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9~0411

키움 vs 롯데 (사직)

7:2 승 / 0:13 패 / 3:2 승

1차전 요키시 / 김진욱

2차전 안우진 / 스트레일리

3차전 최원태 / 프랑코

 

시리즈 감상

 

(1) 이의리와 김진욱을 이틀 연속 만나게 된 8~9일 경기.

 

왼쪽이 3회 박동원 타석에서 던진 2구(직구), 오른쪽이 초구(슬라이더)

김진욱은 2회까진 잘 던지다가 3회에 털렸다. 아마 키움 타선에게 투구폼이 간파된 게 아닐까.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김진욱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질 때 투구폼이 눈에 띄게 다르다. 팔각도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 스트라이드 전에도 팔스윙 속도에서 차이가 보인다. 물론 같은 자세에서 나올 때도 있지만.

 

3회 키움 타선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변화구에 반응을 안하는데, 박동원은 본인 타석에서 들어온 변화구 세 개를 다 보내고 직구만 파울로 커트. 전병우도 직구 두 개 타격, 이용규도 바로 초구 직구 타격. 박준태 볼넷 이후 김혜성도 초구-2구 슬라이더 다 거르고, 이정후도 초구-2구 변화구 다 거르고 3구 직구 (들어올 줄 알고 쳤다고 했다) 타격으로 우중간 싹쓸이. 김진욱의 공을 2이닝 동안 보고 무슨 공이 어떤 폼으로 어느 시점에 들어온다는 걸 대충 타자들끼리 공유한 모양이다.

 

김진욱의 첫 경기 이후 구종별 코스

슬라이더와 커브는 대체로 낮은 존과 그 아래로 잘 빠졌다. 타자들이 코스와 구종을 어느 정도 알아차리고 대응하는데 못 치는 걸 보면 슬라이더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5회 김웅빈 타석을 보면 1-1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 두 개를 연속으로 헛스윙해서 삼진당하는데, 김웅빈의 공이 끌려나오기 좋은 코스로 잘 던졌다.

 

미래가 촉망되는 자원임에는 틀림없다. 2루를 너무 보고 던지던데 그것도 본인 루틴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주자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거라면 고칠 필요가 있겠고. 5회쯤 되니까 직구 구속이 거의 139-140 나오던데 아직 프로 레벨에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반면 이의리는 마지막에 내려갈 때도 147 찍었는데, 시원시원하게 빠른 공 포수가 유도하는 코스로 꽂는 능력은 좋았다. 다만 김진욱과 비교하면 변화구가 좀더 날리는 편이다.

 

이의리의 첫 경기 이후 구종별 코스. 슬라이더가 대체로 날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의리도 직구 하나만으로 1군 타자들과 상대하는 건 한계가 있을 거고, 언젠가 대량실점하면서 두들겨맞는 날이 올 거다. 그런 날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 첫 경기만 봐서는 지금 능력치만 해도 이미 3년차 양현종 이상인 거 같다.

 

(2) 안우진이 개막 두 경기째 연속으로 털렸다. 롯데 상위타선들이 1회부터 패스트볼 타이밍을 딱딱 맞춰서 치는데, 굉장히 의아한 부분. 아니 154를 저렇게 정타로 친다고?

 

우선 스포츠경향 기사를 보자. <[스경X분석]안우진의 160㎞ 만든 한 발 더 멀리…163㎞도 넘을까> (링크) 올해 스트라이드를 길게 해서 릴리스 포인트는 낮아진 대신 구속은 더 빨라졌다고 한다. 문제는 제구도 안 되고 변화구도 뒷받침이 안된다는 것. 직구는 모조리 한가운데 치기 좋은 코스로 몰렸고 변화구는 높은 쪽으로 들어가면서 버리는 공이 많았다.

 

배터리 볼배합이 답답했던 게, '직구는 맞으니까 변화구를 초구에 넣어보자' 라는 발상으로 접근하는데 일단 변화구가 제대로 안 들어가니까 카운트는 카운트대로 버리고, 그러면 이게 안 먹히니까 다시 직구로 가야 하나보다~ 하고 직구를 넣으니 들어가면 처맞고 안 들어가면 투 볼이라서 또 뻔히 보이는 공 던져야 하고... 이대호한테 홈런 맞고 다음 타석에 커브 난사하는 건 한심함의 절정. 무슨 스무 살짜리 루키로 보였나?

 

결국 하이패스트볼로 밀고 나갔어야 한다. 2회 김준태 삼진 - 한동희 안타 - 배성근 삼진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항상 카운트를 선점했고, 높게 던지니까 하위타선들 배트가 따라나오지 않았는가. (한동희가 안타 친 공은 정말 재수없는 바빕타였으니 어쩔 수 없다...) 구위가 좋은 투수가 공격적으로 하이패스트볼 던지다 맞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카운트 내주고 한가운데에 뻔히 몰리는 공 스트라이크 잡으러 들어가는 건 너무 일차원적 사고방식이라 눈물이 난다. 앞으로 김재현은 박동원이랑 호흡 맞추게 하면 안될 듯.

 

DC 개념글이지만 비슷한 발상의 글이 있다. (링크) 안우진 문제는 결국 로케이션이라는 얘기. 안우진이 작대기 직구다 / 투구습관이 노출되었다 같은 설명은 작년 불펜 때 안우진의 호투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직구에 강한 롯데 타선에게 처맞기 좋은 위치의 공을 진상하니 맛있게 드시더라 하는 게 본질에 가깝다. 따라서 '직구 비중을 줄여라' 같은 처방은 말이 안된다. 박병호가 삼진 많이 당한다고 '컨택 위주의 스윙을 해라' 라고 하면 논리적인가. 호랑이는 고기를 먹어야 하는 법.

 

(3) 최원태는 4이닝 7안타 5사사구로 사실상 매 이닝 만루를 세팅했는데, 그러고도 2실점을 한 건 정말이지 기적 두 글자 외에는 설명 불가능. 3억 가까운 연봉을 주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 명품투구였다.

 

프랑코는 140 중후반대가 나오는 공, 150 초반대가 나오는 공, 155까지 찍히는 공을 구사하던데 첫 번째는 싱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직구 같다. 물론 직구가 원래 싱킹성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하니 몇 번 더 등판하는 걸 봐야 자세히 구종을 구별할 수 있겠다. 1회에는 처박히는 공이 많았는데 갈수록 영점을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세월아 네월아 하는 슬라이드 스텝은 앞으로도 큰 약점일 듯. 이정후가 거의 서서 2루 들어갈 뻔 했으니.

 

(4) 주중 시리즈에 연장 이틀이나 하고 왔으니 사직 원정 이틀째에 박동원을 포수에서 빼주는 게 이해 못할 일은 아닌데, DH로 집어넣는 이유는 모르겠다. 이번 시즌엔 선발 빼면 확실히 쉬게 해준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내 착각인가? 그리고 아직 시즌 10경기도 안했는데 주전들 체력관리할 필요도 없지 않나. 그냥 박동원 포수, 프레이타스 지명타자가 무난하지 않은지.

 

여기까지는 김재현도 나가서 뛰어봐야 하니 그렇다고 치자. 2차전 7회말 1사 1,2루에 김재현-이용규로 타선 이어지는데 왜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5-0에 주자 둘이 노아웃으로 나갔으면 1점이라도 내야 상대 필승조 꺼내서 출혈을 강요할 것 아닌가. 프레이타스 포수 보면 안된다 이런 말 할 거면 경기 전에 포수 장비 채우고 훈련시키지나 말자. 이용규도 타구질 구린데 꼬박꼬박 타석 다 세워줄 필요 없다. 허정협-임지열 심지어 신준우가 먹는 타석도 지금 이용규가 들어서는 타석보단 가치있을 거다.

 

(4) 불펜진이 3차전 질질 끌려갈 뻔한 경기를 잘 막아줬다. 장재영이 유일하게 삼자범퇴. 152~155 꾸준히 찍히는 직구가 로케이션까지 안정적이었다. 김태훈도 정훈이 번트로 아웃카운트 내주는 불필요한 플레이 해서 하위타선에게 기선 제압하며 잘 살아남았다.

 

김성민과 김재웅의 투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김성민이 체인지업으로 한동희 루킹삼진 잡아내는 장면은 짜릿함 그 자체. 그 다음에 배성근에게 2루타 맞고 볼넷 2개 내주긴 했지만, 도망가느라 볼을 준 건 아니었다. 안치홍은 3연전 내내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투스트라이크를 잡히고도 커트해가면서 볼을 골랐고, 손아섭에게는 2구까지 타자가 좋아하는 코스로 공을 줬는데 먹히지 않았다.

 

김성민에게 마지막 아웃카운트 잡혔던 전준우는 김재웅 상대하면서는 체인지업을 잘 골라내서 볼넷. 다음 추재현을 상대로는 김재웅의 커브가 잘 들어가 투스트라이크를 얻었고, 투투까지 추재현의 시선을 바깥쪽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슬라이더로 삼진. 추재현에게 맞았으면 그냥 경기 끝났을 것이다. 정훈도 우익수 플라이로 잘 처리했고, 대타로 나온 오윤석에게는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가는 유인구로 계속 헛스윙을 유도하려 했으나 오윤석이 잘 참으면서 볼넷. 뒤에 강태율 있는 거 감안하면 유인구 위주 피칭 괜찮았다. 그리고 강태율이 2-1에서 4구 직구 흘린 순간 사실상 경기 종료.

 

고형욱이 긁어모은 체인지업 잘 던지는 좌완들이 잘 막아준 경기였다. 조상우 복귀할 때까지는 김성민-김재웅이 마무리라는데 (링크) 공포에 가깝지만 어쩌겠나 지금 불펜이 없는데. 다른 기사를 보니까 (엑스포츠뉴스) (MK스포츠) (스포츠동아) 김성민-김태훈이 마무리라고 나와있는데 아무래도 저 기사 받아쓴 기자만 착각을 했나보다.

 

(5) 임지열 부상 12주, 박준태 부상 10주 떴다. 8일에 이미 변상권-송우현 내렸는데 어제(12일) 임지열-박준태-허정협을 한꺼번에 내려서 오늘 콜업명단에 김은성이 끼었으니 그야말로 코미디. 감독님 현실야구는 판타지리그가 아니라서 1군에서 한번 말소하면 10일 동안 못 올라온답니다. 엔트리 변동 좀 신중하게 하시면 안되겠는지?

 

허정협 2군 가서 감 찾으라는데 6경기 9타수 1안타... 경기당 한두 타석 세워놓고 뭘 감을 찾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허정협 물론 원피치 투수 상대로 유격수 플라이 치고 못하긴 못했다. 그런데 지금 1군 경험 조금이라도 있는 선수 외야진에 있어야 하는 마당에 2군에서 타석 먹는 게 의미없는 허정협을 왜 내리나. 그렇게 따지면 24타수 2안타인 이용규는 3군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임지열 평소에 키보드로 많이 욕했지만 3차전 2회에 보살 - 다이빙캐치로 아웃카운트 두 개 잡는 거 놀라웠다. 골절인데 참고 나가서 득점까지 올렸으니 짠한 마음이다. 외야 한 자리가 구멍인지라 조금만 더 했다면 기회 잡았을 텐데, 참 인생은 타이밍이다.

 

(6) 3차전 연장에서 서건창 3루 판정은 당연히 아웃. 주자가 베이스에서 발 떨어진 상태인데 공 가진 야수에게 태그당하면 아웃이고, 주루방해로 한동희의 고의성을 걸고 넘어질 건덕지도 없었다. 억울하고 기분나쁘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시즌 중에 벌어질 수 있는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사실 아웃판정보다 중요한 점은 홍원기 감독이 항의를 하러 나왔다는 점. 작년에 비판 거는 족족 틀리고 손해보는 판정 나와도 덕아웃에 멀뚱멀뚱 서있던 손혁 감독님을 생각하면 천지차이. 먹히지 않더라도 때로는 팀 사기진작과 분위기 전환을 위해 그런 항의가 필요한 법인데, 감독이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행했다는 데서는 홍원기 감독을 높이 사고 싶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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