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월 25일 SK 와이번스가 이마트에 매각된다는 조선일보의 단독보도가 있었고 (링크) 1월 26일 신세계그룹은 자사 사이트의 보도자료를 통해 SK 와이번스 인수를 공식선언했다. (링크) 매각대금은 1352억 8천만원이라고.


 신세계는 두산, SK, 키움, KIA에 인수 제의를 했는데 SK 외에는 받아들인 구단이 없다고 한다. 2개 구단 더 인수에 관심이 있었다는데, 정황상 'SK와 협상을 시작하기 전 인수가 무산된 수도권 구단'은 키움이 거의 확실하다. '먼저 인수를 제의한 지방 명문구단' 은 어디일까? '명문' 이라고 호칭될 정도면 KIA 아니면 삼성일 텐데, KIA가 거절했다는 기사가 정확하다면 야구단 운영에 별 의욕이 없다는 삼성일 가능성이 높겠다.


 허구연 등은 '프로야구 위기론'을 제창했지만 만일 기업들이 프로야구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신세계의 인수 없이 그냥 와이번스가 해체됐을 것이다. 오히려 유통망 공간 마련에 관심이 많은 신세계가 들어오며, 기업들의 펫 스포츠에 불과했던 프로야구가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야구장이 다른 문화 및 여가시설과 결합한 소비자를 위한 공간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야구도 보고, 쇼핑도 하고, 끝나면 피곤하니까 술도 마시고, 호텔에서 잠도 하루 자고... 


 언제까지나 대기업 회장님의 인심과 주머니에 의존해서, 이탈하면 국민의 여가를 뺏은 죽일 놈이라는 반협박으로 프로야구단이 운영되게 할 수는 없다. 프로야구의 자생이니 수익이니 하는 것도 결국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들어와서 구단을 운영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인수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2. 주권이 1월 11일 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구단의 요구액은 2억 2천만원, 주권의 요구액은 2억 5천만원이었다. 2012년 LG 이대형 이후 9년 만의 일이고, 결국 승리했다. 2002년 LG 류지현 이후 연봉조정위에서 선수가 승리한 두 번째 사례.


 별일 없으면 주권이 이길 거라고 봤다. 2년 연속 70경기-70이닝 던지면서 2점대 찍은 불펜투수가 어디 흔한가... (내 기억엔 일단 10년 안쪽으로는 없고, 프로야구 역사 전체로 확장해봐도 흔하진 않을 거 같다.) 그렇다고 승계주자 실점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가비지이닝 위주로 먹은 것도 아니고.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어 연봉조정협상에서 선수가 더욱 체계적으로 자료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KBO도 최대한 공정한 인물들을 조정위원으로 내세우려 노력했다는 데서 이번 연봉조정은 큰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등록일수 4정규시즌 이상을 채운 선수들은 무조건 연봉조정을 한번 거쳤으면 하는데, 무리일까?


3. 아무튼 이번 두 사건을 계기로 올해부터의 KBO는 뭔가 달라도 다를 거 같다는 예감이 든다. 새로 판에 들어오는 구단도 있을 테고, 코로나로 인해 각 구단들이 선수단 규모를 대폭 축소했고, 올해도 백신접종 전까지 100% 관중입장은 어려울 테고, 기존 고졸 9시즌/대졸 8시즌 기준의 FA 제도에서 선수들이 시장에 나오는 마지막 해고... 긍정적인 변화였으면 한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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