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1. 총평

이긴 건 잘했다

 

 

2. 경기 초반

플럿코를 빠르게 끌어내린 건 좋았다. LG 상대로 플레이오프 이기려면 잠실에서 반드시 1승 1패가 되어야 하고, 그 대상은 역시 플럿코라고 생각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이후 실전 없이 라이브피칭만 소화한지라 키움이 잠실에서 1승을 거둔다면 2차전이 그 경기일 것으로 짐작했는데, 다행히 들어맞았다. 플럿코가 이날 가운데-하단으로 들어가는 공이 굉장히 많았고, 1회 유강남의 포일로 다소 맥빠지게 1점이 만들어진 데 이어 2회 김태진의 파울타구 양산과 이지영의 희생번트에 이은 송성문의 적시타까지 겹치면서 생각보다 쉽게 2점째까지 가져왔다. 키움 타자들이 존에 들어오는 직구-커터와 밖으로 빠져나가는 커브에 모두 대응하면서 대량득점에 성공했고, 유강남의 두 번째 송구 실책까지 겹치면서 점수는 6:0.

 

요키시는 1회에 엄청나게 불안했는데 일단 LG 타자들이 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유인구에 손이 잘 안 나가더라. 2회는 간단하게 넘겼지만 3회 박해민-김현수의 안타에 이은 채은성의 2루타로 2점을 허용했다. 채은성의 방망이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2점을 줄 상황은 아니었다. 1점을 더 준 건 김준완의 미숙한 펜스플레이가 원인이었다. NC에서 주전으로 뛸 때는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수비력이 6년 만에 왜 이리 파탄이 난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아무튼 4회까지 추가점을 낸 건 좋은데, 경기 후반 추가점이 없는 건 아쉬웠다. 물론 4회까지 7득점도 충분히 성과지만, LG 불펜은 남은 시리즈를 고려하면 한번쯤 두들겨놨어야 했다. 그래도 LG 불펜진의 상태를 체크해볼 수 있었던 것은 소득이다. 이우찬이나 김대유가 약한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3. 경기 중후반

이전에도 1루 송구에 여러 차례 약점을 보였던 요키시가 5회 7:3 무사 1루에서 결정적인 실책. 여기서 양현이 등장했는데 좌타자 오지환-문보경-홍창기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고려하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등판이었다. 양현이 가장 몸을 빨리 풀 수 있는 투수라 두 번째 투수로 자주 나온다는 설명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아니 그럼 요새 컨디션이라도 좋아야지...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악의 투수였던 양현은 당연히 오지환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이후 볼넷 3개를 허용하는 난조를 보였고, 김민성 대타 문성주-투수 이영준-다시 대타 이재원의 화려한 교체싸움 끝에 이영준이 이재원과 박해민을 모두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솔직히 여기서 졌다고 느낀 사람 많을 거다.

 

반전이 일어난 건 6회말 최원태부터였다. 김현수에게 무려 151km/h에 달하는 투심을 꽂으면서 이형종-김현수 두 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내더니, 채은성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고 오지환에게 투수 실책성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다가 다시 4타자를 무사히 범타 처리하고 2이닝을 삭제시켰다. 특히 7회말 홍창기와 서건창을 모두 삼구삼진으로 잡아낸 건 놀라운 성과. 서건창의 존 바깥쪽 보더라인에 투심-슬라이더-커브를 차례로 꽂아 루킹삼진으로 이닝을 끝내버리는 놀라운 장면은 얘가 과연 그 가을쫄보 최원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상대 팬이 많아서 오히려 아웃카운트 잡으면 조용해지는 게 재밌더라, 1점만 주자고 생각했다, 120구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등등 인터뷰 스킬도 참 화려했다...)

 

8회 김동혁 역시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이어온 좋은 감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특히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높아져 우타자를 상대로 몸쪽에 넣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게 소득이다. 김동혁의 올해 성적이 작년에 비해 특출나게 좋지는 않지만, 직구 구속이 무려 6.3km/h나 상승했고 (작년 130.0 → 올해 136.3) 82이닝 동안 14개나 내주었던 HBP도 올해는 26.2이닝 동안 1개로 줄어드는 등 우주의 기운이 점차 그에게로 모이고 있다. 내년 리그 수위급의 필승조로 성장해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닐 거다. 9회 김재웅도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었지만 오지환을 우익수 플라이로, 문보경을 2루수 땅볼로 시작되는 병살타로 잡으며 무사히 살떨리는 1점차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반의 무리수는 2사 1,2루 이지영의 투수강습 내야안타 때 2루 주자 김혜성을 홈으로 돌린 주루코치의 판단이었다. 아무리 고우석이라도 만루에서 피칭하는 부담이 없을 수가 없고, 그러면 다음에 한 명만 출루해도 이정후 타석이 돌아오는데 왜 그런 무리수를 뒀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유격수는 오지환이라 실수를 기대하기 어렵고, 8회라서 다음 공격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그걸 뛰라고 뛰는 김혜성도 좀 답답하지만 뒤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코치가 팔을 돌리는데 뭐 어쩌겠는가.

 

 

4. 진짜 총평

이용규가 2안타-1희생번트로 데일리 MVP를 탔지만 개인적으로는 1점차에서 경기 후반 4이닝을 막아낸 최원태-김동혁-김재웅 트리오의 공이 제일 큰 경기였다고 본다. 김태진은 커트신공과 멀티히트로, 이정후는 2루타 2개를 포함한 3안타로, 그리고 다른 모든 타자들도 타석에선 제 몫을 다 했지만... 갈수록 믿을 수 없어지는 김준완의 수비는 앞으로의 가을 시리즈를 더 힘들게 할 것 같다.

 

요키시가 이번에도 가을야구에서 좋은 기억을 갖지 못하고 내려갔는데, 결국 본인이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5차전에 다시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시리즈가 거기까지 간다면 이번엔 좋은 투구로 정규시즌의 기세를 계속 이어나갔으면 한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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