투수들의 피OPS와 타자들의 OPS를 분석해보았다.


나이트 .240 .294 .313 .607

박재상 .216 .304 .305 .609

박진만 .210 .281 .384 .665


손승락 .272 .327 .348 .674

차일목 .256 .353 .280 .633

김강민 .272 .322 .354 .676


벤헤켄 .261 .328 .378 .706

김동주 .291 .339 .341 .680

이대수 .279 .328 .394 .722


이보근 .275 .360 .431 .791

최형우 .271 .348 .425 .773

박한이 .304 .393 .381 .774


김병현 .271 .390 .408 .798

홍성흔 .292 .369 .459 .828

김원섭 .303 .409 .402 .811


심수창 .341 .418 .453 .870

이승엽 .307 .384 .502 .886



어떤가? 이 정도면 꽤나 관련이 있지 않은가? 현재 KBO의 빈약한 기록 열람 환경 아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를 못 구해서 멘붕하는 팬들이 꽤 많다. 어쩌면 이것이 그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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