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논하기 다소 이른 이야기다. 박병호가 과연 해외진출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올해 이택근-유한준-손승락의 FA도 걸려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 이후 선수단 구성에 큰 변화가 생길 확률이 높다. 향후 대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생각해보자.
-1 : 국내 선수로 1루수를 메울 경우
볼넷을 포기하고 삼진을 감수해서라도 인플레이 타구를 양산해 타율을 높이겠다는 박병호의 방법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을까. 만약 통해서 포스팅시스템으로 박병호가 해외진출에 성공한다는 가정을 해보자.
우선 1루수 자리를 누가 채울까? 누굴 넣어도 박병호 정도의 생산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우선은 윤석민이 가겠지만, 1985년생인만큼 3년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지 장기적으로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포스트 박병호' 는 조금 더 젊은 선수 중에 찾아야 한다.
후보가 될 만한 선수로는 둘이 있다- 장영석과 홍성갑. 장영석은 나이가 젊고 적당하며, 3루-1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윤석민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타자다. 다만 경찰청 복무(13-14)와 이후 올 시즌(15) 퓨처스에서 전혀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어중간한 타자로 성장이 끝날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장영석의 나이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될 당시 박병호의 나이인 것을 생각해보면 좀더 기다려봐도.
이보다 조금 더 확률이 높은 것이 두 살 어린 1992년생 홍성갑. 역시 군필이고, 퓨처스에서 두자릿수 홈런과 두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이다. 지금은 좌익수로 나서고 있지만 만약 박병호가 없다면 원래 포지션인 1루수로서도 경쟁력이 있다. 1군에서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지만 꾸준히 기용해 경험을 쌓는다면 이러한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 더불어 타구판단이 약한 외야수를 굳이 필드에 내보내야 할 이유도 줄어든다.
윤석민이 1루수로 갈 경우, 지명타자나 대타로서는 좌타자인 안태영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젊은 선수들이 넘치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1군에서 2할 8푼 이상의 타격을 해준다면 이전 강병식의 롤을 맡길 만 하다.
첨언이지만, 올 시즌처럼 임병욱을 굳이 1루수로 데리고 갈 필요는 없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1차 지명 선수니 어느 포지션이라도 일단 정착시킨 다음 많은 기회를 쌓게 하는 것이 낫다. 1루수로 긁기는 아까운 선수다. 대주자 대수비로 1군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재능을 발현할 수 있다. 퓨처스에서 외야수(좌-중-우)로 경험을 쌓고 있던데, 1군 외야에서 볼 날을 기대해본다. (외야수비로 인정받는 유한준도 프로에 와서 외야로 전향한 케이스다.)
-2 : 외국인 선수로 1루수를 메울 경우
-1의 가정이 워낙 길었지만, 사실 일반적인 경우 외국인 타자를 1루에 넣는 경우가 많다. 브렛 필도, 댄 블랙도, 에릭 테임즈도 모두 1루수가 아니었던가. 브래드 스나이더를 포기하고 용병 1루수를 데려오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투자 규모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 넥센이 외국인 선수 3명에게 쓰고 있는 총액은 140만 달러 수준이다. (밴헤켄 65만, 스나이더 38만, 피어밴드 38만) 그러나 올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리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구단에서 최소 70만에서 최대 100만까지의 몸값을 지불하고 있다. 브렛 필이 75만, 에릭 테임즈가 100만 달러를 받고 있으니 그 정도의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승 적기를 운운하던 시점에도 비니 로티노로 외국인 타자 슬롯을 채우던 이장석이 강정호도, 박병호도 없는 마당에 이러한 통큰 지출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3 : 향후 외야 구성에 관해
현재는 이택근과 유한준이 중견수-우익수를 맡는 가운데 좌익수에 번갈아서 남는 한 선수를 쓰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택근이나 유한준 둘 다 노쇠화로 성적이 뚝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이택근의 FA 계약은 37-40살, 유한준의 FA 계약은 36-39살을 커버하게 되는데, 이 연령대의 선수에게 많은 돈을 쓸 수는 없다. 지출 규모가 예상 외일 경우에는 잡지 않고 놓아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일단은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가격에 잡는다고 쳐보자.
우선 중견수 수비력이 떨어지고 매년 수비범위도 좁아지고 있는 이택근은 지명타자로 전직할 것이다. 물론 중견수를 아예 안 보지는 않겠지만, 반 시즌 이상 맡기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스나이더를 영입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 시즌도 지명타자로 많이 나섰고. 이럴 경우 중견수 수비는 일단 유한준이 맡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수비력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애당초 빠른 발이 아니라 타구판단력으로 수비하는 선수니까 호수비하는 장면이 몇 개 줄어드는 정도일 것이다. 만약 이택근이 수비로 들어간다면 유한준은 자연스럽게 우익수로 빠질 것이고.
(1) 이택근DH-유한준CF
(2) 이택근CF-유한준RF
뭐 이러한 느낌이다. 그러나 유한준이 현재 계속되는 중견수 출장으로 타격 하락세에 접어든 것을 감안한다면, 중견수로 풀타임 출장은 무리일 것이다. 체력이 여름 때 방전될 가능성이 높다. FA 향후 1-2년간은 이택근을 반은 중견수, 반은 지명타자로 써가면서 내보내되 유한준을 훨씬 더 자주 쉬게 해주어야 한다.
문우람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군대로 바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 올 시즌 타격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데, 애초에 배드볼히터 성향이 딱히 바뀔 거 같지도 않은 선수다. 1군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레벨이 가장 높은 야수니까, 재정비 시간을 주는 셈 치고 차라리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문우람이 군대로 가면 주전 좌익수 고종욱, 한 방이 있는 대타 박헌도가 일단 외야 자리를 양분하고 나머지 한 자리에 강지광이나 허정협을 올려서 채우면 된다. 강지광은 이미 2군 레벨이 아닌 것이 입증되었으니, 올해는 수비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내년에는 분명 좌익수나 중견수로 더 많이 출장할 것이다. 허정협 역시 2군 타격 성적이 좋으니 펀치력을 시험할 겸 1군에서 써볼 만하다. 그렇다면 대충 1군 로스터가 '포스트 박병호' 체제에선 이런 모습일 것이다. (외국인 선수 없이, 야수 14명 가정 하에 짜봤다.)
C - 박동원, 김재현
1B - 윤석민
2B - 서건창
3B - 김민성
SS - 김하성
LF - 고종욱
CF - 이택근
RF - 유한준
INF - 홍성갑(1B, LF) / 김지수(3B, SS, 2B)
OF - 유재신(CF, PR) / 강지광(LF, CF?) / 박헌도(LF, RF)
1군 대기 - 지재옥, 유선정(C) / 안태영(1B) / 송성문(2B, 3B) / 서동욱 (UT) / 장영석(3B, 1B) / 허정협(LF, RF)
2군에서 좀더 - 임동휘(3B) / 장시윤(SS) / 김민준(OF) / 임병욱(OF) / 한승민(OF) / 박정음(OF)
차기 중견수로 임병욱을 밀고 싶은데, 일단은 지켜봐야겠다. 현재는 유한준 이탈시 우익수 자리를 맡을 자원도 여의치 않다. 만약 박병호 해외진출 이후 1루수로 외국인을 쓸 계획이 없고, 큰 투자를 할 계획 역시 없다면 그냥 스나이더로 밀고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타석에서 .270 20홈런 정도만 계속 쳐줘도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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