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마산에서의 첫 경기 결과였다. 원래 12일로 예정되어있던 4차전이 우천순연되면서 13일(금)로 밀렸고, 졸지에 모든 포스트시즌 일정이 하루씩 밀리게 되었다. 아마도 롯데 측에 좀더 반가운 소식이리라. 3차전 관전 포인트들을 써보겠다.


(1) 1회 박석민의 어이없는 실책성 플레이와 전준우의 출루로 롯데가 기회를 잡았지만, 바로 견제사로 끊어먹어버렸다. 전준우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대역적이라고 말해도 지나지 않다. 4회초 2사 1,2루에서의 유격수 땅볼, 그리고 6회초 우익수 플라이 때 홈 쇄도 후 아웃까지. 혼자서 모든 찬스를 다 없애고 있다. (여담이지만, 그 쇄도는 시도 자체는 좋았다. 슬라이딩을 좀더 똑똑하게 했다면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아웃이었는데 어쩌겠나...) 그나마 위안은 그래도 3차전엔 3번 출루했다는 정도?


(2) 김병주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많이 깐깐하더라. 좌우로 넓었고, 위로 넓었는데 아래로는 좁았다. 초반 롯데 배터리는 낮은 패스트볼+스플리터 조합을 짰는데 투아웃을 잡고 나성범에게 볼넷을 주면서 이게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나성범 타석의 5구째는 너무 짜서, 무슨 간고등어인 줄 알았다. 그런데 4회쯤부터 점점 일관성이 없어져서 안 잡아주던 낮은 공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1차전의 전일수 주심이 떠오르는데,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심판들이 이러면 굉장히 곤란하다.


(3) 송승준의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3일 쉬고 5차전에서 인-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다면 먹혀들 수 있다. 스크럭스의 투런까지야 스플리터를 잘 쳐서 넘어간 거니 어쩔 수 없지만, 바깥쪽 대신 안쪽 하이 패스트볼 위주로 공략 패턴을 바꿨다면 추가실점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3회 모창민은 바깥쪽 공을 밀어서 파울로 때려내고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은 대번에 넘겼는데... 요런 타자는 그냥 피해가는 수밖에 없다. 볼넷으로 내보내든 맞힐 각오 하고 안쪽으로 던져가면서 존을 넓게 쓰든.


(4) 7회초 4:12에서 원종현이 올라오는 걸 보고 경악했다. 상대를 철저히 제압해서 빌미를 안 주겠단 의도로 보이는데, 정규시즌에도 죽어라 많이 던진 투수를 포스트시즌 8점 리드 중에 올릴 필요가 있나? 김경문은 김성근 못지않게 투수혹사가 심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는 감독이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참으로 씁쓸하다.


임정호-이재학의 등판은 처음엔 실전감각을 좀 살려놓으라는 차원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나경민-손아섭이 좌타자였으니 그냥 좌우놀이에 맞춰 내보낸 듯 하다. 선발자원인 구창모가 이번 준플에서 원포인트로 나오는 점도 좀 꺼려지는 대목이다. 롱맨이면 보스턴이 데이빗 프라이스를 ALDS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텐데, LOOGY라니 아직도 구세대 야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증거라고 여길 수밖에 없지 않는가...


(5) 김원중의 4회말 KKK는 또 다른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서막이려나 했는데, 5회말 나성범의 투런이 제대로 롯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딱 적확하게 필요한 순간에 그런 홈런이라니, 나성범이 스타성 있는 선수임은 확실하다. 아무튼 롯데는 이때 김원중을 바꾸든가, 아니면 최소 손시헌에게 볼넷을 주기 전에는 바꿨어야 했다. 그러나 롯데 벤치의 선택은 만루 채우고 배장호였고, 결과적으로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어중간하게 해서는 안된다. 배장호가 일찍 나오거나, 아니면 독한 마음으로 박진형이나 조정훈을 쓰든가. 둘 중 하나였어야 했다.


(6) 맨쉽은 어떻게어떻게 위기를 넘기긴 했는데, 공이 계속 높았다. 잔여 포스트시즌 일정에서 '먼저 나오는 투수'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보인다. 구창모를 선발로 돌렸으면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이유. 해커와 장현식의 어깨가 무겁다.


(7) 김성욱 대신 이종욱을 쓰면 어떨까 하는 얘길 트위터에 쓴 적 있는데 3차전은 과연 그 말대로 됐다. 하지만 1-2번으로 나선 이종욱-박민우는 도합 7타수 무안타. 3-4-5번 중심타선이 모두 홈런을 한 방씩 날렸고, 박석민이 문책성 교체되며 들어온 노진혁이 4타수 4안타 2홈런이라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아마 4차전에도 선발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4차전 프리뷰


(1) 린드블럼은 1차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그럭저럭 잘 던졌다. 그러나 이제 스크럭스가 그때처럼 쉽사리 당해줄 리도 없으며, 송승준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NC 타선은 린드블럼의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것이다. 1차전 6회초 같은 실책은 없어야 한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4차전 주심인 문승훈과의 궁합이 잘 맞는다. 올해 7이닝 1실점, 지난 해 13이닝 무실점, 재작년 8이닝 1실점이었다. 올해 마산구장 성적도 7이닝 1실점이었다. 다만 작년에는 NC 상대로 27.2이닝 21실점, 마산에서 10이닝 6실점. 어느 쪽을 믿어야 좋을지?


(2) 최금강은 올해 직구 구속이 예년보다 2km 가량 떨어졌다. (재작년 140.2 - 작년 139.8 - 올해 138.2) 슬라이더를 받쳐줄 구종이 없어서 무섭도록 맞았다. 올해 투심 피OPS가 1이 넘으니 투심을 믿기도 어렵다. 올해 평균자책점이 7점대지만, 롯데 상대로 16.2이닝 동안 7자책이라는 점은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해커의 구원등판이 없어야 플레이오프에서 대등하게 두산과 겨뤄볼 수 있을 터이다. 최금강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요 롯데 타자들과의 전적은 다음과 같다. 전준우 (7타수 4안타) 이대호 (7타수 2안타) 박헌도 (2타수 1안타) 손아섭 (10타수 3안타) 문규현 (3타수 1안타) 강민호 (4타수 무안타) 번즈 (3타수 무안타) 신본기 (5타수 무안타) 최준석 (5타수 1안타) // 전준우 손아섭을 묶고, 이대호에게 최소한의 단타만을 허용한다면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다.


(3) 이러나저러나 롯데는 결국 전준우다. 살아나면 이길 것이고 못 살아나면 질 것이다. 마산구장 성적 (.314) 을 놓고 봐도, 최금강과의 맞대결 결과를 봐도 그렇다. 김문호는 부상으로 잔여포스트시즌 일정 출전이 어려워보인다. 좌익수에 누굴 기용할지도 관심거리. 나경민을 한번 써볼 때가 됐다.


(4) NC 타선은 1차전 린드블럼 상대로 꼬박꼬박 나갔던 박민우 + 3차전 모두 홈런을 터뜨린 클린업트리오의 조합이 발현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롯데 쪽에선 대량득점을 하면서 린드블럼이 최대한 긴 이닝을 막고 불펜진 부담 없이 이기는 것을 바라겠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내일 내가 아이린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을 가능성보다 적다. 지금 기세라면 박진형-조정훈도 공략해볼 수 있겠지만, 역시 린드블럼을 조기에 강판시킨다면 시리즈는 확실히 NC 쪽이다.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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