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팀타율 .288 (5위) -> .282 (1위)

팀출루율 .355 (6위) -> .354 (2위)

팀장타율 .448 (6위) -> .414 (2위)

팀홈런 165 (6위) -> 112 (4위)

팀도루 101 (4위) -> 110 (2위)

팀득점 825 (4위) -> 780 (1위)


팀ERA 5.08 (4위) -> 3.60 (3위)

선발ERA 4.73 (2위) -> 3.74 (3위)

구원ERA 5.67 (10위) -> 3.39 (1위)

선발QS 63 (3위) -> 76 (3위)

승계주자실점률 41.3% (10위) -> 27.0% (1위)

수비효율DER .652 (3위) -> .663 (7위)

실책 106 (7위) -> 99 (5위)



환골탈태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렸다. 작년 궤멸 상태였던 구원진은 조상우(48경기 47.1이닝 2.66)를 필두로 '전원 필승조' 를 노릴 수 있는 상태로 탈바꿈했다. 오주원(57경기 54.1이닝 2.32)은 조상우의 마무리 공백을 잘 메우고 135km/h의 평균구속으로 리그 최고의 타자들을 연이어 돌려세웠으며, 김상수(67경기 56.2이닝 2.86)는 KBO 역사상 최초로 40홀드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윤영삼(54경기 62.2이닝 2.87)과 김성민(50경기 56.1이닝 2.56)은 최고의 추격조였으며, 양현(29경기 40.2이닝 1.99)과 이영준(29경기 33.1이닝 2.97) 역시 본인들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1이닝을 맡길 수 있는 선수들로 진화했다. 김동준(33경기 70이닝 4.50)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선발들의 '10일 휴식' 을 땜빵하는 궂은 일을 도맡았다. FA 첫 시즌인 이보근(19경기 16.2이닝 9.72)이 무너지지만 않았다면 흠이 없었으리라.


요키시(13승 9패 3.13)와 브리검(13승 5패 2.96)는 1선발급 존재감을 과시하진 않았지만, 몸값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틀림없다. 초반 이지영과의 호흡에서 '75구 이상' 이라는 벽에 매번 부딪히며 한계를 보이던 요키시는 박동원으로 파트너를 바꾼 후 좀더 공격적인 리드에 맞춰 투구하며 완봉승을 이뤄내는 등 6월을 자신의 달로 만들었고 (5경기 0.53, 1완봉승) 로테이션을 몇 번 거르며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성질을 부렸을지언정 브리검이 소화해준 158.1이닝은 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승호(8승 5패 4.48) 역시 첫 선발시즌을 무난하게 끝마쳤으며,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배짱있는 투구를 보여주며 대형 좌완 출현을 기대케 했다. (한국시리즈 2경기 7이닝 3실점) 최원태(11승 5패 3.38)는 매년 시즌을 조기마감하던 부상덩어리였으나 올해는 관리야구가 통했는지 규정이닝을 채우고 가을야구에 등판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매번 이닝보다 실점을 많이 내주며 가을야구의 제1역적이 되고 말았다. (포스트시즌 3경기 7이닝 12실점, 34타수 14안타 2K)


풀타임 소화 능력에 물음표가 달린 선발 3명을 끌고 풀타임시즌을 치르는 데 성공한 것은 감독의 덕이 크다 하겠다. 최원태-이승호-안우진은 주2 등판을 되도록 피하기 위해 꾸준히 휴식을 받았는데, 비록 부상이 겹치며 이승호와 안우진이 로테이션을 거르긴 했으나 4-5선발이 도합 38경기를 큰 실점없이 마무리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여기에 김동준-김선기-신재영 등 예비군들이 17경기를 무사히 선발로 막아줬고, 양현의 땜빵선발 전략도 괜찮았다. 준비도 안된 조영건을 등판시킨 1경기만 빼면 크게 마이너스를 줄 것이 없다. (다만 신재영이 2군에서 3이닝씩만을 소화하다가 1군에 올라온 점은 아쉬웠다. 신재영이 2군에서 좀더 많은 이닝을 던지며 준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선은 작년의 라이징스타였던 임병욱-송성문-김규민이 모조리 퇴보한 가운데에도 리그 최상위급으로 생산력을 보였다. 그 중심에는 단 50만 달러로 200만 달러 이상의 효과를 낸 샌즈(.305 .396 .543 28홈런 113타점)가 있었고, 올해 공격 WAR 1위(7.17)에 빛나는 김하성(.307 .389 .491 19홈런 104타점 33도루)이 있었으며, 공인구 여파에도 변함없는 파워를 자랑한 박병호(.280 .399 .560 33홈런 98타점)가 있었다. 특히 박병호는 그 동안 '가을에 약하다' 는 이미지로 압박받아왔는데,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혼자 이끌다시피하며 홀로 LG를 격침시켰다. 비록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는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했지만, 시즌 내내 손목으로 고생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하다. 게다가 시즌 내내 1루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보였고, 투수-포수와의 합작으로 심심찮게 견제사를 잡아내는 등 수비에도 커다란 발전이 있었던 한 해였다.


이정후(.336 .386 .456 6홈런 68타점 13도루)는 '망했다' 며 시작한 시즌을 결국 골든글러브 수상에 이견이 없는 좋은 성적으로 마감했으며, 준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포스트시즌 10경기 연속 안타를 만들어내는 등 첫 가을무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올해의 삼진률 6.4%는 경이적인 수치인데, 주루와 수비를 좀만 더 보완한다면 향후 한국의 토니 그윈으로 등극할 수 있겠다.


이지영(.282 .317 .315 1홈런 39타점)과 박동원(.297 .367 .445 10홈런 55타점)의 2포수 체제는 간만에 포수 걱정없이 한 시즌을 보낼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또한 투수들에게 더 입맛에 맞는 파트너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주었으며, 서로 체력안배 효과도 불러오며 한 시즌을 큰탈없이 치를 수 있었다. 물론 이지영의 도루저지나 박동원의 홈태그플레이 등 약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으나, 이 선수들이 그것까지 잘했다면 히어로즈에 남아있을 일도 없다.


물론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동원의 상대 포수를 위협하는 스윙은 올해 더 심해져 급기야는 여러 구단의 포수들 머리를 깨부수는 스윙으로 퇴화했으며, 이는 시즌 내내 다른 팀 팬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그런 류의 스윙은 위협구를 처맞아도 할 말이 없는 행위인 만큼, 비시즌에 반드시 개선해야하는 과제다. 또한, 덕 래타에게 비싼 과외를 받고도 부진에 시달리며 한 시즌을 0홈런으로 끝낸 임병욱(.243 .305 .314)은 방망이를 깨부수다 손가락이 베여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수준 이하의 워크에식을 드러냈다. 프로가 자신의 감정에 못 이겨 화풀이를 하다가 부상당하는 건 정말 상식이 없는 짓이다. 2020시즌에는 부디 야구를 잘하는 것 이전에 이런 일 없이 풀타임 시즌을 무사히 치르길 바랄 뿐이다. 송성문은 가을야구에서 상대 선수의 수술 경력을 언급하는 개념없는 트래시 토크로 욕을 먹었는데, 야구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함을 명심하자 꼭.


또한, 가을 새가슴인 김혜성(.276 .332 .359 32타점 20도루)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통산 포스트시즌 18경기 6실책은 놀라운 수치인데, 이것도 공식적으로 잡힌 실책만 따진 거라는 걸 고려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나마 2015시즌 이후 가장 사람같이 수비하던 서건창(.300 .373 .383 2홈런 41타점 17도루)은 7월을 통째로 이탈하며 남은 시즌과 포스트시즌을 지명타자로 보냈다. 2015시즌의 무리한 복귀를 또 한번 원망할 수밖에 없다.


5년 만에 다시 도달한 한국시리즈는 불펜진의 붕괴로 결국 4패로 마감해야 했다. 준플과 플옵과는 사람이 달라진 듯한 감독의 용병술이 의문이었지만 만약 불펜투수들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 선택지가 강제되는 상황이었다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조상우(8경기 9.1이닝 34타자 2안타 4볼넷 15K)가 무실점으로 단기전을 틀어막으며 눈을 즐겁게 해주고, 박병호가 준플레이오프를 이끌었으며 이정후-송성문-이승호 등이 가을DNA를 자랑한 점이 팬에게 위안이 될 요소들이었다.


2013시즌부터 7년 동안 6번의 가을야구 무대를 경험한 지금의 히어로즈는 분명 강팀이다. 그러나 우승에는 아직도 한 끗이 모자라다. 비시즌마저 경영권 다툼으로 혼란한 히어로즈의 2020시즌은 결국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2020시즌 후 김하성은 포스팅을 통한 해외진출을 선언했고, FA 취득기간 단축이 이루어질 경우 원래 FA인 김상수를 빼고도 새로이 서건창-한현희가 자격을 얻는다. 손혁의 지휘 아래 선수단이 똘똘 뭉쳐, 대규모 전력 이탈 이전에 현실에도 해피엔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팬들에게 증명해야 할 때가 왔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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