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y Baseball] 은 원래 넥센 야구 3연전 시리즈를 얘기하는 코너였으나, 꼭 3연전 전체만 언급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날그날 얘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고 타 팀 야구를 얘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니까 그냥 앞으로 하루하루 얘기를 할 때는 'KBO리그 - (날짜) 오늘의 야구' 식으로 글을 업로드하도록 하겠다. (사실 트위터에 글 여러 개 올리기 귀찮고, 흘려보내는 게 아쉽기도 하다.)
오늘 주로 언급할 경기는 SK와 한화의 경기다. 한화가 9회말 김경언의 2타점 끝내기 적시타로 7:6으로 승리했으며, 이동걸이 프로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1) 투수운용 -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투수운용이 정석적이고 좋은 감독을 꼽으라면 LG 양상문과 SK 김용희를 꼽고 싶다. LG는 임시선발로 올린 장진용-임지섭-임정우가 대부분 5이닝 가량을 소화하며 잘해주고 있다. 앞으로 류제국과 우규민이 합류한다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기서 주목할 점은 류제국과 우규민의 합류 여부보다는, 현재의 투수운용이다. 양상문 감독은 장진용-임정우를 대체로 5이닝 정도만 쓰고 딱딱 끊고 다음 불펜투수에게 이닝을 넘긴다. 오늘도 장진용은 5이닝 72구를 던졌는데, 웬만한 감독이라면 한 이닝 정도를 더 맡겼겠지만 양상문은 미련없이 6회 윤지웅을 투입했다. 그렇다고 불펜 투수들이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는 것도 아니다. 3연투도 없고, 김지용-윤지웅-김선규-신재웅-유원상-정찬헌-이동현 등의 중간계투들이 1~2이닝씩을 적절하게 소화하고 있다.
김용희의 SK 역시 마찬가지다. 필승조 문광은-정우람-윤길현, 추격조 전유수-이재영, 원포인트 진해수, 롱릴리프 고효준-박종훈 등의 구분이 확실하다. 전임 이만수 감독이 박희수-전유수-진해수-박정배를 무리하게 투구시키다가 모조리 폭망시킨 걸 생각해보면 이러한 불펜운용은 장기 레이스에서 큰 힘이 될 것이 확실하다.
(2) SK - 전반적으로 SK는 오늘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수비력이나 득점권에서의 공격력 모두 문제가 많았는데, 일단 가장 아쉬운 순간은 7회였다. 만루를 만들어놓고도 박정권이 3루 땅볼로 물러났고, 이어서 이재원이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을 했지만 다시 브라운이 초구를 쳐 우익수 플라이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점수를 충분히 뽑아내지 못한 대가는 7회말 바로 돌아왔다. 김광현이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다시 번트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며 문광은으로 교체됐다. 문광은은 첫 타자 이성열을 얕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았으나, 정상호의 미숙한 블로킹으로 결국 폭투로 한 점을 내주고 최진행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강판당했다. 이어 정우람이 등판해 불을 껐다.
일단 첫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김광현->문광은의 교체 타이밍이 늦은 것이다. 김광현을 6회에 바로 내렸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7회 시작까지 올린 것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무사 만루를 허용할 때까지 놔둔 것이다. 다른 의견으로는 정우람을 올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있었는데, 사실 나도 정우람이 올라올 줄 알았기 때문에 문광은이 등판한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어차피 문광은도 현재 승리조의 일원으로 자리잡은 상황이고, 더 발전할 기회를 주려면 이런 타이밍에 한 번쯤은 기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광은을 선택한 것은 괜찮았다.
두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정상호의 블로킹이다. 최진행 타석에서 정상호는 2구-3구-4구를 연속으로 놓쳤는데, 2구는 크게 튀지 않았지만 3구와 4구는 크게 튀어 결국 실점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었다. 3구째의 포일에 3루 주자 권용관이 아웃당하지 않았다면 문광은이 결국 동점을 내주는 흐름이 되었을 것이다. 폭투였던 4구 역시 정상호가 잘 막았더라면 실점할 이유가 없었다.
세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윤길현의 볼배합이다. 윤길현이 타자들에게 타격당한 공은 모조리 변화구였는데, 슬라이더가 다섯 개였고 커브가 하나였다. 윤길현의 오늘 슬라이더 구위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물론 한화 김성근 감독이 윤길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달해 타자들이 철저히 노림수를 갖고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근데 타자들이 슬라이더에 손이 계속 나가는 걸 보면, 중간에 볼배합의 변화를 줬어야 했다. 좀더 직구 위주로 던지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꼭 볼배합이 아니더라도, 중간에 투수코치와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 논의하는 시간을 갖든가.
김태균의 내야 안타가 나온 타석에서 나주환이 공을 못 잡은 것은... 이런 운 없는 날이 하나쯤 있다. 제대로 잡았더라면 경기는 SK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커뮤니티를 보면 대체로 불만의 대상이 되는 것이 김용희 감독, 조 알바레즈 주루코치, 김무관 타격코치, 4번 타자 브라운인 듯 하다. 알바레즈와 김무관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김용희 감독은 1995년 롯데의 팀 도루 200개 신화를 생각하며 알바레즈를 영입한 듯 한데, 알바레즈는 이미 이만수 감독 체제 하에서도 코치 생활을 하다가 별로 좋지 못한 평을 받고 짐을 싼 적이 있다. 현재 SK의 팀 도루는 14개. 10개 구단 중 8위인데다가 성공률도 .636(14성공/8실패)로 그다지 좋지 못하다. 김무관 역시 좋은 소리를 못 듣고 있다. (사실 나는 김무관이 그렇게 좋은 타격코치인지도 모르겠다.) 박재상이 다시 살아났지만, 박계현-박정권 등이 침체에 빠져있다. 팀 OPS는 .763으로 리그 6위, 득점권 타율 역시 .267로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지만 리그 7위, 그리고 대타 타율 역시 .222로 리그 5위 정도다. 리그 2위 ERA (3.87) 피안타율 1위 (.238)인 투수진이 멱살을 잡고 팀 순위를 끌어가는 형국. 희망적인 점이라면 팀 출루율 1위 (.370) 라는 것?
브라운은 득점권 타율 5푼 (20타수 1안타) 을 기록하며 중심타자로서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홈런 역시 5개 중 4개가 솔로홈런인 탓에 기록하고 있는 타점이 10타점에 불과하다. 어차피 현재 퇴출해봤자 좋은 대체용병을 구하기 어려울 테니까 쫓아내는 건 어려울 것이다. 원래는 4번 타자였다가 이재원에게 밀려 5번을 치고 있지만, 차라리 3번으로 가는 것은 어떨까? 브라운의 타율은 .214에 불과하지만 출루율이 .385나 된다. 나는 이 점에서 브라운의 퇴출을 반대하는데, 눈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는 약간 기복이 있어도 시즌이 지나면 결국 제 클래스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AA에서 168볼넷/326삼진을 기록한 선수가 18볼넷/22삼진으로 생각보다 좋은 볼삼비를 보이는 것은 의외긴 하지만... 샘플사이즈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은 좋은 대체 선수를 구하기 어려운 시점이니, 헛스윙 삼진을 마구 양산하기 시작할 때쯤 퇴출해도 늦지 않다.
(3) 한화 - 21경기 11승 10패. 예년 한화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태양이 토미존 서저리로 이탈했지만 정근우가 돌아왔고, 한상훈-조인성이 복귀하고 2군에 있는 윤규진-송은범이 자기 클래스를 찾고 합류한다면 선수단 운용에 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외국인 타자 모건이 2군에 있고 시즌 전 에이스로 기대받았던 미치 탈보트가 부진한 것을 생각하면 예상보다 더 선전하고 있다.
'혜자 FA' 김경언이 대활약을 펼치며 선전하고 있고 김태균이 건재하며 이용규가 작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타선은 여전히 아쉽다. 한화의 5할 승률은 사실 타선의 부진 가운데서 투수들이 강제 호투를 선보이며 이뤄낸 것이다. 좀더 안정적으로 가려면 타선이 상대 투수진을 일방적으로 두들겨패고 B조 투수들이 나오면서 여유를 가지는 경기가 1주일에 한번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한화는 그렇지 못하다. 덕분에 권혁과 박정진만 게시판에 혹사 논란을 뜨겁게 불러일으키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중이다.
오늘 송창식이 선발로 5이닝을 소화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송창식의 보직이 어떻게 될까? 안영명처럼 완전히 로테이션에 합류할까? 아니면 불펜에 남게 될까? 현재 한화의 투수진 구성을 보면, 선발 다섯 (탈보트-유먼-안영명-유창식-배영수) 마무리 권혁, 셋업 박정진, 그리고 나머지 정대훈-김기현-김민우-조영우-이동걸-송창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정대훈이나 이동걸, 김기현은 프로에서 보여준 것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고 김민우-조영우 역시 어리다. 이들에게 많은 이닝을 맡기려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실점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선발을 빠르게 조기강판했는데 경기가 여전히 박빙이라면 2~3이닝 정도를 먹어줄 수 있는 구원투수가 필요하다. 원래 그 역할은 송은범에게 기대되는 것이었으나, 송은범은 현재 1군에 없다. (왜 없는지는 모르겠다. 올라와서도 별로 안 좋긴 했다만... 일단은 부진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송창식이 현재로서는 그 역할에 제일 적절하다고 본다.
오늘 송창식의 호투로, 배영수의 입지가 참 애매해졌다. 배영수는 선발로 나와서는 부진하고 그 때문에 2~3일 후에 다시 불펜으로 등판하거나 불펜에서 준비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선수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오늘도 배영수는 불안불안했다. 결국 배영수가 5~6이닝을 3실점 미만으로 소화하기 바라며 조기강판을 하지 않고 선발진에 꾸준히 박아놓거나, 아니면 롱릴리프 역할을 맡기는 것이 좋아보인다. 2~3일마다 선발과 불펜을 반복하며 올라오는 패턴이 아니라, 딱 선발 100구를 눈 감고 맡기든가 아니면 롱릴리프로 기용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물론 후자를 택한다면 21.5억짜리 롱릴리프를 쓴다고 엄청난 비웃음 내지는 비난을 당하겠지만, 감수해야할 것이다.)
4월의 한화는 이길 수 있는 팀이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하지만 시즌 내내 권혁과 박정진을 이기는 경기에 2이닝 40구씩 던지게 할 수는 없다. 권혁은 토미존 서저리 수술 경력이 있는 데다가 SUN 시절과 류중일 시절의 투구 내용이 확연히 달랐던 투수다. (2011년 이후의 권혁은, 2008~2010년의 권혁과 비교했을 때 겉으로 보이는 스탯은 비슷했을지 몰라도 그 위상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게다가 작년에도 수술을 받고 재활 첫 시즌을 맞이하기도 했고. 박정진은 뭐... 이미 나이가 마흔이다. 이미 한화는 송창식과 윤규진의 기록적인 혹사를 목격했던 팀이다. 결국 김성근 감독 앞에 주어진 과제는, 권혁과 박정진의 컨디션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선수 육성과 좋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 되겠다. 참 어렵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한화에 대해서 '세 팀만 밑에 깔아도 큰 수확' 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현재까지의 기용을 봐서는, 그리고 대충 느껴지는 분위기를 봐서는 현장에서는 그 이상을 노리고 싶지 않나 싶다. 결과가 어떨지는 시즌 후에야 확실히 나오겠지만, 우선 프런트와 한화그룹에서 김 감독에게 주어야 할 것은 '믿음' 이 최우선인지도 모르겠다. 한두 해 가을야구 맛보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90년대 초반 빙그레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말이다.
'야구와 놀기 > 2015 KBO' 카테고리의 다른 글
[Emily Baseball] 0510 오늘 경기를 잡았어야 할 이유 (0) | 2015.05.11 |
---|---|
[Emily Baseball] 0421~0426 아쉽지만, 밥값은 했다 (0) | 2015.04.26 |
[Emily Baseball] 0414~0419 희망은 있다 (0) | 2015.04.20 |
[Emily Baseball] 0410~0412 승패패 승패패 신나는 노래 (0) | 2015.04.13 |
[Emily Baseball] 0407~0409 1승 2패로 마감할 시리즈는 아니었건만 (0) | 201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