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 프리뷰



(1) 선발 매치업


보우덴 대 해커다. 선발 매치업으로는 NC의 우세다. 보우덴은 영점이 흔들리고 있다. 볼넷과 삼진 비율이 거의 1:1에 육박할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다. 작년 180이닝 동안 17개 맞았던 홈런을 올해 87.1이닝 동안 15개 맞았다. 반면 해커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3.1이닝 동안 1실점으로 막았다. 두산 타선이 롯데보다 강한데다 기세가 바싹 올라있지만, 해커 공략은 쉽지 않을 거다.



(2) 에릭 해커에 대하여


해커는 (스탯티즈 기준으로) 올해 커터 46.3%-투심 18.3%-체인지업 16.7%-커브 11.7%, 네 가지 구종을 이렇게 구사했다. 직구는 6.6%로 거의 던지지 않았다. 평균 구속도 줄었거니와 올해는 구종 가치도 크게 떨어졌으니 약간 뒷전으로 둬도 좋다. 우타자 상대로는 커터 43.5%, 좌타자 상대로는 49.9%로 약간 차이를 보이지만, 그렇게 큰 차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초구는 대부분 커터였다. (49.7%) 하지만 투심 (19.5%)이나 체인지업 (19.1%)도 적은 편은 아니다. 2S 이후에는 여기에 커브(20.8%)의 비중이 늘었으며 직구(10.5%)의 구사율도 다소 증가했다. 어떤 상황이든 투심은 17%~20%의 구사율을 유지했으며, 체인지업도 2S 이후엔 11.1%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그 이하로 내려가진 않았다.


상대하는 타자들은 해커가 카운트가 유리해지면 우타자 바깥쪽 커브 내지는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유인구를 던지고, 투심은 늘 일정 비율을 유지한다는 점을 고려해야겠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 롯데 타자들이 많이 당했던 패턴이다. 유리한 카운트에 체인지업 유인구로 헛스윙 유도 후 투심으로 땅볼아웃, 혹은 커터로 2S까지 착실히 잡고 체인지업 유인구로 헛스윙 삼진.


해커가 최근 크게 실점한 8/18 한화전이나 8/30 kt전을 보면, 커터의 비율이 30%대로 확 떨어진 반면 직구의 비율이 11~14%로 늘어난다. 커터 제구가 맘대로 안될 경우, 혹은 투심이 좋지 않을 경우 최근 많이 느려진 직구로라도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든다는 거다. 참고할 만 하다.


올해 해커는 두산전 피홈런이 없다. 오재일(0/5)과 에반스(1/7)에게는 강했다. 하지만 허경민(3/6)과 박건우(2/5) 양의지(2/6)는 해커 상대 성적이 좋다. 작년에는 양의지, 민병헌, 박건우가 해커에게 홈런을 하나씩 친 바 있다. 반면 최근 몇 년 간의 상대전적으로 볼 때, 최주환-오재일-오재원-김재환은 해커 상대로 좋지 않았다. 언급한 타자들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좌타자다. 해커는 올해 좌타자 상대 성적이 훨씬 좋았다. (우타자 상대 타율 .271 / OPS .718, 좌타자 상대 타율 .244 / OPS .616) 두산의 우타자 라인이 적극적으로 해커를 상대해야 한다.



(3) 마이클 보우덴에 대하여


작년 18승 투수지만, 과거의 영광이다. 작년 지나치게 많은 투구를 했고, 올해 어깨충돌증후군의 여파로 폭삭 주저앉았다. 작년과 비교해 K/9는 줄고 (8.00 -> 5.26) BB/9와 (2.70 -> 3.92) HR/9 (0.85 -> 1.55)는 극적으로 늘었다. 직구 구속도 1.1km가 하락했다. (144.8 -> 143.7) 작년 세컨-서드 피치였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는 피안타율 .250에서 .316 / .211에서 .471이라는 극적인 몰락을 맞았다. 결국 올해는 슬라이더 구사를 줄이고 (14.7% -> 5.8%) 커브 구사를 늘려 (10.3% -> 20.1%)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보우덴은 작년에는 좌타자 킬러였다. (피안타율 / 피OPS 우타자 상대 .286 / .758, 좌타자 상대 .181 / .498) 그러나 올해는 좌타자에게 거의 배팅볼러 수준으로 전락했다. (.225 / .750, .326 / .853) 작년 좌타자 상대 .176으로 극강했던 포크볼이 올해 .324로 먹히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우타자 상대 세컨피치로는 커브 (26.4%)를, 좌타자 상대로는 스플리터 (23.0%)를 많이 선택했다. 하지만 결국 던질 공은 대부분 직구고, NC 타자들은 이걸 노려야 한다. 다만 작년 노히트노런의 상대가 바로 NC였고,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NC 상대로 7.2이닝 무실점 11K 투구를 펼친 전례가 있다. 보우덴에게는 심리적 이점이 있을 거고, NC 타자들에게는 반대로 부담이 되는 요소다.



(4) 기타 포인트들


<1> 1,2차전으로 양측 타자들은 기세가 바짝 올라있는 반면, 양측 투수들은 쉽사리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 불펜에서 믿을 카드는 두산의 함덕주-김강률, NC의 이민호 정도뿐이다. 허구연의 말대로 투수진에서도 미쳐주는 선수가 하나 나와야 하는데, NC 쪽에선 그게 김진성이란 예감이 든다. 두산은... 둘이나 댔으면 됐지 또 대야 하나?


<2> 나성범이 살아날까? 1,2차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나성범은 계속 바깥쪽 변화구에 손이 나갔다. 장원준은 이 바깥쪽 슬라이더를 초구로 던지다가 홈런을 맞았는데, 만일 몸쪽에 빠른 공 한두 개를 박고 던졌더라면 틀림없이 유격수나 3루수 방면 땅볼이 나왔으리라. 지금까지 도합 10타수 3안타 (.300) 로 표면 기록은 좋지만, 1차전의 안타는 체인지업을 억지로 쳐서 만든 텍사스성이었고, 2차전의 안타 하나도 내야안타였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차전엔 잘 칠 거라는 데 한 표를 던진다. 나성범이 지금 가장 많이 반응하는 코스는 보우덴이 포크볼을 결정구로 던질 코스고, 조금만 덜 떨어졌다간 충분히 대형사고로 이어질 구간이다. 9/20 두산전에서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혼자 솔로홈런과 적시타로 보우덴 상대 두 점을 만들어낸 타자도 나성범이다.


<3> 두산 쪽에서 가장 주목하는 타자는 박건우다. 슬라이더류 상대 타율이 .235니까 좀 못 치긴 했는데, 직구-체인지업-투심 상대로 거의 다 4할을 넘기는 타자다. 커브에도 3할 이상으로 강했다. 2차전에도 이재학의 체인지업을 받아 넘기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던 타자는 박건우였다. 서로의 약점을 철저히 물고 늘어져야 하는 단기전이다. 당연히 자신의 약점인 슬라이더류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을 테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올해 해커 상대 5타수 2안타, 작년에는 홈런을 기록했다. 만일 해커가 이번 포스트시즌 맨 처음 무너진다면 그건 박건우의 방망이 때문이 아닐지?


<4> 3차전 얘기는 아니지만, 4차전에 1차전 73구를 소화한 장현식이 사흘 쉬고 올라오는 초강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만약 NC가 3차전에 패배해 탈락 위기에 몰린다면, 당장 엘리미네이션 게임을 잡는 게 급하니까 그럴 확률이 높다. 3차전을 이긴다면? 여기서부터 수가 좀 복잡해진다. 최금강은 더 이상 선발로 올라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나- 5차전까지 간다는 가정을 한다면, 5차전에 장현식을 내고 4차전에는 2차전에 60구를 던진 이재학이 3일 쉬고 등판할 수 있겠다. 둘- 아예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간다면, 한번 더 정공 대신 변칙을 써서 3차전을 이겨도 4차전에 장현식이 올라올 수도 있고.


구창모를 포스트시즌에서 철저히 LOOGY로 쓰고 있는 김경문의 특성상, 구창모가 선발일 가능성은 낮다. 자기가 쓸 수 있는 패로 남겨둘 듯. 혹시 만에 하나 맨쉽? 경기 초반엔 중요 상황이 없으니까, 혹시 또 모르지만 역시 낮은 가능성.

Posted by 김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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