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코너 이름은 [Emily Baseball]이었는데, 올해는 주마다(weekly) 글 쓰게 될 일은 별로 없을 거 같고 명칭도 너무 개인적인 거라 한번 바꿔봤다.
0512~0514
삼성 vs 키움 (고척)
2:3 승 / 5:0 패 / 8:5 패
1차전 라이블리 / 요키시
2차전 뷰캐넌 / 최원태
3차전 최채흥 / 이승호
0515~0517
키움 vs LG (잠실)
1:3 패 / 3:5 패 / 9:4 승
1차전 브리검 / 켈리
2차전 한현희 / 정찬헌
3차전 요키시 / 차우찬
시리즈 감상
(1) 요키시 경기만 어떻게 딱 이겼다. 올해 구속의 상승 (직구 143.4 -> 145.1 / 투심 142.0 -> 143.3)을 보면 밴헤켄 Mk.2를 바라도 될지? 본인 말로는 작년에 구속이 안 나온 거라는데 뭐가 어찌 됐든, 구종 다섯 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145km/h 그라운드볼러라면 구단 내에서뿐만 아니라 리그 최정상급 선발로 진화할 수 있다.
(2) 저번 주 이영준 1.1이닝 투구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손혁의 투수교체에서는 염경엽의 향기가 더 나는 것 같다. 물론 패전조가 이영준-양현-김성민이었던 장정석과 다르게 김재웅-임규빈 쓰는 손혁에게 이런 이른 평가는 억울할 법도. 마지막 경기 마지막 이닝에서는 양현이나 조상우 하나만 딱 쓰고 밀고 나갔으면 했는데 결국 조상우를 중간에 올려서 좀 찜찜했다. 굳이 변명을 덧붙이자면 양현이 스트라이크존 아래쪽으로 제구가 안 되고 공이 자꾸 가운데에 몰려서 어쩔 수 없었지만.
(3) 작년 키움은 리그 최상급의 불펜을 가졌던 팀이었다. 그러나 5월부터 개막한 144경기 시즌을 무사히 치러내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두터운 뎁스를 필요로 하고, 따라서 김재웅-임규빈 등의 불펜 B조 기용을 탓할 생각은 없다. 불펜에 윤영삼-한현희-안우진이 모두 없는데 이들을 대체할 투수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나. (투수 뎁스는 두터울수록 좋고, 남으면 팔아서 타자로 바꿔올 수도 있다)
5.1이닝 19타자의 표본은 어떤 말을 얹기에도 부족하다. 그러나 138km/h의 느린 직구로도 73.9%의 컨택 비율을 기록한 김재웅에게는 기대가 많이 된다. 좌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슬라이더의 완성도가 허접해서인지 좌타자들에게 오히려 더 잘 공략당하고 있다는 점은 이영준과도 비슷하다. 하드웨어는 아쉽지만 1998년생이니 구속상승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당장 갑자기 20대 후반에 구속이 오른 투수가 1군 동료로 있지 않나.
임규빈은 크게 앞서고 있는 때에 올라와도 불안한 투수인데, 전에도 말했지만 이 투수는 1991년생이라 오래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현재까지는 직구든 포크볼이든 전혀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기타 1군에서 더 기용해볼 투수는 양기현-김정후 정도인데, 둘 다 소식이 없으니.
(4) 선발진은 대체로 괜찮았다. 최원태의 고척 2차전 피칭은 상대 선발마저 극찬할 정도였고, 브리검이나 한현희는 구위 자체는 좋았다. 게임을 풀어가는 과정이 맘에 안 들었을 뿐. 결과론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6회말 라모스-백승현 타석에서 연속 커브 6개는 정말 의문스러운 볼배합이었다... 아무튼 선발진이 ERA 3.14 (3위)로 버티고 있고 이닝 소화도 리그 상급이라는 점은 불펜이 불안한 올해 큰 보험이다. 한현희는 이닝의 질이 좋지 않더라도 양은 보장하는 선수고, 선발의 최대 약점인 이승호도 구속상승의 가능성 및 김태훈이라는 대체 1순위 투수를 뒤에 두고 있다.
(5) 잠실 DH 1차전의 정주현처럼 득점권에서 두 번이나 수비로 기회를 차단해버리고, 이어서 홈런까지 때려내는 미친 선수 하나가 나오면 이기긴 힘들다. 1경기야 그럴 수 있지만 두 번째 경기는 그렇게 무기력하게 내주면 곤란했는데, 오주원의 보크에 이어 대타 채은성-대타 김용의의 적시타와 스퀴즈가 딱 딱 들어맞으면서 DH 2경기를 모두 헌납했다. 6-8-9회 세 번이나 주자가 나갔는데 추가점을 못 뽑았으니 질 수 밖에. 이 쪽의 실수와 무기력함, 상대의 작전이 모두 어우러졌는데 이런 경기는 한 시즌에 대여섯 번 이상으로는 안 나오길 빈다.
(6) 그래도 마지막 경기 LG가 힘을 뺀 가운데 타선에 불이 붙으면서 승리한 것은 좋았다. 서건창-김하성-박병호는 모두 자기 클래스가 확실한 타자니 언젠가는 반드시 올라온다. 그 언젠가가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고. 기다릴 뿐이다. 주효상은 1군 로스터에 있을 때마다 욕이 나오지만 지금 박동원과 이지영을 선발 라인업에 모두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필요악 내지는 토템으로 여기면서 지켜봐야겠다...
(7) 임병욱의 부상이 굉장히 뼈아픈데, 일단 1차로 외야수비가 개박살이 났으며 (이정후는 아직 KBO 레벨에서조차 풀타임 중견수를 맡기면 안되는 외야수라고 생각한다) 2차로 이정후가 빠지는 코너외야 자리를 김규민이나 박정음 같은 생산성 낮은 타자가 채우면서 공격력마저 약화되었다. 물론 베스트시즌을 놓고 보면 공격에서는 임병욱이 들어가나 김규민이 들어가나 비슷비슷하지만, 둘은 주루와 수비 툴에서 람보르기니와 K3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임병욱의 부상을 틈타 정식선수로 등록된 변상권은 첫 타석에서 파울라인 위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냈다. (비디오판독으로 인정) 일요일 경기에서의 모습만 보면 스윙도 날카롭고 1루에서 3루로 가는 주력도 괜찮아보이는데, 포지션이 문제다. 이 선수의 커리어를 보면 내야에서 시작했다가 외야로 가길 반복했는데, 프로에 와서도 예외는 아니라 2018년 7월까지 퓨처스 풀타임 유격수로 뛰다가 이후 좌익수로 전향했고 올해는 중견수로 계속 나오고 있었다. 수비는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말. (만세 부르는 거 봤지?) 선발 중견수로 기용은 어렵고, 그나마 최선은 좌익 한 자리 맡기고 나머지 외야 두 자리를 이정후-박준태에게 주는 것이다. 박준태의 중견수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김규민이나 박정음보다는 좋은 선택일 테니...
오프시즌 드래프트든 트레이드든 외야수 충원을 간절히 바랐는데 (특히 권희동 / 강진성) 결국 중견수가 없는 조직에서 임병욱 부상이라는 악재가 터졌으니, 앞으로 6-8주가 정말 고비다. 임병욱이 돌아올 때까지 죽으나 사나 온 힘을 다해 상위권에 붙어있어야 한다. 이제 트레이드로 외야수를 보충하기엔... 호구딜이 아니면 할 수 없다.
(8) 이정후의 변신이 굉장히 재미있다.
헛스윙스트라이크 5.0% -> 10.7%
컨택비율 92.1% -> 83.8%
타석당 투구수 3.72 -> 3.86
스윙% 39.9% -> 38.3%
초구스윙% 14.9% -> 12.0%
타구방향 31.8 / 25.3 / 42.9 -> 15.8 / 23.7 / 60.5
컨택을 팔아서 장타를 얻으려는 변화가 유의미하게 보이는 편. 작년의 경우 193안타 중 2루타 31개, 3루타 10개, 홈런 6개로 안타 중 장타의 비율이 24.4%였는데 올해는 16안타 중 2루타 4개, 3루타 1개, 홈런 3개로 장타가 안타의 절반이다. 지금까지의 스탯만 보면 이정후와 강백호의 이름을 지운 다음 숫자만 던져준다면 아무도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당긴다는 발상 자체야 쉽지만 이를 한 시즌 만에 해내기는 쉽지 않은데, 확실히 천재는 천재인갑다...
(9) 김혜성이 잠실 3연전 동안 3루-유격-2루에서 모두 좋은 수비를 보여줬는데 반 스텝~한 스텝 덜 밟고 빠르게 송구하는 요령을 익혀서 적어도 못 잡을까 걱정이 되진 않는다... 다만 송구가 아직까지는 조금 염려스럽다. 송구만 좀 개선이 된다면 참 좋겠다.
사실 김혜성에게서 염려되는 부분은 스윙인데,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수직으로 배트를 휘두른다. 이순철도 지나친 어퍼스윙을 지적하던데 파워도 없다시피한 선수가 그런 스윙 궤도를 보이면 하이패스트볼에 당연히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격력을 팔아서 수비력을 얻었는지...?
(10) 노랑머리 외국인이 부인의 자가격리를 걱정하다가 자기관리도 못하고 말소됐는데, 이로써 수비로 일낸다는 시애틀식 전략은 선수의 멘탈 때문에 개박살이 났다. 일단은 페게로를 찾든 누굴 부르든, 포지션이 3루가 됐든 외야가 됐든 교체가 답이다. 물론 전세계 야구 리그가 중지된 상황에서 용병을 바꾸면 몸 만드는 데 2주, 실전감각 찾는 데 2주 해서 최소 1개월이 걸리겠지만, 차라리 이 시간을 투자하는 게 모터의 불안불안한 멘탈에 도박을 거는 것보단 훨씬 낫다. 설령 모터가 복귀한 이후 맹타를 휘두른다 쳐도 부인의 말 한 마디에 따라 다시 정신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럴 바에야 마이너에서 공격력으로 검증된 다른 선수를 적당히 이적료 투자하고 꼬시는 편이 좋지 않겠나. 어차피 모터에 총액 35만 달러 부은 거, 지난 2년 동안 대체용병으로 재미 봤으니 여차하면 교체하면 그만이라는 계산도 깔려있었을 테고.
(11) 다음 6연전에는 김주형이든 전병우든 한 명으로 3루를 좀 진득하게 내보냈으면 한다. 이 둘에 김하성-김혜성까지 다 더해서 돌려쓰다보면 결국 3루는 영원히 답이 없다. 검증해볼 만한 선수가 있으면, 충분히 기회를 부여하자 제발.
(12) SK는 9연패로 분위기가 안 좋고, 롯데는 하위선발진 차례라서 승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최소 4승은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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