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리뷰
(1) 니퍼트의 슬라이더가 좋지 않았다. 초반 직구를 던질 때는 153까지 나오며 NC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3회까지도 박민우에게 한 점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기세가 좋았으나, 5회초 한가운데로 몰리는 슬라이더는 결국 스크럭스의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통한의 1구가 되었다. 올해 후반기의 부진부터가 심상치 않은데, 두산은 5차전까지 안 가길 바라는 수밖에. 니퍼트는 올해 맞은 피홈런(20)의 1/3인 7개를 9월 3경기(한화-NC-삼성전)에 몰아서 맞았다.
(2) 장현식도 3회까진 좋았으나 50구가 넘어가면서 4회부터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준플 때의 호투를 생각하면 다음 경기 때는 좀더 잘 던지겠지 하는 희망을 남겨보아도 좋을지.
(3) 김준완의 5회 호수비는 21세기 프로야구사에 남을 만한 수비였다. 대충 봐도 25에서 30m 정도 공에 눈도 주지 않고 뛰어갔는데 그걸 마지막 순간 보고 잡았다는 건... 게다가 바로 다음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내 스크럭스의 만루홈런까지 이었다. 1차전 제1의 공신이다.
(5) 스크럭스를 키플레이어로 꼽은 이유는 두루두루 못 치는 공이 없어서였다. 니퍼트의 행잉슬라이더를 바로 걷어올리며 예상을 적중시켰다. 역시, 어설픈 변화구를 던져서 속여넘길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확실히 빼든가 맞힐 각오를 하고 덤비는 것뿐이다.
(6) 두산 불펜진은 이용찬-이현승-김명신이 실점하며 고민을 남겼다. 이미 니퍼트와 장원준이 모두 무너진 시점에, 보우덴과 유희관이 그보다 더 잘 던지리란 보장은 없다. 함덕주와 김강률 사이를 이어줄 투수가 필요하다.
2차전 리뷰
(1) 올해 NC전 피홈런이 없었던 장원준이 무려 홈런을 세 방이나 허용하며 무너졌다. 구위가 그렇게 나빴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지석훈에게 던졌던 공은 몸쪽 아래 치기 힘든 직구였고, 김성욱에게 던진 공도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낮은 커브였다. 나성범에겐 슬라이더로 홈런을 맞았고 덤으로 스크럭스에겐 체인지업으로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다양하게 두들긴 셈이다. NC 타자들이 대비를 많이 하고 들어왔다.
(2) 반면 이재학은 공이 많이 퍼지는 느낌이었으나 김재환에게 쓰리런 홈런을 맞기 전까지는 위태위태하게나마 버텼다. 3구 연속 직구를 던진 건 무모했다. 3구 높은 공은 정말 걸려들기 딱 좋은 공이었다. 구위에 자신이 있어서 던졌겠지만, 몸쪽으로 계속 붙여서 공략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3) 맨쉽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불펜으로 등판했다. 하지만 1차전 5회말에 김재환의 병살타 타구부터... 아웃카운트를 잡는 대부분의 공이 안타성이었다. 실점하지 않은 건 단지 이를 걷어내준 수비진의 공로에 지나지 않았고 결국 2차전 최주환에게 만루홈런을 맞는 대형사고를 쳤다. 그는 월드시리즈 불펜투수였긴 하다. 문제는 대패조였다는 거다...
(4) 6회말 투입한 구창모 카드도 김재환과 오재일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에 원종현마저 김재환에게 스리런을 맞으면서 경기가 완전히 뒤집어졌고, 불펜은 줄줄이 붕괴되었다. 최금강은 투심 제구가 안됐고, 정수민도 8회말 불안불안했다. (그 동안 왜 정수민을 안 쓰나 의문이었는데, 안 쓰는 이유가 있었던 거다...) NC는 무려 투수 10명을 등판시켰다. 그러나 제 몫을 해준 선수는 이민호 정도였고, 때문에 4차전 선발 카드를 비롯해 시리즈가 꼬이게 되었다. 3차전에 해커가 6이닝 이상 소화해주지 않으면 곤란.
(5) 최주환의 선발기용이 적중했다. 그의 결정적인 만루홈런은 2차전을 뒤집는 한 방이었다. 하지만 싱커/투심 상대로 에반스가 더 강하기 때문에 3차전에는 에반스가 다시 선발로 기용되지 않을까.
(6)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홈런인 8개의 홈런이 나왔는데, 잠실구장에서 나왔다는 점이 재밌는 포인트다. 이전의 기록은 99년 플레이오프 5차전 대구(롯데-삼성)와, 09년 플레이오프 5차전 문학(두산-SK)이었다.
(7) 점수차가 많이 벌어진 탓도 있겠지만, 김강률이 KKK로 NC 타자들을 잡아내며 경기를 가볍게 끝마쳤다. 던진 커브와 슬라이더는 일품. 직구-포크 투피치로 버티던 그 투수가 아니었다. 그저 감탄사만 나왔다. 정규시즌 80이닝 넘게 던진 투수로 후유증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NC는 김강률 앞 함덕주나 이용찬에서 승부를 봐야 할 모양이다.
(8) 오재원이 두 번의 훌륭한 수비로 NC의 진루를 막아냈다. 그러나 두 번째 수비 장면은 오재일의 발이 떨어지지 않았나... 한다.
(9) 최금강의 연속 사구는 고의였을까? 투심-싱커 그립을 잡고 몸쪽에 던지면 당연히 다른 공보다 타자를 맞히기 쉽다. 일단 오재원의 도루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두 팀 타선은 활발하게 득점하고 있었다. 5점 차이는 극복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NC 야수들은 주자를 신경쓰는 수비 위치를 잡고 있었다. 불문율과는 상관이 없다.
김재호는 '일부러 손목을 꺾어서 던지는 걸 느꼈다' 고 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맞다. 하지만 김재호가 부상 부위에 초구를 맞았고, 평소보다 예민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박건우까지 맞은 걸 봐서는 고의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만.
오재원이 벤클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막은 것은 현명했다. 큰 경기나 접전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며 분위기나 흐름이 바뀌는 일은 흔하다. 만약 양팀 선수들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두산이 계속 이기는 분위기를 탈 수 있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민병헌이 앞서 꼬리뼈를 맞았기 때문에, 시리즈가 다소 격한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겠다는 염려가 든다. 훈련 때 상태를 보고 선발출전 여부를 결정한다는데, 앞으로도 시리즈에서 큰 부상자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첨언 : 체감상 작년부터 유독 머리 쪽으로 향하는 공이 아닌 일반적인 몸에 맞는 공에도 투수들이 사과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이것은 김성근 시대의 강한 반작용이 아닐까? 그라운드가 전쟁터가 될 필요는 없지만, 굳이 모든 몸에 맞는 공에 일일이 사과를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사과를 했다/안했다로 고의성을 판단하거나 인성을 운운하는 일도 우습다.
첨언 2 : 왜 자꾸 기자들이 헤드라인을 '빈볼' '고의사구' 로 뽑는지 모르겠다. 공이 머리 쪽으로 향한 것도 아니거니와, '고의사구' 란 표현은 야구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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