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내가 아이린한테 데이트 신청받을 확률보다 낮다고 했건만, 롯데는 결국 해냈다. 대량득점으로 불펜을 쉬게 했고 시리즈를 사직으로 끌고 갔다. 김태형 감독과 두산 선수단이 싱글벙글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일단 준플레이오프 얘기나 마저 해보자.
4차전 리뷰
(1) 린드블럼- 최고의 투구였다. 8이닝 1실점. 불펜을 아끼기 위해서였는지 112구씩 던지면서도 굳이 8회까지 이어갔는데,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아쉬움은 든다. 김경문이 8점차에 원종현을 올리는 걸 보면서 조원우도 독하게 승부하자 마음먹었을 수도 있다. 굳이 박진형을 9회에 올린 걸 보면.
(2) 손아섭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솔로와 쓰리런을 연타석으로 치며 롯데 대승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바깥쪽 직구를 그대로 밀어서 넘기는 스타성. '제발' 을 외치는 간절함.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정말 부럽고 탐나는 선수다.
(3) 이대호와 전준우 역시 홈런을 하나씩 더하며 타선 부활이라는 롯데의 숙원을 해결해주었다. NC에선 그 동안 이대호에게 장타를 맞지 않으려고 철저히 피해나가는 피칭을 했는데, 하필 원종현의 초구가 딱 걸려버렸다. 전준우는... 한가운데 직구를 밀어서 넘겼는데, 타격감이 돌아온 건지 뭔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도 삼진 판정을 받았는데 비디오판독을 써서 결과를 파울로 뒤집은 다음 홈런을 만들어냈으니 포기하지 않은 점은 높이 살 만 하다.
(4) 원종현은 와일드카드전부터 준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5경기 연속 등판 중이다. 김경문은 결국 쓸 필요가 없었던 경기까지 원종현을 쓴 대가를 4차전에서 이렇게 치르고야 말았다. 다섯 점 열세인 경기에서 굳이 구창모-김진성을 낼 이유가 있었나 하는 의문. 두 선수도 원종현 못지않게 던지고 있다. 정수민이 9회초를 막으면서 일단 엔트리에 있는 모든 투수를 시험해보긴 했는데, 5차전엔 어차피 위급하면 또 이민호-원종현이 등판할 테니까.
(5) 최금강은 롯데전에 강점이 있는 선수답게 오늘 괜찮았는데, 빠른 승부수를 노린 김경문에 의해 강판당하고 말았다. 5회 1:1 1사 2루가 과연 선발에게 못 맡길 정도였을까? 해커를 구원등판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애초에 1차전 6회 때 정해진 사항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롯데 상위선발이나 필승조 공략에 자신이 없었던 걸까?
(6) 1번 이종욱, 7번 노진혁 카드가 영 힘을 쓰지 못했다. 5차전에서는 이종욱은 몰라도 노진혁은 도로 박석민으로 바뀔 거라 예측해본다. 스크럭스가 살아나는 듯 하다가 4타수 3삼진을 당한 점도 아쉽다. 그러나 3차전 송승준의 포크볼을 담장 밖으로 넘겼던 것처럼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타자다.
5차전 프리뷰
(1) 박세웅 대 해커의 싸움이다. 예전에 쓰였던 표현을 빌려 말해보자면, '초짜' 와 '타짜' 의 싸움이다. 안경 낀 우완 에이스가 롯데를 우승시킨다는 전설을 흔히들 얘기한다. 아마 박세웅은 최동원보단 염종석에 가까운 입장일 텐데, 고졸신인 염종석은 1992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플레이오프 4차전 완봉승을 거두며 롯데를 끌어올린 바 있다. (물론 한국시리즈에선 부진했지만, 박동희의 활약으로 롯데가 결국 우승을 거두었다.)
(2) 1차전 해커는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거두었지만, 아주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8피안타 3사사구. 전준우와 강민호가 연금복권 지급하듯 꾸준히 아웃카운트를 주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그 이상 실점했을 수도 있다. 근데 강민호가 1차전처럼 대삽을 들 것 같진 않고 (솔직히 한 경기에서 그렇게 못하기도 어렵다) 전준우도 홈런을 한 방 치면서 살아나는 듯 보인다. 김진성이 오늘 1.2이닝 무실점을 하긴 했지만, 타이트한 상황에서 해커의 뒤를 막아줄 불펜은 이제 이민호가 최상의 카드로 보이니 걱정스러울 뿐.
해커는 좌타자보단 우타자에게 약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피장타율 .243 / .312,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71 / .406) 이대호와 전준우는 철저하게 바깥쪽을 노리는 게 좋겠다. 단타로 내보낼지언정 장타를 맞아서는 안되는 선수들이다. (강민호는 아직 감이 안 돌아온 듯 하다) 손아섭은 이번 경기에서도 입증되었지만 바깥쪽 직구에는 사기적으로 강한 선수. 직구는 죽어라 붙이고, 바깥쪽은 간간이 백도어 슬라이더로 유인해보는 게 어떨까.
(3) 이번 포스트시즌 실전에 나선 바 없는 박세웅의 등판은 아무래도 좀 염려된다. 9월 성적은 3경기 14.1이닝 15실점. 후반기로 범위를 넓혀보아도 11경기 65.2이닝 동안 5.07이다. 송승준, 김원중이 모두 대기할 테고 여차하면 레일리도 나설 것이다.
박세웅은 올해 직구(46.9%) 포크볼(22.8%) 슬라이더(18.8%) 커브(10.5%) 순으로 많이 던지는 투수다. 우타자 상대로는 커브가 잘 안 먹혔고 (피안타율 .391 / 피장타율 .522) 좌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가 아쉬웠다 (피안타율 .250 / 피장타율 .500) 몸쪽 낮은 곳의 직구와 스트라이크존 낮은 곳의 포크볼 피안타율이 안 좋으므로 승리의 열쇠는 직구는 높게, 슬라이더는 낮게, 포크볼은 아주 낮게.
(4) 양팀 포인트가 될 타자야 뭐 뻔하다. NC는 감이 좋은 모창민과 스플리터/슬라이더 공략에 강점이 있는 권희동. 롯데는 슬라이더에 강하고 시리즈 3홈런을 친 손아섭과 공격의 첨병 전준우 아니겠는가.
(5) 승리조가 한번 공략당한 NC보다는 역시 롯데가 불펜싸움에서 우위다. 박세웅은 두 점 이상 주면 내리는 게 맞다. 경기 중반이라면 예비선발진을, 후반이라면 박진형-조정훈-손승락을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 NC는 현재로서는 이민호가 제일 믿을맨이다. 필요하다면 임창민 또한 조기투입해야.
(6)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의 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이라는 리그 최고 선발진을 상대해야 한다. 롯데가 올라간다면 1차전에 레일리, 2차전에 린드블럼이 나올 테니 어느 정도 겨뤄볼 만 하지만, NC는 대적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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