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철의 <슈퍼스타> 를 무척 좋아한다. 남을 위로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적절한 말과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기에 차라리 가장 단순한 말이 어쩌면 가장 깊고 따스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수위 이상의 감정들은 어려운 단어를 생각하며 표현하기 힘들기에.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게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슈퍼스타>
이한철(그리고 불독맨션)의 음악 하면 대부분 밝은 이미지지만, [작은 방]은 그가 했던 음악들 중 가장 어두운 색깔을 드러내는 앨범이다. 그래서 이 앨범이 좋다. 한희정 얘기할 때도 말한 것이지만 다양한 색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란 참 매력적이다. <사랑>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감상은 아직도 기억난다. 담담한 보컬, 물 흐르듯 흘러가는 기타, 이별을 말하는 가사, 힘없이 주저앉아야 할 것 같은 느낌.
<사랑> (2012)
[작은 방] by 이한철
마른 나뭇가지 여린 잎처럼 난 떨리네
맘 들키지 않게 컵에 물을 따르기 힘들어
애써 태연히 무심히 말하네
잘 가
때마침 우릴 갈라놓은 커피 한 잔이
쏟아지네
<사랑>
물론, 더 우울한 쪽은 [Re-Building]의 <침대> 쪽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침대 위에
곤히 누워 죽어 있다
온기 없는 이부자리
뒤척일 힘도
더 이상 내겐 남지 않았다
<침대>
이한철은 다음 앨범에서도 어두운 색깔을 좀 드러냈으면 좋겠다. 물론 대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인 게 그의 음악의 매력이지만, 솔직히 이제는 밝은 노래면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
서울전자음악단. 해체 소식을 접하고 무척 아쉬워했는데 작년 말 <꿈이라면 좋을까>로 깜짝 복귀했다. 저번 달 대구 공연도 했다고 하는데...
<꿈이라면 좋을까> (2014)
[꿈이라면 좋을까] by 서울전자음악단
우리 사랑은 눈물이 되었죠
꿈이라면 좋을까
그대 꽃길을 걸어가요
<꿈이라면 좋을까>
<꿈이라면 좋을까>는 <꿈에 들어와>와도 많이 비슷한 노래다. 몽환적인 음악에, 꿈 맛 아이스크림을 얹은 것 같은 장재원의 목소리가 들어간다. 앞으로 서울전자음악단이 좋은 노래를 더 많이 발표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 트랙 이상 내가 좋아할 곡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신윤철의 솔로 EP [신윤철]도 참 좋다.)
<비밀> (2014)
[비밀] by 김사월X김해원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을 말할게
누구도 이해 못하는 너에게 말할게
이해한다면 그건 유령이 되는 거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겠지
나를 아껴줘
아니 그냥, 내버려둬
<비밀>
와, 정말 반해버릴 거 같다. 김사월X김해원의 [비밀]을 처음 듣고 든 생각이다. 맘에 들지 않는 트랙이 없었다. 차갑고 어둡고 서늘한, 그리고 난잡한 <비밀>도 좋았고, <지옥으로 가버려> ('지옥가네' 와 '지워가네' 를 재밌게 배치시킨, 그러나 트랙은 전혀 즐겁지 않은)와 <사막 part.2> 역시 쏙 마음에 들었다. 작년 나온 앨범 중에 단 하나만 추천하라면 무조건 이 앨범을 고를 것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된다. 시간은 부족하고.
올해 초에 이승열의 <솔직히>로 우울한 기분을 달랬던 것.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들으면 항상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로 부르면서 시작한다는 것. (원래 가사는 '관심' 이지만, 나는 항상 꼭 꼭 고쳐부른다. 왠지 그러라고 의도했을 거 같아서.)
오지은과 캐스커의 음악을 참 좋아했는데, 왠지 예전처럼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 (그래도 면면을 살펴보면, 캐스커의 [tender] [철갑혹성] [skylab] 은 모두 훌륭한 앨범들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 선우정아, 박지윤 (7집을 가장한 1집 [꽃, 다시 첫 번째]는 정말 명반이다).
다음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믿으면서, 고이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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