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나 골든글러브는 여러 번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번이며, 그 자리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오로지 한 번뿐이다. 이 글에서는 올해 그 영광의 자리를 차지할 후보들이 누가 있는지 분석해보려고 한다.
그럼 잠깐 과거로 시계를 돌려서, 어떤 선수들이 신인왕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수상했는지, 어떤 후보들이 맞붙었는지 들여다보도록 하자. 여담으로 2007년 임태훈 이후 최근 5년 동안 순수 신인이 신인왕을 차지한 사례는 없다. (최형우, 이용찬, 양의지, 배영섭, 서건창)
2008년 (희생플라이 기록이 없어서 출루율은 그냥 희생플라이 빼고 계산했다. 따라서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최형우(삼성) / 김선빈(KIA) / 손아섭(롯데, 당시엔 손광민) / 정찬헌(LG)
126경기 .276 .364 .487 19홈런 71타점
112경기 .255 .330 .277 24타점
80경기 .303 .387 .404 3홈런 17타점
39경기 3승 13패 5.50 106.1이닝 59K
'중고 신인' 최형우의 수상으로 화제가 되었던 해다. 팀에서 방출되어 경찰청에서 두각을 드러낸 후 다시 자신을 방출한 팀에 돌아간 최형우는, 그해 전경기에 나서며 (포지션은 우익수였다) 양-심-크 클린업트리오가 해체된 삼성의 중심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당시 상대 후보는 김선빈과 손아섭이었는데, 성적으로 보나 팀 공헌도로 보나 당연히 최형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최형우는 94표 중 76표를 얻으며 당당하게 신인왕이 되었다.
2009년
이용찬(두산) / 고창성(두산) / 안치홍(KIA) / 홍상삼(두산) / 김민성(롯데)
51경기 2패 26세이브 4.20 40.2이닝 34K
64경기 5승 2패 16홀드 1세이브 1.95 74이닝 48K
123경기 .235 .299 .404 14홈런 38타점
30경기 9승 6패 3홀드 5.23 117이닝 96K
114경기 .248 .351 .336 4홈런 37타점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은 뒷이야기를 남긴 신인왕. 초보마무리에게 26세이브 4.20이란 성적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이었다만, 팀동료이자 같은 신인인 고창성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9, 평균자책점 1점대로 그해 가장 빛나는 계투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정작 1차 투표 결과는 이용찬 42표, 안치홍 26표, 고창성 9표. 그해 일구상 신인상은 고창성에게 돌아갔지만, 그해 최고의 신인이었던 그가 신인왕 자리를 놓치게 된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2010년
양의지(두산) / 오정복(삼성) / 오지환(LG) / 이재곤(롯데) / 고원준(히어로즈)
127경기 .267 .357 .471 20홈런 68타점
100경기 .271 .351 .421 7홈런 36타점
125경기 .241 .337 .423 13홈런 61타점 13도루
22경기 8승 3패 4.24 124이닝 44K
30경기 5승 7패 4.12 131이닝 87K
초반엔 오정복도 꽤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으나 여름이 지나며 페이스가 떨어져 탈락. 결국 풀타임 내내 꾸준히 활약한 양의지의 승리로 돌아갔다. 포수+20홈런은 신인왕을 받기에 충분한 이점. 경쟁자 이재곤/고원준(각각 5표) 오지환(3표) 을 엄청난 차이로 제치고 (79표) 수상하였다.
2011년
배영섭(삼성) / 임찬규(LG)
99경기 .294 .365 .356 100안타 51득점 33도루
65경기 9승 6패 7세이브 4.45 82.2이닝 62K
일찌감치 2파전으로 시작된 신인왕 레이스였으나 임찬규가 밀어내기 볼넷 3실점이라는 임팩트 큰 참사를 일으키며 무너졌다. 배영섭도 중간에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당했으나 결국 65:26이라는 더블스코어로 배영섭이 신인왕을 차지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재미없는 신인왕 레이스가 펼쳐진 해였다.
2012년
서건창(넥센) / 박지훈(KIA) / 최성훈(LG) / 이지영(삼성) (그리고 한현희, 넥센)
127경기 .266 .344 .367 115안타 70득점 39도루
50경기 3승 3패 10홀드 2세이브 3.38 61.1이닝 37K
37경기 5승 6패 2홀드 4.42 73.1이닝 23K
54경기 .304 .343 .326 13타점
(43경기 3승 4패 7홀드 3.12 69.1이닝 54K)
4월 서건창은 1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죽을 쒔으나, 이후 5,6,7월 무섭게 윌취월장하는 실력을 보이며 3할 타자가 되었다. 비록 후반기 체력관리에 실패해 시즌을 .266으로 마감했으나, 넥센의 풀타임 2루수로 활약했다는 점과 특유의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합하여 박지훈을 제치고 신인왕 수상에 성공한다. 박지훈도 끔찍한 KIA 불펜에서 홍성민과 함께 두 축을 맡아준 신인이었지만, 서건창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담으로 박지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한 넥센 한현희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1
2013년 (성적은 모두 7월 13일까지 기준)
문선재(LG) / 유희관(두산) / 나성범(NC) / 이재학(NC)
55경기 .289 .329 .409 3홈런 22타점 7도루
5승 1패 3홀드 1세이브 2.33 // 77.1이닝 66안타 30볼넷 54K
49경기 .273 .362 .443 6홈런 39타점 3도루
5승 3패 1세이브 3.14 // 77.1이닝 68안타 30볼넷 70K
현재 수상이 유력한 후보들을 꼽으라면 일단 전반기엔 다음과 같이 4명의 선수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LG 문선재는 지명타자, 1루와 2루를 번갈아 맡으며 (지금은 1루수로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훌륭한 타격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5월 26일 SK와의 경기에서는 정의윤의 적시 2루타에 1루에서 홈까지 내달리는 결승 끝내기 득점을 선보였으며 6월 2일 KIA와의 경기에서는 '안경 쓴 포수' 로 출장하여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활약도 펼쳤다. 2 발도 정말 빠르고 4월, 5월, 6월 (.324 / .317 / .309) 모두 좋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7월 들어서는 저조하다. (18타수 3안타, 8삼진) 만약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다시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그 버프를 받아 신인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3
두산 유희관은 입단 후 별 활약이 없었으나, 작년 상무에서 11승 3패 2.40라는 맹활약을 보여준 후 올해 두산 선발진에 합류하여 135km의 공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중이다. 더불어 진갑용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시속 75km짜리 초슬로우커브와, 이 두 느린 공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완급조절이 그의 특기. 선발로 나선 8경기에서 53이닝을 던지며 4승 1패 2.04라는 호성적을 기록했으며 5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투구해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좌완 가뭄에 시달리던 두산으로서는 더없는 호재다. 현재 성적으로는 신인왕에 가장 가까운 선수라고 판단되지만, 한 가닥 '임팩트' 가 따라준다면 확인사살이 가능하다. 평균자책점 타이틀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평균자책점 1위 양현종(2.30) 과는 불과 0.03 차이며, 역대 ERA 1위를 차지한 신인은 딱 3명 뿐이다. (1985년 선동열, 1992년 염종석, 2006년 류현진) 4
NC 나성범은 '순수 신인' 가운데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한 뛰어난 5툴 플레이어, 미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자질이 보이는 선수다. 5월 (.290) 에 비해 6월 (.263)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게 아쉬운데, 7월을 어떻게 보낼지에 따라 신인왕 레이스에서 어떤 고지를 점할지 답이 나올 듯 하다. 현재는 25타수 6안타 (.240) 1홈런을 기록 중이다. 후반기에 힘을 낸다면 신생팀의 유력한 미래 스타라는 버프를 업고 신인왕에 도전해 볼 수 있다.
NC 이재학은 구단의 역사적인 1호 승리와 선발승을 기록한 투수다. 또한 선발 등판한 12경기에서 72.1이닝을 2.74로 막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평균 6이닝 가까이를 투구한 셈인데 만약 김경문 감독이 이재학을 마무리로 돌리는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었던 셈이다. 다시 선발진에 합류한 이후에는 4경기에서 25이닝 7자책. (2.52) 성적은 유희관이 조금 더 좋지만 이재학도 각종 지표에서 유희관과 엇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뒤집을 가능성도 많다. 이닝이팅 능력 외에도 140km 중반의 패스트볼과 서클체인지업을 대비시켜 많은 탈삼진을 뽑아내는 것이 이재학의 장점. 5 6
이외에도 NC의 수많은 선수들(이태양, 이민호 등)과 다른 후보들 (SK 한동민, 롯데 김대우 등) 이 있지만 올해 신인왕이 나온다면 이 넷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영광의 자리를 차지할 선수는 과연 누가 될까. 11월 발표될 이름을 기대해보자.
- 서건창과 한현희로 표가 갈리는 것을 방지하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뒷사정이야 어찌 됐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신인왕 후보에도 올라보지 못했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 [본문으로]
-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category=kbo&id=48992&gameId=20130526SKLG0&listType=game&date=20130526 [본문으로]
-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category=kbo&id=49446&gameId=20130602LGHT0&listType=game&date=20130602 [본문으로]
- 7월 13일 KIA전에서 8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둔 유희관.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category=kbo&id=51893&gameId=20130713HTOB0&listType=game&date=20130713 [본문으로]
- 4월 11일 LG 상대 경기에서 구단 첫 승리를 견인한 이재학.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category=kbo&id=45364&gameId=20130411NCLG0&listType=game&date=20130411 [본문으로]
- 7월 3일 4회 3타자 연속 삼진을 뽑아내는 이재학.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category=kbo&id=5124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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