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마무리하는 글도 써야 할 거 같은데 그건 PS 이후로 미루고... 우선은 당장 닥쳐온 준플레이오프에 대해서 말해보자.

 

 

1. 전력

우선 KT나 키움이나 공격력은 비슷한 팀이다. (KT OPS .704 키움 .697) 다만 차이라면 키움은 이정후-푸이그-김혜성이 사실상 공격의 8할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다는 거고, KT는 박병호(.909) 알포드(.871) 두 선수가 이끄는 가운데 장성우(.792) 조용호(.756) 황재균(.713) 배정대(.695) 강백호(.683) 김민혁(.671) 오윤석(.665) 심우준(.617)이 비교적 고른 공격력을 자랑한다는 점이겠다. 키움 타선에서 저 '혜후푸' 다음으로 많이 나온 게 송성문(.673) 김휘집(.662) 이지영(.634)인데, KT 주전 타자들에 비해서는 타격이 약하다. 키움이 어느 한 지점에서 폭발하느냐, 아니면 KT가 연타를 많이 먹여서 키움을 다운시키느냐로 운명이 갈릴 듯 하다.

 

선발은 확실히 KT가 낫다. 표면상 ERA는 키움(3.41)이 앞서긴 하지만 (KT 3.53) 고-소-엄-벤 4명이 비교적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으며 정규시즌에서 60이닝 이상을 더 소화했다는 것, QS 횟수가 더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선발진의 질은 KT가 좋은 셈이다.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는 프런트라인 선발이 더 많이 등판할 것이며, 그러므로 안우진-요키시의 원투펀치를 보유한 키움이 더 유리하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불펜은... ERA(3.61 vs 4.41) WPA(3.10 vs 2.39) 승계주자실점률(37.1% vs 34.5%)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역시 KT가 더 우월하다. 특히 키움은 정규시즌 셋업-마무리 역할을 담당하던 문성현과 김태훈의 엔트리 등판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데서 일단 불리하며, KT는 올해 철벽의 셋업맨 김민수와 기량이 발전한 마무리 김재윤 앞에 데스파이네와 배제성을 불펜으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상은 KT의 4차전 승리다. 키움이 이기려면 5차전까지는 물고 늘어져야 하지 않을까. 선수단 전력만 놓고 보면 또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질 것 같지는 않은데, KT는 감독이 이강철인데 키움은 감독이 홍원기라는 데서 상당히 차이가 난다.

 

 

2. 엔트리

예상하는 엔트리는 다음과 같다.

 

투수 - 안우진, 요키시, 한현희, 최원태, 정찬헌, 애플러 / 김재웅, 양현, 이승호, 윤정현, 김선기, 이영준, 김동혁 (13)

포수 - 이지영, 김재현, 김시앙 (3)

내야수 - 김혜성, 송성문, 김휘집, 신준우, 김태진, 전병우, 김웅빈 (7)

외야수 - 이정후, 푸이그, 임지열, 김준완, 이용규 (5)

 

포수는 어차피 이지영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겠지만, PS에서는 포수 셋 준비해도 나쁠 게 없다. 김시앙을 빼고 엔트리 한 자리를 널널하게 채울 수도 있겠지만, 김시앙의 수비력은 분명 공격력이 안 터져도 1군 백업급으로라도 써먹기에 장래성이 충만한 편이니 이 참에 기회를 주는 게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투수는 저 13명이 별다른 변동이 없는 한 그대로 출전할 것이고 변수는 아까 말했듯이 김태훈-문성현이 실전에서 피칭할 준비가 되었느냐인데, 현재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아직 준비가 안된 모양이다. 내야수는 주전급 4명에 신준우가 유격수 대수비를, 전병우가 대타 및 대수비를, 김웅빈이 대타를 맡으면 되겠다. 외야수는 저 다섯 명이 너무 명확하고...

 

그런데 이렇게 짜면 두 자리가 비는데, 김태훈-문성현의 복귀가 없다고 가정하면 대충 김성진-이명종-주승우-양기현 / 예진원-박찬혁-박준태-김주형 정도를 추가인원으로 볼 수 있겠다. 내가 보기에는 투수 파트에서는 더 데려갈 선수가 없다. 포스트시즌에 승선하는 선수는 최소한의 장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양기현은 올해 1군 등판이 없었으며 주승우는 아직 제구가 불안하고 김성진-이명종은 9월에 명확하게 한계를 보인 선수들이다. 물론 김성진이 갑자기 각성해서 PS 불펜의 에이스가 되리라는 법도 없지만, 올해 직구 피안타율 5할대(...)라는 경악할 만한 수치를 남기고 있는 투수를 포스트시즌에 합류시키는 건 지나친 도박수다. 큰 무대 경험이 필요하다면 혹시 한 명 정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실전등판은 무리다.

 

야수 파트는... 사실 이 중에 1군 전력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박준태다만, 작년부터 시작된 박준태 푸대접을 감안할 때 딱히 PS에 데려갈 거 같지는 않다. 박찬혁이 승선한다면 역시 경기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기보다는 어린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측면이 클 것이고, 혹시 유격수나 외야수 자리에서 대타를 활발하게 내볼 거라면 예진원-김주형 중 한 명을 뽑을 수 있겠지만 정규시즌 내내 그렇게 안한 감독이 PS에서 갑자기 그런 야구를 할 거라는 기대는 들지 않는다.

 

 

3. 시리즈 흐름

키움 상대로 극강의 성적을 내고 있는 엄상백(ERA 2.20 / .203 .593)과 벤자민(ERA 0.78 / .152 .436)이 고척 2경기의 선발로 유력하다. 고영표-소형준은 키움 상대 성적이 좋지 않고,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라 고척돔과 상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먼저 등판할 거 같지는 않다. 아마 이강철 감독이 그릴 수 있는 최고의 그림은 고척에서 최소 1승을 챙긴 이후, 구단의 에이스 혹은 신인왕 겸 차세대 간판 투수가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키움의 1,2차전 선발이 안우진-요키시일 거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문제는 3,4차전 선발인데, 기존의 성과를 보면 당연히 최원태와 한현희여야겠지만 상대전적과 올 시즌의 폼을 따진다면 딱히 이 둘을 PS 선발로 믿기는 어렵다. 정찬헌이 올해 KT 상대 성적이 좋았던 것과(3경기 17이닝 1.59 / .230 .680) 애플러가 수원구장에서 호투한 경기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두 투수가 선발로서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결정은 감독이 하겠지만, 만약 고척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면 3차전은 정찬헌, 불리하게 흘러간다면 한현희가 낫지 않을까. 아무튼 수원 2경기에서 3명의 옵션 중 상태가 좋은 투수를 택하는 게 현명하겠다.

 

불펜은 김재웅-양현-이승호를 필승조, 김선기-윤정현을 애니콜 미들맨, 최원태-김동혁-이영준을 추격조로 두는 게 좋아보이고, 타선은 가을까지 1번 김준완을 쓸 작정인 듯 하니 할 말이 없다. 제발 김준완 뒤에 이용규까지 붙이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LG의 총력전으로 시즌 막판에 3위라는 한 계단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시리즈 승리는 바라지 않으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모두 뭉쳐 자신의 역량을 120% 발휘하고 후회없이 싸워주기만 하면 그걸로 만족하련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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