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이전과는 달리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팀 역사상 11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FA를 영입했고 (이택근이 리턴에 가까웠던 걸 생각하면 사실상 처음이다) 이도 모자라 퓨처스리그FA 하이재킹에 이어 100만 달러 외국인까지 데려오며 불꽃튀는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덕분에 이 혹독해진 겨울도, 따뜻한 무브로 전혀 춥지 않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푸이그의 재판 과정과 요키시의 불투명한 재계약 여부는 여전히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요소다.

 

출처: 키움 히어로즈

 

1. 원종현 FA 영입

11월 19일 NC 투수 원종현과 4년 25억에 계약했다. 조건은 계약금 5억과 연봉 5억이다. 물론 만36세 시즌을 맞게 될 불펜투수에게 4년 계약을 준 것은 상당히 위험한 무브지만, 올해 전반기 ERA 1위(3.23)를 달성했다가 후반기에 ERA 8위(4.68)로 추락한 불펜진 사정을 감안하면 25억에 약점을 메운 것은 오히려 싸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정훈이나 송신영도 만36세 시즌까지는 멀쩡했고, 최영필과 박정진은 만40세 이후에도 리그에서 준수한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원종현이 이들의 뒤를 잇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2015년 암 수술로 시즌아웃된 걸 제외하면 지난 9년 중 8시즌 동안 꼬박꼬박 최소 50경기-50이닝 이상을 출전했다는 점이 굉장한 장점이다. 직구 구속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146~147km/h 선을 오가고 있고 (스탯티즈 기준이다) 피장타율이나 허용한 타구의 질, 타구속도 등을 봐도 아직까지 이상 조짐은 찾기 어렵다. 급격하게 꺾일 수도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별다른 위험신호가 없다면 굳이 미리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이다.

 

방출과 수술로 인한 시즌아웃 및 복귀 등 다양한 일을 겪었고, 마무리 및 셋업으로도 모두 뛰어봤다는 것도 또다른 강점이다.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 전수해줄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FA 선수 2명을 제외한다면 최고령이 별다른 경험이 없는 1991년생들인 히어로즈 투수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셋업으로 2년 정도 최고의 활약을 해주고, 이후 2년간 마무리를 잘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게 원종현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치다.

 

 

2. 이형종 퓨처스FA 영입

11월 24일에는 한화와의 계약에 가까워보였던 퓨처스FA 이형종을 하이재킹했다. 총 규모는 4년 20억으로, 조건은 1년차인 2023시즌 1.2억, 2024시즌 6.8억, 2025-2026 2년간 6억. 사실 이형종의 가치는 클래스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불해야 하는 반대급부가 극히 적다(..)는 데 있었는데, 지나치게 계약규모가 커지는 느낌이 들어 그냥 발을 빼길 원했지만 20억 전액보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조건을 걸며 데려왔다.

 

올해 키움은 좌타석에서는 .264 .715 wRC+ 105로 리그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지만 우타석에서는 .234 .673 wRC+ 92로 한화 다음으로 우타석 성적이 안 좋은 팀이었다. 코너외야 우타자로 통산 .281 .796, wRC+ 115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투수 상대 1207타석에서 .265 .751, 좌투수 상대 649타석에서 .325 .932로 좌투수에 훨씬 강한 이형종의 영입은 팀의 좌타 편중 현상을 완화해줄 적절한 선택이다.

 

타선의 좌우 편중 말고도 올해 키움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소위 '파워 포지션'이라고 불리는 1루-코너 외야-DH에서의 공격력 부족이다. 우익수는 그나마 푸이그가 정착하며 괜찮았지만, 지명타자 자리에서 키움의 공격력은 리그 10위, 1루와 좌익에서는 리그 9위였다. 이형종이 이 세 자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정착해준다면 지난 3년간 우하향하고 있던 타선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이형종의 단점을 꼽으라면 1) 코너외야에서의 안 좋은 수비력 2) 유리몸 3) 좌우 스플릿 현상의 심화 4) 최근 3년간 강한 타구 비율과 타구속도는 줄고 (135.7km/h → 132.6km/h → 131.4km/h) 팝플라이와 뜬공이 늘었다는 것 등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겠다. 1번과 2번은 어차피 이형종을 쓰는 한 감수해야 하는 세금이고, 3번과 4번이 걸린다. 이형종 본인은 출전 기회 부족으로 인한 타격감 저하라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이게 실제 실력의 반영이라면 굉장히 난감해진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박주홍-이주형-박찬혁 등의 신예 중 어느 하나가 자리잡을 때까지 2년은 버텨주는 게 기대치다.

 

 

3. 외국인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계약

11월 25일 도미니카 우완 아리엘 후라도(1996년생)와 연봉 8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계약을 완료했다. 제이크 브리검과 비슷한 타입이란 얘기도 있고 그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상 코너웍 좋은 투심패스트볼 하나로 마이너에서 쭉 살아남았고, 2019년에는 텍사스 빅리그 무대에서 로테이션 선발을 돌면서 122.2이닝을 던진 적도 있다. 변화구 없는 1툴 선수의 한계를 보이면서 ERA 5.81에 그치긴 했지만, 떨어지는 보조구종 완성도가 MLB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더라도 KBO에서는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으리라 본다. (후라도에 대한 더 자세한 프로필은 이 글을 참고하자.) 아예 얼토당토없이 망하지는 않을 거 같고, 못하면 NC 라이트(WAR 2 초반대)-중박이면 브리검의 2019시즌(WAR 3 후반대)-대박이 터진다면 KIA 브룩스(WAR 7+)를 예측해본다. 애런 브룩스는 후라도의 프로필을 서번트에서 검색해보면 가장 유사한 선수로 나오는 투수이기도 하다. 자세한 건 시범경기부터 봐야 말할 수 있겠지만, TJS 경력은 요새 투수들이 다 겪는 수술이니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 내년 만27세 시즌으로 투수로서는 전성기에 들어가는 시점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4. 방출선수 영입 (임창민, 홍성민, 변시원, 정현민)

11월 28일 방출선수 4명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야수 정현민은 군대를 다녀온 후 재입단을 한 케이스인 듯 하니, 나머지 3명에 대해서만 주로 살펴보자.

 

임창민은 통산 436경기 450.1이닝에서 ERA 3.86을 기록하고 있는 불펜투수로, 원래 히어로즈 출신이었으나 2012년 11월 차화준과 함께 김태형을 상대로 NC에 트레이드된 이후 10년 만에 복귀했다. 원종현과 마찬가지로 마무리와 셋업 경험이 모두 있고, 재작년과 작년 성적을 보면 아직까지 KBO 1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선수다. 우완 정통파가 모자랐던 키움의 불펜 사정상 일정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면 1군에서 완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홍성민은 올해 부상으로 1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커리어 초기 KIA-롯데에서 불펜진의 한 축을 맡아줄 수 있는 괜찮은 투수로 경기에 꾸준하게 나섰다. 올해 퓨처스리그 성적은 31경기 31이닝 2.90인데, 역시 작년 정도의 성적(53경기 41.1이닝 ERA 3.92)만 보여주더라도 1군에서 완주를 할 잠재력이 있어보인다.

 

변시원은 데뷔 초 3년을 제외하면 1군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낸 적은 없으나, 지저분한 무브먼트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사이드암이라는 특성상 한현희를 대체하며 김동혁-양현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와 놀기 > 2022 KBO'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키움 히어로즈 투수진 리뷰  (0) 2022.12.11
2022 키움 히어로즈 야수진 리뷰  (1) 2022.12.10
주효상 트레이드  (2) 2022.11.12
한국시리즈 5,6차전 감상  (2) 2022.11.09
한국시리즈 3,4차전 감상  (0) 2022.11.07
Posted by 김에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