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y Baseball]은 한 주간의 넥센 야구 이야기를 해보고, 간단하게 다른 팀의 경기나 한국프로야구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을 언급하는 코너다. 닉네임과 [Weekly Baseball]을 활용하여 지어본 이름이다.


(2주 동안 제대로 집중해서 본 경기가 많지 않아서 일단 하루 내용만 썼다.)



0510

KIA vs 넥센 (목동)

11:6

선발 : 험버 / 김동준


왜 오늘 경기를 잡았어야 했는가


 유한준의 머리 쪽으로 들어간 커브. 뭐 괜찮다. 변화구 하나쯤은 빠질 수도 있는 법. 그리고 바로 홈런. 윤석민의 손을 맞힌 서클체인지업. 역시 변화구다. 아까 빠졌고, 홈런 하나 맞은 투수니 제구가 흔들렸을 수 있다. 그리고 또 김재현 홈런. 바로 이택근 직구 헤드샷.


 고의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그러나 고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충분하다.


 조상우 손승락은 안 쓰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경기는 잡았어야 했다. 잡기 위해서라면 쓸 수도 있어야 한다. 3연투 안 좋아하고, 당장 1승에 사활 걸고 덤벼드는 김성근식 야구 안 좋아한다. (어제 보니까 송은범을 6회 1사에 내렸더라. 나같으면 절대 그렇게 안 한다.) 그러나 주장이 헤드샷을 맞고 교체된 경기다. 빈볼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불씨는 바로 밟아서 꺼뜨려야 한다. 김영민이 누구 엉덩이라도 한번 맞혔으면 지금 굳이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벤치에서는 그런 데 심력을 낭비할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라인업부터 주전들 푹 쉬고 1승은 보너스로 하면 좋지 하고 내놓은 라인업이다. 게다가 필승조 두 투수는 금요일과 토요일 연투를 했다. 당연히 목숨 걸고 덤벼들 이유가 없다. 훌륭한 선택이다. 하지만 경기를 본 팬의 입장에서는 분이 안 풀리기도 한다.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드는 생각이 있으실 것이다. 1승의 소중함 운운하는 얘기일 수도 있고, 조상우 3연투가 말이 되느냐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모두 존중한다. 결국 중요한 건 이 경기가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느냐에 대한 시선 아니겠나. 머리로는 안 올리는 게 맞는 거 아는데, 짜증 좀 났다.




 경기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김동준은 첫 선발 치고는 훌륭했다. 4회에 실책 두 개와 내야안타가 쏟아지는데도 멘붕하지 않고 자기 임무를 완수했고, 5이닝을 무사히 막았다. 이거 굉장히 대단한 거다. 강윤구나 문성현이면 4점 정도 더 내준 후 죽상으로 더그아웃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 표정 할 때마다 정말... 생략.) 130 중후반을 맴도는 직구 구속이 좀 걱정스럽지만, 애초에 구속으로 승부하는 타입의 투수도 아니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낮은 쪽에 꽂을 수 있는 좋은 제구력을 갖고 있으니 구속차를 이용한 피칭을 한다면 괜찮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커브가 좋으니 결정구로 삼으면 좋겠다.


 오늘 벌어진 실책들은... 박병호를 제외한다면 윤석민, 송성문, 김재현. 다 초짜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윤석민은 아무리 유격수 첫 출전이라지만 정말 쉬운 땅볼 타구도 놓칠 줄 몰랐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고 넘어갔는데, 앞으로도 유격수 윤석민 출전 경기는 쉬어가는 경기로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속편할 거 같다. 김재현은 볼넷에 1루 주자가 뛴다고 무작정 2루에 공을 던지다 주자를 3루로 진루시켰는데, 제발 그냥 임병욱-하영민이랑 손잡고 퓨처스나 보내자 -_- 퓨처스 경험도 얼마 없는 포수 1군 백업으로 데리고 다녀봐야... 지재옥이 지금 당장 백업으로 뛰어도 김재현보단 나을 거다.


 김영민... 사실 이 경기를 던졌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김영민이 만루를 깔고 있는데도 아무도 안 올라갔다는 것이다. 조상우-손승락 없이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럼 바꾸진 않더라도 흐름을 끊기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만루 깔고 홈런 맞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거, 경기 내버리는 거랑 뭐가 다른가. 벤치를 까긴 했지만 결국 김영민이 제일 문제다. 매년 기회를 받는데도 못하니까 올해는 끝내 불펜으로 밀렸고, 불펜에서도 그다지 시원찮으니까 매번 조상우가 2이닝씩 던지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 아닌가. SNS에 그 난리를 쳐놨으면 올해는 좀 각성해야 하는 거 아닌지, 진짜 양심도 없다. 아, 덧붙여서 배힘찬은 올해가 1군에서 보는 마지막일 거 같다. 이보근과 김상수가 너무 그립다.


 정리해보자. 선발은 작년보다도 더 시원찮고, 불펜은 조상우와 손승락을 빼고 멸망했다. 타선에서는 40홈런 유격수와 200안타 2루수가 빠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나마 공백이 제일 잘 메꿔진 곳이 타선이라는 것이다. (2루수는 서동욱이나 김지수나 영 맘에 안 들지만 일단 넘어가자. 애초에 기대치가 높지 않다.) 김동준 하나 건진 것과 송신영 선발 3경기 던진 걸로 만족하기에 지금의 투수진 공백은 너무 아쉽다. 감독 3년차다. 이제는 싹수 있는 투수 자원이 보여야 한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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