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espn.go.com/mlb/story/_/id/8900693/call-moderation-use-wins-replacement-stat


WAR에 관한 재밌는 기사가 있어서 가져왔다. ESPN의 Jim Caple이 쓴 글이다. 원제는 'Let's Corral the WAR Horse' 로, 'WAR이란 말을 한 번 울타리에 가둬보자!' 정도의 느낌이다. 적당히 빼놓을 얘기는 빼고 핵심 부분만 번역해보도록 하겠다. (약간 오역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WAR에 대한 글을 하루 전에 올려놓고 이런 번역 기사를 올리니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나는 최근 야구 기록의 기술적 진보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쓰는 꼰대는 아니다. 아, 물론 난 새로운 것들에 대해 알아나가야 할 나이든 글쟁이고, 내 친구는 내가 '촛불이면 됐지 전구를 뭐하러 발명하냐' 고 불평할 노인네라고 농담하곤 한다.


WAR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장점을 열거해보겠다.


1. 다른 스탯과는 다르게 수비에 대해 평가할 뿐만 아니라 그 우열을 나누어 평가한다. 다른 스탯들은 공격에 주로 중심을 둔다. WAR은 수비 능력도 그 계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 WAR은 선수들의 능력을 비교할 때 아주 좋은 잣대가 된다. 특히 여러 명의 선수를 평가할 때 말이다. 데이빗 쇼엔필드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각주:1] 만약 WAR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3. 쉽게 다가오고 재밌기도 하다. WAR로 일반 야구팬도 간단하게 어떤 선수가 어느 팀으로 이동했고 그래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다음 시즌에 어느 정도 승리를 거둘지 예측해볼 수 있다.


그렇다. 나도 WAR을 하나의 잣대로써 선호한다. 문제는 WAR이 선수의 절대적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될 때라는 것이다.


마이크 트라웃Mike Trout

출처 : http://a.espncdn.com/combiner/i?img=/i/headshots/mlb/players/full/30836.png&w=350&h=254



최근 있었던 마이크 트라웃과 미겔 카브레라의 MVP 논쟁을 상기해보자. 당시 ESPNLosAngeles.com의 9월 헤드라인은 이랬다. "마이크 트라웃이 바로 MVP - WAR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Mike Trout Is Your MVP - WAR Says So)"


블리처리포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각주:2] MVP 투표의 또다른 요소로 WAR이 부각된 것이다. 물론 MVP는 미겔 카브레라가 차지했고, WAR이 MVP 투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는 트라웃에게 투표했다. WAR을 고려해서 찍은 건 아니다만) 이제 WAR이 선수 평가에 고려되어야할 유일한 스탯이며 타율/타점/홈런에서 선두를 차지한 것은 [각주:3] 그저 별거 아닌 눈속임이란 얘기를 듣는 데도 매우 지쳤다. 최근 잭 모리스가 [각주:4]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각주:5] 에 대해 WAR을 과신하는 행위들도 나를 아주 돌게 만든다.



잭 모리스Jack Morris

출처 : http://xosports.files.wordpress.com/2011/12/jack_morris.jpg




WAR은 뭐가 문제인가?


1. WAR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계산기를 두드리면 나오는 타율도 제대로 산출 못하는 꼰대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아니다. 이제 팬들은 스스로 스탯을 계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하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WAR 설명 페이지를 봐라. 무려 1500단어 이상의 긴 글로 설명되어있다. [각주:6] 우리가 스스로 계산하지 못하는 스탯이 '정확하다' 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2. 그리고 설령 WAR을 계산하더라도 그게 하나의 수치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와 팬그래프를 보자. 위에서 얘기한 잭 모리스는 과연 명예의 전당 감인가? 레퍼런스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그의 통산 WAR은 39.3이다. 전체 14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팬그래프에 따르면 명전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팬그래프에서 모리스의 통산 WAR은 56.9로 통산 75위이기 때문이다.


최근 저스틴 업튼과 마틴 프라도를 맞바꾼 애리조나와 애틀랜타의 트레이드에 대해 생각해보자. 누가 이득이라고 생각하는가? 레퍼런스에 따르면 업튼의 작년 WAR은 2.5지만 프라도는 5.4다. 이러면 프라도를 가져간 애리조나가 이득 아닌가? 하지만 왜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이 애틀랜타의 손을 들어주며 좋은 무브라고 하는 것일까?



브렌던 라이언Brendan Ryan

출처 : http://a.espncdn.com/photo/2012/0531/mlb_u_brendan-ryan_mb_576.jpg



작년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316 .362 .429)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브렌던 라이언(.194 .277 .278) 중에 누가 더 훌륭한 유격수일까? 당연히 이건 멍청한 질문임을 나도 안다. 왜냐하면 어떠한 야구팬을 잡고 물어보더라도 지터라고 답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발목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라이언은 작년 레퍼런스 WAR에서 3.3을 기록했다. 지터가 2.1을 기록했는데도! 아마 라이언이 아주 훌륭한 수비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각주:7] 팬그래프는 그 반대다. 지터가 3.2고 라이언이 1.7이다.


그래. 그럼 팬그래프가 더 정확하게 WAR을 계산한다고 치자. 2009년 리키 놀라스코는 185이닝을 던지면서 13승 9패 5.06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WAR은 4.3이다!


이들은 단지 일반적인 통계에서 벗어난 예외(outliers)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예외의 존재는 WAR 전반의 신뢰성에 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어떤 야구선수의 타율이 .245에서 .307을 오락가락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쪽을 믿어야 하는가?


3. 베이스볼 레퍼런스에서 사용하는 수비 기여도(Defensive Run Saved)는 팬그래프에서 사용하는 통계(Ultimate Zone Rating)에 비해 수비 WAR을 훨씬 큰 폭으로 변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바로 WAR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타율, OPS, ERA와 같은 스탯은 지금 당장 내가 연필과 종이만 있어도 계산할 수 있는 간단한 스탯들이다. 하지만 WAR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통계를 가지고 매우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쳐 도출되는 스탯이다. 만약 어떤 선수가 .333의 타율을 기록했다면, 우리는 그가 3타수에 1번은 안타를 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통계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UZR이 12.4인 유격수를 본다면, 그 선수가 좋은 수비수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 전에 UZR이 어떤 스탯인지 알아야 한다. UZR이 정확한 수비 능력을 측정할 '수도' 있지만 논쟁의 여지가 없는 불변의 진리인 것은 아니다.


즉 대부분의 야구 기록들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각주:8] 수학적 계산에 의해 창출되는 것이지만 WAR은 이론과 가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처음에 얘기했듯이 WAR이 선수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수는 있다. 문제는 이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보고 선수를 평가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가령 "마이크 트라웃은 WAR이 10.7이고 미겔 카브레라는 6.9니까, 미기가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들은 인터넷 선을 끊고 자기 불쌍한 삶에 대해서 한 번 연민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는데." 같은 태도 말이다.


모든 스탯은 한계가 있다. 가령 .329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게 그 타자가 꽤 잘 친다는 얘기일 수는 있다. 하지만 타자의 정확한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장타는 얼마나 쳤는가? 볼넷은 얼마나 얻어냈는가? 도루는? 얼마나 많이 홈을 밟았고 얼마나 많이 주자들을 불러들였나? 병살타는 얼마나 쳤는데? 40홈런을 친 타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타율이 .300인가, .230인가? 볼넷은 얼마나 많이 얻어냈는가?


WAR에도 같은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선수의 정확한 가치를 알기 위해 많은 스탯이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WAR일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고려하는 스탯이 오직 그것 하나여서만은 안된다.


  1. (1라운드에서 드래프트된 선수들의 기여도 분석 - http://espn.go.com/blog/sweetspot/post/_/id/31840/whats-a-first-round-pick-worth-2) [본문으로]
  2. http://bleacherreport.com/articles/1343935-war-in-major-league-baseball-how-the-war-statistic-has-changed-the-al-mvp-race [본문으로]
  3. 2012년 미겔 카브레라는 1967년 이후 AL에서 처음 홈런/타율/타점 세 부문의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 선수였다. [본문으로]
  4. http://www.baseball-reference.com/players/m/morrija02.shtml [본문으로]
  5. http://voices.yahoo.com/is-jack-morris-hall-famer-11985031.html?cat=14 [본문으로]
  6. http://www.baseball-reference.com/about/war_explained.shtml [본문으로]
  7. 해당 링크의 UZR 순위를 보자. 라이언은 MLB 유격수 중 UZR/150 1위를 차지했다. http://www.fangraphs.com/leaders.aspx?pos=ss&stats=fld&lg=all&qual=y&type=1&season=2012&month=0&season1=2012&ind=0&team=0&rost=0&age=0&filter=&players=0 만약 그래도 의심된다면, 그의 수비동영상을 한 번 보도록 하자. http://www.youtube.com/watch?v=XA4mO1tIG8U [본문으로]
  8. 가령 타율, 출루율, 장타율 같은 스탯들 [본문으로]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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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eria1024.tistory.com/21 기존에 있던 글에서 선발투수와 불펜투수의 WAR을 다르게 구한 것이 마음에 걸려, 이번에는 ERA와 FIP를 모두 사용하여 두 가지 방법으로 각각 WAR을 구해보았다.


필요한 제반 설명은 위 링크에 다 나와있으며, 여기서는 계산방법의 설명 및 나머지 필요한 설명만 하도록 하겠다.




1. FIP는 수비무관평균자책이다. 설명은 여기를 참조하시면 된다. (http://peria1024.tistory.com/18)


2. 앞으로 편의상 FIP로 구한 WAR을 fWAR로, ERA로 구한 WAR을 eWAR로 명명하기로 한다.


3. 어느 쪽이 더 정확한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fWAR이 더 정확할 것이다.' 라고 답하겠지만, FIP에서는 '인플레이된 타구는 투수의 책임에서 벗어난다' 라는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가 되는지 안 되는지에는 운, 구장, 수비, 투수 실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FIP는 투수의 능력이라는 요소를 아예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수의 능력은 상기한 요소들 중 20%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확한 값은 fWAR과 eWAR의 사이 어딘가일 것이다. (평균치는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fWAR에 더 가까운 쪽일 것 같다.)


4. 작년 한국프로야구에서 불펜투수들의 평균 FIP는 3.762였다. 이는 ERA Scale의 스탯이므로 RA Scale로 변환하여 Replacement Level 불펜투수가 어느 정도 실점했을지 구해주면 4.68이 나온다. 그 이후는 원본 글(제일 위 링크)에서 계산한 대로 그대로 하면 된다.














fWAR SP top 5

1. 류현진 6.32

2. 나이트 4.20

3. 유먼 4.00

4. 윤석민 3.98

5. 장원삼 3.73


eWAR SP top 5

1. 나이트 7.68

2. 유먼 5.59

3. 류현진 5.49

4. 서재응 4.83

5. 노경은 4.67


fWAR RP top 5

1. 박희수 3.14

2. 오승환 2.89

3. 정우람 2.34

4. 손승락 1.97

5. 우규민 1.95


eWAR RP top 5

1. 박희수 4.93

2. 홍상삼 3.15

3. 프록터 3.05

4. 유원상 3.02

5. 안지만 2.83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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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여기 나온 수치는 구 아이스탯(http://www.istat.co.kr) 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그 동안의 고민 중 하나가 역대 감독들의 투수운용을 숫자로 계량화하여 나타낼 방법이 없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적합한 수식 몇 가지를 찾아 이렇게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본 시리즈는 2005년 시즌부터 시작하여 2012년까지 이어지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글이 계속 업로드될 예정이다.


 일단 이번 글에서 쓸 수식 첫번째는 PAP(Pitcher Abuse Points)다. 이는 Baseball Prospectus의 Rany Jazayerli가 처음 고안한 식인데, 당초에는 101구 이상을 던질 때마다 1구에 1점, 111구 이상 던질 때마다 1구에 2점, 121구 이상 던질 때마다 1구에 3점, (중략) 그리고 151구 이상 던질 때마다 1구에 6점... 이런 식으로 선발투수가 100구 이상의 공을 던질 때 가중치의 점수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이후 Keith Woolner가 이 공식을 바꿨는데, 101구 이상 던질 때마다 100을 빼고 세제곱을 해주는 것이 변형된 식이다. 흥미가 있으신 분은 읽어보라고 링크를 걸어두겠다. [각주:1]


 원래의 식에 따르면 선발투수가 120구를 던지면 PAP가 30점이지만, 변형된 식에 따르면 PAP는 120에서 100을 빼고 세제곱... 즉 20*20*20을 하여 8000점까지 올라간다. 즉 100구 이상의 투구에 가중치를 훨씬 더 많이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불펜 운용에 관해서 쓸 식은 'Closer Fatigue' 다. 이는 Bill James가 고안한 식인데, 당초 식은 등판한 날에 (5일 전 타자수*1)+(4일 전 타자수*2)+(3일 전 타자수*3)+(2일 전 타자수*4)+(1일 전 타자수*5) 를 부여하는 형식이었지만, 타자수가 같아도 투구수는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투구수를 집어넣어 불펜 혹사 정도를 알아보고자 한다.








 일단 팀별로 PAP를 분석한 결과다. 도움이 될 것 같아 경기당 평균 투구수와 선발투수가 100구 이상 던진 경기 등도 추가해보았다. 수치를 보면 KIA와 LG가 압도적으로 선발을 오래 끌고 가는 야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삼성의 경우에는 선발을 오래 끌고 간 경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선발투수 PAP는 1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한 선수를 기준으로 측정해보았다. PAP가 가장 높은 투수는 한화의 문동환이었다. 2001년부터 해마다 5~6점대의 시원찮은 성적을 기록하던 문동환은 이 해 10승 9패 3.47의 호성적을 거두었는데, 결국 2007년을 끝으로 1군에서 사라진 것에는 선발투수로서 나이도 많으면서 (1972년생) 지나치게 오래 던진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리오스는 이 시즌 중간에 트레이드되었는데, KIA에서 18번 선발등판해 7만 가까운 PAP를 쌓은 반면 두산에서는 13번 선발등판에서 1만 7천 정도의 PAP를 적립했다. 당시 KIA/두산 감독이었던 유남호/김경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KIA의 김진우 역시 7만 4천 정도의 PAP를 쌓았는데, 리오스와 합치면 이는 KIA 팀 PAP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즉 잘하는 선수 둘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갔거나, 혹은 다른 날에 불펜을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두 선발에게 더 투구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SK의 헤수스 산체스 역시 기록적인 혹사가 돋보이는데, 문제는 이 해 산체스는 14경기에서 고작 6.17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65.1이닝을 투구하는 것에 그쳤다는 것이다. 기타 현대 미키 캘러웨이나 LG 레스 왈론드 등 외국인 투수가 상위권에 많이 포진되어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기타 언급할 만한 선수로는 130구 이상 투구를 2번이나 한 한화 송진우와 [각주:2] 100구 이상 던진 경기가 27경기 중 22경기나 되는 LG 최원호 등이 있겠다.


 대체로 김인식(한화) 김재박(현대) 유남호(KIA) 등의 감독은 믿을 만한 선수 원투펀치쯤을 굴린 것에 반해, 이순철(LG)은 선발들을 굉장히 평균적으로 많이 혹사시키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이순철 재임기간 동안 불펜투수 등판 순위 역시 LG가 1위였다는 것이다. 이순철이 또 감독을 했으면 KBO에 대재앙이 닥칠 뻔 했다.







 불펜으로 넘어가보자. 기준은 40경기 혹은 4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로 잡았다. 여기서는 현대 황두성이 압도적인 혹사 지수를 보였다. 숫자로 되어 감이 잘 안 오는 독자가 있을 텐데 설명하자면, 경기당 평균 Closer Fatigue가 90을 넘어가면 어깨가 슬슬 걱정되는 상황이다. 100을 넘어간다면 그 선수를 많이 굴렸다는 뜻이다. 황두성은 경기당 평균 128.8의 CF를 기록했다. [각주:3] 이후 황두성은 4년을 더 현대-히어로즈에서 마당쇠로 구르다가 2011 시즌 종료 후 방출되었다. 구단에서 공로패라도 하나 줬어야 할 선수인데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경기당 평균 혹사 지수가 높은 다른 선수는 한화 정병희가 있다. 정병희는 이 시즌에 고작 만 22세였는데(1983년생) 너무 많은 공을 던졌고, FA 김민재의 보상선수로 SK에 간 이후 영영 빛을 보지 못했다. 한화 감독으로서 김인식킬인식이 망친 첫번째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타 선수로는 오승환, 윤석민, 전병두, 이정민, 이재우 등이 높은 혹사 지수를 보여주었다. 전병두 하면 SK 김성근 감독 밑에서의 기록적인 투구가 주된 이미지지만, 사실 이 때부터 이미 많이 던진 것을 알 수 있다. 오승환은 한국야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10승-10홀드-10세이브를 거두고 이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렇게 몇 년만 더 던졌다면 수술경력이 있는 투수였으니 그대로 퍼졌을지도 모른다. 권오준이 올해 3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2006년부터 붙박이 마무리로 가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이재우는 2004 병풍 사건에 휘말린 바람에 2005 시즌을 마치고 공익으로 입대하여 어깨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결국 몇 년 후에 탈이 나지만...


 언급해야 하는 다른 선수로는 삼성 권오준과 한화 차명주가 있다. 권오준은 초반 계투로 뛰다가 후반 선발로 나왔는데, 이렇게 도중에 보직을 변경하는 일은 투수에게 꽤 부담을 주는 일이다. 특히 불펜에서 선발으로 가는 것이라면 더욱더. 즉 혹사 지수가 낮다고 간과해서는 안 되며, 시즌 중 보직을 바꾼 투수에게는 그 기준을 훨씬 낮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차명주를 언급한 것은 그가 원포인트릴리프였기 때문이다. 차명주는 이 시즌 77경기를 던졌는데, (1) 불펜투수들이 경기 전에 불펜투구로 몸을 푸는 것과 (2) 그렇게 몸을 풀어도 경기에 나가지 않는 때가 있다 라는 두 가지 사실을 감안해보자. 차명주 역시 혹사 지수가 낮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사례다.


 정리해보자면 유남호(KIA) 선동렬(삼성) 김인식(한화) 김경문(두산) 등이 이 시즌 불펜을 많이 써먹은 감독들이다. 김재박(현대)과의 차이라면 앞에서 언급한 감독들이 고루고루 패는 야구를 선보였다면, 김재박은 '한 놈만 패는' 투수운용을 보였다는 점이랄까. 무능한 투수코치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양상문(롯데)은 이정민을 제외한다면 꽤나 괜찮은 투수운용을 보여줬다. 2005년 롯데가 4년 간의 꼴찌 끝에 처음으로 5위를 했으니 의외로 감독 쪽에서는 능력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로이스터 다음에 양상문 거르고 양승호


  1. http://www.baseballprospectus.com/article.php?articleid=1477 [본문으로]
  2. 이 해 1번이라도 130구 이상 던진 선발투수는 송진우와 현대의 캘러웨이를 제외하면 없었다. [본문으로]
  3. 재작년에 이와 비슷한 수치를 보인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SK 전병두다. 현재 전병두는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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