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 FA 16인의 실제 가치는? (1)

(2) 2014 FA 16인의 실제 가치는? (2)

(3) WAR로 본 NC 선수들의 승리 기여도는?

(4) WAR로 다시 계산해본 프로야구 FA 손익계산서

(5) 롯데의 ‘강민호 딜레마’

(6) [매거진S] 진짜 구단주, ‘빌리 장석’을 만나다.

(7) 외국인 타자 확대, 프로야구는 안녕들 하십니까

(8) FA ‘쩐의 전쟁’이 남긴 6가지 교훈

(9) 미리보는 골든글러브: 이상과 현실 사이



다음 기사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WAR이란 스탯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WAR은 뭘까.


WAR(Wins Above Replacement)은 대체 수준의 선수(Replacement Level)에 비하여 얼마나 더 많은 승수를 가져다주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흔히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라고 언급되는 그것이다. 이제 MLB에서 WAR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스탯 중 하나다. 추신수의 기사에 WAR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WAR의 장점은 타격, 주루, 수비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 여러 명을 놓고 비교하기에도 쉽고, 오프시즌 벌어지는 수많은 선수 이동을 보면서 각 구단들이 다음 시즌에 몇 승을 챙기게 될지 예측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에는 KBO 기사에서도 WAR이 사용되는 예가 상당히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WAR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3할 타자' '3할-30홈런-100타점' '1점대 평균자책점' 같은 용어가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계속 봐온 사람이라면 3할은 정교함의 상징이고 30홈런은 장타자의 상징이라는 걸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WAR 5.0의 선수' 같은 용어가 우리에게 과연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가? 


WAR은 계산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가 타율을 계산할 때는 안타를 타수로 나누면 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평균자책점을 계산할 때도 자책점에 9를 곱한 다음 이닝으로 나누면 된다는 것 역시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WAR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길고 지루하고 읽기 따분한 글을 통해서 설명해야 한다. 일단 Replacement Level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설명한 다음, 구장 효과(Park Factor)에 따라 선수의 타격 스탯을 보정하고, 출전한 포지션을 감안하여 점수를 더하거나 빼주고, wOBA나 wRAA같은 스탯들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주루플레이와 수비에 대한 점수도 더해줘야 한다. 만약 수비스탯으로 UZR이나 DRS를 쓴다면 UZR이 뭔지, DRS가 뭔지 설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 대부분의 기사에서 이 과정을 설명하는가? 안 한다.


뭐, 뉴스 기사에서 일일이 WAR에 대해 설명하긴 어렵다는 점은 나도 이해한다. (WAR에 대해 설명해놓은 글을 링크 하나 해놓지 않는 무성의함은 용서가 안되지만) 그렇다면 WAR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치고, 계산 과정상의 문제를 꼬집어보자. 


KBO에서는 TZ나 DRS나 UZR 같은 수비스탯이 없다. 단순히 풋아웃, 어시스트, 실책만 가지고 선수의 수비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예를 들어 '수비율' 이란 지표가 있지만, 이걸 가지고 선수 수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바보짓이다. 잡기 어려운 공을 잡으려고 시도조차 안하는 선수는 실책이 0일 것이고, 그럼 수비율 1.000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넥센의 강정호는 15실책을 기록했고, 한화의 이대수는 5실책을 기록했다. 근데 이대수가 강정호보다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는 유격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런 상세한 수비스탯이 (DRS, UZR 같은) 없는 상황에서 선수의 종합적 가치를 평가한다는 WAR을 대체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나? 설령 있다고 치자. 그러면 일반 야구팬에게 공개되지도 않은 스탯을 가지고 계산한 WAR을 기사에서 들이대며 이 선수의 가치가 이렇다고 말하는 것팬에 대한 우롱이 아닌가?


팬그래프fangraphs의 WAR을 구하는 방법을 설명한 글을 보도록 하자. (링크) 포수는 UZR이 없어 수비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롯데의 강민호 딜레마에 대해 설명한 상단의 5번 기사를 보자. 2006년부터 풀타임으로 뛴 강민호의 WAR을 구해놓은 건 그렇다 쳐도, 박경완? 1994년 WAR이 2.0이라고? 이걸 어떻게 아는지? 2013년 쓴 기사에서 박경완의 1994년 시즌의 주루와 수비를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수비스탯이 있다는 양보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서, 저 기사에 나와있는 스탯들은 아예 수비스탯 없는 공격WAR이라고 양보해보자. 하지만 기사에 그런 설명이 있는가? 없다.


WAR은 애초에 MLB에서도 계산방법이 제대로 통일되지 않은 스탯이다. Fangraphs, Baseball-Reference, Baseball Prospectus 세 곳에서 제공하는 WAR의 계산방법은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서 올해 추신수의 WAR이 몇인지 비교해볼까? Fangraphs에선 5.2, Baseball-Reference에선 4.2, BP에서는 6.4다. 셋이 모두 다르다!


MLB 관련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WAR도 이렇게 다 다른데 하물며 포털사이트 뉴스나 엠팍, 야갤 같은 곳에서 떠도는 WAR은 어떻겠는가? 아니 적어도 엠팍이나 야갤에서는 스탯을 구한 글쓴이들이 자기가 WAR을 구한 방법을 올려놓든, 계산식이 있는 엑셀파일을 올려놓든 하기나 한다.




WAR은 많은 장점이 있는 좋은 스탯이다. 그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계산방법도 통일되지 않은 스탯이며, KBO 환경에서 적용하여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굳이 기사 등지에서 WAR을 사용하려면, (1) WAR이 무엇인지 분명히 그 개념을 밝히고 (2) WAR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따로 설명하고 (3) 현재 KBO에서 WAR을 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작업이며 WAR도 한계가 있는 스탯임을 지적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스탯이라도 그것을 너무 맹신하는 건 좋지 않다. 이 점은 WAR에 대해 쓰는 기자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아무 설명 없이 WAR만 떨렁 던져놓고 그걸로 선수를 평가하지도, FA 선수의 가치를 알아본다면서 WAR, BABIP, 타율, FIP, K/BB만 적어놓는 만행을 저지르지도 말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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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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