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두어야겠다. 나는 그의 열성팬은 아니다. 유한준은 특별할 것이 없는 선수다. 그는 2005년 1군에 데뷔했고 3년간 가능성만을 보여주고 상무에 들어갔다. 2009년 상무에서 그의 성적은 .372 15홈런. 2010년 맞이한 첫 풀타임 시즌에서 131경기에서 .291 .355 .403 9홈런 79타점으로 타선의 한 축을 맡아주었고, 2011년에도 성적은 괜찮았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생각보다 이르게 복귀한 2012시즌 그의 타율은 정확히 2할 4푼이었다. 출루율은 3할에 못 미쳤고 (.299) 타석에서 보여주는 생산력은 최악이었다. 전 시즌(2011) 447타수에서 11병살을 쳤던 그는 그 시즌 똑같은 병살타를 246타수 만에 쳐냈다. 2013년에도 그랬다. 타격 성적은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찬스마다 기회를 끊어먹는 것은 여전했고, 그나마 여전해서 다행인 것은 정상급의 수비 실력이었다. (나를 포함해) 수많은 팬들의 성토를 보고 있자면 유한준의 성씨가 유씨인지 염씨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올해를 시작하면서도 그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2010년의 모습을 일부라도 찾으면서 풀타임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성공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316 / .384 / .541 / 20홈런 91타점 71득점
홈런 13위, 타점 11위, 장타율 13위, OPS 14위
내 생각은 틀렸다. 올 시즌은 유한준의 커리어하이였다. 그것도 나이 서른 넷에 맞이한.
올해는 유난히 대기록이 많이 쏟아져나왔다. 박병호는 이승엽과 심정수 이후 처음으로 다시 50홈런을 쳐냈고, 서건창은 득점, 3루타, 안타 부문에서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갈아치웠다. 강정호는 유격수 사상 두번째로 100타점 고지를 밟았고, 최초로 40홈런을 때려냈다.
어찌보면 유한준의 20홈런은 별로 대단하지 않은 기록이다. 20홈런을 쳐본 경험이 있는 타자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20홈런을 간절히 바랐다. 기억은 기록보다 힘이 세다. 꼭 20홈런을 치지 못했어도 2014년의 유한준은 대단한 선수였지만, '20홈런 타자' 로 기억될 수 있는 기회를 한번쯤 받아도 좋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유한준의 20홈런이 너무나 소중하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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