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6~0408
KIA vs 키움(고척)
5:4 패 / 8:7 패 / 5:3 패
1차전 멩덴 / 최원태
2차전 김현수 / 스미스
3차전 이의리 / 김정인
시리즈 감상
(1) 빠른 로스터 교체
[고척 현장] '야수 3명 교체' 키움, 엔트리 변경... "여유 찾고, 좋은 기억 가지고 오길" (링크)
개막 4경기 지났는데 송우현-변상권-김수환을 바로 다 내리는 건 의외였다. 적어도 한 주는 지켜볼 줄 알았는데, 하는 거 보니 이미 견적이 나와 굳이 사직에 데려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거 같다. 사전에 미리 생각해놓은 무브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개막 때 들었던 이유인 '김웅빈-박준태가 공수 양면에서 아직 준비가 안됐다'랑은 말이 맞지 않다.
아무튼 각자 장점도 확인하고 과제도 주어졌다. 김수환은 좋은 송구능력과 파워 툴이 있지만 1군 직구를 컨택할 능력이 안된다. 송우현은 타격감이 괜찮은가 싶었지만 투수가 몸쪽에 공을 꽂아넣으면 전혀 반응을 하지 못했고, 수비할 때 잔스텝 밟는 것도 고쳐야 한다. 1군에서 시련을 맞는 과정까지 경험해보았으면 했는데, 그 정도로 기다려줄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로스터에 들었던 게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
아쉬운 건 변상권과 임지열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었냐는 거. 임지열에겐 딱히 기대가 없는데, 1군에 올라오면 외야에 수비 안 좋은 빠따 1툴이 둘이니 로스터 운용하기도 껄끄럽다. 대타로 나와서 제 몫을 해준 거도 아니고. 연장에서 이틀 다 질 동안 번트 안 대던 감독이 한 경기 잡아보려고 번트 대서 밥상 차려놨는데, 그걸 날리고 있나.
(2) 외국인 선발
KIA 멩덴의 투구가 기가 막혔다. 확실히 이 맛에 비싼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는 건데, 이 팀은 허섭스레기 영입해놓고 중간에 바꿔서 결국 1년 예산 100만 달러를 꽉 채우는 걸 보면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멩덴의 구속이 안 나온다는 얘기를 언뜻 봐서 기대했으나, 1회에 146-148-149가 좌타자 바깥쪽 아래에 꽂히는 걸 보니 기껏 돌렸던 희망회로가 분쇄되는 느낌. 그 코스를 잘 찌르니 체인지업도 잘 먹혔고, 체인지업이 잘 먹히면서 좌타자들의 시선이 바깥쪽으로 분산되니 몸쪽 커터도 잘 먹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위타선에서 김수환과 박동원이 밥상을 차려주면서 이정후가 이를 놓치지 않았는데...김수환은 히팅 포인트는 다소 늦었다만 힘으로 공을 밀어내 우중간에 안타를 만들었고, 박동원은 1차전 내내 대체로 몸쪽 공에 이미지가 있는 듯 했다. (6회 멩덴 8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서 파울로 만드는 모습이라던가) 김혜성의 공헌도 빼놓을 수 없는데, 비록 선행주자를 죽이긴 했지만 루상에 나가서는 멩덴-김민식 배터리에게 바깥쪽 공 볼배합을 어느 정도 강요했다. 곧이어 멩덴이 몸쪽 커터를 던지기 좋은 2-2 카운트가 나왔는데, 다행히 몸쪽으로 상당히 많이 붙는 공이라 이정후가 참을 수 있었다. 곧이어 3-2에서 몰리는 체인지업을 이정후가 받아치면서 3루타. 김호령이 발로 안 찼으면 2루타였겠지.
스미스는 구속이 조금 회복되긴 했지만 그나마 쓸 만한 커브 외에는 도무지 써드피치가 받쳐주지 못했다. 슬라이더(혹은 커터)는 수준 이하였고 좌타자 상대로는 카운트 잡으러 들어갈 공도 없고... 얘가 반등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대체용병 알아보고 있길 바란다.
(3) 최원태, 김정인
최원태 피칭은 마치 문제집 뒷장을 펼쳐서 답지만 베끼는 고등학생을 연상하게 했다. 경기 초반엔 간혹 쓸만한 체인지업과 커브가 나오기도 했으나, 우타자 몸쪽으로 빠지는 공이 잦아 나지완을 보내버릴 뻔 하고 김호령 헬멧 맞히고...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1회 최형우 타석 때 삼진 잡는 걸 보고 '저기 또 던지면 홈런 맞는다'고 했는데, 딱 세 번째 타석에 그렇게 맞더라. 아직도 공이 높다. 체인지업이 좀더 떨어져야 한다. 그래도 구속이 작년 시즌 초 140 중반을 찍으며 기대를 모았던 그때와 비슷하다는 건 긍정적이다. 구속이 올라서 그런지 삼진도 7개나 잡았는데,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스타일 변화를 기대해봐도.
김정인은 작년에 세컨피치로 체인지업을 들고 왔고,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4회에 크게 흔들려서 위기를 맞았는데, 다행히 대량실점을 하진 않았다.
사사구를 여섯 개나 내주기는 했지만 작년보다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높아져서 우타자를 상대로도 능숙하게 구사했고, 구속도 최대 147까지 나오는 등 안정적이었다. 김선빈에게 삼진 잡는 공을 보라. 기막히지 않은가? 볼넷도 너무 정교하게 던지려다가 나온 것들이지, 상대 타자에게 쫄아서 도망을 가는 과정에서 나오진 않았다. 다음 등판이 기다려진다.
(4) 오주원
2019시즌 후반기부터 이미 마무리에 두면 안 되는 선수라는 징조가 나타났고, 한국시리즈 때 불을 지르면서 현실화되었다. 리그에서 타선 정렬해보면 절대 중간 위로는 못 올라갈 KIA 타선에게 (사실상) 6연속 안타 맞으면 마무리를 어떻게 시키나. 오주원 본인은 잘못이 없다. 그냥 역량이 안 되는 투수를 마무리 경험 있다고 관성적으로 마무리에 박아넣고 코칭스태프의 잘못이요, 연봉 아깝고 이택근 은퇴식 열어줬다고 팀 주장을 싸트로 하위권 팀 전력보강하게 던져준 프런트의 잘못이 크다.
이틀 연속 연장승부를 했으면 로스터에 있는 선수를 모두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 3연전 했는데 김재웅은 이틀 연속 2이닝 던지고 박관진은 2차전 연장에 프레이타스 대주자로 나오고 이러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 1군 로스터에 가비지이닝 먹으라고 여유부릴 수 있는 선수는 장재영 하나여야지, 그게 여럿이면 곤란하다. 감독 본인조차도 1이닝 맡길 수 있는 투수인지 가물가물하고 확신 안 서는 꼬꼬마들이 1군에 있으면 안된다. 상대팀 KIA는 이승재랑 장민기가 아웃카운트 몇 개를 잡았냐.
조상우 복귀할 때까지 김태훈이 마무리 가고, 김성민-양현이 앞을 받쳐주면서 김동혁 기용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따져보면 김태훈이 전전임 장정석 감독 때부터 이상하게 갖고 있는 무기에 비해 푸대접받는 편인데, 그 동안의 실적이 있다면 이제 이런 자리에서 시험해볼 때도 되었다.
(5) 이정후
아직까지 확신은 안 서지만, 시범경기부터 히팅포인트를 줄곧 뒤에 두고 치는 느낌. 혹시 진짜로 조정을 한 거라면 쓸데없는 일이다. 데뷔시즌처럼 스프레이히터 해봐야 미국에서 관심 안 가져주니, 타석에서 작년과 비슷하게 전략을 세우고 들어와서 병살 20개 감수하고 2루타 50개+홈런 20개 치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게 낫다.
작년 후반기 이정후 성적을 보면 전반기와 차이가 많이 나는데, (전반기 332타석 .363 .421 .613 12홈런, 후반기 285타석 .298 .368 .421 3홈런) 언론 인터뷰를 보면 본인이 당겨서 만드는 병살을 의식하는 얘기가 은연중에 있고, 박병호가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빠지거나 해서 자신에게 집중견제가 들어온다는 점도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심리적 불안감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건 아닐까 추측 중. 하지만 슬럼프를 극복하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보면 결국 클래스를 되찾을 거다.
(6) 영건
이의리야 원래 잘 던지는 투수인 거 알고 있었는데, 이승재가 물건. 슬라이더랑 포크볼로 찍히는 공이 모두 140 가까이 나오던데, 무슨 이런 구종이 다 있나. '대졸 즉전감' 드래프트할 때는 이런 선수 기대하고 뽑는 거지, 대졸 뽑았는데 1군에서 제 몫 하는데 5년씩 걸리고 이러면 사실상 망한 픽이다. 최근에 이 팀이 구력 짧은 우완 대졸을 로또픽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한 명은 꼭 건졌으면 한다.
장재영의 데뷔전은 연장승부 중에 이루어졌는데, '쉬운 상황에서 내보내겠다' 고 했지만 이미 경기가 반쯤 넘어갔으니 추가실점해도 장재영 잘못은 없다는 점과 그나마 추가실점 안할 가능성이 높은 투수라는 점을 감안한 거 같다. 154-155까지 나오는 직구에 감탄, 그 공 두 개를 봐놓고도 변화구에 반응하는 최형우는 더 감탄. 장재영이 던져 변상권의 호수비를 만든 최형우 타석의 3구는 130km/h대의 슬러브였다고 한다. (기사 링크) 시범경기 막판에 송신영에게 배웠다는데 어쩐지 커브 치고는 좀 빠르더라니, 일주일 만에 실전에서 사용할 정도면 손가락 감각이 정말 좋은가보다.
MLBPARK에 올린 글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4월 6일) (3연전 전체) 내용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나 6일 경기 리뷰가 더 상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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