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의, 이재영 <-> 최승환, 이성열 이후 13년 만에 LG와 두산이 선수를 맞바꿨다. LG는 1995년생 좌완 함덕주와 1995년생 우완 채지선을 받고, 두산은 1991년생 우타 내야수 양석환과 2000년생 좌완 남호를 받았다.
-왜 했는가?
LG는 우승도전을 위해 꾸준히 불펜 수혈을 노리고 있다. 작년 정우영-고우석의 필승조는 잘 돌아갔지만 여전히 6-7회를 맡기기에 아쉬운 투수들이 많았고, 차우찬의 몸상태나 이민호-정찬헌 조합의 이닝소화력을 고려해볼 때 불펜 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겠다.
두산은 오재일이 빠져나간 1루수 자리를 메꿔야 했다. 외국인 페르난데스가 1루를 맡아주면 좋았겠지만 수비에 전혀 장점이 없으며, 국내 선수로는 김민혁과 신성현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김민혁은 군대에서 막 전역했고 신성현은 터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노망주라는 점이 걸렸다.
-LG는 누굴 받았는가?
함덕주는 2013시즌 5라운드 43순위로 지명된 이후, 빠르게 성장하여 3년차인 2015시즌에는 필승조로 올라서고 2017시즌에는 24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불펜 11경기) 선발투수로서의 경쟁력도 입증한 투수다. 이번 트레이드의 메인 칩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선수. 2018시즌부터는 3년째 마무리를 하고 있었으나, 2020시즌 후반기 선발 이영하의 부진이 겹치며 보직을 서로 맞바꾸었다. 140~141km/h의 평균 구속에 우타자를 상대로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체인지업을 던지지만, 좌타자 상대 무기는 마땅치 않다는 점이 약점이다.
함덕주는 이전에도 '한 보직에 정착하고 싶다' 며 감독의 기용에 아쉬움을 표한 바 있었는데, 그 동안 두산의 선발진이 워낙 탄탄한 반면 불펜진은 상대적으로 부실하여 마무리로 나오며 잦은 혹사를 겪어야 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 라는 엠팍 썰쟁이의 말이 맞다면, 함덕주가 가지고 있었을 불만은 작년 최원준이 우선 선발로 이동하며 더 커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LG에서는 우선 선발로 기용한다고.
채지선은 2015시즌 2차 1라운드에서 지명된 우완 투수이며, 작년 평균 145km/h 가량의 강속구를 던졌다. 함덕주처럼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기 때문에 우타자에게 약한 반면 (.313 .450 .391) 좌타자에게 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226 .360 .371)
LG는 함덕주와 채지선을 얻으며 선발과 불펜을 모두 보강했다. 작년 함덕주가 선발 보직에서 136km/h의 공을 던지며 우려를 자아냈지만, 단순히 시즌 중 보직변경의 여파라고 본다. 그 동안의 클래스로 봤을 때 선발 한 우물을 꾸준히 판다면 충분히 규정이닝 정도를 소화하면서 WAR 3 정도를 만들어줄 수 있는 투수다. 리스크가 제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또 그렇게 높아보이지도 않는다. 자리가 없는 백업 1루수와 팀 3~4순위의 좌완 유망주를 희생해서 얻을 수 있는 대가로 함덕주는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채지선 역시 진해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작년 좌타 상대 릴리프로 최성훈이 자주 기용되었지만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300 .382 .367) 게다가 최성훈은 이미 긁어볼 만큼 긁어봤고, 채지선은 이제 막 1군에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보강이다.
남호가 다소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LG에는 현재 완성도가 더 높은 김윤식, 포텐이 더 높은 손주영-이상영 같은 좌완이 있는 터라 팔지 못할 급은 아니었다. 게시판을 보면 남호를 20인 안에 포함하는 얘기가 몇 번 나와 굉장히 의아했는데, 함덕주의 등장으로 그런 소리마저도 쏙 들어간 걸 보면 확실히 이번 트레이드는 LG에게 좋은 무브. 게다가 백업 1루수인 양석환을 정리하면서 1루와 3루 백업에 김주성, 김호은, 이주형, 장준원 등 좀더 다양한 옵션을 시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두산은 누굴 받았는가?
양석환은 2014시즌 2차 3라운드에서 지명된 대졸 코너 내야수. 잠실에서 20홈런을 쳤다는 점에서 파워툴은 훌륭하지만, 출루율은 3할 2푼을 넘어본 적이 없는 공갈포다. 프로에서는 3루수로 더 많이 나왔지만 어깨 하나를 빼면 장점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1루수로 봐야 한다.
남호는 2019시즌 2차 5라운드에서 지명된 좌완 투수. 작년 직구 평균 구속은 141.5km/h였으나 145 이상의 공을 던진 적도 있었다. 직구 하나는 괜찮은 선수고 작년 2군 성적도 좋았다. (18경기 20.2이닝 17안타 8볼넷 24탈삼진) 꾸준하게 성장할 경우 4선발~셋업 정도의 기대치는 무난하게 충족하리라 예상된다.
두산은 함덕주를 팔면서 준주전 1루수인 양석환과 좌완 유망주 남호를 얻었다. 양석환은 .260 .730 정도의 견적이 이미 나왔으니, 꾸준히 기용하면 그 정도의 숫자를 찍으면서 20홈런-80타점 정도는 기록해줄 것이다. 김민혁이나 신성현을 1년 내내 1군에 기용하느니 훨씬 좋은 선택. 남호 역시 두산 1군에 즉전감으로 쓸 젊은 좌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곧바로 기회를 받을 것이다. 나는 이 트레이드는 LG에게 더 좋은 트레이드라고 보지만, 남호의 성장세가 빠르다면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바뀔 수도 있다. 함덕주는 다년간의 혹사, 채지선은 1년 반짝에 스몰사이즈라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뉴스에서 별로 언급되지 않는 토픽이 재정 문제다. 두산은 당장 올 시즌 이후 김재환이 FA가 되고, 2022시즌이 끝나면 윤명준-박세혁-박건우 역시 FA가 된다. 함덕주를 트레이드해 중심타자와 센터라인을 지킬 수 있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함덕주는 현재까지 국가대표 보상 등록일수를 합쳐 6정규시즌을 채웠고, 두 시즌을 더 채우면 FA가 된다. 반면 양석환은 세 시즌을 더 채워야 한다. 지금은 양석환의 연봉(2.1억)이 함덕주(1.65억)보다 높지만, FA가 됐을 때 둘의 총액 차이는 틀림없이 몇 배일 것이다. 선발과 마무리에서 모두 가치를 증명한 만28세 좌완투수가 FA 시장에 나오는 일이 얼마나 있겠나? 함덕주의 FA 계약 규모는 올해 만28세로 FA를 맞는 한현희의 계약 액수를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능하겠다.
LG 차명석 단장은 추가 트레이드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추가 트레이드는 오히려 두산에서 터질 확률이 높아보인다. 함덕주처럼 2시즌 후에 FA를 맞는 윤명준은 물론이요, 신인 안재석과 보상선수로 합류한 강승호와 박계범이 추가된 센터라인에서도 트레이드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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