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22일 한화와 넥센의 3연전은 오심으로 얼룩진 경기였다. 오죽하면 한화가 '오심에게 스윕당했다' 는 우스개소리마저 나왔으랴.
1차전 (영상)
3차전 (영상)
올해는 유독 심판들의 오심 문제가 많이 언급되는 해다. 한 시리즈를 할 때마다 오심이 최소 한 개씩은 튀어나오고, 심지어 한 경기에 한 팀에게만 불리한 오심이 네다섯개씩 나오는 등 문제가 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오늘 나온 기사인 노컷뉴스의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심판 고충? 감독 선수 팬들 아무도 몰라요" 에서는 과거 프로배구의 명심판이었던 김건태 위원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는 여기서 '심판들의 자질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오심이 많이 나온다' 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팬들은 그걸 모르는가? 아무 야구 커뮤니티, SNS. 어떤 것이든 좋다. 오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팬들이 심판의 자질을 문제 삼고 있는가?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하기 힘든 직업 콘테스트' 같은 것을 한다면 프로스포츠 심판도 당당히 이름을 내밀 수 있는 직업이다. 팬들도 그걸 안다. 심판은 보통 사람이라면 앞을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눈을 질끈 감아버릴 140km 이상의 공이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왔는지 아닌지 판정해야 한다. 야수가 던진 공이 베이스를 밟고 있는 다른 야수의 글러브에 먼저 들어갔는지 아니면 주자가 먼저 베이스를 밟았는지도 판정해야 한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홈승부에서도 주자가 먼저 홈에 들어왔는지 포수가 주자를 그 전에 먼저 태그했는지 판정해야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3시간 이상 한 곳에 서서 자리를 비울 수 없고, 덤으로 가끔 파울타구를 얻어맞기도 한다. 기타 경기 외적인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겠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십수 년, 길면 20년 이상 해도 오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다. 팬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팬들이 분개하는 것은 오심을 저지르고도 사과를 하지 않는 심판들의 태도다.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왜 언급하지 않는가? 왜 사과하지 않는가? 심판이란 경기 중의 정확한 판정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던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판들은 고압적이기까지 하다. 위에 있는 한화-넥센 2차전 영상(1)을 보면 심판은 코치들에게도 서슴없이 반말을 퍼붓는다. 그라운드에서 서로 존중해야 할 동업자라는 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는 대부분의 심판들이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라는 KBO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심판-선수 사이가 우선시되어야하는데 '프로야구 선후배' 라는 생각을 먼저 하니 심판들이 선수나 코치에 대한 존중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영재의 경우 과거 로이스터 감독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하였으며, 올해는 1루에서 오심을 저질러놓고도 오재원이 항의하자 나중에 공수교대 상황에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불러내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
심판의 권위가 어디에서 나오는가? 심판이 경기에 대한 공식 규칙을 적용하는 중립적인 판단 주체라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즉 경기를 하고 있는 구단은 경기를 관장하는 심판조의 판단에 따라 규칙을 적용받겠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착각하지 마라. 선후배 사이라서, 그라운드에 오래 섰다고 해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새 심판 쉴드 기사에 나오는 '심판의 권위' 운운하는 말들이 우스운 까닭이다. 그들은 이미 권위를 충분히 세우고 있으며 그것을 악용해오고 있다.
야구팬들은 임채섭에게 불만을 품었다가 퇴장 명령을 받은 후 심판실을 찾아가 고개 숙여 사과한 카림 가르시아의 사진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심판도 잘못된 판정을 내린 후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다.
KBO 공식 야구규칙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명심하라! 최고의 필요조건은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주저 없이 동료와 상의하라. 심판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것'이다. (중략) 마지막으로, 심판원은 예의를 지키고 불편부당하고 엄격하게 처신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아야 한다." (124쪽)
그러면 이제 물어보자. 한국프로야구에서 권위보다도 판정을 우선시하는 심판은 어디 있으며, 예의를 지키는 심판은 어디 있으며, 존경받는 심판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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