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K 스포츠)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2:2 트레이드에 전격 합의했다. SK는 1995년생 우완 이승진과 1999년생 포수 권기영을 보내고, 두산은 그 대가로 1989년생 포수 이흥련과 1995년생 외야수 김경호를 보냈다.



어떤 선수들이 오갔는가?


이흥련은 홍익대 졸업 후 2013년 2차 5라운드에 삼성에 지명되었으며, 2016시즌 후 경찰청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FA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지명되어 두산으로 이적했다. '트레이드 카드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괜찮은 타격 재능이 있지만 대신 수비가 떨어지는데, 통산도루저지율은 20%대이며 프레이밍 등에서도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진 못하고 있다.


김경호는 야탑고 졸업 후 2014년 2차 6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되었으며, 작년 주로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얼굴을 비친 좌타 외야수다. 이 선수에 대해서는 주력이 빠르다는 것 외에는 사전정보가 별로 없었는데, 찾아보니 그럭저럭 컨택은 갖추고 있지만 타격이 완성된 선수는 아니고 수비 역시 어깨가 약하고 타구판단이 아쉽다는 평이 있다.


이승진은 야탑고 졸업 후 2014년 2차 7라운드로 SK에 지명되었다. 나름 2018년 34경기 41.1이닝에서 4.57로 가능성을 보인 투수인데, 작년에는 17경기에서 8.05로 난타를 당했고 올해도 퓨처스리그 피안타율 4할대를 기록하는 등 폼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그러나 최고 147km/h대까지 나오는 커터형 직구와 좋은 커브를 보유한 투수라, 약간의 조정만 거친다면 1군 미들맨 혹은 셋업까지 충분히 성장가능한 포텐.


권기영은 2017년 2차 3라운드로 SK에 지명되었다. 거의 정보가 없는 포수인데, 현역으로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고등학교 당시에는 2루 송구가 좋고 제물포고 야구부 중 가장 발이 빠른 축이었다는데, 어느 정도의 신체능력은 갖춘 원석으로 보인다.



왜 트레이드했는가?


SK는 현재 압도적인 꼴찌를 달리고 있으며, 주전포수 이재원의 부상으로 이홍구-이현석 체제로 나서고 있지만 둘 다 공수에서 시원찮다. SK 포수진의 타격 성적은 5월 29일 경기까지를 기준으로 76타석 .129 .184 .186 wRC+ -7.0인데 이는 .129 .203 .129 wRC+ -10.3을 기록한 롯데 다음으로 안 좋다. 리그 평균은 .239 .309 .370이며, 1-2위인 키움 (.349 .390 .556) 및 NC (.315 .422 .548)와는 매우 대조적. 이홍구는 110.2이닝 동안 13번의 도루를 허용했으며 (단 2번 잡아냈을 뿐이다) 이현석은 여러 번 수준 이하의 악송구와 백업 플레이를 보인 바 있다.


두산은 불펜ERA 7.96으로 압도적인 꼴찌를 달리고 있는데,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이형범 (7.2이닝 11.74) 박치국 (9.2이닝 5.59) 최원준 (12.2이닝 9.24) 윤명준 (10.2이닝 5.06) 등 허리를 맡아줘야 할 투수들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물론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1군에서 내려간 김민규 (0이닝 7실점) 때문에 평균자책점이 다소 튄 경향이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불펜에서 제 몫 해주는 선수는 마무리 함덕주 (11이닝 2.45) 그리고 이현승 (10.2이닝 3.38) 외에는 전무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SK는 이재원 복귀 전까지 최소한 사람 구실을 할 만한 포수가 필요했고, 두산은 불펜에 새 활력소가 될 투수가 필요했다. 마침 두 팀 다 트레이드시장을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그리하여 이흥련-이승진을 메인 칩으로 하는 트레이드가 성립되었다.



누가 이득인가?


트레이드가 뜨면 다들 궁금해하는 건 보통... 누가 이득일까다. SNS를 보나 게시판을 보나 두산의 손을 드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1군 백업포수로 정상호를 쓰고 있고, 그 뒤에 장승현-박유연-최용제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이흥련은 언젠가 정리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올해 외야에서 안권수를 요긴하게 써먹으면서 김경호의 자리는 사실상 사라졌다. 잉여자원 둘로 불펜에 즉각 때려넣을 수 있는 군필투수와, 차차기로 키울 수 있는 군필포수를 주워왔으니 훌륭한 트레이드다. (그리고 두산 아닌가. 포수는 아무리 못해도 2군 주전급으로는 키우는 팀이다.)


그렇다면 SK가 완벽하게 손해를 본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다. SK는 시즌 중 전경원이 상무에 붙으면서 곧 1-2군을 통틀어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포수가 이현석-이홍구-현원회 셋밖에 없는 처지였고 (육성선수 김태우까지 합치면 넷이긴 하다) 이홍구와 권기영은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와 실전감각을 좀더 쌓아야 하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당장 쓸 수 있는 포수가 급했다.


'이럴 거면 허도환을 왜 내보냈나...' 라는 반응도 있지만, 시즌 전에는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당시에는 백업 포수의 반대급부로 1-3루 수비 겸 대타를 볼 수 있는 윤석민을 데려오는 게 충분히 합리적인 무브였다. 이현석-이홍구 둘 중 하나는 백업으로 하나는 2군 포수로 적당히 경험치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하는 그림을 그렸을 텐데, 이재원의 부상으로 둘 다 1군에 올라오면서 밑천이 너무 일찍 드러나버렸다.


두산으로 보낸 두 선수가 향후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SK는 지난 몇 년간 '빠른 공을 던지는 오른손 투수' 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조영우 ('94) 이건욱 ('95) 김주온 ('96) 김찬호 정동윤 ('97) 이원준 ('98) 김정우 조성훈 최민준 ('99) 등의 이름을 열거해보면, 이승진은 이들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함을 알 수 있다. 정영일-서진용-하재훈 등 우완 파이어볼러를 즉전감으로 만드는 데 노하우가 정착한 팀이라, 앞으로도 불펜진을 꾸준히 보충할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이승진을 보냈으리라 짐작된다.


다만 +1으로 95년생 미필 외야수를 데려왔다는 건 비판받을 여지가 많다. SK 외야진에는 고종욱-노수광-오준혁처럼 이미 김경호와 비슷한 스타일의 (그리고 더 실력좋은) 선수가 많다. 대주자감이 부족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미 김재현-채현우가 있고, 김민준까지 줍지 않았나) 최근에는 신예 최지훈까지 1군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 와중에 누가 봐도 감독의 취향이 듬뿍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픽은 이해불가. 차라리 2군 투수라도 하나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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