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y Baseball]은 한 주간의 넥센 야구 이야기를 해보고, 간단하게 다른 팀의 경기나 한국프로야구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을 언급하는 코너다. 닉네임과 [Weekly Baseball]을 활용하여 지어본 이름이다.
0703~0705
넥센 vs 두산 (잠실)
7:8 패 / ?:? ?? / ?:? ??
1차전 밴헤켄 / 유희관
2차전 한현희 / 장원준
3차전 김택형? / 허준혁?
두산전 및 시즌 전반 운영에 대한 감상
(1) 좋았던 걸 몰아서 써보자. 나쁜 게 너무 많으니까.
우선 밴헤켄. 6이닝 3실점(1자책)이면 썩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다. 그리고 실책으로 더블플레이를 무사 1,3루로 만들긴 했지만, 공이 굉장히 좋았다. 좁은 스트라이크존에도 불구하고 안쪽-바깥쪽 속구-변화구 모두 움직임이 좋았고 잘 들어갔다.
초반 타선도 유희관을 잘 공략했다. 유희관-양의지 배터리의 바깥쪽 위주의 볼배합을 서건창이 잘 골라냈고, 고종욱의 내야안타와 스나이더의 볼넷 출루 이후 박병호의 행운의 안타와 유한준의 적시타 (싱커를 깔끔하게 받아쳤다) 가 터지면서 석 점을 먼저 가져왔다. 6회초에는 박동원이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참아내면서 서건창이 2타점 적시타를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7회초 박병호가 조승수의 몰린 슬라이더를 받아치며 135m짜리 투런을 터뜨렸다. 비록 연장승부 가서 무사 만루에 무득점이라는 어이없는 광경이 벌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타선은 할 만큼 했다. 서건창-스나이더-박병호의 타격감이 모두 좋았다.
9회 등판한 김정훈도 이전보다는 한결 좋아진 모습이었다. 10회에 비록 끝내기를 허용하긴 했지만 1이닝 정도는 긁어볼 만한 느낌.
(2) 김영민... 제구도 안 됐고 구속도 안 나왔고 슬라이더는 몰리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어떻게 7회를 막았다. 사실 이 경기는 7회 양의지의 밀어치기 동점 만루홈런으로 끝났어야 했다. 그게 어떻게 스나이더에게 잡히고, 곧이어 김재환이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멀뚱삼진 당하면서 흐름이 이어지긴 했는데... 그러면 8회 시작하고 바로 김대우를 올렸어야지 오재원한테 홈런 맞고 안타 하나 더 맞아서야 바꾸는 투수운용 참 답이 없다.
(3) 김대우... 슬라이더 엄청 밋밋해졌다. 차라리 패스트볼 위주로 꽂는 게 더 좋았을 거 같다. 결과적으로 고영민이 빠져나가는 공엔 안 속고, 들어오는 공에 바로 배트 내면서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김재현의 볼배합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김대우가 주자가 깔린 상황을 막아줄 구위가 아니었다. 7:5 무사 1루가 아니라 7:4 무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냈으면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
(4) 염경엽 감독이 삼성-두산 6연전부터 '승부수' 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김영민-김대우-조상우를 지는 경기에 더 자주 내겠다는 거다. 이전에는 70% 정도 뒤집을 확률이 있을 거 같으면 냈지만, 이젠 30% 정도에도 내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거 결국 불펜 더 자주 올리겠다는 얘기다. 이미 4-5월에 조상우 6회에도 올리고 2이닝씩 쓰고, 6월엔 김대우 2-3이닝씩 쓰지 않았나. 결과적으로 조상우-김대우 구위가 쭉쭉 하락했고. 그건 승부수가 아니라 널널하게 간 거였나? 지금 그 둘, 1이닝 막을 때도 불안해죽겠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김영민은 1이닝 막고 2이닝째에만 들어가면 쭉쭉 얻어맞는 게 일상이고. (저번 6월 21일 LG전에 3이닝을 막긴 했지만, 그건 이틀 쉬고 나온 거고 게다가 그 이틀 전에도 11구밖에 안 던졌다...)
불펜은 소모품이다. 이미 체크카드 긁듯 불펜 에이스를 긁다가 그 후폭풍을 처참하게 겪고 있는 중이다. 작년 한현희도 시즌 막판에 구위 떨어져서 결국 포스트시즌까지 사실상 별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조상우-김대우-김영민이라고 해서 다를 리가 있나. 이미 시즌 중반부터 퍼지는 게 눈에 보이는 중이다. 투수 자원이 없다는 얘기들 많이 하지만, 이건 투수 육성에 성공했다 실패했다가 아니라 언제 어느 투수를 얼마만큼 기용하느냐의 문제다. 투수 운용 원칙의 문제라는 얘기다.
요렇게 요렇게 잘했잖아. 응?
승부수... 말은 좋다. 감독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성공한 작전 이번에 얼마나 있나? 1일 경기엔 필승조 무너지는 건 감독이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넘어가긴 했는데. 봐라.
5회 1사 1루에 금민철 강판, 김영민 투입 -> 홈런 맞고 실패
6회 무사 1,2루에 김영민 강판, 조상우 투입 -> 승계주자 다 들여보내면서 2+2실점
6회 박동원 대타 박헌도 투입 -> 희생플라이로 절반은 성공, 허나 대수비로 들여보낸 유선정이 공짜로 2루 두 번 주면서 결과적으로 손해
8회 무사 2루에 김동준 강판, 김대우 투입 -> 이미 타이밍 늦음. 박한이 내보내려던 공이 몰려서 실점
어제(3일) 경기도 체크해보면
1. 7회를 천운으로 넘긴 김영민을 8회 또 투입했다가 홈런 맞고 안타 맞은 후에야 강판
2. 박동원 대주자 유재신 내보냈지만 결국 2루에서 견제사당하면서 득점 무산. 대수비로 투입한 김재현은 김영민-김대우와 배터리 호흡 엉망
3. 위기상황에 투입한 김대우는 볼질하다가 동점 허용
승부수 건다고 공언한 경기 이후 써먹은 작전마다 다 말아먹었다. 끝내기 스퀴즈 썼던 사람이랑 같은 사람 맞나? 사실 2년 전 유재신 삼중도루 성공 이후에 작전 성공한 것도 되게 오랜만이다.
야수진 체력관리 안 되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올해 서건창과 이택근이 차례로 장기부상 끊으면서 이탈했지만, 공격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러나 작년엔 이택근 지명타자로 빼가면서 체력관리를 했는데, 올해는 서건창-이택근 부상 이후 유한준이 강제로 중견수에 고정되었다. 30대 중반 야수가 우익수로 나오다가 매일 중견수로 출장하니 당연히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덤으로 김민성 2루-윤석민 3루로 내야가 꾸려지면서 실책도 잦아졌다. 3루수 볼 사이즈인 김민성을 센터라인 야수로 갖다놓으니 발생하는 일이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김지수가 윤석민만큼의 공격력을 보여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그 라인업을 도배해서 내보내면 타자들 체력이 얼마나 고갈될지는 생각을 안 하나? 김민성의 타격 페이스를 보자. 4월 타율 .465 5월 타율 .333 6월 타율 .244... 한 달마다 타율이 1할씩 떨어진다. 유한준만 봐도 이틀 쉬고 나오니까 1일 삼성전에서 불방망이 뿜지 않았나. 간만에 홈런도 쳤고.
요즘 다시 서건창이 2루수로 출장하고 있긴 하나, 아직 수비하는 동작을 보면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시간을 더 들여서 퓨처스리그에 있다가 출장했어야 하는 선수인데 바로 1군에 올렸으니 그 여파가 있는 것이다. 한 주 정도는 화성 2루수로 나와서 평소 루틴대로 회복하는 시간을 줬어야 했다. 부상에서 막 복귀한 선수가 평소처럼 잘 뛰고 잘 달리고 스텝 잘 밟고 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1군은 준비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을 누가 했더라?
휴식일이 없는 시즌을 다시 맞았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발생할 것은 예상했으나, 참담한 수준이다. 소사가 피어밴드로 바뀌면서 불펜 부담은 한껏 늘었다. (이건 감독 잘못 차원이 아니라 비싼 용병 안 잡아주는 구단 문제다. 피가로 같은 파이어볼러 이닝이터 데려왔으면 지금보단 한결 나았을 것이다.) 한현희는 승수는 많이 땄지만, 구위로 상대 타자 억누르려다가 얻어맞고 서드 피치 제대로 구사 못해서 얻어맞고... 갈 길이 멀다. 문성현? 4선발 후보라며? 망해서 패전조로 투입되고 있다. 김정훈? 한현희를 대체할 셋업? 역시 망해서 패전조로 투입되고 있다. 작년엔 문성현-오재영에 기댔는데, 이젠 누구한테 기대나? 나이 마흔 다 된 이정훈? 130 하이패스트볼 던지는 양훈? 그도 아니면 낙센 에이스 배힘찬이나 작년에 1차 지명한 최원태? 아무리 둘러봐도, 재작년이나 작년처럼 복귀해서 현 상황을 타개해줄 선수가 없다.
작은 구단인 이상 승리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롭다. 하지만 핵심 전력이 계속 유출되는 어려움 속에서 계속 이기라는 요구를 하기도 어렵다. 물론 한두 해 들이박을 걸 각오하고 아예 판을 새로 짜기도 더더욱 힘들다. 결국 4-5위로 깔짝깔짝 가을야구 하면서 차차 체질개선해나가는 고난의 행군을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기는 야구를 하는지 키우는 야구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염경엽 감독의 철학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것일까. 답답할 따름이다.
2013시즌은 이정훈-송신영-한현희-손승락이 건재하고 강윤구가 스윙맨으로 활약했다. 전반기 내내 선발이 잘 돌아가기도 했다. (강윤구-김영민-김병현이!) 마정길과 이보근이 안 되는 경기 가비지 이닝을 소화하며 궂은 일을 도맡아했다.
2014시즌... 조상우-한현희-손승락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조상우가 부상당하자 그 공백을 마정길이 메웠고, 20승 투수 밴헤켄과 시즌 중반 합류한 소사의 원투펀치가 성공적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김대우와 문성현, 오재영이 그럭저럭 앞에서 버텨주었다.
그러나 올해는 전술했듯이 아무리 둘러봐도 더 이상 써먹을 투수자원은 없다. 현재 1군 엔트리, 즉 밴헤켄-피어밴드-한현희-송신영-김택형의 선발진과 김대우-김영민-조상우-손승락의 필승조, 김동준-마정길-김정훈-문성현의 추격조로 한 시즌을 꾸려나가야 한다. 하영민은 이미 무리한 등판으로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졌고, 금민철은 저번 경기 괜찮긴 했지만 시즌 내내 그러한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는 의문스럽다. 이정훈은 나이가 마흔이다. 나머지는 더 언급할 것도 없다.
자, 이제 생각해보자. 자원은 어차피 한정되어있다. 그렇다면 한정되어있는 자원을 어떻게 써먹어야 하나? 야금야금 아끼다가 결정적인 순간 잠깐 써야 한다. 근데 염경엽은 올해 투수조를 어떻게 활용했나? 사용 가능하다 싶을 때 무리하게 들이부었다. 그러면 그 끝은 어딘가? 고갈일 뿐이다.
경질같은 극단적인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 기준에서 염경엽은 충분히 좋은 감독이며 호불호를 따지자면 당연히 호 쪽이다. 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모조리 까먹고 있는 현재의 선수단 운영은 이해할 수 없다. 시즌은 이제 겨우 반이 지났다. 관리하겠다고 말한 조상우는 왜 지금 100이닝 페이스를 찍고 있는가?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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