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상상마당에 들렀다. 마음에 쏙 드는 전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대중음악상> 10주년 기념 전시회. (3월 1일에 하는 콘서트 표 신청했었는데 다른 일이랑 겹쳐서 못 갔다 ㅠㅠ)


<한국대중음악상> 은 2004년 시작한 음악상인데, 이전 해 12월 1일부터 당해 11월 30일까지의 음악을 심사하여 (기준은 대체로 음악성이다) 상을 준다. 고로 올해 2013년 10회에서는 2011년 12월 1일부터 2012년 11월 30일까지 나온 음악들이 평가를 받은 것이다. 현재 방송사 주도 내지는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여타 음악상들보다 더 훌륭한 상이다. '음악성' 이 제1의 평가기준이긴 하지만, 매년 후보로 선정되는 음악들과 실제 수상작들을 보면 대중성이나 파급력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 (가령 올해는 GD나 f(x) 등이 '최우수 랩&힙합 음악' 과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악' 에서 수상했다. 이런 상이라고 꼭 아이돌을 배제시켜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좋은 선정인 셈이다.)



차례대로 1회, 2회, 3회, 4회의 트로피다. 제일 오른쪽에 놓여있는 것이 5회부터 현재까지의 트로피.

정육면체에 구멍이 뚫린 단순한 모양이라 좀 멋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음악 자체에 주목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의 특성에 맞추어 스피커에서 기본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 이라고 한다.



2004년 1회 '올해의 음반' 수상작 더더의 [The The Band]

개인적으로 한희정을 굉장히 좋아해서 흐뭇하다.



수상소감! JNH뮤직 대표 이주엽씨의 '돈으로 꿈을 살 수 없다' 라는 말이 참 인상깊었다. (첨언하자면, JNH뮤직은 최백호, 전제덕, 박주원 등의 유명 뮤지션이 소속되어있다.)



2007년 4회 '올해의 노래' 와 '최우수 팝 노래' 수상작 이한철의 '슈퍼스타'

이한철 노래는 감성적으로 굉장히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라서 좋아한다.



2009년 6회 '올해의 노래' '최우수 록 노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남자' 수상작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

이 해 후보로 Nobody(원더걸스) 뜨거운 안녕(토이) R.P.G Shine(W&Whale) 아름다운 것(언니네 이발관) 등이 있었는데 장기하가 받았다. 이 해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노래니까 당연한 결과겠지만...



여기서 인상깊게 읽은 부분이라면, '이 상이 저의 어제에 준 것이 아니라 내일에 준 상이라 생각한다'



2010년 7회 수상작들. '올해의 노래' (소녀시대 Gee) '올해의 신인' '최우수 록 노래' (국카스텐 거울) '올해의 신인' 아폴로 18 [The Red Album] (올해의 신인은 공동수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를 수상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Sound-G] 'Abdacadabra'


 Gee의 수상은 '당해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흐름이 걸그룹 열풍이었다' 라는 사실에 기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곳에서 발휘되는 합리적인 수상작 선정이 참 맘에 든다.




지금은 해체하고 없는 서울전자음악단이 2010년 [Life Is Strange]로 '올해의 음반' 과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음반' 을 수상했다. 처음 서울전자음악단을 알게 된 계기였는데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음악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걸 위로로 삼아야 할까.



국카스텐과 아폴로18의 패기甲 수상소감



2012년 9회 시상식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은 [장기하와 얼굴들]로 '올해의 음반' '최우수 록 음반' 을, '그렇고 그런 사이' 로 '최우수 록 노래' 를 수상했으며 '올해의 음악인'까지 휩쓸어 4관왕에 올랐다. 한국대중음악상 역대 수상 결과에서 4관왕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위에 장기하나 서울전자음악단을 봐도 알 수 있지만, 3관왕은 몇 번 나왔다.



10회 시상식이 2월 28일에 있었는데, 2월 26일부터의 전시라 후보들의 CD가 저렇게 꽂혀있다.



응원의 한마디.



전시장은 작지만 이러한 풍경이다.



위 메모에 한 마디 적었더니 2011년 8회 Nominees 음반을 받았다.




수상 결과라는 건 어차피 인터넷에서 다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뭔가 엄청난 것이 있는 전시회는 아니다. 다만 인터넷에서 몇 줄의 텍스트와 몇 장의 이미지를 보는 것보다, 그 동안 이 상이 이렇게 걸어왔구나 하는 소감을 확실히 느끼기엔 좋았다. 만일 자기가 듣는 몇몇 장르의 음악 외에 다른 한국 음악에 관심이 없었다면, 후보로 선정된 음반과 노래들을 감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13 한국대중음악상 (바로가기)

한국대중음악상 10주년 기획 글 1 2 3 4

관련 기사 <한국대중음악상 10돌 음악하기 힘든 나라에서 그들은 꿈을 노래했다> (바로가기)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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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프로야구 wOBA / wRAA / wRC (미리 읽어두기를 권장함)




위의 글을 읽고 왔다는 전제 하에 글을 시작하겠다. 먼저 wOBA는 타자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wRAA는 리그 평균에 비해 득점에 얼마나 더 많이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지표고, wRC는 타석에 아무 것도 없을 때에 비해 팀 득점에 몇 점을 더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을 대충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수들의 이 수치를 구해보면 어떨까?


wOBA로는 썩 의미있는 수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wOBA는 '출루율' 에 Scale이 맞춰져있는 지표인데, 우리가 투수의 성적을 볼 때 피출루율을 보는 일은 잘 없기 때문이다. (보통 피안타율이나 피장타율을 볼 것이다.)


하지만 wRAA라면 어떨까? 이는 '리그 평균에 대비한' 수치니까 '리그 평균에 대비해 몇 점이나 덜 실점했는지' 를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투수의 wRC를 구한다면 '상대하는 타자들을 아무 것도 타석에 없을 때에 대비해 몇 점이나 더 득점하게 해줬는지' 를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말은 복잡한데 어째 좀 실속이 없는 것 같다만...)


그래서 아래 이렇게 표시해본다. 기준은 125타자 이상에게 투구한 선수. (wOBA를 계산할 때 Park Factor 보정을 거쳤으며, '실책으로 출루한 경우(RBOE)' 는 제외했다. 투수의 능력을 알아보는데 RBOE를 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wRAA는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이게 정확히 맞는 수치일까? 가령 류현진은 wRAA가 -22.45다. 타자라면 평균에 비해 22.45점 덜 득점했다는 의미겠지만 이게 투수에겐 '평균에 비해 22.45점 덜 내줬다' 라는 얘기일까?


류현진은 올해 2.66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올 시즌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3.83이다. 따라서 류현진과 같은 이닝을 투구한(182.2이닝) 리그 평균의 투수는 틀림없이 류현진보다 22.45점을 더 내줬을 것이다. 그게 맞을까? ... 맞다! 단 어느 정도만. 올해 류현진은 182.2이닝 동안 54점을 실점했다. 182.2이닝 동안 78점을 내준 투수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 투수의 평균자책은 3.84가 되는데, 78-54 = 24니까 대체로 일치하는 수치인 것이다. 하나 더 해보자. 오승환은 55.2이닝 동안 12점을 실점했는데(ERA 1.94) wRAA는 -15.25다. 만일 55.2이닝 동안 24점을 내준 투수가 있다면(ERA 3.88) 그 차이는 12점이 된다. 완벽하게 투수 역량을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오차범위다.


또 의문이 가는 사항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wRAA가 대체로 일관성이 있지만 간혹 통념과 역행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과, 둘째로 wRC는 위에 있는 투수들이 아래에 있는 투수들보다 높다는 것.


둘째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된다. 가령 류현진(wRC 58)과 정민혁(wRC 16)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보면, 류현진은 734타자를 상대로 182.2이닝을 던졌지만 정민혁은 131타자를 상대로 30.2이닝을 던졌다. 당연히 류현진이 내준 점수가 정민혁이 내준 점수보다 많을 것이다.


첫째는 김영민(wRAA 20.14 ERA 4.67)과 김병현(wRAA 9.63 ERA 5.66)의 차이를 보고 내가 가진 의문점이다. 이 역시 두 선수가 상대한 타자수와 던진 이닝수에 영향을 받은 수치가 아닐까 싶다. (김영민 554명 / 121이닝, 김병현 294명 / 62이닝)


일단 wRC는 투수 능력을 나타내는 데 쓸모가 없으며 wRAA는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wRC+는 어떨까? wRC+는 아마 '투수들이 상대하는 타자의 평균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정도가 될 것이다. 즉 투수 김철수의 wRC+가 100이고, 타자 이영희의 wRC+ 역시 100이라면, 김철수의 투구 능력은 상대하는 타자들을 평균적으로 이영희 수준으로 만들어준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넥센 투수진의 wRC+를 통해 한번 확인해보자.




비교대상은 다음과 같이 잡아보겠다. 나이트(wRC+ 76) 손승락(wRC+ 93) 벤헤켄(wRC+ 100) 이보근(wRC+ 117) 김병현(wRC+ 130) 심수창(wRC+ 144)


만일 다음 투수들과 비슷한 wRC+를 올린 타자들이 있다면 우리는 이 타자들의 성적과 투수들의 성적을 비교해 wRC+가 투수들에게 어느 정도 들어맞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wRC+를 저 정도로 기록한 선수를 두 명씩만 뽑아봤다.


wRC+ 76 박재상, 박진만

wRC+ 93 차일목(92) 김강민(95)

wRC+ 100 김동주, 이대수

wRC+ 117 최형우, 박한이

wRC+ 130 홍성흔(128) 김원섭(132)

wRC+ 144 이승엽(143)


그리고 이 투수들의 피OPS와 타자들의 OPS를 분석해보았다.


나이트 .240 .294 .313 .607

박재상 .216 .304 .305 .609

박진만 .210 .281 .384 .665


손승락 .272 .327 .348 .674

차일목 .256 .353 .280 .633

김강민 .272 .322 .354 .676


벤헤켄 .261 .328 .378 .706

김동주 .291 .339 .341 .680

이대수 .279 .328 .394 .722


이보근 .275 .360 .431 .791

최형우 .271 .348 .425 .773

박한이 .304 .393 .381 .774


김병현 .271 .390 .408 .798

홍성흔 .292 .369 .459 .828

김원섭 .303 .409 .402 .811


심수창 .341 .418 .453 .870

이승엽 .307 .384 .502 .886



어떤가? 이 정도면 꽤나 관련이 있지 않은가? 현재 KBO의 빈약한 기록 열람 환경 아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를 못 구해서 멘붕하는 팬들이 꽤 많다. 어쩌면 이것이 그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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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여기 나온 수치는 구 아이스탯(http://www.istat.co.kr) 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알림 2 : 별다른 기준 얘기가 없다면 PAP는 10경기 이상 선발로 나온 투수, CF는 40경기 혹은 40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투수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입니다.

-알림 3 : PAP랑 Closer Fatigue(CF)가 뭔지 모른다면 무조건 시리즈 첫 글을 읽고 올 것을 권장합니다.


-이전 시리즈 글 읽기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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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서는 2006년의 투수운용에 대해 분석을 시작할 것이다.

각 팀의 감독은 다음과 같다.


삼성 : 선동렬(2년차)

KIA : 서정환(신임)

SK : 조범현(4년차)

두산 : 김경문(4년차)

LG : 이순철(6월 자진사퇴 - 대행 양승호)

한화 : 김인식(2년차)

롯데 : 강병철(신임)

현대 : 김재박(9년차)




 일단 선발투수에 관한 분석부터 시작해보자.

-1 : 2005년에는 가장 선발투수를 적게 쓴 팀이 한화(9명)였고 나머지 팀은 모두 11명 이상의 선발투수가 나온 반면, 2006년에는 그 반대로 11명 이상 선발투수가 나온 팀은 LG(15명) 하나밖에 없다.

-2 : 그리고 2005년에는 선발투수들이 경기당 평균 90구 이상 투구한 팀이 없었는데, 2006년에는 무려 4팀이나 평균 투구 90구 이상을 보이고 있다.  

-3 : 한화와 롯데가 압도적인 PAP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롯데는 장원준 하나를 빼면 9만 대로 줄어들지만, 한화는 송진우 / 류현진 / 문동환이 아주 고루고루 굴렀다...






일단 당시 3년차였던 장원준과 신인이었던 류현진의 수치가 압도적이다. 장원준은 2007년 평균자책점이 1점 이상 오르고(3.61 -> 4.67) 이닝 수는 떨어졌는데(179.1이닝 -> 155이닝) 피안타율은 꽤 많이 올랐다(.227 -> .268) 2006년의 혹사에 기인하는 것 아닐까? 류현진 역시 데뷔 이후 성적이 쭉 떨어졌는데(2009년까지는) 이것도 선발투수로서 긴 이닝을 투구하고 많은 공을 던져야 했던 영향인 듯 하다. (떨어졌다는 게 3점대니까 참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뭣하다만...)


또한 리오스(두산) 송진우(한화) 손민한(롯데) 문동환(한화) 등의 수치도 두드러진다. 전편에서도 얘기했지만, 문동환은 결국 2007년 허리 부상으로 시즌아웃되고 나서 은퇴한다. 반면 관리를 잘 받은 정민철은 2007년 2점대의 평균자책을 찍는 눈부신 호투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 김인식(한화) 이 투수를 고루고루 잡았으며, 강병철(롯데) 김경문(두산) 도 특정 선발이 나올 때 굉장히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잘하는 선발투수가 나오면 많이 던지게 하는 건 필연적인 일이니까 이것과는 구분해줘야 할 테지만...





불펜 쪽을 살펴보자. 다행히 전 해의 황두성/이재우급 높은 수치를 보인 선수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주목해야 할 선수가 몇 있다. 권오준이 상당히 많이 던졌으며 (평균 수치가 다른 선수보다 낮은 것은 5/8월에 집중적으로 굴렀기 때문이다) 신철인이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도하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때 이미 팔꿈치 상태가 맛이 갔다고 하니까... (2007년 시즌아웃, 2008년 13경기 출전) 평균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준 선수로는 한기주, 황두성(2년 연속), 이왕기 등이 있다. 윤석민은 시즌 초반에는 마무리가 아니었지만, 원래 마무리였던 장문석이 부진한 바람에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이닝 / 피로도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 많이 던졌다...


Closer Fatigue는 어느 정도의 수치가 적정선이냐? 라고 물어보면 솔직히 엄청 열심히 연구를 한 게 아니라 모르겠다. 아니 뭐 15년치 자료쯤은 있어야 제대로 분석하지 지금은 일단 총합 5000, 평균 90 이상이면 슬슬 감독이 투수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재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하겠다. 평균 100을 넘으면 거의 확실히 의심해봐도 좋다고 말할 것이고.


불펜은 대략적으로 선동렬(삼성) 김재박(현대) 서정환(KIA) 셋이 많이 썼지만, 조범현(SK)도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05 SK보다 06 SK의 선발이 더 흔들린 영향이 클 것이다.





다음 해인 2007년에는 김성근(SK) 김재박(LG) 김시진(현대) 등 3명의 감독이 새로 취임했다. 다른 감독들도 흥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부족함이 없는 인물들이다만,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뜨거운 감자인 김성근 감독이 SK에서 어떤 투수운용을 보였는지 분석해보는 것이야말로 제일 흥미있지 않을까.


글을 써놓고 보니 분량이 영 안 나왔다. 하지만 이건 내 필력이 후달리는 게 아니라 이 때 야구가 재미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해본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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