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키움 히어로즈
출처: 키움 히어로즈

 

1. 총평

김재웅은 마무리의 왕이고 이정후는 타자의 왕이다

 

 

2. 투수전

김윤식이 직구-슬라이더-체인지업을 잘 활용하며 키움 타자들을 농락했다. 잘 던질 거라는 예감은 있었는데 안우진이 2점을 내주는 동안 한 점도 실점하지 않고 내려갈 줄은 몰랐다. (이후 진해수의 승계주자실점으로 1실점) 안우진도 2회 오지환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은 이후 LG 3타자가 연속으로 초구 직구를 공략하니까 패턴을 바꿔서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갔는데, 이게 성공적으로 먹혀 경기 후반 역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너무 비슷한 패턴을 고수하다가 허도환에게 멀티히트를 맞은 부분은 점검이 필요할 듯.

 

LG의 선취점은 푸이그의 다이빙실패로 인한 오지환의 2루타에 이어, 문보경의 페이크번트슬래시 작전 성공으로 나왔다. 유격수가 정위치였다면 잡을 수 있었겠지만, 애매하게 우측으로 가 있던 탓에 문보경의 타구를 잡는 데 실패... 시프트야 항상 선택의 문제니까 이는 어쩔 수 없고, 3회 시리즈 내내 기세를 올리고 있어 언젠가는 한번 맞을 거 같았던 채은성에게 결국은 맞았다. 그래도 솔로홈런만 허용한 것은 긍정적이었다. 여기서 2점 이상을 실점했다면 매우 힘들 수 있었다.

 

 

3. 균열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지만, 6회말 2사 3루에 이정후 타석에서 김윤식을 진해수로 교체한 건 괜찮은 결정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허리 문제를 언급했는데, 허리가 아프지 않더라도 포스트시즌 첫 선발등판인 투수가 상대 중심타선과 세 번째로 맞붙는 건 부담이 크다. 게다가 진해수는 이정후를 상대로 통산 성적 2-2-2를 기록하고 있는 천적이다. 물론 선발투수가 찜찜하게 주자를 남기고 내려가기보다는 이닝을 마무리하고 내려가는 게 좋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지만, 아무튼 시점으로 보나 뒤이어 올라온 구원투수로 보나 나무랄 데 없는 판단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믿었던 진해수가 몸에 맞는 공으로 이정후를 내보내면서, 갑자기 진해수-김혜성이라는 상대전적 5할 이상의 까다로운 매치업이 성립해버렸다. 류지현이 조금만 더 독한 감독이었다면 여기서 두 번째 좌완 투수를 내보냈을 것인데, 이미 좌타자를 좌완 투수가 상대하는 상황이라 순간 망설였을 수도, 어쩌면 안심했을 수도 있겠다. 아니나다를까 김혜성은 진해수의 몰리는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선상으로 2루타를 때리면서 경기에 균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푸이그 저격용으로 올라온 정우영이 3루 느린 땅볼을 허용해 동점을 만든 것은 정말 운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강한 자는 운이 찾아올 때 잡아야 하는 법이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휘두르는 김태진의 스타일이 이번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순식간에 2:3 역전.

 

 

4. 7회

어제 경기에서 홍원기 감독의 판단들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지만 (오히려 정규시즌과 비교해도 좋은 편이었다) 7회초 이승호 등판은 상대 타순이 하위타선임을 감안해도 적절한 판단은 아니었다. 이승호의 공은 서건창에게는 치기 좋은 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렸으며, 번트를 내줘야 하는 허도환의 타석에서는 좀처럼 존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흩어졌다.

 

허도환의 고의적인 번트헛스윙과 서건창의 2루 도루가 어우러져 득점권에 주자가 갔을 때 아... 동점이겠군 하고 절망했는데, 역시 동점 이상 점수를 내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승호가 허도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이후에 등판한 김동혁은 중간에 유인구 폭투가 더해져 승계주자를 모두 들여보내긴 했으나 2땅-투땅-투땅으로 이닝을 잘 마무리했다. 물론 동점까지만 내주는 게 베스트라고 봤지만, 본인의 폭투로 무사 2,3루가 된 상황에서 1점으로 틀어막는 건 어려운 미션이었다. 박해민이 이 날 타격감이 좋지 않았고 번트도 계속 실패했던 게 다행. 채은성 앞에서 끊은 거만 해도 충분히 제 몫을 다했다고 하겠다.

 

이어서 7회말 투아웃 이후 김준완이 투수실책성 내야안타로 출루. 김준완이 좋은 타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더해져 어떤 운이 따르는 거 같기도 하다. 여기서 임지열을 대타로 내자 LG도 이정용을 등판시키면서 맞불을 놨는데, 결과적으로 대타 임지열의 초구 역전 투런과 이정후의 초구 백투백이 더해져 다시 분위기는 키움 쪽으로. 임지열에게 초구 직구를 선택한 건 완벽한 미스였고, 이정후에게 간 공은 빼라고 했는데도 몰린 것이니 투수 본인의 실수가 크다. 이정용이 훌륭한 불펜투수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투수가 있는 LG 불펜진에서 상대적으로 그나마 공략하기 쉬운 선수이기도 한데, 놓치지 않고 잘 뒤집었다.

 

 

5. 8-9회

김동혁이 채은성-오지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김재웅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 동안 9회에만 등판하던 김재웅을 이때 내보낸 건 이번 가을 최고로 뛰어난 판단이었다. 반면 무사 1,2루에서 정규시즌이나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타격 성적이 좋으면서도 번트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문보경에게 번트를 지시한 류지현 감독의 판단은 99% 실책. 덕분에 김재웅은 날았고, 투수 플라이에 이은 2루 주자 아웃으로 LG의 신바람도 꺼졌다. 야구팬 누구나 'The Flip'이라고 하면 2001년 ALDS 3차전 데릭 지터의 제레미 지암비를 잡는 중계플레이를 떠올리고, 'The Steal'이라고 하면 2004년 ALCS 4차전 리버스 스윕의 시작이 된 9회 데이브 로버츠(현 다저스 감독 맞다)의 도루를 떠올리듯이, 이제 히어로즈 팬들이라면 'The Catch'를 말하는 순간 어제 김재웅의 다이빙캐치를 떠올리게 되리라.

 

최원태가 9회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김재웅이 8회를 단 4구로 처리해 9회에도 등판했는데, 9회 1사 김휘집의 평범한 땅볼 실책은 그 동안 히어로즈의 가을을 뒤엎었던 유격수 악몽을 다시 불러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김민성의 초구 타격에 이은 강한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잘 처리했으니, 김휘집에게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고 싶다.

 

 

6. 4차전

같은 3일 휴식 후 등판이나 체력적으로 애플러에게 더 유리한 경기일 것이다. 켈리가 1-4차전에 모두 나오는 게 류지현 감독의 입장에선 최선일 수 있으나, 1차전 켈리의 구위를 감안하면 4차전에서 잘 던지지란 보장은 없고, 설령 잘 던진다고 하더라도 이 팀 타자들이 경기 후반에 분명히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2승을 먼저 한 이상 이제 목표는 졌잘싸가 아니라 인천행이다. 끝내야 할 때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것이 이 팀의 고질병이긴 하지만, LG도 지난 10년간 1승 2패에 몰린 5전 3선승제 포스트시즌에서 이를 극복하고 시리즈를 5차전으로 가져간 적은 한번도 없다. 지난 세월의 관성을 깨는 자가 왕좌에 도전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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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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