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9~0930

vs SSG (문학)

14:9 승 / 3:7 패

1차전 한현희 / 김광현

2차전 안우진 / 최정

 

 

1. 1차전

 

(1) 한현희가 0.1이닝 4피안타 1볼넷, 홈런 2개로 3실점하며 무너져 불펜을 조기에 가동하게 되었다. 이승호-애플러가 1.2이닝 무실점-2이닝 1실점으로 막은 가운데 다음 투수인 최원태가 영점이 흔들리며 6회말 볼넷을 세 개나 내주고 교체된 게 아쉬웠던 점이다. 최원태는 만23세 시즌이었던 재작년부터 3년 연속 규정이닝 실패. 올해는 K/9도 작년의 5.84를 넘어 5.31까지 추락했고, 볼넷허용은 커리어 최다다. (BB/9 3.43) 지난 2년보다는 소폭 상승한 성적이지만, 시즌 출발 때의 기대치를 생각하면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기도 하다. 포스트시즌에 기용할 수 있을지 도저히 모르겠다.

 

(2) 이정후의 김광현 상대 스리런은 최적의 코스, 최적의 구종에서 나온 한 방이었다. 올해는 몸쪽 높은 곳에 약점이 있긴 하지만 하이패스트볼을 때려내는 재능도 탁월한 이정후다. 이어지는 수비에서 실점하긴 했지만 초반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대등하게 경기를 중반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이정후의 역할이 크다.

 

(3) 7회초 오원석의 몰린 한가운데 직구를 송성문이 시원하게 스리런으로 연결시키며 동점. 9월 들어 타격감이 좋다고 말하기는 민망한 성적이나 가을의 대명사 송성문이 페이스를 올리는 건 환영이다. 이어지는 8회에 2루타, 9회에 다시 이태양 상대로 투런 홈런을 추가하며 사실상 이 경기를 이정후와 함께 끌고 간 일등공신이 됐다. '오원석의 슬라이더가 분간이 잘 된다'는 인터뷰가 특히 흥미로웠는데, 올 시즌 좌타자들은 오원석의 슬라이더를 컨택하는 데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모양이다.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비교 김광현 오원석
Swing% 50.8 50.1
Contact% 71.1 85.2
타율 .213 .247
장타율 .265 .376

 

위 표는 좌타자를 상대로 투구한 슬라이더에 한정하여 만들어본 것이다. 우타자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게 투구하는 김광현 슬라이더의 히트맵과 존 전체에 퍼져있는 오원석 슬라이더의 히트맵까지 첨부하면 좋겠지만 여기선 생략한다.

 

(4) 마지막으로 등판한 양현이 2이닝을 잘 막아줬고, 8회 타자들은 비슷한 스타일인 서진용-이태양을 상대로 직구와 포크볼을 골라내는 집중력을 보였으며, 송성문의 타구가 베이스를 맞는 행운도 따랐다. 김혜성이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나비효과를 낳을 수 있는지 충분히 체험한 경기라고 말하고 싶다. 7회초 송성문의 스리런 앞에는 끈질긴 12구 승부로 뒤 타자들이 오원석의 공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준 김태진의 역할도 컸다는 점을 강조해야겠다.

 

(5) 요새 애니콜에 가까워지는 윤정현-김선기 듀오는 나란히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3실점을 합작했는데, 두 선수의 피칭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김성현 스리런 하나로 단정을 지어 말하기에는 요즘의 공헌이 크다. 자연재해에 가까운 홈런이었던 만큼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하여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2. 2차전

 

(1) 올해 폰트를 상대로 4경기에서 29이닝 3실점(2자책), 정말 완벽하게 틀어막히고 있다. 저 2자책도 이정후의 홈런 2개니 실질적으로 이 팀 타선은 폰트에게는 무력한 상차림에 불과할 뿐이라는 건데... 일단 1-2번에 팀 최악의 타자인 이용규-김준완을 산보출루를 기대하며 배치해둔 것부터 잘못이다. 7월 10일 NC전 구창모와 붙었을 때를 돌이켜보자. 그때도 기사에서는 '구창모를 상대로 눈야구를 펼친 키움'의 프레임을 들고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구창모에게 어떤 유효한 타격을 준 것은 타선이 활발하게 치고 나가기 시작한 3회 이후부터다. 그런데 폰트는 9이닝당 볼넷이 2개 이하로, 구창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존에 직구를 파운딩하면서 먼저 쉽게쉽게 스트라이크를 선점하고 나서는 투수인데, 이런 투수를 상대로 눈야구를 하겠다는 얕은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3회 기껏 만든 2사 1,2루의 찬스에서도 이정후가 변화구 3개로 삼진을 먹지 않았나. 폰트를 상대로는 치고 나갈 수 있는 상위급 타자들을 전진배치해서 공략을 노리는 편이 훨씬 나았다. 이 얘기를 시즌 140경기 지난 시점까지 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2) 경기 후반에도 박성한이 8회부터 10회까지 3이닝 연속 실책을 하며 기회를 만들어줬으나, 타선은 만루 및 득점권 찬스에서 1점씩밖에 내지 못하며 한심한 득점력을 증명했다.

 

(3) 안우진을 일찍 내린 건 이전부터 언론을 통해 언급되었던 손가락 문제가 있다면 크게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라가레스의 동점 적시타는 어쩔 수 없는 바빕타였고, 김선기의 투입 후 초구 역전 2루타도 투수 본인의 문제지 감독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8회 김재웅을 올렸다면 마땅히 9회까지 2이닝 투구로 끌고 갔어야 맞았다. 또한, 전날 이미 상당한 투구를 한 애플러와 양현을 또 올린 점은 별로 납득이 가는 선택이 아니었다. (나는 전날 48구를 던진 투수를 또 올렸다는 점도 경악이었는데, 애플러 멀티이닝을 안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제일 큰 실수는 연장승부에 김성진을 올린 건데, 김성진이 경기 등판 전에도 이미 9월에 상대하는 타자의 절반을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내고 있는 선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투수교체로 사실상 경기를 지고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그리고 도대체 이승호는 왜 미출전선수였을까...?

 

 

3. 포스트시즌 엔트리

 

투수 - 안우진, 요키시, 한현희, 애플러, 최원태, 정찬헌 / 김재웅, 양현, 이승호, 김선기, 윤정현, 김동혁, 이영준, 김성진 (김태훈, 문성현, 하영민, 이명종)

포수 - 이지영, 김재현, 김시앙

내야수 및 외야수 - 김혜성, 송성문, 김휘집, 김태진, 신준우, 전병우, 김웅빈 / 이정후, 푸이그, 임지열, 김준완, 이용규, 박준태 (예진원, 이주형, 김수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포스트시즌 엔트리를 구성해보았다. 주승우나 박찬혁이 큰 경기 무대를 경험하는 차원에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1인분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은 아니다. 지금은 일단 투수진이 가장 문제인데, 김태훈-문성현 중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 올라온다면 저 명단에서 김성진을 빼고 즉시 투입해야 마땅하다. 김성진-이명종은 현재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할 수 있는 상태가 도저히 아니며, 정찬헌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지만 올해 KT전 성적이 괜찮았던 점과 베테랑 투수를 홀대해서 좋을 게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등판해서 불펜으로서 몇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정도는 기대할 수 있겠다.

 

야수는 예진원-이주형-김수환 그 누구도 정규시즌에 제 몫을 한 타자가 없기 때문에 박준태를 일단 넣긴 했으나, 지난 2년간 계속되어온 박준태 푸대접이 포스트시즌이라고 달라지지 않을 듯 하다. 아마 홍원기 감독은 박준태의 자리를 주승우 혹은 박찬혁이라는 꼬꼬마들에게 맡길 거 같은데,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만약 와일드카드 경기를 하게 된다면 준플에서는 요키시-한현희-??-안우진-요키시의 순서로 로테이션이 돌아가겠고,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다면 안우진-요키시-한현희-??-안우진의 순서겠다. 요키시의 KT전 성적을 볼 때 요키시가 준플 1선발을 맡는다고 시리즈가 특별히 더 꼬이지는 않을 거 같다. 문제는 KT의 토종선발 3인방을 상대해야 하는 이 팀의 허약한 타선이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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