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3~0404
삼성 vs 키움 (고척)
1:6 승 / 4:7 승
1차전 뷰캐넌 / 요키시
2차전 라이블리 / 안우진
시리즈 감상
(1) 요키시는 7회 실점하긴 했지만 7이닝 1실점으로 안정적인 투구. 시범경기에는 약간 불안한 모습도 보여줬지만 역시 정규시즌이 되니 달랐다. 계산이 서는 투수라는 걸 지난 2년 동안 보여줬기 때문에 별달리 염려할 필요가 없다.
반면 안우진은 구속만 빨랐지 제대로 넘긴 이닝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2회? 올해도 결국 좌타자 상대가 가능한지가 선발로테이션 소화 가능성을 좌우할 듯. 1~2회까지는 대체로 좌타자에게 바깥쪽으로 승부했는데, 박동원이 너무 보더라인 투구를 요구하는 느낌도 있다. 3회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던진 공은 (비록 박해민이 살아나가긴 했으나) 몸쪽으로 붙여서 소프트 컨택을 유도하는 좋은 공이 나왔다. 이원석 사구는 안우진이 밸런스를 잃을 때 벌어지는 일상적인 장면이었고...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선발로 나와서 154,155가 찍히는 공을 던진다는 건 매력적이고 (50구 넘어가니까 150 초반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승호-한현희도 없는 만큼 당분간 참아야지 어떡하겠나. 사실 안 참아도 들인 돈을 생각하면 선발로 밀어줘야 하는 선수지만.
(2) 투수조의 상태가 대체로 좋지 않아보인다. 시범경기 때 걱정했던 양현은 막상 던지니까 괜찮은데, 김태훈은 투심 영점부터 안 잡혀있고 김선기는 패대기만 세 개. 김재웅도 첫 타석에는 공이 위로 몰리고 그 다음에는 아래로 빠지고 하니 정상이 아니었다. 오주원의 안정감이 그나마 돋보인 편.
(3) 김성민의 좌완 사이드암 변신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투구폼은 작년 시즌 중 2군에서 조정을 하고 올라왔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좌타자에게 더 많은 안타를 허용할 정도로 허술한 상태였다. 올해는 투심의 탄착군도 일정하고,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도 위력적이다. 키움의 좌완은 대체로 슬라이더보다 체인지업 구사력이 좋고, 그래서 좌타자에 강한 좌완이 별로 없다. 올해 드디어 탄생하는 것일까?
(4) 항상 수비가 흐름을 만드는 법. 1차전 6회 이학주의 펜스 맞고 좌익수 글러브로 들어간 타구를 모두들 좌익수 플라이로 착각하여 (3루심은 정확한 콜을 했지만) 1루 주자 김헌곤이 귀루를 했지만 더블아웃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학주는 주루포기 아웃, 2루로 가야 하는 1루 주자 김헌곤은 포스아웃이라는 판정이었는데 (이학주가 김헌곤을 추월한 것이 2루수의 베이스 수비보다 나중이라고 본 모양) 이용규의 허슬플레이와 서건창의 기민한 판단이 돋보이는 플레이였다. (경기 리플레이를 돌려보면 요키시가 2루를 가리키고, 서건창이 2루를 찍자 바로 1루 송구를 요구하는 장면이 보인다. 이런 집중력이 중요하다.)
2차전 5회 김상수의 호수비는 김수환의 홈런을 시작으로 라이블리를 잘 공략하고 있던 팀 타선의 흐름을 끊는 변곡점이 될 수 있었다. 팀타선이 이에 굴하지 않고 볼넷과 사구로 차근차근 기회를 만들어 역전을 성공한 것은 대단한 일이고.
2차전 8회 송준석의 우익수 플라이 때 벌어진 촌극은 다소 아쉬웠다. (영상 링크) 우익수 송우현의 송구가 다이렉트로 홈을 향했는데 투수가 중간에 커트를 잘 했고, 2루 주자 이학주가 무리하게 튀어나와 최소 주자 하나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격수 김혜성이 2루 주자를 몰기 시작한 시점에 3루 주자 강민호가 홈을 노리는 기만 동작을 했고, 3루수 전병우가 홈으로 콜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주자 둘을 모두 살려주게 되었다. 원아웃에 4점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민호를 무시하고 이학주를 잡아도 충분히 본전이었고, 3루로 던져서 강민호를 잡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내야수비진의 경험 부족이 불러온 미스.
(5) 박병호의 타격폼 변화가 매우 흥미롭다. 개막전을 보면 발 앞 부분을 바닥에 찍고 뒤꿈치랑 무릎만 가지고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2루타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작년 여름 이후에 시도하던 타격폼이다. 그런데 2차전에서의 홈런을 보면 발을 안으로 한번 끌어와서 찍고 다시 발을 내딛으면서 타격을 하는데, 이것은 작년 여름 이전 그리고 박병호의 커리어 대부분 사용하던 타격폼이다. 상대나 상황에 맞춰서 타이밍 잡는 법을 바꿔가며 상대하는 전략인지, 타격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끝나지 않았는지 불분명한데 앞으로 박병호가 어떤 타격폼으로 타석에 임할지도 이번 시즌에 지켜봐야 할 포인트 중 하나.
(6) 프레이타스는 몸쪽에 강점이 있는 타자라고 하는데, 타격폼을 보면 몸쪽에 자신이 있으니 다소 불리함을 감수하더라도 안으로 붙으면서 바깥쪽 공은 걷어내거나 가볍게 밀려고 하는 듯. 개막전에는 무안타였지만 2차전에서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했다. 수비포지션도 없는 지명타자니 호미페만큼은 쳐주었으면 한다.
(7) 감독이 김웅빈과 박준태 대신 선택했던 김수환과 송우현이 개막 시리즈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송우현은 2타점 적시타와 멀티히트를 적립했고, 김수환은 라이블리의 변화구를 받아쳐 대형 홈런을 만들면서 팀 승리의 물꼬를 텄다.
송우현의 경우 투스트라이크에 몰려도 주눅드는 법이 없고, 레그킥 동작을 바꿔가면서 대처하는 걸 보면 타격재능은 확실해보인다. 어깨에도 장점이 있으니 올해 본격적으로 밀어줘야 할 자원. 김수환은 좌우 3cm가 아닌가 의심스러운 수비범위가 걸리지만, 힘 하나는 진퉁이니 김웅빈이 돌아올 때까지 전병우와 플레잉타임을 나누면 좋겠다. 상대 투수의 실투를 받아칠 수 있는 능력과 상황에 맞게 밀어칠 수 있다는 장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8) 김혜성이 풀타임으로 유격수 수비를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할 문제도 아니다. 어차피 김혜성 아니면 쓸 다른 유격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김혜성이 2루로 가는 순간 서건창의 포지션이 꼬인다. 그냥 어떻게 되든 한 해는 눈 딱 감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혜성은 대체로 사이드암 송구를 하는데, 2루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유격수 자리에서도 그러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나게 된다. 일부러 눌러주는 송구동작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몸에 해왔던 루틴을 바꾸기는 쉽지 않으니 실책 몇 개를 세금으로 더 내면서 본인이 최적의 송구위치를 잡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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