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만들어놓은 의미가 없는 거 같아서 조금이라도 글을 써보려고 생각나는 이슈를 가지고 가볍게나마 적어보기로 했다. 오늘까지 대충 기억나는 일과 그에 대한 감상을 짧게짧게라도 써보려고 한다.



(1) 홍성흔


4월 5일 LG와의 경기에서 홍성흔은 3-2 풀카운트 상황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각주:1] 그리고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다 퇴장당했다. '불만을 표시' 했다는 것은 사실 아주 부드러운 표현이다. 홍성흔은 스트라이크 콜을 들은 순간 바로 뒤돌아 항의하며 헬멧을 집어던졌고 욕설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며(입모양을 보면 말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심판을 밀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고작 징계는 100만원의 벌금에 불과했다. 


2010년 카림 가르시아(당시 롯데)는 배트로 심판을 가리키며 항의했다는 이유로 300만원 벌금에 7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또한 개인 트위터에 불만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심판실을 찾아가 90도 인사를 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각주:2] 일관성없는 KBO의 징계가 크게 불만스럽다.




(2) 이명기


1987년생 이명기는 2006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했지만 그 동안 크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한 선수였다. 입단 8년차인 올해 드디어 제대로 터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좌익수, 2번 타자로 출장해 10경기에서 .371 .439 .514의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는 중이다. 선구안도 준수한 편이며 (5볼넷 / 6삼진) 타석에서 공격적인 성향도 두드러진다.


신인왕을 수상할 수야 없겠지만[각주:3]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 재밌지 않을까. 이명기가 좋은 시즌을 보낸다면 SK 외야진도 크게 바뀔 것이다. 수비능력과, 풀타임 시즌을 맞아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는지가 포인트일 듯.




(3) LG 상승세의 선봉에 선 이적생들


손주인, 현재윤, 정현욱, 김효남. 지난 겨울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선수들이다. 물론 방식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정현욱은 셋업맨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8경기에서 5홀드 1.13을 기록 중이다. 정현욱의 호투는 유원상에게 가중된 셋업맨의 역할 부담을 덜어주는 데 성공했으며 불펜진 역시 착실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정봉 만세!


손주인은 12경기에서 타율 .292를 기록하고 있는데 14안타로 무려 7타점을 뽑아냈다. 현재윤 역시 11경기에서 타율 .286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자기 몫을 해주고 있다. 그것뿐인가? 이 선수들의 가치는 타격뿐만이 아니다. 손주인이 2루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주전으로 서동욱을 볼 일이 없어졌고 내외야 운용의 폭이 한층 넓어졌으며 현재윤이 주전 마스크를 쓰면서 조윤준-윤요섭으로 한 시즌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LG가 시즌 초반 앞서나가다가 무너진 시즌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는 희망을 품어봐도 좋지 않을까? 아무도 말을 꺼내고 있진 않지만. LG는 10년 동안 가을 야구에 실패한 팀이다. 그리고 당면한 문제점도 꽤 있는 팀이고. 하지만 계속 강해지고 있다. 인내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




(3) NC와 한화, 역사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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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가 드디어 1군에 진입했다. 그리고 구단의 첫 기록을 줄줄 쏟아내는 중이다. 그래, 말 그대로 '거침없이 가는' 중이다. LG에게서 첫 승을 거둔 것도 모자라 SK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신생팀이니만큼 시즌이 끝난 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무리겠지만, 출발이 아주 좋다. 부디 부담없이 첫 시즌을 즐기길 바란다.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NC와는 반대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팀이 한화다. 한화는 14일 LG와의 경기에서 우규민에게 완봉승을 헌납하고, 개막 이후 13연패라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부진의 책임을 돌릴 소재는 많다. '베테랑 되살리기' 에 치중해 신인 육성을 소홀히 한 것, 안이했던 신인지명, 무능력한 프런트의 행정, 군입대 문제, 그리고 현 코칭스태프의 문제까지.


김응용 감독은 1승을 거두기 위해 LG와의 시리즈에서 변칙적인 투수 운용을 감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투수들은 계속 점수를 헌납했으며 타자들은 필요한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10년간 현장에 없었던 김응용 감독에게 아주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팀을 재정비해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를 겨냥할 초석을 마련하는 역할은 해내야 하지 않을까. 김 감독의 팀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야구 역사상 시즌 전 경기를 승리한 팀도 시즌 전 경기를 패배한 팀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언제고 찾아올 한화의 첫 승이 13연패의 아픈 기억을 조금이나마 묻어버리고 선수들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독수리 군단의 화려한 날갯짓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4) 기타


-1 장성호와 이대수는 엄청난 눈야구를 펼치고 있다. 장성호는 타율은 .250에 불과하지만 10볼넷 / 3삼진이라는 무시무시한 교환비를 자랑하는 중이다. 이대수는 2볼넷 / 12삼진에 불과해 '눈야구' 라고 표현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한화에서 타석당 가장 많은 투구를 상대 투수에게 던지게 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이대수다. 정교한 선구안으로 볼넷을 얻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스윙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공을 커트해 상대를 괴롭히는 것도 타자의 또다른 덕목이다. 그리고 타율도 좋다. (.383)


-2 마정길이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넥센 불펜진은 여전히 불안하다. 13일 경기에서 김병현이 무너지며 올라온 장효훈은 6실점을 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장효훈 대신 올라온 김상수는 14일 경기에서 2이닝 5실점으로 별다를 것 없는 투구를 보여줬다. 필승조라고 딱히 다르지 않다. 필승조에서 자기 몫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선수는 이정훈과 손승락뿐이다. 문성현? (4이닝 9실점) 한현희? (6이닝 7실점) 그야말로 비참한 수준이다. 그래도 한현희는 홀드 5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기는 경기에선 자기 몫을 했다만, 문성현은 정말 답이 없다.


-3 KIA에서 야심차게 50억을 투자했던 김주찬이 4경기 뛰고 부상을 당했다. 수술 및 재활에 최소 6주가 걸린다고 하는데, 표본이 4경기밖에 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올해 정말 엄청난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쉬운 일이다.

  1.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category=kbo&id=44894&gameId=20130405OBLG0&listType=game&date=20130405 당시 상황이다. 일단 그 타석 전체와 경기를 감안해야 문승훈 주심의 S존이 어땠는지 파악할 수 있을테니 부당한 판정인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일단 나는 '볼인 거 같으나 스트라이크를 줘도 크게 어긋나진 않을 공' 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001&aid=0004657071 [본문으로]
  3. 신인왕 후보 기준은 계약 후 5년 이내 선수다. 이 때 군복무 기간은 제외한다. 2008년 신인왕 최형우의 경우 2002년 계약에 06~07 두 시즌에 경찰청에서 뛰었기 때문에 2008년 딱 5시즌째였다. [본문으로]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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