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야구는 끝났고, 13시즌 이후 이어온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한 시즌을 정리하는 글을 올림이 마땅하겠으나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어차피 고통받을 일 없는 남의 경기라도 편한 마음으로 감상해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올려본다.
준PO
NC vs 롯데
1차전 9:2 (사직)
2차전 0:1 (사직)
3차전 ?:? (마산)
4차전 ?:? (마산)
5차전 ?:? (사직)
1차전 리뷰
(1) 시리즈 전체는 롯데의 승승패승을 예상했고, 오늘 경기에서는 린드블럼의 6이닝 1실점, 이대호 해커 상대 홈런, 손시헌-지석훈-권희동 합작 1안타 이하를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다 틀렸다 (ㅋ) 야알못이 또...!!!
(2) 야알못이 된 것에 대한 변명을 해보자면 린드블럼의 주 구종인 슬라이더에 나성범을 제외한 NC 타자들이 약하다는 점, 그리고 하위타선이 롯데 필승조의 주무기 스플리터(+포크)에 약하다는 점을 들어 이런 예측을 해보았다. 이대호 홈런은 롯데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한 방으로 넣었는데, 역시 ㅈ문가는 함부로 아는 체 하는 게 아니었다 ㅠ
(3) 양팀의 차이를 정리해보자면 대강 빅볼에 강하고 필승조의 기세가 한껏 올라온 롯데, 그리고 다양한 공격루트가 있지만 후반기 불펜이 멜트다운했던 NC. 정도다. 상위선발은 둘 다 강하지만 린드블럼-레일리-박세웅-김원중-송승준과 해커-맨쉽-장현식-구창모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선발진의 무게는 전자 쪽이다.
(4) 김경문과 조원우의 역량 차이가 보이는 경기였다. 대주자를 적극적으로 투입했던 NC와는 달리 롯데는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특히 6회말 2사 1,3루에서 황진수 타석에 대타를 안 쓴 것을 그 예로 들고 싶다. 롯데 타선이 힘을 못 쓰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물론 나성범이 황진수의 공을 못 잡았다면 결초보은 역전타가 나왔겠지만...)
(5) 손아섭이 송구를 잘못 해서 2루 주자 박석민이 오버런을 했음에도 아웃되지 않고 살아남는 장면이 있었다. 거기서 잘 던졌다면 홈에 주자가 들어오기 전에 아웃카운트를 따내고 이닝이 바뀌지 않았을까? 손시헌도 볼넷 콜을 기다리느라 문규현 타석 때 1루에 공을 던지지 않아 1루 주자가 살긴 했지만...
(6) 박진형의 데뷔가 인상적. 7회초 무사 1,2루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등판해 땅볼-플라이-볼넷-땅볼로 이닝을 마감했다. 젊은 선발 에이스나 필승조가 포스트시즌에 무너지는 일이 드물지는 않은데,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는 느낌.
(7) 박헌도의 대타 홈런이 극적이었다. 우투수 상대로 공을 밀어쳐서 사직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선수였나? 넥센에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롯데에서 많이 발전했다. 넥센에서 놓아준 게 아쉽다만, 팀에 있었어도 그다지 큰 도움은 안됐다. 롯데로 이적한 것이 박헌도 개인에게는 더 이득.
(8) 연장 11회 박시영을 올린 조원우의 결정에 비판이 많은데, 9월 성적을 보고 결정한 게 아닐까 싶다. 시즌 초반에 노예처럼 구르면서 잘한 적이 있기도 하고. 장시환은 왜 계속 끌고 갔는지 모르겠다. 나성범 볼넷 타이밍에 이미 바꿨어야 하는 것 아닌지. 원래도 멘탈이 약한 투수인데 그 이후 계속 공이 높게 제구되었고 결국 모창민에게 배팅볼을 던져서 경기를 무너뜨렸다. 이런 투수라서 먼저 안 냈을지도 모르는 일.
(9) 강민호가 득점권 세 번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선두 타자로 나섰을 때는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면서도 왼손을 뒤로 빼는 어이없는 주루플레이로 합의판정을 쓰게 만들면서 아웃당했으며, 연장 11회에는 나성범의 공을 프레이밍하려다가 못 잡아서 2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오는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어차피 볼로 빠지면 1점 줄 것 시도는 해볼 만하다' 는 의견도 있었고 일리가 있지만, 어쨌든 포수의 기본은 공을 잡는 것이다. 프레이밍은 그 다음의 일. 결과가 2실점으로 이어졌으니 할 말이 없지 않는가.
2차전 리뷰
(1) 두 팀 다 투수진이 열일한 반면 타선은 아무 것도 못했다. 전준우를 롯데 쪽의 키플레이어로 꼽았었는데, 내야안타 하나를 친 것 외엔 별 소득이 없었다. 다만 수비에서 모창민의 깊은 타구를 걷어낸 이후 김태군까지 1루에서 잡아내며 롯데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왔으니, 2차전은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평해도 좋을지. 그게 넘어갔으면 사실상 롯데는 탈락했을 텐데, 실로 천운이다.
(2) 장현식이 5볼넷을 내주면서도 7이닝을 끌고 갔는데, 바깥쪽 직구/슬라이더 볼배합이 참 좋더라. 롯데 타선이 상태가 안 좋기도 했지만 담대함이 돋보였다. 주자를 내보냈을 때도 표정이 평안하던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롯데가 박진형을 얻었다면 NC는 장현식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빅게임 핏-챠의 탄생.
(3) 레일리가 호투했는데 6회초 선두타자인 나성범의 배트에 맞고 출혈로 강판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잔여일정에 등판하긴 어렵지 않을까 한다. 롯데로서는 최대한 시리즈를 빨리 끝낼 필요가 생겼다.
(4) 전날 공신이었던 박헌도와 역적이었던 강민호가 나란히 볼넷을 골라내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문규현의 4-6-3 병살타 하나가 결국 결승점이 되었다. 조원우가 빠르게 타순을 조정했지만 2번 김문호, 4번 이대호, 5번 번즈는 모두 동반침묵. 그나마 7번 강민호가 3루 선상으로 빠지는 안타를 친 게 타순 변화로 얻은 소득이었다. 강민호는 6번 이상의 타순으로 올릴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전준우가 빨리 혈을 뚫길 바라야.
(5) 답답한 건 NC도 마찬가지였는데, 7안타를 치면서도 집중타로는 만들지 못했다. 6회초 스크럭스가 2루타를 쳐냈지만 후속타 불발. 7회초에는 선두타자를 출루시켰으면서도 조정훈 공략에 실패. 8회초에도 선두타자가 나갔지만 뒤이어서 플라이 세 개. 박진형-조정훈의 필승조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시리즈에서 이길 수 없다. NC에서 스플리터 상대 구종가치가 리그 상위 30위 안에 드는 타자는 권희동, 박석민, 모창민 등. 권희동을 이번 시리즈의 NC측 키 플레이어로 꼽은 이유다.
3차전 프리뷰
(1) 롯데는 송승준, NC는 맨쉽을 선발로 내세운다. 롯데의 +1로는 김원중, NC의 +1로는 이재학이 대기할 듯 하다.
(2) 송승준의 장점은 작년이나 올해 NC 상대로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본은 단 11이닝뿐이다. 송승준의 주무기는 포크볼인데, NC는 이번 시리즈에서 롯데 필승조에게 틀어막히고 있고 3차전엔 대놓고 포크볼 투수가 선발에 나온다. 홈그라운드에서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올해 송승준의 좌타자 상대 피장타율 (.483) 이 좋지 않다. 박민우와 나성범의 분전이 요구된다.
(3) 맨쉽의 마산 평균자책점은 3.51. 그러나 압도적이었던 시즌 초에 비해 부상복귀 이후 부진했고, 와일드카드전에서도 4이닝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스타일 덕분에 송승준보다 피장타율은 낮다. 아마 3차전에서도 1차전 해커처럼 장타를 피해가는 투구를 할 것. 주무기는 슬라이더와 투심인데, 롯데에서 해당 두 구종 상대로 구종가치가 가장 높은 선수는 손아섭-이대호, 최준석-이대호다. 테이블 손아섭, 중심 이대호가 분전하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 최준석은 1차전에서 해커의 떨어지는 공에 연이어 헛스윙하던데, 맨쉽을 상대로 선발로 나설지 혹은 박헌도가 계속 기용될지 궁금.
(4)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선발진과 붙으면 롯데든 NC든 쉽지 않을 것이다. 마산에서 이 시리즈가 끝나길 바라는 이유.
p.s
-레일리의 강판 때 NC 팬들이 나성범의 이름을 연호했다는 말이 있어 떠들썩하다. 처음에는 NC 응원단장이 유도했나 했는데, 복수의 커뮤니티를 뒤져본 결과 아니라는 쪽이 더 맞는 듯 하다. 연호 자체가 있었다는 건 사실으로 보이나 으레 그래왔듯 부상당한 선수 콜을 하는 예를, 무시하진 않았다고 한다.
나성범이 경기 중 보여준 매너는 훌륭한 것이었으나,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고의가 아니더라도 부상을 입힌 선수의 이름을 외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과거처럼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정도로 끝내고, 피차 자극을 부르거나 오해를 살 일은 지양함이 맞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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