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키움 히어로즈가 총액 35만 달러에 테일러 모터Taylor Motter를 영입했다. 1989년생 야수로 내야와 외야를 모두 볼 수 있는 유틸리티다. 샌즈를 놓쳤으니 그에 필적하는 외야수를 데려오리라는 거창한 기대는 애초에 안했다만, 흡사 로티노나 김지수를 연상케 하는 프로필의 선수를 영입한 것은 이 팀이 윈나우를 할 생각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김상수-서건창-한현희-박병호의 FA가 곧 몰려오고, 김하성이 내년 시즌 후 해외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다. 한 해 바짝 땡겨서 우승을 위해서 달려도 모자랄 마당에, 다니엘 팔카나 기타 등등 100만불 안으로 뽑아먹을 수 있는 여러 외야수를 놔두고 이게 무슨 망픽이란 말인가. 3루수 데려오는 뻘짓 하지 말자고 내내 말했거늘...


이 선수의 프로필을 대략 살펴보자면, AAA 1410타석에서 .254 .331 .434 그리고 AA 807타석에서 .248 .313 .399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롯데에 와서 처참히 망한 카를로스 아수아헤(AAA 1259타석 .294 .371 .440)보다도 낮은 수치다. 또한 유틸로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는데, 마이너에서 우익수로 1560.2이닝, 3루수로 1356.2이닝, 유격수로 1150이닝, 좌익수로 741.2이닝, 2루수로 657이닝을 소화하는 등 참으로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었다. 모터가 드래프트된 탬파베이는 전략적으로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를 키워내는 '유틸리티의 명가' 로, MLB 21세기 최고의 유틸인 벤 조브리스트가 탬파베이 출신이며 현재도 브랜든 라우 / 다니엘 로버트슨 / 조이 웬들 등 다양한 선수들이 내외야를 오가는 중이다. 모터도 이 팀에서 7년간을 뛰었으니 자연스럽게 멀티포지션을 요구받은 것은 당연한 일.


가장 흥한 시즌은 2015년 탬파베이 AAA에서의 558타석 .292 .366 .471 14홈런 72타점 26도루를 기록한 때며, 최근에는 2018시즌 AAA에서 1할 타율과 .600 중반대의 OPS를 찍었고 올해 오클랜드 AA에서도 250타석 .213 .300 .357 8홈런 26타점으로 극도로 부진했다. 아까 비교한 아수아헤보다 펀치력이 한 단계 좋고 선구안도 망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의 폼이 굉장히 떨어져있다. 그나마 올해 애틀랜틱리그에서 139타석 .282 .396 .496으로 좀 괜찮은 성적을 내긴 했는데, 애초에 마이너에서 먹힐 선수였다면 독립리그로 가지도 않았을 거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모터의 장점은 좋은 운동능력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이다. MLB레벨에서 보여준 그의 수비는 김하성보다 확실히 윗급이며, 당연히 김웅빈-장영석-임지열 따위의 유사 3루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또한 +급 외야수가 임병욱밖에 없는 외야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타격인데, 이 정도로 폼이 떨어져있는 선수가 한국에 와서 다시 치고 올라오는 예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모터가 MLB에서 뛰면서 만졌을 돈은 50만 달러 내외이므로, 최악의 경우 오설리반처럼 35만 달러를 먹씨하러 온 관광객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일 총액 35만 달러가 옵션까지 낀 금액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야 그 돈 가지고 뭐하냐 용병을 뽑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


어쩌면 프런트가 2017시즌 초이스와 2018시즌 샌즈를 생각하며 '여차하면 대체용병으로 바꾸면 되지 ㅎㅎ' 따위의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작년 반슬라이크나 올해 스몰린스키의 예처럼 대체해도 안 먹히는 경우가 있다. 트레이드나 FA 영입이 없는 이상 올해 더 이상의 전력변동은 없을 것이고, 그 와중에 28홈런을 때려낸 샌즈의 이탈은 치명적인데 이를 모터 따위로 막으려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어이가 없다.


내년 1군 외야가 이정후-임병욱-김규민-박정음-허정협이고, 예진원이 상무에 합격했으니 현실적으로 더해질 수 있는 전력은 송우현이나 추재현 정도다. 와우! 정말 놀라운 이름이다. 고양 히어로즈 우승이 목표라면 충분히 가능해보인다. 김하성-이정후 같은 연속 로또에 맞아서 다들 단단히 착각할 수도 있는데, 박주홍이 첫 해부터 1군에 정착하리란 기대를 버려야 한다. 물론 모터가 알고보니 하얀 나바로가 되어서 홈런을 빵빵 쳐내며 한국 무대에 적응할지도 모르고, 그럼 내가 이런 글을 쓴 걸 고해성사하며 내년 가을에 눈물의 회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름에 '사막잡귀를 닮은 유사용병 모터, 드디어 귀국' 같은 제목을 단 포스팅을 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냥 역레발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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