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야구 좀 보신 분은 알겠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주축 선발투수로 팀 린스컴Tim Lincecum과 함께 맷 케인Matt Cain(1984)이라는 투수가 있다. 이렇게 생겼다.
2002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25위)에 지명된 케인은 6' 3"(190cm) 230파운드(104kg)라는 우월한 신체조건을 앞세워 마이너에서도 차차 경험을 쌓아갔다. 1 2005년 만 20세에 콜업되어 7경기에서 2승 1패 2.33의 준수한 성적을 보인 케인은(데뷔전 상대는 김병현이었다고 한다) 이듬해인 2006년부터 연평균 200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로 최종진화한다. 2
케인의 연도별 성적(2012년 성적은 이 글을 포스팅하고 있는 시점까지)
2006 13-12 4.15 (190.2이닝 179K)
2007 7-16 3.65 (200.0이닝 163K)
2008 8-14 3.76 (217.2이닝 186K)
2009 14-8 2.89 (217.2이닝 171K)
2010 13-11 3.14 (223.1이닝 177K)
2011 12-11 2.88 (221.2이닝 179K)
2012 1-2 2.35(38.1이닝 30K)
통산 70승 75패(.483) 3.33(209경기 1355.2이닝 1115K)
오늘 시간을 들여 굳이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2007년 이후 케인이 26번째 QS 패전을 당했다는 김형준 기자의 기사를 보고 나서였다(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24&article_id=0000002467) 2007년 이후 QS 노디시전 역시 맷 케인이 43회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케인이 실력에 비해 이토록 승률이 좋지 않은 이유는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부실한 득점지원 때문이다. 작년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는 팀 ERA는 2위였지만 타율은 꼴찌였고 570점을 득점하고 578점을 실점했는데, 이는 경기당 평균 3.52점 정도에 해당한다. 즉 케인을 비롯한 샌프란시스코의 선발투수들은 QS를 하고 불펜이 불을 지르지 않아도 간신히 이길까 말까라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올해는 필라델피아가 이 전설을 함께 써갈 것으로 보인다)
졸리니까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필자는 리그 전체를 씹어먹기로 유명한 여러 우완 투수들의 승률이 맷 케인과 비교했을 때 어떨까 매우 궁금해졌다. 그래서 조사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값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중에는 명단에 들어있을 자격이 있는지 논쟁의 여지가 있는 투수들도 있긴 한데, 통산 ERA는 다 3점대니까 괜찮다고 우겨본다.)
팀 린스컴 71-43 3.05(.623) 2
애덤 웨인라이트 67-38 3.09(.638)
로이 할러데이 191-94 3.21(.670) 6
로이 오스왈트 159-93 3.21(.631) 5
펠릭스 에르난데스 87-68 3.21(.561) 4
제러드 위버 85-47 3.27(.644) 8
맷 케인 70-75 3.33(.483) 9
제이크 피비 112-82 3.43(.577)
저스틴 벌랜더 109-58 3.51(.653)
댄 해런 108-85 3.58(.560)
크리스 카펜터 144-92 3.76(.610)
잭 그레인키 79-74 3.82(.516)
조쉬 베켓 127-84 3.85(.602)
제임스 쉴즈 76-63 3.94(.547)
케인은 조사 대상인 우완투수 14명 중 ERA 7위다. 언뜻 보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명단에 올라와있는 투수들은 대부분 사이영상 수상 경험이 있는 투수들이고(웨이니-위버-해런-베켓-쉴즈 빼고)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거나 했던 선수들이다. 현역 10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엔 9위인데 그 위의 8명 중 5명이 위의 명단에 표기되어있고 나머지 셋은 마리아노 리베라-요한 산타나-브랜든 웹이다. 3 4
다시 하고 싶은 얘기로 돌아와서 얘기해보자면 위 명단에서 맷 케인보다 승률이 낮은 투수는 없다. 케인은 3점대 ERA 투수 중 유일하게 승률 5할이 안 되는 투수다. 그나마 제일 케인과 승률이 비슷한 투수가 잭 그레인키(.516)와 제임스 쉴즈(.547) 펠릭스 에르난데스(.561) 셋인데 그레인키와 쉴즈는 5점대 ERA를 기록한 시즌이 있는 것 역시 생각해본다면 실질적으로 케인과 맞먹는 불운투수는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5 6
그가 조금 더 득점지원이 좋은-극단적인 예지만 텍사스라든가-팀을 만났더라면, 분명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찍었을 것이다. 2007-2008년 양 해에 3점대 ERA를 찍고도 15승 30패(.333)를 기록한 것은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일 잘 나가던 필라델피아 같은 극강 타선의 팀에 있었더라면 과장 조금 섞어서 30승 15패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올해도 케인의 출발은 끔찍하다. 네 경기 연속 QS를 기록하고도 그는 1승 2패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6이닝 5실점 ND
9이닝 무실점 완봉승(1-0)
9이닝 무실점 ND
6.1이닝 3실점 패(1-1)
8이닝 2실점 패(1-2)
케인 자신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올 시즌 종료 후 FA로 시장에 나오는 것이 좋았겠지만 그는 팀에 남았다. (2012~2018 7년 112.5M, 올해 15M,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M을 받고 2018년에 팀 옵션 21M/바이아웃 7.5M이 걸려있다.) 또한 내년 시즌이 끝나면 오브리 허프나 배리 지토 등 샌프란시스코의 자금 유동성을 묶고 있는 악질 선수들과의 계약이 끝나게 된다.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은, 2013 시즌 후 린스컴과의 계약도 종료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역 선발투수 중 통산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린스컴을 샌프란시스코가 잡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은 낮다. 저번에 한 번 장기계약에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분명히 애를 써서 장기계약을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샌프란시스코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도발-포지를 받쳐줄 타선을 다시 제대로 꾸려야한다는 것이다. 케이닝Cainning 7 같은 단어가 더 이상 발붙일 자리가 없도록 말이다. 8
브라이언 세이빈(SFG 단장) "맷 케인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 약간 주제에서 벗어나는 얘기긴 하지만 2002년 드래프트는 피츠버그의 1라운드 1픽 브라이언 벌링턴 지명이라는 뻘짓으로 유명하다. 뒤에 지명된 1라운드 선수만 해도 B.J. 업튼(2) 잭 그레인키(6) 프린스 필더(7) 조 손더스(12) 스캇 카즈미어(15) 닉 스위셔(16) 콜 해멀스(17) ... 뭐했냐? [본문으로]
- 2004년 하이싱글A 7-1 1.86 AA에서 6-4 3.35, 2005년 트리플A에서 10-5 4.39... 다른 스탯에 비해서 볼넷이 많긴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K/9이 9~11에 육박한다는 것으로 더 말할 필요가 없음 [본문으로]
- 좌완투수는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 뭔가 형평성을 맞춰야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다시 쓰기 귀찮으니까 일단 우완만 보도록 하자. [본문으로]
- 하지만 브랜든 웹은 사실상 커리어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본문으로]
- 잭 그레인키는 2005년 5승 17패 5.80을 기록했다. (이걸 빼면 승률이 .516에서 .565까지 올라간다) 제임스 쉴즈도 2010년 13승 15패 5.18을 기록했다. [본문으로]
- 시애틀의 득점지원도 유명하다. 2010년 34경기 선발로 나와 30번 QS를 기록했고 249.2이닝을 던지며 ERA 2.27 탈삼진 232개를 잡아낸 킹의 승-패는 13승 12패였다. 언급한 나머지 스탯은 모두 리그 1위. [본문으로]
- 정확히 얘기하자면 배리 지토는 2014년에 또 옵션이 걸려있다. 2012~2013년 400이닝 혹은 2013년 200이닝을 던지면 자동으로 18M의 팀 옵션이 실행된다. 으아니 챠! 바이아웃은 7M. [본문으로]
- 맷 케인의 이름을 따서 선발투수들이 잘 던지고도 불펜 방화나 득점지원 부실로 승수를 쌓지 못하는 현상을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부르는 말이다. 으앙 슬퍼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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