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썼던 글이랑 비슷한 이야기다. 내년 투수진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일단은 상위권 다툼을 노리기보다는 5강에 턱걸이할 정도의 어중간한 성적을 내면서 투수진을 '리빌딩' 하는 것에 큰 틀을 맞추고, 이런 저런 썰을 풀어보았다. 넥센이 정우람 사고 그럴 거는 아니니까...
-1 : 외국인 투수, 교체할 것인가?
밴헤켄과 피어밴드, 별다른 이상 계속 갈 듯 하다. 밴헤켄은 79년생이라는 나이가 걸리지만, 현재 KBO 4년차에 접어들면서 가장 좋은 피안타율과 9이닝당 탈삼진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 .261 -> .287 -> .270 -> .253, K/9 6.99 -> 7.63 -> 8.57 -> 8.95) 시즌이 끝나도 이대로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남은 등판 너댓 경기가 밴헤켄의 재계약 여부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어밴드 역시 26경기에서 154.1이닝을 투구하며 거의 경기당 6이닝을 소화했고, 리그 평균보다 높은 피장타율이 걸리지만 (리그 평균 .429 / 피어밴드 .453) 9이닝당 내준 볼넷이 3개가 안 된다는 점을 (BB/9 2.97) 생각하면 내년에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38만 달러로 뽑은 선수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비슷한 가격에 이 정도로 또 해줄 선수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
혹 피가로-소사 같은 유형의 우완 파워피처를 새롭게 구할 수 있다면 모르는 일이지만, 작년 시즌이 끝나고 소사의 에이전트가 요구한 금액을 봤을 때 히어로즈의 입장에서 그러한 유형의 투수가 원하는 액수를 맞춰주기는 힘들 것이다.
-2 : 누구를 선발로 보내야 하는가? 그리고 누가 불펜으로 가야 하는가?
선발 후보야 항상 많은 팀이었다. 내년에 문성현을 군대로 보낸다고 쳐도 (이 가정이 거의 확실할 거라 믿기 때문에, 지금부터 문성현을 언급하지 않겠다) 양훈-금민철-김영민-김택형-오재영-김대우-한현희-김동준-송신영 등 선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넘친다. 상무에서 복귀하는 김상수도 있다. 그나마 이 중 풀타임 경험이 있는 (혹은 비슷하게라도 간) 선수로 한정하면 양훈-금민철-김영민-오재영 정도겠다.
(지금부터 쓰는 견해는 100% 주관적이다) 일단 불펜으로 보내야 하는 선수는 누가 있는가 하면, 오재영-김대우-이보근 셋이다. 오재영은 좋았을 때도 6회에 올라간 적이 거의 없는 선수다. 토종 3-4선발이 어느 정도 확정되어있는 팀이라면 모를까, 매년 그 후보들이 바뀌어온 넥센에 5이닝씩밖에 못 먹는 오재영을 선발로 세우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다. 오재영이 해줘야 할 것은 2010-2011시즌 같은 좌완 불펜 역할이다.
김대우 역시 선발보다는 불펜이 더 적합해보인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2이닝 이상도 확실히 막을 수 있는 투수지만, 선발로 길게 끌고 가기엔 조금 아쉽다. 물론 몇 번의 기회를 더 줄 수도 있겠지만, 불펜에서 워낙 잘하는 선수인 만큼 선발 기회는 좀 더 젊은 투수들에게 돌리고 불펜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차기 마무리' 후보라고 지목받기도 한 선수 아닌가. 다만 이제는 선발이 무너졌을 때 올라오는 롱릴리프가 아니라 승리조 쪽으로 돌렸으면 한다. 올해 염경엽 감독이 김대우 활용에 원칙이 없는 모습을 보여 좀 걱정스럽다.
막 제대한 이보근은 말할 것도 없을 거 같다. 김시진 때 워낙 많이 굴렀던 선수다. 실전감각부터 익히고 차근차근 회복해나가야 한다. 2년간 공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감각만 돌아온다면 의외로 구위는 좋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추격조로 투입하는 것이 맞다.
우선 선발에서 긁어봐야 하는 선수는 명확하다. 김상수와 김택형이다. 김상수는 상무에서 올해 풀타임 선발로 뛰었는데, 7~8이닝 경기를 여럿 만들어냈다. 상무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김상수의 호투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이 기세를 1군에서도 이어갈 수만 있다면 선발진 합류도 충분히 가능하다. 2군은 2군일 뿐이라지만, 2군에서도 수위급 성적을 우선 내야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김택형 역시 좌완 선발 확충을 위해 선발로 보내는 것이 맞다. 계투 역할은 오재영-이상민 등이 돌아가면서 해도 되고, 사실 좌타자를 저격하기 위한 좌투수는 불펜 구성 중에서도 맨 마지막에 고려해야 할 문제니까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 140km대 후반의 빠른 직구과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보유한 김택형은 분명 매력적인 선발 자원이다. 초반 애를 먹던 변화구 제구도 등판을 거듭할수록 좋아졌다. 비시즌에 100구 가까이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현희와 조상우... 히어로즈의 미래이자 주축 기둥인 둘 중 하나는 선발로 보내야 할 것이다. 둘 다 선발로 보내자는 의견도 있지만, 불펜으로도 워낙 특출난 선수들이니 하나를 우선 보내놓고 그 한 명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나서 나머지 하나의 선발 전환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한현희 선발, 조상우 계투의 구성이 우선 적절하지 않나 싶다. 그렇게 할 경우 현재까지의 선발-불펜 구성은 대략 이렇게 된다. 선발로 김상수-김택형-한현희, 불펜으로 오재영-이보근-조상우-김대우. 한현희 선발, 조상우 셋업, 김대우 마무리의 밑그림을 그린 다음 한현희가 연착륙하면 조상우 역시 선발로 가는 것이 어떤가 한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김대우가 제구가 좋지 않고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좀 많이 타는 편이라는 것이다. 멘탈을 봐서는 마무리에 가장 적절한 선수는 한현희겠지만... 굳이 한현희 선발을 논하는 것은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주었고 올해 후반기에도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으니 제대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구상은 손승락을 FA로 잡지 못한다는 가정 하에 쓴 것이었다. 만약 잡는다면 올 시즌의 불안한 퍼포먼스를 볼 때 손승락을 셋업으로 내리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김영민도 선발로 안 써보기엔 아까운 선수다. 아니, 이번 시즌 완봉승을 거둔 점과 접전에서 맞은 홈런 등을 생각하면 계투로 쓰기가 오히려 꺼려지는 선수다. 그 동안 항상 문제였던 제구 문제는 올해 굉장히 개선되었다. (2012-13시즌 BB/9는 각각 5.21, 4.26. 올해는 2.79) SK전 완봉승에서 보여주었던 변형 패스트볼 (140km대 초반이고 어플에 '직구' 로 찍히는 점을 보아, 투심 종류의 변형 패스트볼이 맞을 것이다) 장착이 선발 전환 성공의 제1조건이 될 듯 하다. 올해 김영민은 FO/GO 비율이 0.63으로, 2012년과 2013년의 1.24와 1.17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즉 땅볼형 투수로 바뀌어가고 있는 셈인데, 이 변형 패스트볼의 영향이 아닐까. 만약 이 구종의 제구를 잡을 수 있다면, 룸이 아니라 나이트를 보는 것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겠다.
금민철과 양훈은 로또성 선발로 분류하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 구위가 좋긴 하지만 제구가 나빠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는 금민철 역시 오재영과 비슷한 맥락에서 선발을 시키긴 부담스럽다. 차라리 까다로운 컷 패스트볼을 활용해 계투로 1~2이닝을 소화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양훈 역시 과거 선발 로테이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내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 많은 점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는 아무래도 김영민-김상수-한현희 등의 선수들보다는 떨어질 것이다.
김정훈과 김동준의 활용 여부도 고민이다. 올해 군 제대 후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김정훈과, 역시 올해 가능성만을 확인한 데 그친 김동준. 1군 패전조나, 미래 선발 육성을 위한 2군 선발 로테이션 정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김동준은 2년 정도 추격조로 쓰면서 어느 정도 1군 경력을 쌓은 후 상무나 경찰청 입대를 노려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커브를 갖고 있고, 직구도 불펜에서라면 140km대 중반이 나오기 때문에 충분히 1이닝을 막을 수 있다.
하영민-최원태-김해수-김정인 등의 투수는 2군 로테이션에 넣고 경험을 더 쌓아야 할 단계다. 특히 하영민. 대체 왜 1군에서 계속 처맞고 있는데 되도 않는 패전조로 써서 나쁜 기억만 남게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2군에서 구위를 회복하고 경기를 길게 끌고 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마정길-이정훈-송신영 등의 노장 투수들은 현재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추격조 역할을 맡기되 이들이 소화하던 가비지 이닝을 막을 투수들을 새롭게 뽑아내야 한다. 배힘찬-정회찬-조덕길 등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투수들을 활용해서 막을 수도 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제2의 김성배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정리해보자면 이러한 모양새다.
상위선발 후보 : 김영민-한현희-김상수-김택형
하위선발 후보 : 금민철-양훈
승리조 : 오재영-이보근-조상우-김대우
(마무리가 누구든 오재영-조상우-김대우면 왼손 오른손 잠수함으로 구색도 딱 맞는다)
추격조 : 마정길-이정훈-송신영-김정훈-김동준-(배힘찬, 정회찬, 구자형, 정재복, 박성훈 등)
2군 로테이션 : 하영민-최원태-김해수-김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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