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훌륭한 승부였다. 그냥 일개 팬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플레이오프의 좋았던 포인트와 좋지 않았던 포인트를 써보고자 한다.
좋았던 것
-1차전 6회말
1차전 3:1로 끌려가던 넥센은 6회말 강정호의 투수 앞 내야안타로 기회를 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이어 김민성의 몸에 맞는 공과 이성열의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 이때 2루주자 강정호가 홈으로 들어가면서 포수 최경철과 충돌했고, 태그 전에 홈베이스를 터치해 득점했다. 3:2 무사 1,2루에서 서동욱의 희생번트에 이어 1사 2,3루에서 대타 윤석민의 스리런홈런. 3:5로 역전. 선수들의 투혼, 감독의 작전, 찬스에서의 득점이라는 세 박자가 모두 어우러진 이닝이었다.
-김민성, 강정호
11타수 5안타, 7타점 5득점, 사사구 다섯 개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 김민성의 활약은 실로 눈부셨다. 매 경기 꼬박꼬박 한 점씩을 뽑아낸 김민성이지만, 제일 빛났던 순간은 단연코 4차전이었다. 첫 타석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뽑아낸 데 이어 5회에는 좌중간 스리런으로 2:2 원점으로 돌아갔던 경기를 다시 넥센의 흐름으로 돌려놓았다. 8회에는 중앙 담장을 맞히는 3타점 2루타로 대구에서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확정지었다.
15타수 8안타, 4타점 5득점, 그리고 결정적인 홈슬라이딩과 홈런 두 개. 강정호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투혼의 연속이었다. 1차전 추격하는 한 점을 위해 홈으로 몸을 던졌던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하다. 3차전에는 결국 그 경기의 결승점이 된 선제 솔로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시되는 강정호이니만큼 이번 포스트시즌에 모든 것을 다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팬으로서 굉장히 감사하다.
-선발진의 호투
밴헤켄은 2차전 송구실책과 불펜투수들의 분식으로 3실점(2자책)하긴 했지만 7.1이닝 동안 사사구 하나 없이 탈삼진 10개를 잡아내는 훌륭한 투구를 보였다. 오재영 역시 6이닝 동안 LG 타선을 1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오재영에게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진 않았는데(4이닝 1~2실점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말 놀라운 피칭이었다. 소사 역시 1차전엔 다소 부진했지만 4차전 6.1이닝 동안 2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스트라이크존의 영향도 있겠지만 4차전 볼넷이 팍 줄었고, 브래드 스나이더의 펜스를 맞히는 적시타로 맞이한 위기에서 희생플라이와 범타 두 번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손승락
4이닝 동안 6탈삼진, 그리고 무실점. 마무리 자리에서 뛰지 않아도 손승락의 가치는 빛났다.
좋지 않았던 것
-나오지 못한 B조 불펜투수
2차전 김영민과 마정길이 짧은 이닝을 투구한 것을 빼면 B조 불펜투수들은 플레이오프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물론 넥센이 조상우-한현희-손승락에 의존하는 팀이기도 하고, 현재 B조 불펜들이 불안한 것도 안다. 하지만 써보지 않으면 결국 영원히 쓸 수 없다. 4차전 한현희-손승락으로 확실하게 시리즈를 종료시킨 것도 좋았지만, 10점차에는 다른 투수들에게 어느 정도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특히 삼성전 성적이 좋았던, 그리고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롱릴리프 역할이 필요한 김대우가 실전 투구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택근의 타격감
4경기 동안 17타수 1안타.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위기를 맞이한 적이 없어서 이렇게 형편없는 타격을 했구나 하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박병호의 장타 부재
4차전 안타 세 개를 치면서 점차 괜찮은 타격을 선보이긴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의 박병호는 여전히 삼구삼진과 수많은 헛스윙들이 더 인상적인 타자였다. 4차전을 계기로 한국시리즈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1차전의 번트 수비
번트시프트였고, 투수가 타자 공을 잡았는데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야수가 아무도 없어서 아웃을 못 시키는 촌극이 벌어졌다. 만약 그 이후 벌어진 이병규7의 펜스 직격 병살타 (..) 가 아니었다면 1차전에서 패배하는 팀은 넥센이었을 것이다. 좀더 세밀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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