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는 정규시즌 말부터 따로 글을 안 썼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따로 글을 안 썼다. MLBPARK에는 좀 올렸지만... 홍원기 야구 보면 짜증만 나서 죽겠는데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도 애초에 블로그의 목적이 히어로즈의 야구를 내 시선에서 아카이빙해두는 것이었으니 이제라도 간단하게 언급하려고 한다.

 

선수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어이없는 방치로 와일드카드 2차전은 일방적으로 두들겨맞다가 졌다. 사실 홍원기의 단기전 운영능력은 정규시즌 막판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시즌 말 감독은 정규시즌 141/142번째 경기를 다음과 같이 운용했다.

 

10월 26일 두산전

5회말 1:3 이승호

6회말 1:3 1사 1,2루 김성진

6회말 1:4 1사 만루 김준형 (-> 1:7)

 

10월 27일 삼성전

7회초 0:6 조상우 (상대타자 6번 김상수부터 이원석-김지찬-김동엽-박해민)

8회초 0:8 김재웅

9회초 0:8 김태훈

 

접전으로 흘러가는 두산전에는 2~3점차 뒤지고 있다고 신인들을 투입해서 경기를 날려버리고 (정규시즌 막판에 이러는 감독은 처음 봤다) 한참 앞서있는 삼성전에는 필승조가 차례차례 들어와서 무의미한 투구를 했다. 경기감각 유지라기엔 이 3명은 LG 3연전에 모두 등판했고, 어차피 순위싸움 중이라 다음 두 경기도 등판할 확률이 높아 꼭 삼성전에 투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놓고서 한다는 소리가 김성진을 올린 걸 가지고 '좋은 투수를 썼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링크)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그럼 김성진은 좋은 투수가 아니라서 못 막았다 이건가? 기 팍팍 살려줘도 모자란 신인한테 '넌 좋은 투수가 아닌데 널 쓴 내 잘못'이라고 말한 것과 다른 게 무언가? 참... 무능한 염경엽이 있다면 바로 이 자일지도 모르겠다.

 

간신히 막판 3연승으로 맞은 포스트시즌에서, 우리가 익히 예상하던 대로 홍원기는 1차전 중반에는 안우진 교체 타이밍을 늦게 잡아서 경기를 내줄 뻔 했으며, 9회에는 조상우가 흔들리는 데도 불펜에 아무도 두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 2차전에는 불펜을 일찍 준비시키지 않아 정찬헌의 뒤에 몸이 덜 풀린 한현희가 올라오게 했고, 그 다음에는 한현희를 마운드에 방치했다가 경기가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다음에야 최원태를 올렸다.

 

물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는 선수들 실력의 차이가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올라오는 투수마다 일방적으로 두들겨맞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분명히 2차전 박동원의 바깥쪽 코스 일변도의 유도에는 문제가 있었다. 나는 평소에 투수가 처맞는 걸 가지고 포수의 리드 탓을 안하려고 하지만 이건 해도해도 심하지 않았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대한 상세한 얘기는 MLBPARK에 따로 글 써놓은 것이 있으니 링크해둔다. (감상포인트) (1차전) (2차전) 여기서는 오프시즌 얘기만 해보자.

 

 

1. 코칭스태프 정리

작년 손혁 정도만 되어도 두고보자고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홍원기는 히어로즈 사상 최악의 무능한 감독이며 하루 빨리 잘라야 한다. 물론 감독을 변호하기 위해 그 동안 프런트가 말아먹은 신인드래프트와 꾸준한 전력유출, 시즌 중의 선발투수진 이탈 등을 변명거리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원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조상우 관리에도 실패했고, 크레익을 우익수로 출전시켰고, 투수가 흔들려도 타이밍을 끊으러 마운드에 올라가는 모습도 거의 보여주지 않았고, 백업 유격수를 키우는 데도 실패했고, 김웅빈이 타격에서 포텐을 터뜨리지도 못했고, 팀이 잘 안 풀릴 때 선수들을 감싼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한현희와 안우진을 올 시즌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말을 지킨 것도 아니다. 1년 내내 한 일이 없다.

 

나머지 코칭스태프들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는데,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강병식 타격코치 정도는 해임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애초에 일정 궤도에 올랐던 선수들이 팀 내 타선에서 이정후-김혜성 정도인데 하위타선 침묵을 가지고 타격코치 탓만 하기도 좀 그렇다.

 

 

2. 방출선수 영입

올해 불펜진의 뎁쓰는 최악이었고, 내년 조상우-김성민 이탈로 더욱더 얇아질 예정이다. 필승조에 김태훈-김재웅 둘만 두고 야구하게 생겼다. 김성진은 아직 불안하고, 양현은 폼이 상당히 많이 내려왔으며 다른 투수들 중에는 신뢰가 가는 선수가 없다. 그나마 이영준과 양기현이 재활에서 복귀하긴 할 테지만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으니 상수로 보기는 어려운 전력이다.

 

따라서 다른 팀에서 방출된 불펜투수들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1군에서 추격조 역할을 하면서 30~40이닝만 소화해줘도 성공이다. 1순위는 NC에서 방출된 임창민인데, 올해 기록을 보면 직구 구속은 오히려 올랐으며 피안타율도 준수하다. 시장에 그냥 풀렸는데 영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선수다. 차순위로는 KT 유원상, 롯데 김건국이 1군에서 어느 정도 던질 수 있는 괜찮은 투수라고 본다. 여기에 더해서 NC 최금강이나 롯데 노경은까지는 검토해볼 만 하다.

 

야수 중에는 딱히 시급하게 영입해야 할 만한 선수가 없다. SSG에서 방출된 고종욱이나 정의윤이 최대어일 텐데 둘 다 타격이 너무 내려왔으면서도 수비가 거의 안 되는 선수들이라 이 팀의 허접한 외야수들을 감안하더라도 영입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일부 유저는 영입 후보로 거론하고 있기는 하나 이 둘을 영입할 바에야 차라리 허정협과 김은성을 방출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3. 유망주들 군 문제 해결

상무에 변상권-이명기-조영건-박준형이 서류합격했다. 이 선수들이 다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워낙 명단에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이 중에 한 명이라도 최종합격되면 성공이라고 본다. 4명은 설령 상무에 못 들어가더라도 군입대를 계속 노리는 게 좋겠고, 거기에 더해 내야수 김수환도 군 문제를 고민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조상우와 김성민은 올 시즌이 끝나면 병역의무를 해결하러 떠날 테고, 그러면 투수진에서 시급하게 군대에 가야 하는 선수는 당분간 없다. 있다면 양기현 정도일까? 이승호나 대졸 선수들의 경우 내년 시즌이 끝나면 입대를 추진해야겠으나 혹시 한 해 더 쓴다고 문제는 없을 것이다.

 

 

4. 박병호 FA 협상

서건창을 트레이드하고 한현희 FA가 미뤄지면서 온전하게 박병호에게만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C등급 FA라 보상금만 22.5억에 달하니 다른 팀에서 영입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면 박병호와 얼마 정도에 계약해야 할까? 최근 노장 FA 타자들이었던 유한준(2년 20억) 김태균(1년 10억) 이성열(2년 14억) 이대호(2년 26억) 등의 전례를 참고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선수들은 FA 계약 전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유한준-김태균-이성열은 모두 wRC+ 120을 넘었고, 가장 안 좋은 축이었던 이대호도 wRC+ 106은 찍었다. 반면 박병호는 이 비교군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올 시즌 성적을 보면 wRC+ 106이라 작년 이대호와 같지만, 작년 이대호는 전 경기에 출장했던 반면 박병호는 118경기에만 나왔다는 차이가 있다.

 

다른 팀의 앞선 계약규모로 대략 예상해보자면 박병호도 2년 15억~25억 사이의 계약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2년 보장금액 비중이 큰 2년 20억 정도라면 만족하는데, 박병호의 포스팅비로 구단이 살림을 꾸려나갔다는 걸 고려하면 한 2년 30억까지는 쏘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거 같다.

Posted by 김에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